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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용준



일단 젤리클 고양이에 대해서 궁금해한다면 당신은 뮤지컬 <캣츠>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해도 상관없을 것 같군요. 물론 그건 T.S.엘리엇의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를 읽었기 때문이야! 라고 반박할 수 있는 사안일 수 있겠지만 이미 원작보다 유명해져 버린 뮤지컬을 먼저 염두에 둔다는 게 그리 나쁜 일은 아니겠죠?

 

사실 (인터미션 20분을 제한) 2시간 20분의 공연을 관람하고 나온다고 해도 저 물음표는 사라지지 않아요. 젤리클 고양이를 아냐고 객석을 향해 묻던 고양이들은 긴 시간 동안 젤리클 고양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젤리클 고양이가 어떤 고양이인지는 몰라도 고양이란 동물에 대한 호감 정도는 생길 거에요. 그리고 사실 젤리클 고양이가 뭘까, 라는 고민 따 따위 중요하지도 않죠. 공연을 보고 나서 굳이 저 물음표에 연연하지 않게 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어쩌면 젤리클 고양이에 대해서 되묻는 것이 결국 내 이름의 연유를 묻는 자문처럼 부질없는 까닭이기도 하죠. 젤리클 고양이는 말 그대로 젤리클 고양이일 뿐이거든요. 2시간 20분 동안 당신이 주목하는 무대 위의 고양이들이 바로 그들이고요.

 

젤리클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고양이의 모든 것을 몸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알다시피 그들은 사람이에요. <캣츠>의 묘미는 그 지점에 있는 것이고요. 고양이 분장을 하고, 꼬리를 달고, 고양이의 네발처럼 무릎과 팔로 바닥을 기어 다니고 심지어 고양이처럼 눈을 비비거나 고개를 갸웃하기도 하죠. 그 모습은 정말 고양이처럼 앙증맞거나 때론 도도하고 우아해서 놀라운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거에요. 그들은 철저하게 고양이처럼 행동합니다. <캣츠>의 가장 큰 묘미는 그 지점이라 할 수 있죠. 게다가 그들은 무대에서만 활동하지 않는단 말이죠! 공연이 시작할 때쯤, 무대 위로 슬금슬금 모여들던 고양이들에 집중하다 어느 순간 옆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고양이를 보고 깜짝 놀라게 될 거에요. 그들은 무대 뒤에서 등장하거나 심지어 무대 위에서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들을 쳐다보며 노래를 하기도 하죠. 심지어 당신이 운이 좋은 관객이라면 자신을 선택한 고양이와 객석을 거닐게 되는 영광(!)도 누릴 수 있을 거에요. 물론 본인에게 모든 관객의 시선이 모이는 것쯤은 감안해야죠. 하지만 그 눈길의 대부분이 분명 부러움의 시선으로 채워질 것을 염두에 둔다면 결코 나쁜 경험이라 할 수 없겠죠? 게다가 <캣츠>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넘버, ‘Memory’의 한 소절을 한국어로 부르는 팬서비스는 가히 감동적이기까지 하죠.

 

현대무용에 기초한 군무와 독무는 절제된 세련미와 함께 화려한 동선을 자랑하는 것이라 눈이 즐겁기도 하죠. <캣츠>는 연극적인 이야기 흐름보다는 화려한 안무와 흥겹고 때론 구슬픈 음악, 즉 가무로써 증명되는 뮤지컬의 묘미를 철저하게 증명하는 작품이니까요. 사실 중심인물의 교체와 함께 단막적인 형식으로 치고 빠지는 <캣츠>의 내러티브 구조는 관객에게 친절한 것이 아니에요.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고 그에 따라 집중하는 관객이라면 이 뮤지컬에 집중하기 힘들 가능성도 배제하긴 힘들죠. 하지만 <캣츠>는 결코 허술한 뮤지컬이 아니에요. 앞에서 말했지만 사실 <캣츠>의 이야기 구조가 에피소드 형식으로 나열되는 건 T.S.엘리엇의 시집에서 모티브를 얻었기 때문이란 사실과 무관하진 않거든요. 시집을 하나의 뮤지컬 형태로 완성함에 있어서 <캣츠>는 그 개별성의 방식을 이야기 구조로 승화시켰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동시에 그것이 무대 위를 가득 채운 스물아홉 마리 고양이들의 사연을 다채롭게 전달할 수 있는 온전한 방식이기도 하니까요.

 

무대 위를 누비는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고 개성이 넘쳐요. 당신이 평소에 고양이를 혐오하는 사람이라면 그 취향을 다시 한번 재고해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게다가 그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인간과 다를 바가 없어요. 그들은 각각 무대 앞에 서서 관객들을 향해 자신들의 사연을 노래하곤 하죠. 그들은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고, 저마다 제 성격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어요. 그 와중에 갈등과 충돌도 발생하지만 사랑과 우정을 나누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펼치는 대장정의 궁극적인 주제는 고양이를 존중해달라는 정중한 부탁이에요. 이렇게 매력적인 고양이가 존중 받을만하지 않나요? 라고 묻는 그들은 용감한 낭만고양이임에 틀림없어요. 냉정해 보이지만 사실은 온화하며, 사나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앙증맞은 그런 고양이라고요. 뮤지컬 <캣츠>는 당신에게 지혜로운 고양이를 만나기 위한 안내서임에 틀림없어요. 평소 고양이 울음소리가 재수없다, 라는 편견을 지닌 당신이라면 한번쯤 그들을 만나볼 필요가 있어요. 적어도 이 젤리클 고양이들은 당신에게 고양이가 얼마나 매력적인 동물인지 새삼스럽게 각인시켜주는 지혜로운 고양이임에 틀림없어요.

 

젤리클 고양이란 바로 그들이에요. 존중 받을만한 지혜로운 고양이들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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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등학생이 본 고양이들의 향연 : 캣츠

    Tracked from 오선지위의 딱정벌레  삭제

    지지난주 수요일(? 맞나)에 전화가 왔다. 스팸전화로 알았다. 다음이라고 말하더니 뮤지컬 캣츠를 보겠냐는 물었다. 다음에서 추천을 받았다고 하였다. 아마도 부서가 달라 그렇게 말한 것으로 생각된다. 일요일 7시였지만 일단 오케이를 하였다. 메일로 자세한 내용을 보내주기로 하였다. 이것이 캣츠를 보기위한 시작이다. 전화를 끊고 내가 무슨 파워블로거라고 이런 전화를 하였을까, 아마도 장난전화일까, 그런데 왜 요구가 없지, 뭐 이런 저런 생각을 하였다...

    2008/06/2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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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영화 <걸 스카우트> 제작보고회에서 김선아는 공백 기간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간에 여러 가지 이런저런 일이 많았었고 그래서 공백 기간이 있었는데 사실 일을 그만두려고 했었던 적이 있었어요…(중략)…심적으로 힘들었던 시기가, 마음을 다치면서까지 일을 해야 될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죠. 그건 저 뿐만이 아니라 많은 (연기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그런 것 같은데요."

8일 방영된 드라마 <온에어>의 오승아(김하늘 분)는 기자회견에서 이런 대사를 남겼다.

"제 추락이 재미있으셨나요? 절 끌어내리면서 즐거우셨어요? 덕분에 전 제 위치를 알았고 제 옆에 누가 있는지, 없는지도 알았습니다. 스타는 대중의 사랑을 먹고 큰다고 하죠. 요 며칠 여러분이 주신 사랑 그대로 가져가셨으니 전 오늘부터 신인입니다."

'삼순이' 김선아는 씩씩했다. 만 3년 만에 컴백하는 심경을 조심스레 털어놨다. <세븐데이즈>의 전신인 <목요일의 아이>에서 하차하며 영화사와의 송사에 휘말렸고 설상가상으로 나훈아 괴소문에 이름이 오르내렸던 터다.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사는 일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온에어> 속 '국민요정' 오승아는 "죽음까지도 생각한" 고통 속에서도 당당했다. 갑작스레 터진 비디오 파문에 맞서 기자들 앞에서 "뭐 하러 비디오를 봐, 직접 봐"라며 상의를 벗어던졌다. 악플러들에겐 "당신들은 내 얼굴을 아는데, 나는 당신들 얼굴 모른다는 게 가장 무서웠다"며 당당히 고소했다.

드라마는 역시 드라마다. 속이 다 시원하다. 디테일은 부풀려졌을지 모르지만 일정 정도 현실을 반영하려 노력했다. 온전히 '피해자'인 오승아와는 또 다르겠지만, 그간 루머에 시달렸던 여배우들의 속내는 어땠을까를 생각해 보면 꽤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종영을 2회 앞둔 <온에어>가 뇌관을 터트렸다. 시청률도 25.2%로 자체 최고를 기록했다.  

속 시원한 김은숙 작가의 카운터 펀치

"넌 뭐가 다르니? 비디오 봤다고 개념없이 댓글 다는 네티즌이나, 비디오 있단 소문에 훔쳐보기 심리로 우리 드라마 봐서 시청률 올려주는 시청자나, 여기저기 신나게 클릭질 해서 쫑알쫑알 읊어대는 너나. 뭐가 다르냐고?"

오승아와 관련된 소문들을 전하는 보조 작가를 서영은(송윤아 분) 작가가 꾸짖는 대사다. 비디오 파문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작가님의 성난 목소리를 통해 전달해 준 셈이다. 이건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연인>으로 시청률·명대사 제조기로 이름을 드높인 김은숙 작가 본인의 목소리이기도 할 것이다.


"배우는 사생활도 없습니까? 배우라서 전 국민 앞에 사생활 까발려져도 되는 거 아니잖아요. 오승아의 추락? 재미있죠? 국민요정은 어떤 남자랑 자나 궁금하겠죠. 그렇다고 한 여자의 인생을 자기들 오락거리로 만들면 안 되잖아요."

여배우 비디오. 드라마뿐 아니라 현실 속 연예계에서도 가장 큰 파괴력을 지닌 사안이리라. "이 바닥에서 사건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인상 깊은 대사를 남기면서 오승아와 매니저 장기준(이범수 분)에게 큰 생채기를 내며 일단락됐지만, 그만큼이나 신우철 PD와 김은숙 작가는 용감했다. 19회까지 '이렇게 솔직해도 될까'라는 의문을 심어줬던 <온에어>가 경박한 네티즌들과 미디어 환경에 카운터펀치를 날린 것이다.

하지만 연예계와 드라마 제작현장을 무대로 하는 이 트렌디드라마의 시청률은 잘나가는 진짜 트렌디드라마보다 덜 나온다.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 시청자보다 인터넷으로, IPTV로 드라마를 소비하는 추세라고 하더라도, 포털 뉴스면은 연예뉴스가 먹여 살려도 연예계 관련 드라마는 또 다른가 보다.

전통적인 드라마 소비층은 아직까지 드라마 제작과정보다는 전문직들이 본격적으로 연애하는 이야기에 더 반응한다는 방증일 것이다. 반면 한 쪽에서는 전문직드라마 답지 못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유일무이한 드라마에 대한 드라마

<온에어>는 과장을 조금 더하면 국내 유일의 메타드라마(meterdrama)다. 드라마에 대한 드라마 혹은 자기반영적인 전문직 드라마. 배우와 매니저, 작가와 PD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 이야기는 현실과 드라마 사이를 오가며 흥미로운 줄타기를 진행해 왔다.

19회까지의 사건, 사고만 놓고 보면 <온에어>는 마치 '한국에서 드라마 만들기의 A-Z'를 모두 보여주려는 야심을 감추지 않는다.

연말 시상식 나눠먹기로 시작하여 스타 작가와 방송사와의 알력 다툼, 조연출의 PD 입봉 과정, 톱스타 캐스팅 우여곡절, 국민요정과 시청률 제조기의 기 싸움, 이중계약 파문, 매니지먼트사 끼리의 힘겨루기, 외주제작사의 진행비 관행, 해외 로케이션의 절차, PPL(간접광고)의 진행 과정, 여배우끼리의 배역 다툼, 매니지먼트사와 방송사와의 대립, 시청률에 일희일비하는 방송가 풍경, 그리고 여배우 비디오 파문까지.

마치 한 회 한 회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의 서사구조마저 떠올리게 한다. 하나가 해결되면 또 하나의 사건이 연이어 터지는 식이다. <온에어>는 그 안에 시청자들이 짐작해봤을 에피소드들을 집어넣고, 또한 일반 시청자들이 모를 드라마 제작 과정의 고충과 애환을 녹여낸다. 시청률에 목을 매는 방송가 풍경이 전자라면, 해외로케이션과 같은 제작 환경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후자다.

작가의 입을 통해 PPL에 대해 볼멘소리를 해 보지만 정작 극 중에서 적지 않은 빈도수로 고기집과 감자탕 가게가 등장하는 아이러니. 얄미운 기자와 오승아의 인터뷰 장면이 등장하고 얼마 뒤, 김은숙 작가가 직접 송윤아의 의도가 왜곡된 인터뷰 기사를 해명할 때 오는 기시감.

또 재벌 2세, 신데렐라, 불치병, 출생의 비밀 등 한국 드라마의 흥행 요소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명대사를 버리고 '좋은 드라마'에 매진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힌 서영은=김은숙 작가의 자기 반영은 또 어떠한가.

가끔은 도가 지나쳐 "우리 이 정도로 힘들게 드라마 만들어요"라는 과시로 보이기까지 한지만, 그 만큼 <온에어>가 보여주는 드라마 제작 풍토와 연예계 이면에 대한 묘사는 야심 찬 구석이 있다. 사실 기사나 방송에서 다 듣는 얘기일지라도 작가료가 회당 2000이니 제작비가 30억이니 하는 돈 얘기도 서슴지 않는다. 드라마 사상 최초로 컷과 반응 컷을 나눠 찍는 제작 현장 그대로를 보여줄 정도다.



그러나 절반의 야심찬 성공

물론 왜 네 명의 애정전선을 끝까지 놓지 않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한 변명은 제대로 된 의학 드라마라 일컬어지는 <하얀거탑>으로 대신할 수 있겠다. 탄탄한 스토리와 강렬한 캐릭터가 돋보인 <하얀거탑>은 이미 일본 원작과 드라마가 존재했다. 역시 대박 시청률보다 마니아·명품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한국에 맞는 변형이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캐릭터에 대한 집중과 과장, 스피디한 전개, 수술 장면 등의 감정 과잉이 그 예다. 장준혁(김명민 분)과 최도영(이선균 분)의 대립구도가 약해진 대신 장준혁에게 집중하고, 노민국(차인표 분)에 대한 비중을 늘린 것, 일본인으로서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반성을 집어넣던 독일 장면을 빼버린 것, '수술 배틀'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감정을 고조시키는 음악과 편집이 반복되는 수술 장면 등 <하얀거탑>이 한국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예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반면 "내가 제일 잘 하는 장르가 트렌디드라마이고, 못 하는 것을 깊이있게 하겠다고 시도할 용기는 아직 없다"는 김은숙 작가의 최후의 보루는 바로 캐릭터와 멜로 코드에 있다. 까칠한 오승아, 인간미로 똘똘 뭉친 장기준, 귀여운 공주 서영은은 물론이요, 제작사 사장과 방송국 드라마 국장에게까지 인간미를 부여하는 세심함은 가장 큰 장점이다. 분화시켜 보자면 여자 캐릭터에 비해 인간미 넘치는 장기준과 의욕만 넘치는 이경민(박용하 분)은 진작부터 이상적인 존재들이었다.

초반과 달리 변모해 가는 캐릭터로 인해 '오버' 논란을 잠재운 송윤아나 한번쯤 예상했을 법한 오만한 여배우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낸 김하늘은 시작부터 남는 장사였다. 다만 타고난 연기력으로 살아남은 이범수와 비교해 '한류스타' 박용하가 언론이나 네티즌들의 관심을 덜 받고 있는 이유는 캐릭터가 가장 단선적이기 때문이리라.

오승아가 인간적인 자신의 첫 매니저 아저씨 장기준을 흠모해 왔다거나, '공주과' 서영은이 진정성을 무기라 자랑하는 이경민으로 인해 서서히 변해간다는 러브 라인 또한 김은숙 작가의 '연인' 시리즈는 물론 시청률 잘 가나는 드라마들과 비교하다면 극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다.

<온에어>의 한계는 메타드라마가 응당 지녀야 할 자기 비판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에 있다. "분칠한 것들을 믿지 말라"로 대변되는 연예계라고 누누히 강조하지만 사실 김은숙 작가는 누구보다 자기 식구들을 믿고 챙긴다. 국민요정 오승아는 CF스타에서 연기자로 거듭나려는 마음을 먹(을 것을 장기준이 염원하)고, 거만했던 서영은 작가는 제작진을 챙기고 진정성 있는 시나리오에 눈을 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업계의 속내를 비추면 비출수록 그들의 애환을 일방적으로 위로해주는 쪽으로 극이 흐른 점도 약점이다. 전형적인 악역이 존재하지 않는 건 반갑지만 기존 드라마들이나 방송사의 관행, 악플러들을 몇 마디 대사로 꾸짖는 것으로 진정성을 확인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방송 환경에 총체적으로 다가서려는 노력은 높이 사줄만 하지만 캐릭터들에 대한 다독임과 그들이 펼쳐가는 사건, 사고의 나열에 머무르는 건 못내 아쉽다.

캐릭터들 또한 분명 변모하고 성숙해 가고 있지만 그것이 어떤 깊이를 담보해 내느냐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그들의 일상에 비춰지는 소소한 감정이 사건, 사고의 퍼레이드에 가리거나 쪼개진 회상 장면으로 지연되거나 로맨스로 대체되는 것도 약점이다.

아무리 시청률에 일희일비하는 풍경을 비춰줘도, 거대 매니지먼트 사의 횡포를 조명해도, CF 스타의 연기력 논란과 외주 프로덕션 제작 환경의 척박함을 거론한다 해도 <온에어>는 본질적인 자기주장을 펼치지 않는다. 대사는 직설적인데 주제는 추상적이다. 좋은 드라마, 좋은 연기자에 대한 비전이 없다.

과격하게 말하자면 자기반영이기 보다 자기위로에 가깝다고 할까. 그것 또한 트렌디드라마에 강한 김은숙 작가의 능력이라면 또 능력일 테지만 말이다.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을 까발린 <온에어>의 가치

"어느새 봄이 다 가버렸네요. '서작가'는 좋겠습니다. 벚꽃 구경도 가고^^(에휴... 김작의 일상이란...^^). 모쪼록, 종연 되는 날까지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럼 이만 총총... 지금까지 '서작가'처럼 '깊이' 없음을 고민하는 김작이었습니다. 꾸벅."

지난 2일 김은숙 작가가 드라마 홈페이지에서 올린 게시물에서 본인과 극중 서작과의 비교를 빼놓지 않은 점이 흥미롭다. 드라마 사상 전무후무하게 진행자 김정은을 카메오로 등장시켜 자사 프로그램 <초콜릿>을 홍보하면서도 또한 극에 절묘하게 녹여내는 솜씨. 더불어 그녀의 실제 연인이자 감독과 작가의 전작 <연인>의 주인공인 이서진을 등장시키는, 현실의 방송세계와 드라마 사이의 간극을 넘나드는 능력과 맞닿아 있다고 할까.

19회의 말미, 서영은과 이경민은 첫키스를 나눴고, 오승아는 장기준에게 사업적인 결별을 통고했다. 어쨌든 <티켓 투 더 문> 또한 무사히 종영될 것이다. 그리고 분명 모든 인물들은 해피엔딩을 맞을 것이다.

하지만 서작가와 이경민 PD가 내내 고민했던 좋은 드라마에 대한 숙제를 <온에어>가 과연 온전히 풀었는가에 대한 물음은 의문으로 남는다.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을 까발린 첫 번째 소프트한 메타드라마'. 5개월간의 여정의 끝을 눈앞에 둔 <온에어>의 가치는 딱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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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언어가 사고를 규정한다는 명제는 진실일 경우가 대다수다. 이번 태안사태도 마찬가지다. 벌써 손쉽게 '태안사태'라고 쓰고 있는 것을 보라.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건 하다 못해 삼성중공업 예인선단 사건이라고 불러 마땅할 이 사건을 두고 우리는 태안 주민들에게 두고두고 못할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게 다 삼성 때문이다. 삼성이라면 지레 겁먹는 언론과 검찰 때문이다.

PD수첩이 태안의 안팎을 취재했다. 명확하다. 결론은 삼성중공업이다.

그날 사고 현장에서의 3대 의혹. 선장이 자리를 지켰느냐, 비상호출을 받았느냐, 항해일지는 조작되었는가. 여기에 대한 선원들의 대답은 삼성중공업 예인선의 과실로 기울어져 있었다. 중요한 것은 크레인의 주인이자 선주인 삼성중공업의 무한책임 유무. 선원들은 풍랑이 일던 12월 7일 새벽, 윗선의 지시가 없었다면 구태여 운항을 했을리 만무하지 않느냐며 반문한다.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이 선박소유자인 삼성의 말을 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더욱이 국내에 단 4대 뿐인 해상크레인의 빡빡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 풍랑정도는 무시할 수 있다는게 업계의 관측. 무시무시한 삼성은 이미 사고 직후 김앤장을 비롯한 국내 최고 법률사무소의 변호인단을 초빙한 상태고 아시다시피 일간지에 사과문 하나 실는 걸로 마무리짓으려다 태안 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러는 사이 태안주민들은 속속 분신하고 있으며 정부는 고작 350만원의 보상비를 어제 지원했을 뿐이다.

그러니까 PD수첩의 화살은 처음부터 삼성에 맞춰져 있었다. 취재를 위해 삼성중공업을 찾은 카메라를 향해 정문의 직원은 이렇게 말하더라. "MBC? MBC는 무조건 출입불가다." 그리고 이 방송을 본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삼성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으리라. 삼성은 태안주민들이 길길이 날 뛰는게 보이지 않는건가. 1조원에 달하는 피해액을 줄여보겠다고 초일류 기업 삼성은 지금도 동분서주하고 있으리라. 그리고 검경은 삼성에 눈치나 보고 있고, 보수언론은 자원봉사에 초점을 맞추고. 거대법률사무소의 변호사가 양심고백을 하는 <마이클 클레이튼>은 영화 속 주인공이지만 재벌기업의 구린내는 다른 나라 얘기가 아닌거다.

예전 프랑스 정부처럼 국세로 막아놓고 몇 년에 걸쳐 해당기업들에게 보상비를 웃도는 금액을 받아 내야하지 않느냐고? 검찰도 설설기는 이 나라가? 그리고 시계를 IMF 전으로 돌리려고 하는 2MB 정권이? PD수첩은 공공연한 진실을 담담하게 알리고 있지만 그걸 보고난 느낌은 분노와 두려움이다. 그리고 이 나라에서 사는 저 두 심정을 북돋우는 쌍두마차는 지금 모두 특검을 받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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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일류 삼성?

    Tracked from 제리의 거꾸로 보기  삭제

    오늘 삼성중공업이 태안의 유조선 기름 유출 사건과 관련해 삼성 중공업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의견서를 판사에게 제출했다고 합니다. 기상이 매우 불량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예인선을 운행했으며, 항해일지를 위조했으며, 2차례 경고도 무시하고, 핸드폰으로 경고를 했음에도 받지를 않았습니다. 국내에 5개 밖에 없다는 귀중한 장비인 크레인선을 조그만 예인선 회사에다가 모든 권한을 줬을까요? 삼성은 1월 22일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2008/01/30 22:16
하성태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의 의미를 되살린 삼성 비자금 사건


특검이 삼성가(家) '홍 여사'의 갤러리에서 그림 찾기에 혈안이다. 일각에서는 특검이 그림을 확보해 놓고도 공개시점과 수위를 놓고 고심 중이라고 하고, 또 누구는 삼성가의 갤러리가 경기도에 한두 개가 아니라고도 한다. 삼성과 특검이 힘겨루기와 숨바꼭질을 하는 동안 고가의 그림 30여점의 행방이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그런데 일찌감치 삼성가 미술품의 근저에 다가선 이들이 있었다. 비록 이 그림의 값어치가 얼마나 대단한지 몰라 고스란히 놔둔 채 덜미를 잡히긴 했지만. 도널드 주드의 1980년 산 <무제>를 털려 했던 '더 늙은 도둑'과 '덜 늙은 도둑'이 주인공인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 이야기다.


세상은 요지경이라고 했던가. 절차적 민주주의가 이뤄지고 이명박 대통령 시대를 목전에 둔 2008년. 날카로운 풍자극에서 배우들의 개인기가 돋보이는 코미디로 탈바꿈한 <늘근도둑 이야기>의 의미를 삼성과 '홍여사'가 되살릴 줄이야.



녹슬지 않은 풍자의 칼날과 코미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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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는 '대학로의 간장게장'으로 불러도 무방할 스테디셀러다. 맛깔 나는 풍자극으로 유명한 극단 '차이무'의 이상우가 극본과 연출을 맡고 강신일과 문성근이 출연한 <늙은도둑 이야기>이라는 제목으로 초연한 것이 1989년 4월.


 이후 김영삼 정권이던 1996년과 1997년,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막집권한 2003년까지 명계남, 박광정, 유오성, 정은표, 이대연, 박철민, 최덕문 등 연극판의 실력파 배우들이 거쳐 가며 매진사례를 일궈낸 바 있다.


특히 2003년 4월, 노무현 대통령이 명계남이 '더 늙은 도둑'으로 두 번째 출연했던 4번째 작품을 관람해 화제를 모았다. 절대 권력인 '그 분'을 가감 없이 풍자하는 이 작품을 보고 대통령이 파안대소 했다는 것이 그 요지였다.


 <화려한 휴가>의 김지훈 감독이 연출을 맡은 2008년의 <늘근도둑 이야기>.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극의 구조는 심심할 정도로 단순하다. 도둑질과 사기로 평생을 살아 온 두 노인이 한밤 중, 고가의 미술품이 즐비한 '그 분'의 집에 잠입했다 경비견에게 들켜 붙잡힌다는 내용. 주요 공간도 '그 분' 저택 거실과 취조실 단 두 곳이요, 주요 등장인물도 수사관까지 합이 셋이다. 그러나 이 단출한 연극의 힘은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언중유골'의 매력에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내가 대통령을 여덟 분 다 모신 도둑놈이야. 이승만 때는 미군부대 전문적으로 털어먹고, 박정희 때는 금고 전문가로 데뷔해 가지고 전국 수사기관에서 나 모르는 사람이 없었어. 최규하 때는 꿈에 떡 맛보듯 지나가서 내가 제대로 못 모셨어. 전두환 때는 비행기 타고 다니면서 전국의 부잣집 금고만 털어먹었지. 노태우 때, 김영삼 때, 김대중 때는 죽 안(감방)에 들어가 있었다고!" '더 늙은 도둑'의 걸쭉한 입담에서 쏟아져 나오는 대사들은 '절대 권력'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만으로 묘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이 정도는 약과다. 금고 털이의 수익을 몇 대 몇으로 나눌까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던 '덜 늙은 도둑'은 이제 그만 헤어지자며 이렇게 외친다. "YS랑 DJ도 헤어지고, 노무현, 정몽준도 헤어지고, 국현이랑 DY는 만나지도 않았어! 인제는 인제, 인제 안돼!" 또, 신윤복 선생과 '학교' 생활을 함께 했다는 더 늙은 도둑이 그의 저서를 '학교로부터의 사색'이라고 바꿔 부른다거나, 시대에 맞게 원더걸스의 '텔 미'로 슬랩스틱을 이끌어내는 식이다. 동시대에 대한 풍자와 함께 젊은 관객들과의 호흡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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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이 풍자의 칼은 <화려한 휴가>로 8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연출가 김지훈조차 피할 수 없다. "전직 대통령 아들 중 몇 명이 학교에 갔다 온 줄 아나? 홍업이, 홍걸이, 현철이도 다 갔다 왔다, 자고로 크게 되려면 별을 달아야 한다"고 비꼰다. 그리고는 "<씨네21>이란 잡지를 보면 <화려한 휴가>가 별을 두 개 받았다, 그 감독은 아직도 세 번이나 더 갔다 와야 한다"고 농을 친다.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던 '더 늙은 도둑' 박원상과 '덜 늙은 도둑' 박철민과의 관계를 떠 올린다면 한 번 더 웃을 수 있는 연출인 셈이다.


우리 시대의 '그 분'은 삼성?


<늘근도둑 이야기>를 보며 삼성을 떠올린 직접적인 이유는 물론 누군지 모를 권력자의 집안에 떡 하니 걸린 미술품들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90억을 호가한다는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과 프랭크 스텔라의 '베들레헴 병원'이 가장 큰 이슈다. 연극 속 '그 분'의 소장 목록은 현실과 일치하는 주드의 '무제'를 필두로, 피카소의 '여인의 머리', 막스 에른스트의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등이다. 팝 아트와 현대미술을 좋아한다는 '홍 여사'의 취향과 딱 맞아 떨어진다. 1980년대의 끝자락 노태우 정권 때 극본을 썼던 연출가 이상무는 이런 취향을 알고 있기라도 했던 걸까?


하필 1980년에 완성된 '무제'라는 작품이 일치하는 건 우연이라고 치자. 그리고 <늘근도둑 이야기>가 80, 90년대만큼 강력한 풍자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이 '못해먹겠다'고 읍소하는, '반미'가 '용미'로 변모해야 된다는, 1980년 5월 광주를 대중 영화로 소비하는 시대에 '절대 권력'과 정치인들에 대한 비아냥은 이제 인터넷 상의 일상이 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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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즘 현실을 돌아보라. 한화 김승연 사장의 폭력사건에서 보듯 초현실적이고 영화에서나 벌어질 법한 상황이 버젓이 일어나는 대한민국 아니던가. 연극 속에서 수사관은 "도대체 거기가 어딘 줄 알았느냐, '그 분'이 누구인 줄 알고는 있느냐"며 다그친다. 거대한 금고를 감춰놓고, 세계적인 명화를 컬렉션 해 놓은 '그 분'은 물론 독재자와 권력에 대한 풍자다. 이는 노태우와 김영삼 정권에 이 풍자극이 무대에 올려졌을 때 더더욱 선명하게 다가왔으리라.


역사는 돌고 돈다. 현명한 이들은 그 역사 속에서 교훈을 찾고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2008년에 '실향민'인 '더 늙은 도둑'과 '광주' 출신 '덜 늙은 도둑'이 벌이는 풍자극 <늘근도둑 이야기>를 보는 것은 여전히 유의미하다. 불분명한 절대 권력은 이제 시장과 자본의 손으로 넘어갔다는 것.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던 '그 분'이 '무제'를 몰래 소유하고 있던 '그 분'들일지 모른다는 것. 코미디로 변모한 <늘근 도둑 이야기>의 의미를 되살려준 것은 삼성과 '홍 여사', 다름 아닌 그대들이다.



덧붙이는 글 | '연극열전'의 두번째 작품인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는 3월 9일까지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에서 상연된다. '더 늙은 도둑'은 박원상, 유형관이, '덜 늙은 도둑'은 박철민, 정경호가 더블 캐스팅 됐으며, '수사관' 역은 최덕문이 연기한다. '연극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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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대선 후보 맞아?

문화와 세상 엿보기 2007/11/13 17:04 Posted by 우디79

그러고 보니 대선 후보들을 가까이서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항상 TV 토론이다, 뉴스다 해서 굉장히 가깝게 느껴지는 인물들인데요. 술자리에서도 항상 친구인 거 마냥, “아무개가 말이야”라고 스스럼 없이 막말도 하니 더더욱 그런 것 같네요. 술자리에서는 나랏님 욕도 하는 법이니까요.


아, 2년 전인가 이명박 후보가 서울시장 재직 당시 시청 뒤편 프레스센터 옆에서 그와 마주친 적이 있네요. 그때는 제가 청계천의 졸속 행정 때문에 화가 좀 나 있던 상태라 계란이라도 던지고 싶던 심정이었지만 제가 무슨 투사도 아니고 그럴 수야 있었겠어요. 마주하고 난 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담배 한 대 피는 걸로 청계천에 대한 분노를 쓸어내릴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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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를 만났습니다. 아주 가까이서, 그리고 악수도 나눴지요. 여의도 광장에서의 대규모 집회가 사라진 마당에 열혈지지자가 아니면 이제 가까이 보기보다 인터넷이나 TV 토론에서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대세인 시대. 지난 토요일 홍대 앞 ‘비보이 극장’에서 문국현 후보를 만났습니다. KYC(한국청년연합회)가 주최한 ‘대한민국 대통령 공개 채용 프로젝트’ 자리였습니다.


어쩌죠? 한 마디로 느낌을 정리하자면 그는 대선후보라기보다 친절한 옆집 아저씨로 느껴질 정도인데요. 그만큼 친근함과 편안함이 첫 느낌으로 다가오더군요. 같이 간 형수와 함께 “대선 후보 맞아?”를 연발할 정도였으니 할 말 다했죠.


KYC와 뉴스메이커가 공동으로 주최한 ‘대한민국 대통령 공개 채용 프로젝트’는 여타 블로거 토론회나 정책 토론회와 비교해 예의나 격식 면에서 훨씬 격의 없는 자리였어요. 질문 주제도 20, 30대의 현안인 청년 실업, 육아 문제, 집값 안정에 초점이 맞춰졌고요. 그래서 인지 지난주 화요일 이인제 후보가 참석했을 때는 젊은 세대와 코드가 맞지 않아 진땀을 뺐다는 후문도 들리더군요.


문 후보도 20, 30대 유권자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20, 30대가 정치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이 길을 계속 가겠다”라고 힘을 주어 강조를 하는 모습이 믿음을 심어주더군요. 왜 요즘 삼성 문제 때문에 더더욱 부패 청산에 열을 올리고 있잖아요? “40대 이상은 부패의 희생양입니다. 그들이 들고 일어날 때까지 정치를 계속 하겠다”라며 항간에 일고 있는 ‘창조한국당’ 창당이 대선 출마용이라는 의혹을 일축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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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면접도 인상 깊었습니다. 1부 제목이 ‘채용 프로젝트’인지라 20, 30대 패널 3명이 나와 대선 후보를 면접하는 형식이었는데요. 5분 정도 영어로 정책의 큰 틀을 설명하는데 발음은 둘째치더라고 막힘없는 영어 실력으로 자신감 있게 정책을 설명하는 모습이 김대중 전 대통령 저리가라더군요. “미래 산업은 중소기업이 사회를 바꿀 것입니다. 직원과 소비자가 함께 하는 세상으로 바꿔나가겠다”는 모습에서 기존의 깨끗하고 참신한 정치, 경제관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사실 블로거토론회에도 패널로 초대된 적이 있으나 시간이 맞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었는데 이번엔 그 놈의 피가 뭔지. 형이 간사로 있는 KYC(한국청년연합회)가 주최하는 자리라 관심반, 강요반으로 참석한 자리였거든요. 그래서 문 후보에 대한 개인적인 호기심도 있었고, 무언가 새로운 정치토론, 대선이벤트의 형식은 어떨까에 대한 궁금증이 반이었어요. 기존 방송사나 인터넷 언론이 마련한 자리와 어떤 차별성이 있을까가 최대 관심사였죠.


그 차이는 2부 자리에서 도드라졌습니다. 예쁘장하게 생긴, 문 후보의 딸 연배인 여성진행자가 나와 20대가 보내준 사연도 읽고, 즉석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이색적인 자리가 이어졌거든요.


한 30대 초반 남성의 사연에 대한 문 후보의 대답이 흥미로웠습니다. 그 남성의 고민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인 애인과 결혼을 하고 싶은데, 8000만원에 달하는 결혼자금을 당장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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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는 서슴없이 자기가 결혼했던 70년대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결혼 자금이 없어 부모님 손님만 모시고 조촐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는 거죠. 그 전에 결혼을 하게 된 와이프에게는 솔직하게 지금 결혼자금은 없지만 당신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과감하게 고백을 한 상태였고요.


“식사는 각자 집에서 드시면 안 되겠습니까?”라는 황당한 의견도 피력했다고 하지만 그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은 조촐하게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결혼을 했다더군요. 지금 옆에 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절대 놓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더군요.


더 재미있고 통통 튀는 질문은 그 다음에 나왔습니다. ‘갖고 싶은 초능력이 무엇인가?’라는 다소 황당한 질문에 문 후보는 “사랑을 주는 능력”이라는, 우문에 현답을 내놓은 거죠. 어느 것보다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능력이 아닌가라는 보충 설명과 함께요. 다른 정치인보다 온화한 이미지인 만큼 그런 대답에도 전혀 가식이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옆에 앉은 형수와는 “혹시 파트리트 쥐스킨트의 <향수>를 읽은 것이 아닐까요?”라는 농담을 던지며 재미있어 했더랍니다. 그만큼 준비된 정치인스러운 대답이 나오지 않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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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과 함께 디지털카메라로 ‘셀카’를 찍는 순서에도 “얼굴이 크게 나와 항상 고민”이라며 얼굴을 뒤로 빼는 신세대스러움을, 다시 짖궂은 순서인 개그콘서트 ‘키컸으면’에 맞춰 춤을 춰달라는 요청에도 빼지 않고 청중과 하나 되어 그 웃긴 몸짓을 소화해내더군요. 한 편으로 대선 후보가 사람을 바꾸어 놓는 건가란 생각도 들긴 했지만요.


어쩌면 문 후보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20, 30대가 가장 원하는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중소기업 활성화로 청년 실업을 줄이고, 아버지, 선배 세대가 물려 준 부패라는 부끄러운 유산을 청산하고, 후대를 위해 환경에 힘쓰는 청렴한 경제 대통령. 바빠서인지 컨셉과 맞지 않아서인지 이명박 후보나 정동영 후보가 이 자리에 나서지 않았지만 그들이 새로운 자리에 선다면 어떻게 적응할지가 꽤 궁금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리고 ‘달라진 분위기가 분명 대선판을 바꾸고 있는데 우리 20대는 다 어디 가 있나’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20, 30대를 위한 자리라고는 하지만 정작 실질적인 수효자이자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20대 초반 친구들은 그리 많이 보이진 않았거든요. 분명 이런 격의 없는 자리는 그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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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마치고 형수와 홍대 커피숍을 찾았는데 그 곳엔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젊은 친구들로 가득 차 있더군요. 홍대 앞 거리도 젊은이들의 인파로 빼곡했고요. 비록 이번 대선이 생각지 못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분명 우리 정치는 새로워져야 하고, 새로워져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젊은 홍대 거리에서 만난 새로운 정치인이 저를 더 젊게 해줬다고나 할까요?


“우리 공장 옆에 살던 김연아 선수처럼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문국현 후보의 행보를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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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cked from 투스토리  삭제

    물고기의 맘 속에 들어가는 것도 사람이다. 세상 참 많이 변했지요? 표면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이미 생산수단을 놓고 자본과 노동을 구분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따지고 보면, 상징자본이 지천으로 널려 있습...

    2007/11/13 17:43
  2. 문국현후보를 구경하고 오다

    Tracked from 살림이의 잡동사니  삭제

    2007대선 KYC 뉴스메이커 공동캠페인 2030유권자운동 '대한 민국 대통령 후보 공개 채용 프로젝트' 문국현후보를 구경하고 오다 1부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질문을 기대했건만.... 너무 여유있게 면접을 치르는 듯한 느낌이어서 조금은 섭섭(?)하기도... ㅋㅋㅋ, 나는대선 후보가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싶었던 모양이다

    2007/11/13 19:26
  3. 20,30 대 여러분 꼭! 투표합시다.

    Tracked from 그냥.. ^^  삭제

    네오이마주님이 '대통령 공개 채용 프로젝트'를 참관하고 쓰신 글을 보다가그러고보니, 정말 중요한 건 20,30대가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지금 대선판이 아주 우끼게 돌아가고 있습니다.정치이야기를 하시는 퍼즐맞추기님의 글에 멋진 표현이 있어 옮겨보면,"만약 냉동인간으로 한 10년쯤 있다가 깨어난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TV를 켰더니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 한다고 돌아다니고, 정동영 후보에 이인제 선거위원장이 따라...

    2007/11/14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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