지난 6일 영화 <걸 스카우트> 제작보고회에서 김선아는 공백 기간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간에 여러 가지 이런저런 일이 많았었고 그래서 공백 기간이 있었는데 사실 일을 그만두려고 했었던 적이 있었어요…(중략)…심적으로 힘들었던 시기가, 마음을 다치면서까지 일을 해야 될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죠. 그건 저 뿐만이 아니라 많은 (연기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그런 것 같은데요."
8일 방영된 드라마 <온에어>의 오승아(김하늘 분)는 기자회견에서 이런 대사를 남겼다.
"제 추락이 재미있으셨나요? 절 끌어내리면서 즐거우셨어요? 덕분에 전 제 위치를 알았고 제 옆에 누가 있는지, 없는지도 알았습니다. 스타는 대중의 사랑을 먹고 큰다고 하죠. 요 며칠 여러분이 주신 사랑 그대로 가져가셨으니 전 오늘부터 신인입니다."
'삼순이' 김선아는 씩씩했다. 만 3년 만에 컴백하는 심경을 조심스레 털어놨다. <세븐데이즈>의 전신인 <목요일의 아이>에서 하차하며 영화사와의 송사에 휘말렸고 설상가상으로 나훈아 괴소문에 이름이 오르내렸던 터다.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사는 일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온에어> 속 '국민요정' 오승아는 "죽음까지도 생각한" 고통 속에서도 당당했다. 갑작스레 터진 비디오 파문에 맞서 기자들 앞에서 "뭐 하러 비디오를 봐, 직접 봐"라며 상의를 벗어던졌다. 악플러들에겐 "당신들은 내 얼굴을 아는데, 나는 당신들 얼굴 모른다는 게 가장 무서웠다"며 당당히 고소했다.
드라마는 역시 드라마다. 속이 다 시원하다. 디테일은 부풀려졌을지 모르지만 일정 정도 현실을 반영하려 노력했다. 온전히 '피해자'인 오승아와는 또 다르겠지만, 그간 루머에 시달렸던 여배우들의 속내는 어땠을까를 생각해 보면 꽤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종영을 2회 앞둔 <온에어>가 뇌관을 터트렸다. 시청률도 25.2%로 자체 최고를 기록했다.
속 시원한 김은숙 작가의 카운터 펀치
"넌 뭐가 다르니? 비디오 봤다고 개념없이 댓글 다는 네티즌이나, 비디오 있단 소문에 훔쳐보기 심리로 우리 드라마 봐서 시청률 올려주는 시청자나, 여기저기 신나게 클릭질 해서 쫑알쫑알 읊어대는 너나. 뭐가 다르냐고?"
오승아와 관련된 소문들을 전하는 보조 작가를 서영은(송윤아 분) 작가가 꾸짖는 대사다. 비디오 파문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작가님의 성난 목소리를 통해 전달해 준 셈이다. 이건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연인>으로 시청률·명대사 제조기로 이름을 드높인 김은숙 작가 본인의 목소리이기도 할 것이다.

"배우는 사생활도 없습니까? 배우라서 전 국민 앞에 사생활 까발려져도 되는 거 아니잖아요. 오승아의 추락? 재미있죠? 국민요정은 어떤 남자랑 자나 궁금하겠죠. 그렇다고 한 여자의 인생을 자기들 오락거리로 만들면 안 되잖아요."
여배우 비디오. 드라마뿐 아니라 현실 속 연예계에서도 가장 큰 파괴력을 지닌 사안이리라. "이 바닥에서 사건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인상 깊은 대사를 남기면서 오승아와 매니저 장기준(이범수 분)에게 큰 생채기를 내며 일단락됐지만, 그만큼이나 신우철 PD와 김은숙 작가는 용감했다. 19회까지 '이렇게 솔직해도 될까'라는 의문을 심어줬던 <온에어>가 경박한 네티즌들과 미디어 환경에 카운터펀치를 날린 것이다.
하지만 연예계와 드라마 제작현장을 무대로 하는 이 트렌디드라마의 시청률은 잘나가는 진짜 트렌디드라마보다 덜 나온다.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 시청자보다 인터넷으로, IPTV로 드라마를 소비하는 추세라고 하더라도, 포털 뉴스면은 연예뉴스가 먹여 살려도 연예계 관련 드라마는 또 다른가 보다.
전통적인 드라마 소비층은 아직까지 드라마 제작과정보다는 전문직들이 본격적으로 연애하는 이야기에 더 반응한다는 방증일 것이다. 반면 한 쪽에서는 전문직드라마 답지 못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유일무이한 드라마에 대한 드라마
<온에어>는 과장을 조금 더하면 국내 유일의 메타드라마(meterdrama)다. 드라마에 대한 드라마 혹은 자기반영적인 전문직 드라마. 배우와 매니저, 작가와 PD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 이야기는 현실과 드라마 사이를 오가며 흥미로운 줄타기를 진행해 왔다.
19회까지의 사건, 사고만 놓고 보면 <온에어>는 마치 '한국에서 드라마 만들기의 A-Z'를 모두 보여주려는 야심을 감추지 않는다.
연말 시상식 나눠먹기로 시작하여 스타 작가와 방송사와의 알력 다툼, 조연출의 PD 입봉 과정, 톱스타 캐스팅 우여곡절, 국민요정과 시청률 제조기의 기 싸움, 이중계약 파문, 매니지먼트사 끼리의 힘겨루기, 외주제작사의 진행비 관행, 해외 로케이션의 절차, PPL(간접광고)의 진행 과정, 여배우끼리의 배역 다툼, 매니지먼트사와 방송사와의 대립, 시청률에 일희일비하는 방송가 풍경, 그리고 여배우 비디오 파문까지.
마치 한 회 한 회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의 서사구조마저 떠올리게 한다. 하나가 해결되면 또 하나의 사건이 연이어 터지는 식이다. <온에어>는 그 안에 시청자들이 짐작해봤을 에피소드들을 집어넣고, 또한 일반 시청자들이 모를 드라마 제작 과정의 고충과 애환을 녹여낸다. 시청률에 목을 매는 방송가 풍경이 전자라면, 해외로케이션과 같은 제작 환경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후자다.
작가의 입을 통해 PPL에 대해 볼멘소리를 해 보지만 정작 극 중에서 적지 않은 빈도수로 고기집과 감자탕 가게가 등장하는 아이러니. 얄미운 기자와 오승아의 인터뷰 장면이 등장하고 얼마 뒤, 김은숙 작가가 직접 송윤아의 의도가 왜곡된 인터뷰 기사를 해명할 때 오는 기시감.
또 재벌 2세, 신데렐라, 불치병, 출생의 비밀 등 한국 드라마의 흥행 요소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명대사를 버리고 '좋은 드라마'에 매진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힌 서영은=김은숙 작가의 자기 반영은 또 어떠한가.
가끔은 도가 지나쳐 "우리 이 정도로 힘들게 드라마 만들어요"라는 과시로 보이기까지 한지만, 그 만큼 <온에어>가 보여주는 드라마 제작 풍토와 연예계 이면에 대한 묘사는 야심 찬 구석이 있다. 사실 기사나 방송에서 다 듣는 얘기일지라도 작가료가 회당 2000이니 제작비가 30억이니 하는 돈 얘기도 서슴지 않는다. 드라마 사상 최초로 컷과 반응 컷을 나눠 찍는 제작 현장 그대로를 보여줄 정도다.

그러나 절반의 야심찬 성공
물론 왜 네 명의 애정전선을 끝까지 놓지 않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한 변명은 제대로 된 의학 드라마라 일컬어지는 <하얀거탑>으로 대신할 수 있겠다. 탄탄한 스토리와 강렬한 캐릭터가 돋보인 <하얀거탑>은 이미 일본 원작과 드라마가 존재했다. 역시 대박 시청률보다 마니아·명품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한국에 맞는 변형이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캐릭터에 대한 집중과 과장, 스피디한 전개, 수술 장면 등의 감정 과잉이 그 예다. 장준혁(김명민 분)과 최도영(이선균 분)의 대립구도가 약해진 대신 장준혁에게 집중하고, 노민국(차인표 분)에 대한 비중을 늘린 것, 일본인으로서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반성을 집어넣던 독일 장면을 빼버린 것, '수술 배틀'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감정을 고조시키는 음악과 편집이 반복되는 수술 장면 등 <하얀거탑>이 한국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예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반면 "내가 제일 잘 하는 장르가 트렌디드라마이고, 못 하는 것을 깊이있게 하겠다고 시도할 용기는 아직 없다"는 김은숙 작가의 최후의 보루는 바로 캐릭터와 멜로 코드에 있다. 까칠한 오승아, 인간미로 똘똘 뭉친 장기준, 귀여운 공주 서영은은 물론이요, 제작사 사장과 방송국 드라마 국장에게까지 인간미를 부여하는 세심함은 가장 큰 장점이다. 분화시켜 보자면 여자 캐릭터에 비해 인간미 넘치는 장기준과 의욕만 넘치는 이경민(박용하 분)은 진작부터 이상적인 존재들이었다.
초반과 달리 변모해 가는 캐릭터로 인해 '오버' 논란을 잠재운 송윤아나 한번쯤 예상했을 법한 오만한 여배우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낸 김하늘은 시작부터 남는 장사였다. 다만 타고난 연기력으로 살아남은 이범수와 비교해 '한류스타' 박용하가 언론이나 네티즌들의 관심을 덜 받고 있는 이유는 캐릭터가 가장 단선적이기 때문이리라.
오승아가 인간적인 자신의 첫 매니저 아저씨 장기준을 흠모해 왔다거나, '공주과' 서영은이 진정성을 무기라 자랑하는 이경민으로 인해 서서히 변해간다는 러브 라인 또한 김은숙 작가의 '연인' 시리즈는 물론 시청률 잘 가나는 드라마들과 비교하다면 극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다.
<온에어>의 한계는 메타드라마가 응당 지녀야 할 자기 비판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에 있다. "분칠한 것들을 믿지 말라"로 대변되는 연예계라고 누누히 강조하지만 사실 김은숙 작가는 누구보다 자기 식구들을 믿고 챙긴다. 국민요정 오승아는 CF스타에서 연기자로 거듭나려는 마음을 먹(을 것을 장기준이 염원하)고, 거만했던 서영은 작가는 제작진을 챙기고 진정성 있는 시나리오에 눈을 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업계의 속내를 비추면 비출수록 그들의 애환을 일방적으로 위로해주는 쪽으로 극이 흐른 점도 약점이다. 전형적인 악역이 존재하지 않는 건 반갑지만 기존 드라마들이나 방송사의 관행, 악플러들을 몇 마디 대사로 꾸짖는 것으로 진정성을 확인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방송 환경에 총체적으로 다가서려는 노력은 높이 사줄만 하지만 캐릭터들에 대한 다독임과 그들이 펼쳐가는 사건, 사고의 나열에 머무르는 건 못내 아쉽다.
캐릭터들 또한 분명 변모하고 성숙해 가고 있지만 그것이 어떤 깊이를 담보해 내느냐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그들의 일상에 비춰지는 소소한 감정이 사건, 사고의 퍼레이드에 가리거나 쪼개진 회상 장면으로 지연되거나 로맨스로 대체되는 것도 약점이다.
아무리 시청률에 일희일비하는 풍경을 비춰줘도, 거대 매니지먼트 사의 횡포를 조명해도, CF 스타의 연기력 논란과 외주 프로덕션 제작 환경의 척박함을 거론한다 해도 <온에어>는 본질적인 자기주장을 펼치지 않는다. 대사는 직설적인데 주제는 추상적이다. 좋은 드라마, 좋은 연기자에 대한 비전이 없다.
과격하게 말하자면 자기반영이기 보다 자기위로에 가깝다고 할까. 그것 또한 트렌디드라마에 강한 김은숙 작가의 능력이라면 또 능력일 테지만 말이다.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을 까발린 <온에어>의 가치
"어느새 봄이 다 가버렸네요. '서작가'는 좋겠습니다. 벚꽃 구경도 가고^^(에휴... 김작의 일상이란...^^). 모쪼록, 종연 되는 날까지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럼 이만 총총... 지금까지 '서작가'처럼 '깊이' 없음을 고민하는 김작이었습니다. 꾸벅."
지난 2일 김은숙 작가가 드라마 홈페이지에서 올린 게시물에서 본인과 극중 서작과의 비교를 빼놓지 않은 점이 흥미롭다. 드라마 사상 전무후무하게 진행자 김정은을 카메오로 등장시켜 자사 프로그램 <초콜릿>을 홍보하면서도 또한 극에 절묘하게 녹여내는 솜씨. 더불어 그녀의 실제 연인이자 감독과 작가의 전작 <연인>의 주인공인 이서진을 등장시키는, 현실의 방송세계와 드라마 사이의 간극을 넘나드는 능력과 맞닿아 있다고 할까.
19회의 말미, 서영은과 이경민은 첫키스를 나눴고, 오승아는 장기준에게 사업적인 결별을 통고했다. 어쨌든 <티켓 투 더 문> 또한 무사히 종영될 것이다. 그리고 분명 모든 인물들은 해피엔딩을 맞을 것이다.
하지만 서작가와 이경민 PD가 내내 고민했던 좋은 드라마에 대한 숙제를 <온에어>가 과연 온전히 풀었는가에 대한 물음은 의문으로 남는다.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을 까발린 첫 번째 소프트한 메타드라마'. 5개월간의 여정의 끝을 눈앞에 둔 <온에어>의 가치는 딱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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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써야 그게 아까워서라도 무언가를 할 것 같았다. 눈이 엄청 오던 날이었는데, 정선을 가기위해서 기차를 탔다. 흔히들 남자라면 '옆자리에 누가 앉을까?' 하고 생각하지 않나. 진짜로 누가 앉긴 했는데 조금 애매한 분이었다. 얼굴이 예쁘기는 한데 나이든 유부녀. 나는 시나리오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바깥 경치를 구경하는데, 그리고 그걸 즐기고 있는데. 자꾸 말을 거는 거다. 그 분은 자기가 서울에 살았다는 걸 강조하면서 내게 인지를 시키려고 하더라. 나는 머쓱해 하면서 "내 알겠습니다" 했지. 그 분의 캐릭터가 극중 란희 캐릭터에 약간 투영되었다. 진평역에 내려서 펜션까지 걸어간 것도 영화 속 혁진의 모습과 같다. 걸어가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길이 너무 적막해서 그런지 무서운 생각이 들더라. 이런 날 산짐승이 나와서 날 죽이면 아무도 모를 건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게 영화 속에는 '호랑이 사건'으로 그려졌다. 그리고 펜션에 묵을 때 옆방 여자에 대한 캐릭터를 구상하게 되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여관이나 펜션에서 혼자 있다 보면 옆방에 소리가 들리면 궁금해 하는 거.(웃음) 영화 속 많은 이야기들이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거다. 혁진이 게이에게 당하는 에피소드도 약간의 경험담이다.
<낮술>을 만들면서 홍상수 감독을 염두에 둔 건 아니지만, 아마도 무의식중에 홍상수 감독에 대한 내 애정이 묻어나지 않았나 싶다. 영화 속에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봄날은 간다>는 아직 보지 못했다. <구타유발자>는 낮술을 너무 좋아해서 들어간 것 같다. <구타유발자>에서 강을 끼고 삼겹살 먹는 장면을 제일 좋아한다. 영화를 보는 데 완전 죽겠더라. 이문식이 교수님에게 생 삼겹살 권하는데, 난 그것도 먹고 싶더라.(웃음) 사실 구타유발자는 인연 아닌 인연이다. 예전에 영진위 시나리오 공모전에 응시를 한 적이 있다. 발표가 나던 날 확인해보니, 내 이름이 장려상에 올라와 있는 거다. 그래서 나는 붙은 줄 알았지. 헌데 작품을 보니 내 작품이랑 이름이 달라. 알고 봤더니 동명이인인 거다.(웃음) 그리고 나서 그럼 1등은 뭘까 하고 봤더니 <구타유발자>였다. 내가 떨어질 정도였으니 이 작품은 죽이겠구나 싶었지. 물론 나중에 영화를 봤더니 '야~이래서 뽑혔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
그럼 6세대 감독들이란 누구인가. 저자들은 "1960년대 생으로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 사이에 대학을 졸업하고 영화 활동을 시작한 젊은 영화인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1989년 천안문 운동을 직접 경험한 세대로 상업주의 문화, 탈이념화, 탈정치화 조류 속에서 개인의 생존 체험과 불안정한 심리 상황에 관심을 갖는다"고 정의한다. 문화대혁명으로 폐쇄 당했다 다시 개교한 베이징영화학교에서 공부한 첫 세대들인 이들에게 천안문 운동은 더 없이 중요하다. "복잡한 문화현실과 불만스러운 5세대에 대한 전복으로서 등장한" 6세대 감독들은 자본주의 상업문화의 세례를 받으며 개성적인 영화관을 드러내는 동시에 주선율 영화와 같은 주류 상업 영화를 거부한다.
우선 2006년 베니스 영화제 금사자상을 수상한 <스틸 라이프>의 배경은 지난 2006년 완공된 샨샤(三峽)댐에 묻혀버린 펑지에 지방. 영화 속 공무원이 "물론 문제는 있죠. 2천 년 된 도시가 단 2년 만에 헐렸으니까요. 문제가 있으면 천천히 해결합시다"라고 말하는 곳이다. 주인공은 광부 한산밍과 간호사 션홍. 두 사람은 16년 전 돈을 주고 사와 자신의 딸까지 낳았지만 곧바로 헤어져야 했던 전처와 바람을 핀 남편을 만나러 각기 이 지역을 찾는다. 중국식 개발의 극단을 보여주는 샨샤댐은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이 아닌 국가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권"을 잃게 했다. 담배, 술, 차, 설탕 등 중국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네 가지 필수품으로 챕터를 나눈 이 작품은 한산밍과 션홍의 여정 사이로 파괴와 개발이라는 중국 전체의 변화상을 은유한다. 
한국에서도 일찌감치 소개된 <귀신이 온다>는 <붉은 수수밭>의 배우 출신 지앙원(姜文)의 연출작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항일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한 우화 같은 드라마다. 또한 권총을 잃어버린 소도시 경찰관을 주인공으로 삼은 루추안의 <사라진 총>은 여전히 국가와 권력에 대해 탐구하지만 소재는 여느 상업영화만큼이나 친숙하다. 실직 노동자와 창녀의 보듬음을 그린 노동자 출신 시인 감독 왕차오(王朝)의 <안양의 고아>는 산업화가 낳은 타자들을 어루만진다. 그리고 동성애를 주제로 삼은 장위엔의 <동궁, 서궁>과 다이스지에(戴思杰)의 <식물학자의 딸>, 상하이의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택했지만 작가주의에 가까운 몽환적 백일몽과 일본인과의 낭만적인 로맨스로 갈리는 로우예(婁燁)의 <슈주>와 장이바이(張一白)의 <상하이의 밤>까지. 이렇게 중국 6세대 영화는 한마디로 단정 짓기에는 힘들지언정 분명 동시대성을 잃지 않는 힘과 함께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고 있다.
조금씩 나이를 먹고 있는 그들의 영화를 다시금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급속도로 자본주의와 민족주의를 찬양하고 있는 중국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대중적 예술가들이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중국 6세대 감독들은 점점 더 할리우드 산업과 닮아가며 동시대성과 비판정신을 잃어 가고 있는 한국 영화계와 우리 관객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가까운 이웃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화'라는 민족주의에 함몰되고 있는 중국 젊은 세대들이 무협과 코미디 일색으로 현실을 지우는 주류 다이엔 영화보다 6세대 감독들을 응원해야하지 않을까. <중국 6세대 영화, 삶의 본질을 말하다>는 이들 6세대 감독들에 대한 친절한 길라잡이 역할을 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