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조갑제’의 프레임이라면 난 ‘친북좌빨’의 성향 되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대북정책은 북한 인권을 주장하기보다 인도지원이 필요하며, 김정일 정권의 붕괴보다 6.15 공동선언의 조속한 이행이 더 필요하다고 보는 쪽이다. 그런데 웬걸, <크로싱>은 정확히 이명박 시대의 대북관을 반영하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이 영화가 2007년 여름 이후 촬영됐다는 걸 감안하면 정확히 이명박의 대통령을 충분히 의식하고 만들었다고 의심이 될 정도다. 한마디로 ‘기독교로 대동단결’, 그리고 ‘조속한 개방 정책만이 살길이다.’
밀수로 자본주의의 단맛을 맛보던 친구에게 ‘성경책’을 얻은 용수(차인표)가 후반부 “북조선에는 예수가 없는 거냐”며 기독교인 공장 사장에게 울부짖을 때, 개신교인들이여, 어서 북으로 올라가 선교에 힘써달라고 선동하는 것처럼 들리는 건 과장이 아니다. 또 부패하고 패악질을 일삼는 공산당원들의 묘사가 눈에 거슬리는 게 아니다. 영화는 이 상황들을 이라크의 어느 지역, 아프가니스탄의 어느 지역이라고 우겨도 다르지 않을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개성하고 착하기 그지없고 아들과 아버지만을 생각하는 이 부자는 한국말을 쓰지 않는다면 굳이 북한 주민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크로싱>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도무지 무엇일까. 기독교인 대상 시사회에 참석한 차인표의 말처럼 탈북자들과 북한 동포들의 실상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하는 것? 그렇담 그들이 왜 지금 그렇게 빈곤해졌고,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과 김정일 정권에게 왜 충성하고 살았는지에 대한 감독의 시각을 확보했어야 옳다. 그래야 인물들의 감정이 최소한 영화적으로 더 디테일하고 생생해졌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의 이 부자는 자식과 아버지의 사랑만이 뇌에 입력된 로봇들이다.
더 나쁜 것은 이 영화가 무지 재미없다는 것이다. 차인표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다. 아역 신명철은 요즘의 똘똘한 여자 아역배우들 만큼이나 훌륭하다. 눈물을 짜내려는 긴 호흡의 감정신도 봐줄 수 있다. 문제는 김태균 감독은 그럴듯한 로케이션과 때깔 좋은 화면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플롯은 헐겁고, 단순한 이야기는 끝까지 참고 봐주기조차 고역이다. 자칫 차인표의 선의까지 의심될 정도니까. 분단을 상업적 소재로 이용한 다른 한국 상업영화들보다도 더 나빠 보인다. 그럼에도 눈물을 흘리고 싶다면 극장으로 향하시라. 대신 극장을 나설 때 주체할 수 없는, 저 밑에서 끌어 오르는 씁쓸함은 피할 수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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