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영
여러 가지 진통을 겪은 후, ECC(EWHA Campus Center)는 올해 처음으로 학생들에게 공개되었다. 이화여대의 ECC라는 건물의 착공을 둘러싸고 언제나 수많은 담론들이 쏟아졌다. ECC의 내부에 스타벅스와 교보문과와 같은 상업시설의 입점을 놓고 사람들은 찬 반 양론으로 나누어졌다. 이 담론의 뒤편에는 씨네 큐브(영화사 ‘백두대간’)에서 파생되어 개관을 기다리는 ‘아트하우스 모모’라는 극장도 있었다. 아트하우스란 이미지와 좋은 영화를 상영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모모 또한 ECC와 같은 흐름에 놓여있었다.
아트하우스 모모는 오는 8월 초, 막 발돋움을 기다리는 ‘신생’영화관이다. 아트하우스 모모는 이화여대의 ECC 설립에 반대하는 학생들과 찬성하는 학생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을 끌어안고 우여곡절 끝에 정식 개관을 기다리고 있다. 아트 하우스 모모의개관은 광화문에서 신촌 지역으로 나누어지는 새로운 예술 영화 라인의 시작인 동시에 실 소비층이 처음으로 ‘대학생’으로 두드러지는 양식을 갖춘, 매우 독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극장의 사이트가 오픈하고, 지난 달 개관에 앞서 다양한 행사들을 선보이고 있는 모모에 관심을 가지는 관객과 언론들은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7월 4일 저녁, 모모는 개관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나는 인어공주>의 관객과 배급시사를 동시에 진행했다. 한창 입점이 진행 중인 한적한 ECC 건물 속 작은 극장 아트하우스 모모, 그곳을 운영하는 영화사 백두대간의 손주연 부대표를 만났다.
강민영(이하 ‘강’): 일단 극장 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처음 백두대간에서 이화여대 ECC건물에 극장을 설립한다고 했을 때, 당시에 들었던 극장의 명칭이 ‘씨네 큐브 이화’라고 들었다. 때문에 계속 ‘씨네 큐브’와 연관 지어 씨네 큐브 ‘이화’라는 이름으로 운영이 될 줄 알았는데, 중간에 ‘아트하우스 모모’라고 변경이 되어있더라.
손주연(이하 ‘손’):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씨네 큐브라는 극장이 연 몇 만의 관객을 가지고 고정적,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는 입장이기 때문에, 씨네 큐브의 브랜드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씨네 큐브라는 회사가 단독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흥국생명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동의를 얻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급박하게 일이 진행 되고,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아 결국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씨네 큐브에 대한 장단점이 부각 되었다. 기존 씨네 큐브는 무겁고 진지한 이미지가 강해 대학 내 작은 영화관으로서 ‘씨네 큐브’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생겼고, 젊고 밝고 친근한 느낌으로 이름을 바꾸자고 생각했다.
강: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모모’라는 단어를 떼어놓고 보았을 때, 모모는 여성성이 짙은 단어로 생각된다. 이것은 여대라는 메타성과 이어진다고도 생각되는데, 특별히 ‘모모’라는 단어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 있는가.
손: 미하엘 엔데의 ‘모모’라는 소설이 있다. 그 소설이 이미지로 형상화 되어있지는 않지만,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희망을 가져주는 차원에서 모모라는 소설을 차용했다. 또 모먼트 오브 무비(Moment of movie)라는 말을 붙여 모모라는 줄임말로 설정하기도 했다. 모두 각자 영화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다르고, 인생에 영향을 끼친 영화 또한 다르다. 만약 한 영화를 통해 인생이 바뀌었다면 그 순간은 개인에게 엄청나게 소중한 시간일 것이다. 때문에 ‘모모’라는 단어는 약어 이긴 하지만, 들었을 때 두 가지의 ‘모모’를 떠올릴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강: 모모는 138석 2개관을 가지고 있다. 극장 시설 말고도 다채로운 행사를 많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주로 전시나 음악 행사와 같은 것들을 토대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씨네21에 실린 기사에서 모모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문화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것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의견을 듣고 싶다.
손: 예전에 어떤 영화를 보느냐보다 누구와 보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디 워>라는 작품도 어떤 상황에서 보여 지느냐에 따라서 담론들이 달라지는 것 같다. 영화라는 컨텐츠는 예전에는 절대적인 것이었지만 이제는 수용태도, 즉 ‘나’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다른 문화적인 것들과 함께 발 맞춰 나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모모에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들은 일반인들과 조금 다른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이 어떤 정치성을 띄거나 선언적 이거나의 차원이 아니라, 취향이 다른 것이고, ‘타인의 취향’들끼리 모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일 가까운 것이 책이었고, 크게 분류하자면 아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어떤 작가를 좋아하고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음악을 듣는가에 대한 포괄적인 관심을 가졌다. 쉽게 이야기하면 크로스 오버인거다. 영화 자체만으로 시간 때우기가 아니라, 영화의 차원이 낮아지기도 하고 높아지기도 해서 다른 문화와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강: 모모가 책이라는 것을 모토로 발단을 쌓았기 때문에 지난번에 있었던 르 끌레지오의 ‘발라시네’출판 기념행사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것 같다. 모모는 씨네 큐브와 같은 영화사 백두대간에서 운영을 하고 있는데, 혹시 운영팀을 분할해서 배치한 건가?
손: 그럴 만한 여력은 없었다. 운영을 하기 위한 경비차원에서 분리를 하면 경비는 더블이 되니까 그렇게는 못하고. 같은 머리에서 나오는 다른 생각이라고 하면 좋을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씨네 큐브는 고풍스럽고 문학적이고, 모모는 조금 더 트랜디 하고 시각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큰 분류에서 보면 비슷한 색깔인 영화들이 될 거다. 기획 이런 것들이 모모는 액티브하게, 씨네 큐브는 보수적으로, 이런 차이 정도만 있다.
강: 그럼 프로그래머도 씨네 큐브와 동일한 프로그래머로 진행되는 건가?
손: 그렇다.
강: 씨네 큐브라는 극장을 알게 된 지 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백두대간에서 수입한 영화들을 보면 주로 유수의 영화제들을 기반으로 상영하는 것 같다. 국내에서는 부산영화제의 상영작이 좀 막강한 위치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항상 부산에서 관객 호응도가 높은 영화들을 보면 씨네 큐브에서 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할 정도다(웃음). 모모에서는 특별히 2008년에 기획하는 영화제나 프로그램이 있는가?
손: 개관영화제로는 애니메이션 영화제를 준비 중이다. 2008년 SICAFF를 중심으로 호응이 좋았던 작품이나, 해외 애니메이션 영화제 같은 곳에서 그랑프리를 탔던 작품들과 반응이 좋았던 애니메이션들을 모아서 영화제를 한다.
크게 기획된 것은 ‘라틴 아메리카를 통해서 본 유럽 배낭 여행’과 같은 주제인데, 라틴 아메리카가 상징하고 있는 여러 가지 주제를 모아 영화제를 진행 중이다. 상시로 하고 있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북 콘서트 식의 영화 상영이다. 책 읽어 주는 영화관. 저자와 만나 육성으로 자기 책을 읽는 것. 유럽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 나라 같은 경우는 보급화 되지 않았다. 그리고 EBS에서 몇 년 전부터 진행 중인 5분짜리 영사다큐 <지식 E>를 좋아하는데, 매주 다른 주제로 <지식 E>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매우 궁금했다. 그래서 이것을 보통 극장에서 광고나 예고편 시간에 상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EBS에 의뢰했다. <지식 E>에서도 주로 예술 지향적이고 소프트한 주제의 다큐를 상영하려고 한다.
강: <지식 E> 기획 같은 경우는 다른 극장들과 달리 모모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강점인 것 같다. 나도 <지식 E> 프로를 즐겨보지만 프로그램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고, 매번 다른 소재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놓치기가 십상이었다.
손: 앞서 말한 것들과 <지식 E> 이외에도 일곱 가지 정도 기획 행사를 기획 중이다. 이 행사들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상시적인 것으로 한 해에 네 번 정도 큰 행사를 통해 운영할 것이다. <지식 E> 같은 경우는 모모의 가장 큰 연중행사가 될 것이다.
강: ECC(EWHA Campus Center)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 처음 ECC건물을 설립한다고 했을 때, 일부 언론에서 다루는 기사들을 보니 (이대생)들의 반발이 굉장히 심한 것 같더라. 학교 자체가 상업성을 띄어 간다는 우려를 낳았는데, 현재 ECC가 완공되고 난 후 ECC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입장은 조금 수그러진 상태다. 학생들의 반대 과정에서 아트하우스 모모의 입관이 확정되었는데, 혹시 그 과정에서 아트하우스 모모의 운영에 특별히 어려움을 겪은 것이 있나.
손: 아직도 어려움에 부딪혀 있다고 생각한다. 극장 자체가 50년대에 청소년 유해 기관, 유해 장소, 비리의 온상 등 부정적으로 규정되어 있던 것이 아직까지 법으로 규제되어 있다. 대학교는 18세 이상 성인들이기 때문에 풀렸지만, 중 고등학교는 여전히 ‘주변 50미터’ 철칙을 지키고 있다.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지고, 김대중 정권 이후 수출상품으로 전환되며 진흥 사업도 많이 하고 있지만, 통념상 극장을 규정하는 것이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에서 바라보는 시선 자체도 스타벅스와 모모를 동급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극장을 규정하는 법적인 규제는 딱 두 가지인데, 상업영화관 아니면 18세 이상만 관람하는 전용 상영관이다. 예술영화 전용관이라는 엄밀한 용어도 있고 영진위에서 지원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 일정 부분 학교의 상업화를 도모하는 데 있어서 학교 측의 고민과 그에 반대하는 학생 측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스타벅스와 모모를 동급으로 설정하는 건 너무 차이가 나는 두 개를 접합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 예술 영화 전용관이 기타 상업 시설과 다르다는 것에 대한 인지도가 적은 것 같다. 학생들은 대부분 영화관의 설립에 동조하는 것 같지만, 이대의 총학과 다양성 영화 상영관 사이에서 운영방식에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같다.
강: 모모에서 처음에 입관 규정을 할 때, 쉽게 말해 ‘여대’라는 것이 1차적인 소비자가 될 것이라는 걸 숙지하고 계셨을 듯하다. 이것을 고려하고 ECC 입관을 결론 내리신 것인가.
손: 처음에는 이화여대 측에서 극장의 직영운영을 결정했었다. 하지만 상황들이 만만치 않고, 유통 상례 상 불가능한 지역이라 CGV나 메가박스 같은 큰 배급사에 의존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컨설팅 의뢰를 하면서 운영에 대한 위탁을 부탁 한 거다. 백두대간 측에서는 극장 운영의 제의를 두 번 정도 거절했다. 아시다시피 과거 90년대 초반에 시네마테크 운동이 일어나면서, 극장에서 필름으로 아트영화를 보는 게 가능해진 시대에 붐이 있었지 않나. 당시에 그런 운동을 즐기고 지지하는 층이 대학생층이었다. 그때의 대학생들이 이제 3~40대가 되었는데, 그들에 비해 지금 대학생들은 판이하게 다르다. 상업영화를 지지하고 한국영화 붐을 타 한국영화를 지향하고. 그래서 20대의 초반 관객은 아트영화 관객이 거의 없다고 보았다. 일본 인디 영화는 많이 찾지만 말이다. 때문에 ECC에 입관하는 게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했었다. 하지만 다른 생각도 들었다. 예술 영화 시장이 40만 정도의 시장인데, 그 중 씨네 큐브가 20만 정도의 좌점율을 소유하고 있다. 이 기회에 학교 내에 아트하우스를 성공적으로 해내면 그것만큼 의미 있는 게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오갔다. 여러 가지 한국 영화 문제점의 틈새를 좁히자는 취지에서 ECC를 선택하게 되었다.
강: 서울아트시네마 같은 경우, 소격동에서 옮길 당시 낙원상가라는 공간의 특성이 최우선적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 극장의 경우, 극장 입관 이전에 지역적인 특성을 상당히 고려하는 추세인데 예를 들어 하이퍼텍 나다(동숭아트홀)와 상상마당(KT&G)은 대학로와 홍대에 위치해 지역적인 관객들을 끌어오기 시작했다. 광화문의 경우에 안정적인 30대 직장인 관객을 대상으로 씨네 큐브, 미로 스페이스, 스폰지와 같은 라인을 세웠다. 이제 새롭게 떠오르는 것은 신촌 일대의 곧 재개관할 필름포럼과, 아트하우스 모모인데, 모모 또한 앞서 말한 나다와 상상마당과 함께 지역적인 부분ㅇ서 차별점을 두고 운영할 것인가.
손: 신기하게도 필름포럼의 경우 곳곳을 뒤지다가 우연히 신촌에 자리 잡았는데, 어쩌다보니 모모와 함께 이대 정문과 후문에 각각 위치하게 되었다(웃음). 모모의 전략은 씨네 큐브의 ‘제 살 깎기’는 지양해야 하고, 이른바 예술영화를 외면하는 20대 초반을 공략하는 적극적 마케팅과 다채로운 영화를 상영하여 관객층을 넓히는 것이 급선무다. 아마도 모모의 경쟁상대는 스폰지나 나다의 관객들의 일부가 될 거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객발굴에 있을 것이다. 보지 않은 사람들이 보는 것, 예를 들어 공강 시간이나 휴강시간에 어쩌다 어떤 영화를 봤는데, 그게 ‘모먼트 오브 무비(모모)’가 되어서 각자에게 중요한 사건으로 작용하는 것. 씨네 큐브의 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일부 관객층의 흡수가 일어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본다.
강: 모모가 홍보 전략으로 내세운 모모의 ‘워너 비(Wanna be)’들을 검색해보니 정이현, 이상은과 같은 작가들이 주를 이뤘다. 이들은 요새 떠오르는 트랜드라고 해도 무방할 텐데, 완벽히 스타성을 가지고 있기 보다는 독립성과 대중성 중간에 위치해 있는 작가들이다. 워너 비들의 선정은 앞서 말한 씨네 큐브와 일반 관객의 소통을 고려하기 위한 예를 토대로 하게 된 것인지.
손: 소위 말해 ‘네가 그들을 옹호하면 너도 이 극장에 와봐라’라는 의미가 있는 30대들이다. 완전히 뜨지도 않고 아주 막 발돋움하는 사람도 아닌 전문 아티스트인데, 인디적인 느낌도 있는 분들이다. 지금 20대 초반들이 되고자 하는, 말 그대로 ‘워너 비’들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엄선했다. 각개 적으로 설득을 하고 의미와 취지를 이야기를 했는데 다 긍정적으로 응해주시더라. 씨네 큐브도 대부분 좋아하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워너 비들의 개인 작업을 통해 다양한 방면에서 대중과 소통하고자 할 때, 극장을 마음대로 이용하실 수 있는 ‘장’이 설정되면 서로 좋은 거니까. 관객 호응도 좋았고.

강: 요즘 블로그를 이용한 극장, 혹은 영화 홍보가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도 예술영화극장 전용 홈페이지 ‘아트플러스’를 운영하다가 네이버에 따로 카페를 만들어서 작년부터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씨네 큐브도 모모와 함께 ‘씨네 아트’라는 블로그를 만들어 활동 중인데, 블로그를 생성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손: 백두대간이 또 하나 새롭게 발을 내딛는 분야가 있는데, 말씀하신 씨네 아트라는 이름으로 예술 영화 전문사이트를 착공 중이다. 시장상황도 그렇고 매체들도 사실상 블록버스터에 장악되어 있는 상황이라, 일반 아트영화에 대해 충분한 논의의 장이나 리뷰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그것에 대해 담론을 제기할 방법이 부족하다. 어떤 평론가가 쓰고자 해도 데스크에서 잘리는 일이 허다하다. 그래서 백두대간 측에서 운영하는 극장이 늘어나는 마당에, ‘우리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해보자’로 결론 내렸다. 그런데 자체 컨텐츠 개발은 비용문제도 생기기 때문에 어렵고, 자리만 마련해주면 자발적 생산자들이 와서 그것에 대해 논의하는 방식을 도모해보고자 해서 인터넷을 이용하게 되었다. 조금 있으면 사이트가 오픈을 하는데, 주변에서는 걱정이 많다. 우리는 기대가 크지만.
강: 씨네아트 블로그는 팀 블로그 형식으로 몇몇의 리뷰어들을 두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들도 자체적으로 모인 것인가?
손: 블로거를 모집했는데, 자발적으로 지원한 분들도 있고 외부 블로그를 통해서 부탁을 드린 분도 있고. 총 10분 정도를 엄선해서 뽑았다. 다들 영화, 미술, 음악 등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으니까 리뷰어들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블로거에 글을 올려주고, 그 중에서 선별해 사이트에 메인에 해당하는 글을 개시 해주는 식으로 연계를 한다. 사이트보다 블로그가 먼저 오픈을 했는데, 글도 활발히 올라오고 반응도 좋다. 사이트가 정식 오픈하면 그런 곳에 목마름이 있던 네티즌들이 찾아와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더불어 영화 전문 기자들과 같은 분들도 씨네 아트 사이트에 들러 예술 영화 관련 정보들을 소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욕심도 있다.
강: 개인적으로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다. 백두대간에서 수입하는 영화들 모두를 비용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상영하기는 무척 어렵다. 특정 영화를 언급하셔도 상관없고, 지금 현재 백두대간의 창고에 쌓여있는 영화들 중에 특별히 상영하고 싶은 영화가 있는지.
손: 93년부터 15~16년 정도 영화 일을 했는데, 초창기 백두대간 멤버였다가 상업영화 최전선에서 일을 했고, 다시 백두대간으로 돌아왔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문득, 예전 예술영화에 대한 향수가 일더라. 영화에 대한 열정이 예전에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진지했었고, 옛날 같으면 충분히 개봉해도 좋을 영화들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묻혀버리는 것 같다. 참 안타까운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작품 중 루이 말 영화가 세 작품이 있다. <안토니아스 라인>이라는 좋은 작품도 있었는데, 개봉타이밍을 놓치고 수익의 우려가 있어 배제되고 있는 실상이다. 극장 측은 관객을 고려하는 차원에서 일단 벽을 느낄 때가 많다. 일본 인디나 선댄스 등 요즘 기류에 부합하는 영화들도 좋지만, 고전들을 되짚어보는 것은 허리를 튼튼하게 하는 일인데, 이것들에 관심들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영화들을 중점적으로 틀고 싶은 소망도 있다.

강: 오늘 <나는 인어공주> 시사도 있고 많이 바쁘셨을 텐데, 오랜 시간 수고 많으셨다. 마지막으로 아트하우스 모모의 개관에 거는 기대, 혹은 포부와 같은 것들을 짧게 부탁드린다.
손: 우리가 성공적으로 모모의 자리를 잡으면, 대학 내의 예술영화 전용관의 설립에 관한 적극적인 추진이 있을 것이다. 실질적인 반향에 대한 기대는 어림잡기 힘들지만 일단 관심이 가고 구미가 당기는 일은 분명하다. 현재 영화진흥위원회 측에서도 지원을 통해 예술영화 전용관을 확대코자 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영화관들의 위치나 특성상 실효성을 발휘하기 힘들다. 이런 것들을 감안해서 대학 내에 세워지는 영화관인 만큼, 영화진흥위원회 그리고 관객의 기대에 맞게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되는 극장이 되고 싶다.
강: 내가 처음 영화 자체를 만났던 건 소격동 시절의 아트시네마였다. 그곳에서 낙원으로 옮겨지고 그 주변을 찾다보니 씨네 큐브와 비교적 최근에 생긴 미로, 스폰지(씨네코아)등이었다. 지속적으로 특정 극장들을 편식한 셈인데, 관객의 입장에서 예술 영화 전용관이라는 극장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조금씩 약진을 하고 있는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기타 등등의 문제가 많은 것 같다. 관객으로서 나에게는 그런 문제점을 비집고 ‘아트하우스 모모’라는 또 다른 예술영화 전용관이 생기는 거다. 어떻게 보면 실험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신선한 가능성으로 읽고 싶은 마음이다. 개관 후, 좋은 성과가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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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교육상 안 좋다며 어떻게든 그 동네를 벗어나겠다고, 딸을 가진 엄마들은 더욱 억척같이 일을 하던 그 동네에서, 나는 초등학교 때까지 멋도 모르고 가게들이 빼곡이 들어선 골목을 누비며 놀았다. 교양있는 동네에서 섹스는 보다 음습한 짜고치는 고스톱이지만 가난한 동네에서 섹스는 노골적이기 마련이다. 머리와 눈을 '나보다는 윗쪽' 사회에 두고 있던 어린 여자아이에게 섹스와 관련된 온갖 이야기들, 특히 영화는, 그저 어른들과 관련된 일일 뿐만 아니라, 더럽고, 심지어 무서운 것이기도 했다. 섹스와 가난이 합쳐지면, 어린 여자아이에게 삶과 세상에 대한 공포는 두 배가 아니라 세 배, 네 배가 된다. 순진하기 짝이 없는 어린아이들도 미아리의 그 가게들이 무얼 하는 곳인지는 대충 알고 있었다. 그 동네에 살던 다른 아이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내게 그곳은 별로 나이도 많아 보이지 않는 언니들이 드레스를 입고 깡충깡충 뛰어가는 곳이기도 했고, 공포와 위험을 알리는 보이지 않는 표지판이 깜박이는 듯 느껴지기는 곳이기도 했다. 밤늦게까지 알아서 공부를 했던 건, 가난한 집안의 첫째딸에 외모도 볼품이 없으면서 공부까지 못 하면 저 언니들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었다.
(나중에 비디오로 본 <어우동>은 격렬한 심리적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꽤 아름답다고 느끼면서 스스로 당황했다.) <깊고 푸른 밤>이야말로 그러니까, 어린 마음에 뒷골목에서 그런 식으로 '말없이 얘기되는' 듯한 섹스영화의 전형으로 여겨졌던 탓이다. 그래서인지 배창호 감독의 영화를 보겠답시고 10여 년 전에 <깊고 푸른 밤>과 <황진이>, <기쁜 우리 젊은 날>을 비디오로 챙겨보았을 때, 다른 두 작품엔 놀라고 감탄하면서도 저 <깊고 푸른 밤>만큼은 도저히 마음으로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내게는 장미희의 상당히 양식화된 연기와 발성이 그저 거북살스럽기만 했던 기억으로 남았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도 여전히 순진했을 뿐 아니라 완고한 도덕율을 가지고 있던 내게, 장미희가 연기했던 제인이나 안성기가 연기한 호빈이 곱게 보일 리도 없었다. 넌 왜 그러고 사니, 이게 둘을 향한 내 반응의 고작이었다.
총 17편 중 내가 본 건 11편. 배창호 감독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360도 회전이동 샷, 컷을 하지 않고 패닝으로 시간의 흐름이나 장면전환을 하는 샷 같은 건 이제는 마치 감독의 인장처럼 느껴진다. <고래사냥>의 진정한 속편이 <고래사냥 2>보다 <안녕하세요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도 흥미로웠고, 영화 내내 고정컷이다가 영화 말미에 가서야 단 두 컷에서 카메라가 움직인다거나 시네마스코프가 아닌 비스타비전 비율인 대신 화면의 ‘깊이감’을 활용하며 공간의 입체성을 보여주는 <황진이>의 컷들도 신비로웠다. <러브스토리>는 너무 시대를 앞질러 나온 선구적이면서도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영화였고,
<기쁜 우리 젊은 날>은 배창호 감독보다 이명세 조감독의 터치가 더 많이 보이는 듯해서 또 재미있었다. <고래사냥>은 거의 열광을 하면서 보았는데, 특히 이미숙의 연기에 눈물을 꽤 쏟았다. <정>은 이 감독이 내 편견대로 80년대의 영화가 아니라, 계속 그 영화세계를 확장해가고 진화시켜가고 있는 ‘현재의’ 감독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그런데, 애초에 서너 편 봐야지 했던 걸 열한 편이나 보게 만든 영화, 그게 바로 <깊고 푸른 밤>이다. 정확히 하면, 비디오로 봤던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영화로 여겨지게 만드는, 필름으로 상영된 <깊고 푸른 밤>.
또 학기가 끝날 때 즈음해서 다 같이 모여서 밤을 새서 영화를 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방학 때는 스터디를 하는데, 주로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일주일에 한 명씩 돌아가면서 간사를 맡아서 스터디를 한다. 예를 들어서 작년에는 감독론을 했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감독의 작품세계를 스터디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알리는 방식이다. 2학기 사업 중 가장 큰 행사는 상영회다. 이때는 동아리 사람들뿐만 아니라 외부 사람들도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하지만 작년에는 상영회가 실패했다. 상영회의 목적이 불투명했던 게 원인이었던 것 같다. 홈커밍 비슷하게 동아리 회원의 친구나 지인을 초청해서 상영회를 했는데, 영화제 성격이 명확하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던 것 같다. 홍보가 부족했던 것도 실패의 한 요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여러모로 아쉬운 게 많은 영화제였다. 후회가 많아서 그랬는지 몰라도 올해는 영화제를 크게 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김지현 : 내가 동아리에 처음 들어왔던 2007년 1학기 때만해도 동아리가 활발하게 돌아가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2007년 2학기 시작되면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모인 원인은 자세히 모르겠지만, 동아리 내 분위기가 편안해지면서 사람들이 모여든 것 같다. 보통 영화동아리라고 하면 주위에서 부담을 많이 느낀다. 영화를 좋아한다는 친구들도 영화동아리라고 하면 지레 겁먹으며, 자기는 영화에 아는 게 없다며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걸 겁내더라. 하지만 영화에 대해서 잘 몰라도 동아리에 들어와서 같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거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영화에 대해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관객은 영화의 시간에 종속되기를 강요받는데, 두 시간 동안 상상력이 각자 삶의 시간 속에서 발동되지 못한다. 반면에 집에서 다운받아서 영화를 보면 극장이 만들어내는 영화의 권위적인 면들이 제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영화를 볼 때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화면을 잠시 정지 시킨 후, 그 화면의 구석구석을 분석 해 볼 수도 있고, 가끔은 중간을 건너뛰어 결말로 비약할 수도 있다. 지루한 무성영화를 볼 때는 두 배로 빨리 재생하여 영화를 정복하기도 한다. 그 순간 영화적 공간과 시간은 관객의 공간, 시간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존재로 태어난다. 그때 영화는 극장이란 공간의 권위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운 형식으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영화는 보는 방식에 따라서 감상이 달라진다.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거랑, 집에서 볼 때의 가장 큰 차이는 공간이다. 즉 영화를 둘러싼 공간에 따라서 관객의 감상이 달라 질 수도 있다는 거다. 또 영화가 디지털로 계속 복제되다보면 순수하게 영화 그 자체만 남지 않을까. 영화를 영화의 가능성으로 만들어가는 사람은 일차적으로 작가고, 그 다음이 관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요즘 같은 시대에 관객에게 한쪽으로만 감상 방법을 몰아가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영화 보는 방법이 다양해지면 다양해질수록 영화 미학의 새로운 가능성이 생길 거고, 디지털로 복제되는 영화 미학에 대해서도 논의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감상회 할 때 고학번들이 후배들이 알지 못하는 걸 이것저것 가르쳐줘서 좋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선배들이 권위적인 것도 있었다. 자기가 알고 있는 걸 후배들에게 가르쳐주려 하고, 선배들 스스로 자기가 선배라는 걸 드러내놓고 티를 내는 것 같았다. 내가 복학생이 되고, 고학번의 위치가 되었지만 정작 내 위치는 과거 선배들과는 다른 것 같다. 과거와 현재 동아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더 이상 선배들이 권위적이지 않다는 거다. 학교나 동아리의분위기가 바뀐 건지, 내가 바뀐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내 자신이 권위적이고 꼰대 같은 선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세미나는 내가 후배들과 어울릴 방법을 찾다가 동아리에 제안을 하면서 이루어졌다. 복학해서 동아리에 처음 왔을 때, 후배들과 놀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막상 나도 학업 때문에 바쁘고, 후배들 입장에서 생각하니 나랑 놀기에는 그들 스스로 아쉬워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노는 것 보다 영화에 대해서 같이 공부를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스터디를 하자고 제안했다. 다행히 열정 있는 후배들이 많아서 무리 없이 스터디를 진행할 수 있었다.
선배가 되면 후배들을 이끌어줘야 하는데, 정작 영화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었던 거다. 그래서 친구들과 영화 공부도 해보려고 애써봤지만 영화라는 게 순식간에 쌓을 수 있는 교양은 아니지 않나. 올해 신입생들이 들어왔을 때 기뻤던 건, 08학번 중에 영화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여러 분야로 박식한 친구들이 많았다. 정말 똘똘한 친구들이 많더라. (웃음) 되려 07학번이 08학번에게 배우는 게 있을 정도다. 선배라고 해서 무작정 후배들에게 가르쳐줄 필요는 없지 않나. 그 친구들이 하는 말을 듣다가 새롭게 알게 되는 것도 많다. 그냥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서로 모르는 걸 일깨워 주는 소통구조가 생길 때 권위라는 게 사그라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