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에 해당되는 글 23건
- 2008/05/29 '비'를 제친 카메론 디아즈의 로맨틱 코미디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
- 2008/05/28 취임 100일 대통령에게 권하는 몇 편의 영화들 (7)
- 2008/05/27 '연기파' 장인 감독이여, 안녕히! 26일 사망한 시드니 폴락 감독을 추모하며
- 2008/05/27 '나 이대에서 영화보는 여자야' [대학 영화동아리 탐방] ③ 이화시네마떼끄 (5)
- 2008/05/26 [인디아나 존스]와 기다림의 시간
하성태
이런 시국에 예술이니 영화니 논하는 건 솔직히 진이 빠지는 일이다. 그래도 1년 365일, 24시간 촛불을 들고 있을 수는 없을 터. 일도 하고 재충전의 시간도 가져야 한다. 그럴 때 TV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보다야 시의 적절한 영화 한 편 씩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의 ‘인디 존스’ 박사는 주말, 평일 가리지 않고 장년층 관객들까지 몽땅 흡수하는 분위기다. 추억에 젖게 해 줄 존스 박사와 만났다면 현실을 환기시킬 영화들도 필요할 터. 그래서 준비했다. 이름하야 지금 대통령이 봐줬으면 하는 옛날 영화 혹은 대통령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 말이다.
장르를 구분해 봐도 블랙코미디, 정치스릴러, 블록버스터, 사회드라마, 호러까지 다채롭기 그지없다.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예술 영화도 아니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소망과 열망을 담고 있을 지도 모를 영화들이다. 그리고 덤으로 연일 왜곡과 과장을 일삼고 있는 보수 언론도 봐주면 감사할 영화들도 덧붙였다.
‘빅 브라더’를 뚫어 낸 시민 혁명 <브이 포 벤데타>
27일 공안대책회의가 열렸다고 한다. 2년 만에 긴급 소집된 이 자리에서 나온 대책이라곤 ‘불법시위’, ‘엄정대처’, ‘전원사법처리’ 등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것뿐이란다. 바야흐로 생뚱맞은 공안정국이다.
<한겨레21>이 보도한 문화부 홍보지원국의 교육 자료는 더 가관이다. 게시판은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의 한풀이 공간이라 멍청한 대중은 세뇌와 조작이 가능하단다. 이해찬 세대가 생각도, 원칙도 없다거나, 인터넷이 저급 선동의 공간이라는 고급한(?) 발상은 정부가 포털 사이트를 관리하고 있다는 증거들로 인해 사실임이 입증되고 있다.
입맛에 맞는 언론들과는 ‘프레스 프랜들리’하고 열린 인터넷과는 조기대응반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 액션 블록버스터 <브이 포 벤데타>에도 매스미디어를 장악하려는 파시즘 정권이 등장한다. 그래픽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이 영화가 묘사하는 2040년 제3차 세계대전 후 영국 정권의 폭압과 언론 통제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 속 ‘빅 브라더’에 버금간다.
완벽한 픽션인 이 작품은 그러나 400년 전 실존했던 인물 가이 포크스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1605년 11월 5일 영국의 제임스 1세 정부의 독재에 맞서기 위해 화약을 숨겨 의회 지하에 화약을 숨겨 잠입하려다 체포된 인물. 주인공 V(휴고 위빙)는 그날의 정신을 되새기며, 폭압적인 정권을 종식시키기 위해 2040년 11월 5일 ‘화약 음모 사건’의 날에 시민들을 집결시키려 노력한다.
꽤나 정치적이고 암울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브이 포 벤데타>는 평범한 아가씨 이비(나탈리 포트만)이 V에 의해 변화하는 궤적을 조명한다. V의 영웅적 면모를 과시하는 것으로 잔재미를 주면서도 CCTV로 국민들을 감시하고 매스미디어를 통제하는 감시 체제를 전면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어마어마한 군중들이 가이 포크스의 가면과 두건을 그대로 착용하고 광장에 나서는 라스트 신이다. 군인들의 총 앞에서도 굳건히 땅을 딛고 선 시민들의 무리가 무언의 한 목소리를 내며 승리를 일궈내는 이 장면을 통해 영화는 결코 세뇌와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신념”을 성취해 낸 시민 혁명을 그리고 있다.
꽤나 불편하시다? 대한민국은 절대 영화 속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없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아니냐고? 그런 분들에게는 만화 원작의 할리우드 히어로 영화로 즐기시길 권장한다. 이비와 청계천에서 촛불을 든 10대 여학생들이 크게 달라보이진 않을테지만 말이다.
국민을 위한 정치 <맨 오브 더 이어>
이제 겨우 3개월인데 대통령 지지율이 20% 대란다. 혹자들은 그것도 높다고 아우성이다. ‘이명박 OUT’이라는 피켓이 촛불문화제 현장에 등장한지는 이미 오래다. 그래서 소개한다. 국내 개봉은 못 했지만 작금의 정서라면 지지를 받고도 남을 미국산 정치 블랙코미디 <맨 오브 더 이어>의 대통령은 대통령 직을 과감히 벗어 던진다.
내용은 다소 황당하다. 시작은 “정치계에 실망했어요. 대통령 선거에 직접 출마해 보시면 어때요”라는 젊은 여성 방청객의 한마디였다. 인기 절정의 정치 풍자 토크쇼 진행자 톰 돕스(로빈 윌리엄스)가 대선에 뛰어들게 된 것은. 돕스는 그날 정치인과의 대화에서 이 얘기를 꺼낸 뒤 3시간 만에 400백만 통, 그 다음주 몇 번 더 언급한 뒤로 8백만이 넘는 출마 권유 이메일을 받게된다.
그리고는? 기성 정치에 신물이 난 “인터넷의 힘과 서민의 사랑”에 힘입어 돕스는 출마를 결심하고 기적적으로, 그리고 간발의 차이로 대선에 당선된다. 물론 영화는 지극히 ‘영화’답게 이 결과가 새롭게 도입된 전자 투, 개표 시스템의 오류임이 한 프로그래머 엘로너(로라 리니)에 의해 밝혀 놓고 시작한다. 시스템을 개발해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본 회사 측은 사실은 은폐하려 들고 엘로너는 이를 돕스에게 알리려 백방으로 뛰어 다닌다.
사실 이 영화가 대단히 완성도를 높은 작품은 아니다. 정치인의 부패와 정체, 부당한 전쟁, 서민들의 빈곤한 삶과 같은 미국 현실에 대한 자기비판은 수박 겉핥기다. 또 엘로너에게 마약을 부지불식간에 투여한 회사의 음모가 폭로되는지라 살짝 스릴러 형식도 가져온다. “정치인들은 기저귀와 같습니다. 자꾸 바꿔줘야 하니까요”나 “국방장관은 브루스 스프링스턴” 따위의 농담이나 현실에서는 없을 짜릿한 TV 토론이 미소를 짓게 하지만 어떠한 성찰을 이끌어내긴 역부족이다.
<굿모닝 베트남>의 ‘짝패’ 로빈 윌리엄스와 다시 만난 <레인맨>의 베리 레빈슨 감독은 <웩 더 독>과 같은 정치 풍자 영화를 만든 바 있다. 그러나 그가 주창하는 주제는 이번에도 보편적이기 그지없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대통령과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것. 영화 속 돕스가 지지를 얻는 이유는 국민을 동일한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실천 가능한 정책을 제시하는 소통가능한 눈높이 정치를 약속했다는 데 있다.
영화 속 돕스는 결국 양심선언을 하고 당선 3주 만에 “정세를 뒤 흔들 뿐인” 본연의 자리로 돌아간다. 현실 속 대한민국에서는 그러나 손석희 교수가 대선 출마를 즉흥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영화 속이나 현실이나 국민들은 다만 상식적이고 소통 가능한 대통령을 보고 싶을 뿐이다. <개그콘서트>를 직접 보실 필요는 없다는 말씀이다.
워터게이트 사건과 반매카시즘 언론인
27일 방송된 MBC <PD수첩>이 보수 언론의 이중적 행태와 편파 보도를 꼬집었다. 대통령이 광우병 사태에 대한 민심을 ‘괴담’ 수준으로 치부하게 만드는 것도 모자라 광우병 검역과 관련해 ‘눈 가리고 아웅’식의 말 바꾸기를 자행하고 있는 걸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신뢰를 잃은 언론의 미래야 눈에 선한 것이지만, 미국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작금의 상황은 우리에게 참 언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가 마무리 멘트였다. 드라마 <스포트라이트>가 조명하고 있는 방송사와 언론간의 세 다툼으로 치부하기엔 곤란한 상황이다. 드라마 보듯 뒷짐 지고 감상할 때가 아니다. 지금 소개할 두 편은 대통령과 ‘프레스 프렌들리’할 언론인들에게 ‘강추’하는 작품이다.
칼 번스타인과 밥 우드워드. 미 대통령 닉슨의 재선을 위해 활동한 스파이들이 미 워싱턴의 민주당 당사를 도청했던 사건을 발굴, 보도한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들 이름이다. 먼저 닉슨 대통령을 현직에서 낙마하게 만든, 미국의 대표적인 정치 스캔들로 비화된 ‘워터게이트’ 사건을 조명한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이다.
단순한 절도 사건을 취재하던 두 기자가 거대한 음모에 맞서 진실을 폭로한다는 내용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특종으로 불리는 역사적 현실 그대로다. 그 실화 자체를 건조하게 따라가는 영화는 그 자체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절대 권력자의 부정과 정권 차원의 압박, 공화당 지지자들의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편집권을 사수했던 두 기자와 워싱턴포스트지의 자세는 미 언론인들이 자랑할 만한 언론의 정도 그 자체라 할 만하다.
“오늘날 개인과 국가 사이의 관계에 있어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들 자신의 책임이다.” 미 CBS의 시사프로그램 ‘See It Now’의 진행자였던 언론인 에드워드 R. 머로우의 말이다. 그는 1950년대 중반 미 전역을 냉전의 광기로 몰아넣었던 J.R. 매카시 상원의원과 맞섰던 언론인이다.
다음은 “알고, 말하며, 생각하는 권리야말로 천부의 고결한 인권”임을 강조했던 이 머로우와 그의 방송팀이 매카시즘에 대항하는 과정을 그린 <굿 나잇 앤 굿럭>. 할리우드의 섹시스타이자 좌파 지성인 감독 조지 클루니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미국을 충격에 빠지게 한 “미 국무부에 205명의 공산당원이 있고 그 명단을 가지고 있다”는 맥카시 의원이 주장이 허구였음을 반박하는 보도를 줄기차게 내보냈던 머로우의 곧은 자세를 영화는 흑백화면으로 담담하게 조명한다.
비록 시청률과 자본에 끝내 무릎을 꿇고 몇 년 뒤 방송은 종영된다. 그러나 그건 패배가 아니다. 머로우 같은 선배가 있었기에 훗날 ‘워터게이트’ 사건의 진실도 세상에 공개될 수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CBS와 워싱턴포스트와 같이 메이저 언론이었다는 것이 더없이 중요하다.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의견을 대변하는 미디어는 ‘언론의 정도’ 운운할 가치가 없다. 그것이 좌우를 불문하고 친정권, 친재벌일 때 문제는 더더욱 심각하다. 자기 할 말을 다 하기 전에 먼저 거리로 나가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지금 무엇보다 요구된다. 대통령과 언론인들이 손 맞잡고 함께 관람해야 할 영화가 바로 이 두 편이다.
그리고 분노에 대하여
이 모든 영화들 보다 무언가 강렬한 자극이 필요하다면 영국산 좀비 영화 <28일후...>를 추천한다. 침팬지의 피와 침으로 유래된 ‘분노 바이러스’ 때문에 세상은 멸망하고 생존자들이 좀비가 된 사람들을 피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과 저예산에 빠른 편집, 흔들리는 화면과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좀비가 던져주는 시각적 충격과 현실적 공포가 백미인 작품이다.
물론 침팬지가 전한 바이러스라는 설정만으로 광우병을 연상하는 건 지극히 순진한 해석이다. 염두에 둘 것은 바로 ‘분노’ 바이러스다. 영화 속에서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지의 데모 장면을 보며 분노를 키워 온 침팬지가 퍼트린 치명적 바이러스는 인류의 재앙이 어디서 기인하는가에 대한 대답이 되어준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그 분노다. 왜 이 영국 호러 영화에서 한국의 데모 장면을 목격해야 하는 거에 대한 증거는 좁게는 가두시위에서의 연행 과정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크게 왜 거리로 나간 시민들이 분노하는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그걸 불러 온 세력이 누구인지, 그 가두시위의 배후 세력이 누구인지 말이다.
이밖에도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한도 끝도 없다. 90년대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공권력의 제도화된 폭력을 다분화된 인종과 계급적 시각으로 고발하는 <증오>도 그 중 하나다. 아일랜드판 <화려한 휴가>로 불러도 무방할 <블러드 선데이>도 준비되어 있다. 아이템이 민초들의 봉기라 한다면 동학혁명을 다룬 <개벽>부터 프랑스산 <제르미날>까지 차고도 넘친다.
그럼에도 단 한 편을 ‘강추’하라면 단연코 김풀빵의 패러디무비 <뼈의 최후통첩>일 것이다. 상영 시간도 9분 11초로 짧다. 대통령이 <본 얼티메이텀>을 봤을 리 만무하니 안성맞춤이다. 긴박감 넘치는 화면에 액션까지 곁들었으니 재미 만점이요, 외국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작금의 현실을 기막히게 패러디해 낸다. 게다가 공짜 아닌가.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과의 ‘소통’이다. 행여 그 전까지 꽉 막힌 세계관을 가지고 살아왔다면 이런 대중 영화들에서라도 보고 배워야 한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만 보지 말고 <뼈의 최후통첩>도, 의료보험 민영화 제고를 위해 <식코>도 꼭 챙겨보시길 권한다. 이런 영화들 보며 여가도 즐기고 국민들과 직접 소통도 하란 말이다. 제발 <무한도전>에 출연해 타고난 개그 본능 뽐낼 생각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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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8 11:47 -
블로거의 현실참여
Tracked from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선 삭제블로그스피어를 돌아다니다 보니 어떤 분께서 유명한 블로거를 비난하시는 글을 쓴 것을 보았습니다. 그 분 글의 요지는 블로그스피어에서 파워블로그라고 불리는 분이 왜 광우병 사태에 그리고 지금의 현실에 왜 참여를 하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분이 파워블로그이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겠지만, 그 분이 많은 구독자와 방문객을 가지고 있는 만큼 만약 그 분께서 현실에 참여하는 글을 쓰신다면 많은 블로거와 네티즌에게 영향을 줄 것은 분명하리라..
2008/05/29 17:34 -
이명박 시대를 사는 우리들이 꼭 보아야 할 몇 편의 영화들
Tracked from 영화진흥공화국 삭제얼마 전에 영화 블로그 "네오이마주"에 취임 100일 대통령에게 권하는 몇 편의 영화들이라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이 글의 취지와 그 권고사항에 적극 공감하는 바이며, 이 대통령은 잠도 안 자는 새벽에 꼭 한 편 씩 챙겨서 보아주길 바라는 바이다. 각설하고, "영진공"에서는 이명박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 시민들에게 몇 편의 영화를 추천하고자 한다. 그 전에 하나 읽어볼 게 있다. "①복지를 위한 공공지출의 삭감과 세금인하, ②국영기업의 민영화..
2008/06/15 13:34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시드니 폴락 감독이 향년 73세로 별세했습니다. 주요 외신들은 26일 LA의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암투병 중 유명을 달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 온라인판은 “시드니 폴락은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었다. 그건 영화에서나 심지어 저녁 식사를 위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몹시 그리울 것 같다”는 배우 조지 클루니의 추모사를 전했습니다. 감독이자 제작자, 그리고 배우로 활약했던 백전노장 시드니 폴락. 영화 팬들은 또 다른 영화 친구를 잃었습니다.
아프리카의 광활한 풍광을 배경으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속삭이던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레드포드를 기억하는지요.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배경으로 사랑의 밀어를 나누던 두 배우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적어도 20대 후반, 대게 30대 이상일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카데미 7개 부문 수상작이란 타이틀을 달고 1986년 개봉해 35만에 달하는 관객을 동원한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지금껏 풍광이 아름다운 고전적 멜로드라마로 정평을 얻고 있는 시드니 폴락의 대표작입니다.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미국적 시각이란 꼬리표도 낭만성과 영상미 앞에 무력화됐던 작품이죠. 아마도 30대 이상 영화 팬이라면 극장에서 혹은 비디오로 음악과 풍광, 그리고 두 사람의 사랑에 흠뻑 빠졌던 기억을 공유하고 있을 겁니다.
더스틴 호프만이 깜짝 여장 연기를 선보이며 열연했던 <투씨>는 1982년이니 벌써 26년 전 영화입니다. 아마도 명화 극장에서 봤을 한국 관객들이 많을텐데요. 과작의 감독인 시드니 폴락이 만든 몇 안 되는 코믹 터치의 드라마죠.
미국 인디애나주 라파예트에서 1934년 태어나 31살인 1965년 <가는 실>로 데뷔한 시드니 폴락 감독의 특징을 세 가지로 요약하자면 당대 명배우들에 대한 연기지도, 다양한 장르 기술자, 제작과 연기를 오가는 다재다능함을 들 수 있겠습니다.
우선 그 자신이 데뷔전 뉴욕에서 연기 선생님으로 활약했던 시드니 폴락은 배우 복도 많고 연기 지도도 훌륭했던 감독입니다. 그가 연출한 작품에서 무려 12명의 배우가 아카데미상 연기부문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니까요.
제인 폰다, 더스틴 호프만, 홀리 헌터, 제시카 랭, 폴 뉴만, 메릴 스트립,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등이 그 명단입니다. 단짝 로버트 레드포드와는 <콘돌>, <하바나>를 포함해 총 여섯 편을 찍었는데 70년대에만 연달아 네 편을 함께 했습니다. 후반기에 작업한 톰 크루즈, 숀 팬, 니콜 키드만 등도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었죠.
사실 이건 우리 영화계가 충분히 부러워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딱히 예술적 성취를 논하지 않더라도 시드니 폴락은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참으로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일정 수준으로 생산해 냈습니다. 그야말로 직업 영화인의 산증인인 셈이죠.
그는 60년대 당대의 스타 찰슨 브론슨, 나탈리 우드와 코미디를, 액션스타 로버트 미첨과는 <암흑가의 결투>라는 일본풍의 액션을, 70년대에는 로버트 레드포드, 페이 더너웨이 주연의 정치 스릴러의 고전 <콘돌>을 찍었습니다.
물론 감독으로서의 꽃은 <투씨>,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연출한 80년대에 피웠지만 그는 60년대부터 꾸준하게 장르물을 연출해 온 직업 감독의 대표 사례인 셈입니다. 하지만 그가 또 게으른 사람은 절대 아닙니다. 연기와 제작을 병행했으니까요.
오히려 기획 혹은 제작한 작품들의 명단이 더 화려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알란 J. 파큘라의 <의혹>, 이안의 <센스 앤 센스빌리티>, 안소니 밍겔라의 <콜드 마운틴>과 <리플리>, 그리고 최근작 <마이클 클레이튼>을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겠네요(네, <마이클 클레이튼>에 출연한 그의 모습입니다. 옆에 조지 클루니가 보이네요).
출연작에서 주로 후덕한 상사나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표현했던 시드니 폴락 감독. 우디 알렌의 <부부 일기>를 비롯해 스탠리 큐브릭의 <아이즈 와이드 셧> 등 출연작도 자신의 작품을 포함해 14편에 이르니 실로 다작 감독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그도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세계적 성공이후 천국과 지옥을 오고갔습니다. 톰 크루즈와 원작자 존 그리샴의 후광을 업고 흥행에 성공한 <야망의 함정>이 전자라면,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남미판이라는 혹평을 감수해야 했던 <하바나>가 후자라 할 수 있습니다.
<괴물>의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종종 늙을 때 까지 꾸준하게 영화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종종 밝혀왔습니다. 시드니 폴락은 행복하게도 연기자로 활약한 <메이드 오브 오너>가 현재 미국에서 개봉중이고, 각각 기획과 제작을 담당한 조지 클루니의 <레더헤즈>와 스티븐 달드리의 <더 리더>가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설마 자신의 연출한 작품을 최근에 남기지 못했다고 서운해 하지는 않았겠죠?
개인적으로는 신뢰가고 수더분한 삼촌(?) 혹은 아빠(?) 느낌이 나서 좋은 감독이었습니다. 허허실실 직업인으로서의 영화 감독의 이미지가 예전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이제는 친숙하고 존경하게 되는건 왜일까요. 그런 점에서 브라이언 드 팔마나 마이클 만 같은 감독들이 장수만세를 이뤘으면 좋겠네요.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말이죠. 모쪼록 할리우드 기능공 시드니 폴락 감독의 명복을 빕니다.
아래는 링크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중 2번 아다지오와 영화 속 명장면 입니다.
아래는 대표작들의 스틸컷 입니다.
<추억>입니다. 주제가 'The Way We Were'가 떠오르네요. 역시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주먹코가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연출 순서입니다. 먼저 <콘돌>입니다. 아마도 명화극장에서 중딩 때인가 참 재미있게 봤었던 기억이 나네요. 정보기관에 쫓기던 로버트 레드포드, 간지납니다.
<투씨>에서의 시드니 폴락과 마이클 호프만 입니다. 저 시절에도 폴락 감독은 나이를 꽤나 먹었었군요. 호프만 옹은 참 예쁘네요, 흑백이라.
<아웃 오브 아프리카> 입니다. 우리나라에도 팬이 꽤나 될 거에요.
<야망의 함정> 입니다. 저 시절에야 참으로 촌스러운 번역 제목이 횡횡할 때였죠.
<인터프리터> 촬영현장의 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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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훈 : 이화시네마떼끄 소개를 부탁한다.
송혜민(이화여대 독어독문학과 06학번, 現 이화시네마떼끄 관장) : ‘이화시네마떼끄’(이하 ‘시떼’)는 현재까지는 이화여대 내 유일한 상영관이다. 현재까지는 유일한 상영관이지만, 5월 달에 학내에 씨네큐브가 개관을 한다더라. 씨네큐브가 개관을 하더라도 시떼는 자치단체라는 의미가 커서 둘 사이에는 개념자체가 다른 게 있다. 시떼는 학생들끼리 직접 세미나를 해서 영화를 선정하고 그 영화들을 학우들과 공유한다. 목적 자체가 다르다고 본다. 동아리와도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이도훈 : 자치단위라고 했는데, 정확히 동아리 연합은 아닌 것 같고.
송혜민 : 학생회소속기구이다. 동아리 연합회는 그야말로 진짜 동인들의 모임이라는 느낌이라면, 시떼는 자치단위끼리의 회의를 하기도 하고, 자치단위 규약 같은 것들이 비교적 명확한 편이다. 또 자치단위 내 구성원들 간에 소속감이나 의무감도 강조되는 편이다.
이도훈 : 시떼는 운영비가 지원되는가.
송혜민 : 학생회에서 지원을 받는다.
박유미(이화여대 광고홍보학과 06학번 現 이화시네마떼끄 부관장) : 정확히는 자치단위라고 할 수 있다.
이도훈 : 두 분 모두 활동하신지 3년차인데. 각자 시떼에 가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너무 옛날이야기인가.(웃음)
송혜민 :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하하) 물론, 처음에는 영화가 좋아서 가입했다.
박유미 : 대부분의 시떼 사람들이 가입할 때는 영화가 좋아서 들어왔다. 나름대로 가입할 때 심사를 거쳐서 선정된 사람들이다.(웃음) 선정하는 절차가 따로 있다.
이도훈 : 가입할 때 면접도 보는가?
송혜민 : 나름 엄격하다.
이도훈 : 그렇다면 지원해도 면접에서 탈락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인데, 이번학기에 몇 명 정도 지원했는지 궁금하다.
송혜민 : 한 학번 당 5명 내외로 신입회원을 받는다. 보통 한 학번 당 2배수 이상은 제출서가 들어온다. 현재 활동 중인 사람은 06학번이 4명, 07학번이 4명 정도 남아있다.
이도훈 : 올해 신입생은 몇 명 정도 되는가.
송혜민 : 처음에는 6명 정도를 신입회원으로 받았다. 물론 지원서를 낸 사람은 더 많았다. 최종으로 선발된 사람은 5명이었다. 그 후에 두 명이 자기 발로 시떼를 나갔다.
이도훈 : 동아리 같은 경우에는 들어오고 나가는 과정이 자유롭다. 하지만 이곳은 자치단위의 특성상 조금 엄격할 것 같다.
송혜민 : 시떼에서는 매주 영화상영회를 한다. 영화상영회를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일도 있고, 상영당번도 정해져 있어야 한다.
그 외에도 시떼를 운영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할 일이 많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다보면 상영이 중단되는 불상사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더 큰 문제는 예산이다. 시떼가 예산을 받아서 운영되는 곳이다 보니, 자체적인 편의에 따라서 활동할 수 없는 제약이 있다. 일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유대감이 중요하다. 그래서 신입들을 뽑을 때 꾸준히 할 수 있는지, 개개인의 사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떼의 일을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지를 물어본다. 올해 08학번을 뽑으면서 당혹스러웠던 적이 있다. 신입생 환영회를 마치고, 새로 들어온 08학번이 우리의 구성원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을 즈음에 일이 터졌다. 한 친구가 시떼의 활동이 자기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탈퇴를 했다. 그 친구가 탈퇴를 하니, 그와 친한 친구 한 명도 함께 탈퇴를 한 거다. 자기에게는 과 동아리 활동이 더 맞는 것 같다고 하더라. 시떼 활동을 하면 과에서 소외당할 것 같다고 하던데, 조금 이해가 안가더라.
박유미 : 시떼가 매일 상영을 해야 하는 곳이어서, 3학년 1학기까지는 의무적으로 활동을 하게 되어있다. 탈퇴했던 친구는 한 번도 나오지 않고서 시떼가 자기가 생각한 곳과는 다르다고 판단을 하더라.
송혜민 : 면접당시에는 책임감 있게 활동할 수 있냐고 물어보면,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막상 일을 할 때가 되니 생각이 달라졌나보다. 요즘 학생들 워낙 바쁘다보니..(웃음)
박유미 : 학원도 다니셔야 되고, 1학년일수록 더 바쁘더라.
이도훈 : 시떼 자료실에는 굉장히 많은 양의 아카이브를 구축되어 있더라. 저 많은 자료들이 다 선배들이 발품 팔아서 구하고, 여기저기서 복사해서 온 것이라고 들었다. 선배들이 문화학교서울에도 출입하면서 어렵게 구한 자료들이라고 하던데. 선배들에게 과거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나. 예를 들어서 “너네, 우리가 이 자료들을 어떻게 구했냐하면..” 라는 식으로 말이다.
박유미 : 딱 그거다!
송혜민 : 굉장히 아련한 이야기들.(웃음) 처음에는 열악한 상영조건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빈 강의실에서 불법으로 구한 자료들을 상영했다고 한다. 물론 지금도 부분적으로는 그렇게 하고 있다.(웃음) 여러 거처를 통해서 구한 영화들을 틀다가, 학교에서 자치단위로 인정받으면서 예산도 받게 되었고, 사정이 나아졌다고 들었다. 그리고 예전 선배님들이 가끔 시떼에 오면 안타까운 목소리로 하는 소리가, 관객 수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는 거다. 물론 운영위원회의 수도 줄었지만, 관객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선배들이 학교에서 지원을 받기 전에는 상영료를 받으면서 상영회를 했다. 상영료를 받았는데도 관객이 200-300명 왔다고 하더라. 지금으로서는 믿을 수 없는 수치다.
박유미 : 지금은 30명이 왔다고 해도, 정말? 하면서 반신반의 할 텐데. 조금 의아한건, 한국에서 영화에 대한 관심은 계속해서 진화하는 것 같은데 시떼는 사정이 정 반대라는 거다. 왜 시떼의 관객들만 쑥쑥 빠져 나가는지 모르겠다. 역시 돈을 받아야 하고,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하는 거다.(웃음)
송혜민 : 그래, ‘장사’를 해야 하는 것 같다.
박유미 : 어! 공짜로 상영을 하니까, 소중한 걸 모르는 것 같다.(웃음)
이도훈 : 지금도 아카이브를 유용하게 쓰는지.
박유미 : 물론이다! 아주 소중한 자료들이다.
송혜민 : 일단 기획회의를 하면 상영목록을 정할 때 중요한 자료로 쓰인다. 세미나를 진행할 때 필요한 영화들이 아카이브에 있으면 아주 환영한다.
이도훈 : 자료들이 오래된 것도 있을 텐데, 상태가 어떤지.
박유미 : 양호하지 않은 것도 많다. 세계 영화사 세미나를 매 학기 진행하고 있는데, 세미나 때 영화를 함께 봐야 되고, 특별히 좋아하는 영화가 있으면 개별적으로 보기도 한다. 그리고 상영 때도 아카이브에 있는 자료를 사용한다. 이렇게 한 영화를 여러 번 돌려보게 되면서 화질이 조악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물론 화질상태가 떨어진 자료는 다시 구입한다. 상영회 목적에 맞추어서 DVD를 따로 구입하기도 한다.
송혜민 : 천차만별이다. 아카이브 중에는 선배들이 EBS에서 방영된 영화를 녹화한 것도 있다. 반면 화질이 아주 좋은 것도 있다. <동경 이야기>도 화질이 좋은 편에 속한다.
박유미 : 허우샤오시엔의 <샌드위치 맨>도 상태가 고른 편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보지 않거든.
송혜민 : 맞아! 어떻게든 안 보려고 하니까(웃음)
이도훈 : 아카이브가 굉장히 유용하고 소중한 자료인데. 신입생들이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인식하는지 궁금하다.
박유미 : 확실히, 학번이 내려갈수록 아카이브를 대하는 첫 인상이 다르다. 자료실을 처음 봤을 때 07학번이 악! 소리를 지르던 거에 비하면 08학번은 덜 한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만 해도 입을 뜨악하면서, 이걸 다 보고 말겠다. 난 밤마다 이걸 보고 말겠다는 소리를 했다.(웃음) 시떼가 소장하고 있는 자료들에 대해서 신입생들은 우리학번보다 덜 신기해하는 것 같다. 스스로 자료들을 뒤적여보면서 어! 이러는 게 아니라.
송혜민 : 물론 두어 달 지나면 사라지는 욕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카이브를 보고, 영화에 대해서 격앙된 감정을 보이는 모습이 요즘 신입생들에게는 선배들에 비해서 덜 한 것 같다. 아카이브뿐만 아니라 폐간된 잡지들이 창간호부터 있는데도, 그런 자료를 보고서도 별다른 감흥이 없나보다. 거의 가구 같은 느낌이랄까. 그냥 자료가 놓여 있는 상태다. 사실 아카이브나 잡지, 책들이 쌓여서 시떼의 전통을 만들어가고, 그러는 가운데 정서적으로도 쌓이는 게 있을 텐데.
박유미 : 정서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세대 간의 차이일 수도 있다. 우리 학번 같은 경우는 <키노>가 발간되고 폐간될 때 시떼에 있었다. 지금 들어오는 신입생들 중에는 <키노>를 직접 접하지 못한 아이들도 많은 거다. 외부문화의 단절이 학번간의 차이로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도훈 : 시떼에 있는 잡지나 선배들이 기증한 책들이 모두 세미나 자료로 활용되는가?
송혜민 : 세계 영화사 세미나는 절대적으로 유용하게 활용한다.
이도훈 : 세미나 이야기를 해보자. 싸이월드에 있는 이화시네마떼끄 클럽에서 시떼 소개글을 읽어보니 한 해 12번의 세미나가 진행된다고 하더라.
송혜민 : 세미나는 한 학기당 6개정도를 진행한다. 시떼에 들어온 사람은 3학년 1학기까지 활동해야 한다. 그래서 활동기간이 끝날 때 까지 총 2번의 세계 영화사 세미나를 하게 된다. 한 번은 자기 바로 위 학번이랑 하고, 두 번째는 바로 아래 후배들과 세미나를 한다.
박유미 : 두 번은 배우고, 두 번은 가르치는 격이다.
송혜민 : 세계 영화사 세미나 외에도 학기별로 주제를 정해서 상영회를 하거나, 감독전 같은 기획 상영회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렇게 네 개 정도의 세미나가 학기별로 진행된다.
이도훈 : 세미나가 상영으로 직결되는가.
박유미 : 그렇다. 2학기 예로 들자면, 여름방학 전에 기획회의를 한다. 회의에서 세미나 주제들을 선정하고, 세미나 팀을 나눈다. 그리고 2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세미나를 해서 상영할 영화 목록을 추려낸다.
이도훈 : 설마 12개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세미나에 모든 사람이 다 참여하는 건가? 그러면 너무 벅차지 않나.
송혜민 : 아니다. 세계 영화사는 모두가 참여하지만, 그 외 기획 상영회를 위한 세미나는 한 사람당 두 개씩 참여한다. 자기가 참여하지 않는 세미나인데, 영화 목록이 마음에 들 경우에는 그냥 관객의 입장으로 영화를 함께 보기도 한다.
박유미 : 서로 남의 세미나를 탐내기도 하고, 자기 세미나를 싫어할 때도 있다.(웃음)
이도훈 : 세미나 참여주제는 자발적인 것 아닌가. 근데 왜 남의 세미나를 탐내는 건지.(갸우뚱)
송혜민 : 아니...(웃음) 자기가 참여했던 세미나라고 해서, 꼭 처음에 생각했던 방향대로 흘러가는 건 아니다. 어디로 나갈지 모르는 거다. 영화목록이랑 세미나 타이틀만 보면 재미있겠다 싶었던 것도, 개관을 쓰고 리플렛을 쓰려고 하면 암울해지기 시작한다.
박유미 : 대략 98%는 처음 방향과 어긋난다. 세미나 제목만 들어서는 재미있어 보이기 짝이 없는 ‘사랑속의 권력구조’ 같은 거.(웃음) 제목만 보고 쌈박하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결과는 다를 수 있다. 세미나라는 게 결론이 나오고 답을 찾아야 하는데, 종종 길을 잃기도 하고 미로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싸우고.
이도훈 : 다른 팀이 잘 되면 배가 아플 때도 있나?
송혜민 : 아니, 다른 팀이라고 해서 썩 잘된 경우를 본 적이 없다.(웃음)
박유미 : 사실은 다 거기서 거기다. 그래서 서로 앓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그냥 같이 술이나 마시고 말지.
이도훈 : 올해 1학기에 계획했던 세미나는 모두 끝났겠다.
송혜민 : 1학기 상영은 다음 주로 끝이 나고, 세미나는 한참 전에 끝났다. 이제 방학시작하자마자 기획회의를 해서 2학기 세미나의 계획을 잡아야 한다.
이도훈 : 방학 때 모든 세미나를 다 끝마치는가?
송혜민 : 팀 별로 구성원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 지방에 사는 학생들이나 개인사정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학 때 열심히 한 팀은 학기초반이면 세미나가 완료된다. 그러면 먼저 끝난 세니마를 중심으로 상영을 한다.
이도훈 :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세미나가 있다면?
송혜민 : 나에게는 모든 세미나가 애증의 대상이었다. 1학년 때는 세미나라는 문화 자체에 충격을 받았다. 그 때는 선배들이 좋은 말을 해주면 듣는 식이었지. 1학년 때 한 세미나 중에 기억에 남는 건 ‘메타 영화’ 세미나였다. 세미나가 주제별로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
감독전 같은 걸 하는 경우는 결론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감독전을 준비할 경우에는 공부하는 느낌으로 영화를 보고 세미나를 하지만, 메타 영화라는 주제로 세니마를 할 때는 그 전에 했던 세미나와는 조금 달랐다. 특히 다른 세미나에 비해서 다양한 영화 이론을 공부해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2학년이 되어서는 06학번들끼리만 세미나를 해야 됐다. 학번 세미나라는 게 있는데, 해마다 2학년이 되는 학번들로만 진행되는 세미나를 말한다. 1학년 때까지는 선배들이랑 세미나를 하지만, 2학년 때는 선배들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세미나를 해보는 거다.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1학년 때는 선배들이랑 세미나를 하기 때문에 내가 잘 몰라도 결국 답은 나오더라. 그 때는 영화 이론에 대해서 잘 몰라도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입장이었다. 학번 세미나를 하면서 그 때서야 처음으로 스스로 세미나 개관을 쓰고 영화제 리플렛을 만든다. 동기들끼리 모든 걸 해서 그런지 몰라도, 학번 세미나가 기억에 남는다.
박유미 : 모든 세미나에 애절한 추억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학번 세미나는 제일 처음으로 모든 걸 다 떠맡아서 하는 거라서 의미가 다르다. 선배들이 끄는 방향으로 갔었다면 학번 세미나 때는 앞에서 끄는 사람이나 줄이 없었다. 동기들이 병렬로 나란히 걸어가는 것 같았다. 학번 세미나가 진짜 힘들었던 게, 책임감이 생기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도훈 : 그 때 어떤 세미나를 했나
박유미 : ‘그리고 여자’라는 제목의 세미나였다.
송혜민 : 인간의 성을 떠나서,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를 ‘여성적’으로 어떻게 푸는가를 함께 고민해보았다. ‘여성적’이라는 말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그 오해를 해명하는 세미나였다고 할까?
이도훈 : 세미나 결정된 상영목록에 어떤 영화들이 있었나.
송혜민 : <고양이를 부탁해>, 장만옥이 출연한 <클린>, 그리고 <파니 핑크>, <디아워즈> 같은 영화를 틀었다.
이도훈 : 유미 씨는 어떤 세미나가 기억에 남는지
박유미 : 제일 힘들었을 때는 혜민이와 나, 그리고 후배 한 명이서 ‘사랑속의 권력 구조’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할 때다. 그 세미나가 참, 영화 목록도 안 나오고 되게 좌절을 많이 했던 세미나다. 모든 세미나가 어렵긴 매 한가지지만. 사실, 지금까지 해왔던 세미나 중에 답이 나오지 않았던 적은 딱히 없었다. 그런데 이 세미나는 답이 보이지 않는 거다. 영화도 많이 보면서 갖은 애를 썼다. 마지막에 정리를 할 때는 다섯 시간 동안 회의를 해도 정리가 안 되더라.
송혜민 : 목록도 맘에 들지 않는다.
이도훈 : ‘사랑 속의 권력 구조’라는 세미나는 자치문화제때 했던 거라고 알고 있다. 다른 상영회는 기획 상영회라고 분류되던데 자치문화제는 어떤 것인가
송혜민 : 이화여대 내 다섯 개의 자치단위가 모여서 같은 주제로 문화제를 연다. 자치단위에는 이화시네마떼끄, 생활도서관, 여성위원회, ‘틀린 그림 찾기’라고 하는 인권단체,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라는 레즈비언 인권단체가 있다. 평소 자치단위들이 개별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단위별로 폐쇄성이 짙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걸 해소할 방법을 찾던 중에 나온 기획이 자치 문화제다.
이도훈 : 연대가 목적인가? 작년 자치문화제때 시떼는 켄 로치 감독전을 한 걸로 기억한다.
박유미 : 작년 같은 경우에는 주제가 ‘노동’이었는데, 켄 로치 감독전을 기획하기 전에 자치문화제가 생긴 건 아니었다. 우리가 기획회의를 하고 켄 로치를 준비했었는데, 자치문화제가 생기고 주제가 ‘노동’으로 결정되더라. 묻어간다는 생각으로, 그렇다면 켄 로치! 했던거지.
이도훈 : 그럼, 올해 자치문화제는 주제가 권력이었나?
송혜민 : 엄청 모호하고 뜬금없게 들리겠지만 ‘연애’였다. 우리도 엄청 당혹스러웠다. 연석회의에서 ‘연애’라는 주제가 결정되고, 시떼는 주제에 맞추어서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도훈 : 나는 자치문화제가 정치적인 발언을 위한 기획인 줄 알았다.(웃음)
송혜민 : 물론 그럴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정치적인 발언이라는 건, 각자 단위에서 판단할 일이다. 자치문화제의 성격자체가 연대의 목적이 더 강하다고 봐야한다.
박유미 : 사실, 연애자체도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다. 자치문화제 안에서도 사회적이면서 이야기할 가치가 있는 이슈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생각은 있다.
이도훈 : 자치문화제로 다 같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보자는 건가.
박유미 : 하나의 목소리는 아니고, 하나의 주제로 각자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에 가깝다. 나는 지금 상태처럼 한 가지 주제를 공유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자치단위별로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시선도 다르다고 본다.
송혜민 : 하나의 목소리를 모으자는 느낌이다. 이 문화제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정체성 확립이 미흡한 상태다. 그리고 자치단위의 성격상 이미 사회적인 이슈를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훈 씨는 연애라는 주제가 사회적인 이야기랑 조금 분리된다고 보는 듯한데, 연애라는 주제를 장애인 인권단체에서 다룰 경우 장애인의 사랑과 인권이라는 이야기로 접근할 수 있다. 레즈비언 인권단체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섣부르게 판단해서 연애라는 소재만으로 사회적이냐 아니냐를 따질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도훈 : ‘사랑 속의 권력’이라는 주제는 섹시하다. 연애라는 소재 때문에 대중적인 공감도 얻었을 것 같고. 그래도 준비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는지.
송혜민 : 섹시하다니, 조금 독특하군.(웃음) 보통 시떼에서 하는 세미나는 소재만 던지고 시작하지 않는다. 최초 기획자가 어느 정도의 아웃라인을 그려오고, 그걸 들어보고 주제를 결정해서 세미나가 진행된다. 자치문화제에서 연애라는 주제가 나왔고, 시떼에서는 그 막연한 주제를 가지고 새로운 주제를 뽑아내야했다. 일종의 이중 작업을 한 거다.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렸다. 특별히 우리가 연애 속에서 권력이라 소주제를 뽑아낸 이유는, 오늘날 연애라는 걸 떠올렸을 때 섹시한 이미지로만 굳어지는데 영화가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애 속의 권력구조가 작동하는 것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영화들을 보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할 말 있을 줄 알았는데, 할 말이 없었다는 거.
박유미 : 진짜 할 말 없었다는 거. 열심히 했지만 결국 마지막에 영화 상영작을 결정할 때는 거수였다. 하지만 연애 안에서 권력 구조를 이야기해 보는 것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연애라는 게 결국 개인사고, 개인별로 연애에 대해서 느끼는 것도 다르지 않나. 하나의 답을 내기가 매우 어려웠다. 어떤 영화를 볼 때는 ‘왜 이런 연애 이야기를 굳이 영화로 표현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글로써도 될 이야기들을 영화로 볼 때는 영화자체의 특성을 발견하는 게 더 힘들었다. 텍스트를 읽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큰 소득은 없더라.
이도훈 : 보통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몇 편의 영화를 보는가?
송혜민 : 보통 15편 정도고, 많으면 20편정도.
이도훈 : 그 중에서 상영작을 추리는 건가
박유미 : 8-9편 정도를 상영한다.
송혜민 : 영화를 선정하는 방식도 팀별로 다르다. 세미나 주제에 맞추어서 영화를 고르는 팀이 있다면, 좀 더 자유롭게 개인적인 취향과 기호에 따라서 틀고 싶은 영화들을 선정할 때도 있다.
이도훈 : 팀원들끼리 의견충돌이 일어나면, 결국은 다수결로 하지 않나.
송혜민 : 그럴 때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웃음)
박유미 : 이기고 볼 일이다. 그럴 때는 고학번의 목소리가 크다.
이도훈 : 다른 세미나 이야기를 좀 해보자. 올해 했던 세계영화사 상영회를 보면 각 사조별로 대표작을 한 편씩 상영하더라. 누벨바그에서 <쥴 앤 짐>, 프랑스 시적리얼리즘으로 <위대한 환상>, 이탈리아 모더니즘으로 <블로우 업>, 대만 뉴웨이브로 <비정성시>를 포함하여 8편을 상영했던데, 그 목록들을 보면서 한 우물만 팠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예를 들어 누벨바그 영화들만 상영하거나, 뉴 저먼 시네마 영화들만 상영하는 방식으로.
송혜민 : 우리가 들어왔을 때 세계영화사 세미나가 세계 영화사를 개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물론 도훈 씨가 말한 방법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기획 상영회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세계영화사 세미나는 개괄적으로 영화사에 접근한다. 보통 상영회를 할 대 배제되는 영화들이 발생한다. 사실, 우리가 모르는 영화들이 너무 많지 않나. 이점을 고려해본다면 개괄적으로 접근해 들어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우리중에 누군가가 누벨바그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기획 상영회로 제안한다면 하나의 세미나 주제가 되고 상영할 수 있을 거다.
이도훈 : 세미나를 하면 스터디를 하고, 그러면 그 결과물을 공개할 생각은 없나. 예를 들어서 공개 세미나를 여는 것은 어떨까?
송혜민 : 그런데, 관객조차 많이 오지 않는 상황에서 일을 더 크게 벌일 필요가 있을까.
박유미 : 만약 관객의 요청이 들어온다면 하겠지만.
송혜민 : 굳이 요청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시떼에 관객들이 많이 오고, 시떼라는 공간자체가 관객에게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면 새로운 방법이나 시떼의 활성화를 모색해 볼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시떼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
이도훈 : 민감한 질문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평소 관객은 어느 정도로 오는가.
박유미 : 한 주 평균 30~40명. 하루에 두 번 상영을 해서 일주일에 총 8번의 상영이 있다.
이도훈 : 관객 수가 적을 때는 기분이 착잡하겠다.
송혜민 : 지금은 어느 정도 초월한 것 같다.
박유미 : 나는 중립적인가?
이도훈 : 상영회를 하면서 희열을 느낄 때가 있는지 궁금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한 명의 관객 때문에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2004년 한양대 영화 동아리 회장을 할 때, 페드로 알모도바르와 프랑수와 오종 특별전을 동시에 했다. 두 개 강의실을 잡아서 매일 상영회를 했는데, 한 관객이 매일같이 와서는 알모도바르의 영화를 보는 거다. 그 분 때문에 상영회의 맛을 알았다.
송혜민 : 그 말에 공감을 하지만 나는 도리어 안타깝다. 상영회를 자주 찾아주는 관객에게는 고맙다. 하지만 그처럼 한 두 명의 관객을 위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여건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오는 사람만 오는 상황에서 상영회의 활성화가 이루어지는 게 가능한 일인가. 왜 이렇게 올 사람만 오는 걸까.
박유미 : 사실 시떼가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 않은 탓도 있다.
송혜민 :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 않아도 이미 시떼의 상영 목록은 지극히 대중적이다. 어쩔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인가.
이도훈 : 상영목록이 약간 대중적이라는 말을 했는데.
박유미 : 작년 11월경에 <원스>를 틀었을 때 대박이 났었다. 음악 하는 친구들 불러서 ‘음악과 함께 하는 밤’이라는 타이틀로 <원스>를 같이 상영했다. 관객은 60명 정도 왔다. 물론 우리가 시떼의 활성화를 위해서 일부러 대중적인 영화를 고른 것은 아니었다.
송혜민 : 우리 머릿속에 있는 영화목록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웃음) 세미나를 준비할 때 고민을 특히 많이 한다. 고전영화나 예술영화를 상영해야한다면 내가 보지 못했던 영화를 발견해서 관객에게 소개할 것인지, 관객들도 익히 알고 있는 대중적인 영화를 상영할 것인지가 늘 고민이다. 상영회에 찾아오지 않는 관객을 탓할 수는 없다. 시떼 내부에서도 늘 고민을 한다. 나는 영화라는 게 유희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뭐 대단한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다가, 나는 관객에게 영화를 보여주는 사람인 동시에 대중적인 영화를 즐기는 관객이다. 내 스스로 어떤 영화가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판단할 능력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관객에게 대뜸, “왜 영화 안 보세요?”라고 묻고 성토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것 같다. 지금은 영화를 보여주는 사람으로서 스스로 반성이 필요한 것 같다. 시떼를 하면서 내가 영화를 보는 이유에 대해서 많이 고민한다. 상영회를 하고, 세미나를 하면서 내가 무엇을 얻고 잃는가, 내 자신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들은 지금 내게 너무 벅차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스스로 뭔가 정립되지 않은 사춘기적인 상태인 것 같다.
박유미 : 영화는 혼자 껴안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품을 만들면 세상에 내놓게 되는 거고, 세상에 나온 영화는 관객과 커뮤니케이션을 하자는 거다. 그래서 나는 예술영화든 상업영화든 대중적이든 아니든 관객과의 소통을 원하는 것은 매한가지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다른 누군가와 소통을 하고 싶기 마련이다. 소통이 잘되고 안되고, 매끄럽고 거칠지의 여부는 차후의 문제다. 관객이 영화를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라고 본다. 그래서 세미나에서도 영화를 선정할 때 개개인의 주관이 개입하게 된다. 사실 별거 있나 그냥 고민할 것 없이 좋은 영화 트는 거다.
이도훈 : 시떼가 영화와 관개사이의 매개자로서 기능했으면 한다. 여기서 잠깐,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영화들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다. 특별히 고전 영화중에서 좋아하는 작품이나 사조, 감독이 있는가.
송혜민 : 나는 뉴 저먼 시네마?
박유미 : 나같은 경우는 대만 뉴웨이브라고 말해야겠다. 내가 리플렛을 썼으니까. (웃음) 사실 이렇게 말하면 교양 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대만 뉴웨이브 영화가 느리고, 따분하지 않나. 그 영화들을 보고 있으면 딱히 재미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말초신경을 자극할 정도로 재미있는 영화들이 아니다. 그래도 지겹게 봤음에도, 어? 잘하네, 이거! 하는 게 있더라. 그럴 때 영화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더라.
송혜민 : 세계 영화사나 감독전을 준비하면 늘 느끼는 것이 있다. 영화들이 재미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음에도 그 영화들을 보면 거장다운 면모를 느낄 수가 있다. 포스가 작렬하는 거지.
이도훈 : 구체적으로 어떤 영화들을 좋아하나
송혜민: 나도 내가 리플렛을 쓴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를 말해야겠다. 그리고 트뤼포의 영화는 전부 재미있는 것 같다. 특히 <아메리카의 밤>을 좋아한다. 단어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고전적인 낭만이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 예를 들어서 트뤼포나 에릭 로메르의 영화, 그리고 빌리 와일더의 영화들 말이다.
박유미 : 트뤼포는 약간 산만하지만, 그래도 매력적이다. 나는 고전은 아닌데 짐 자무쉬의 영화를 좋아한다. 깔깔깔 웃기진 않지만, 그의 영화에는 사람을 묘하게 즐겁게 만드는 위트들이 있어서 좋다. 대만 뉴웨이브에서는 허우샤오시엔의 <비정성시>를 좋아한다. 감독의 확고한 자기세계를 볼 수 있는 것 같다. 이건 취향의 문제인데, 나는 한국영화들 중 역사를 이야기하는 영화들을 조금 꺼린다. 최근에 나온 영화중에 <화려한 휴가>가 같은 영화들. <화려한 휴가>와 비슷한 부류의 영화들은 역사를 강요한다. 그런 비강제적인 강요가 있는 영화들이 싫다. 관객으로 하여금 죄책감을 느끼게 만들고, 관객에게 역사적 사명감이 부족하지 않은지 채근하는 것 태도가 있다. 그런 영화들을 보고 나면 반성하라는 메시지를 받는 것 같다. 반대로 대만 뉴웨이브 영화들은 역사를 보여줄 뿐이지 평가를 내리고, 잣대를 들이밀지 않는다. 제 삼자의 입장에서 담담하게 지켜보는데, 그런 태도를 볼 때마다 이들은 진짜 역사가라는 생각이 들더라.
송혜민 :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에는 독립영화가 심하게 가벼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판타스틱 자살 대소동>처럼.
이도훈 : 현대 영화들은 어떤 걸 좋아하나. 최근 영화 블로거들의 글을 읽다가 든 생각인데, 주로 여성들이 미셸 공드리의 <수면의 과학>같은 말랑말랑한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더라.
송혜민 : <수면의 과학>이나 <원스>같은 영화들이 한 때 붐을 이루었던 것 같다.
박유미 : 미셸 공드리의 작품이 사회현상과 잘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수면의 과학>은 ‘나 홀로 족’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쿨 한척 할 수 있는 영화다. 또, 세상일이나 개인의 문제를 너무 가볍지도 않고, 너무 무겁지도 않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영화다. <수면의 과학>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실례지만, 영화가 사회적인 현상과 잘 맞아떨어져서 붐이 일었던 것 같다.
이도훈 : 최근 관심가지고 있는 영화가 있다면?
송혜민 : 먼저 듣고 싶다.
이도훈 : 최근에는 헐리우드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 <아이언 맨>이나 <스피드 레이서>는 오락적으로 새로운 경험이었던 것 같다. 약간의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는 영화라면, 한국독립영화가 있다.
송혜민 : 독립영화 중에서는 어떤 감독을 좋아하나.
이도훈 : 질문의 방향이 바뀐 거 아닌가?(웃음) 윤성호, 양해훈 감독을 좋아한다. 두 사람은 계급을 말하는 대신, 세대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전주국제 영화제 폐막작 <시선 1318>을 보면서 느낀 게 있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언어를 구사하려고 하는 순간 영화가 망한다는 거. 방은진과 이현승의 영화는 최악이었던 것 같다. 방은진은 ‘뽀뽀뽀’나 ‘하나 둘 셋’ 같은 어린이프로에 적합한 수준의 영화, 이현승은 그냥 영화가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영상이라고 생각한다. 두 어른이 자신의 시선으로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 거라고 착각을 한 것 같다. 두 영화가 정말 10대들의 생각을 고려했는지 의문스럽다. 반면 윤성호 감독의 <청소년드라마의 이해와 실제>는 30명의 청소년을 인터뷰해서 대사를 썼다는 것부터가 맘에 들었다. 최근 독립영화의 성장영화라고 하는 틀의 고만고만한 영화들이 타자화 된 시선으로 10대 20대를 이해하려고 하다가 실패하는 경우를 너무 많다. <나의 노래는>의 안슬기 감독도 선생님의 시선으로 아이들을 지그시 바라보는데, 그 걱정하는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10대 나 20대 때는 자기가 주인공이고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10대나 20내는 자기 판단으로 자신들은 이미 다 컸다고 생각한다. 요즘 성장영화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을 어른들이 바라보는 ‘아이’로만 그리고 있어서 조금 아쉽다. 반면 <도다리>라는 영화는 26살의 고민을 풀어내고 그들이 쓰는 언어를 잘 살렸다는 점에서 좋은 영화였던 것 같다. 최근에는 노영석 감독이나 정병길 감독의 영화처럼 희극적인 요소가 있는 독립영화도 좋더라.
송혜민 : 물론 말씀하신 그런 요소들이 독립영화에 많다. 하지만 확장될 수 있을까? 아직까지도 독립영화가 너무 폐쇄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대를 말한다고 했는데, 관객이 감독이 세대를 말한다는 걸 간파하고, 독립영화가 그 세대를 말할 수 있는 걸 뛰어넘어 계속 지속될 수 있을지.
이도훈 : 대부분의 감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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