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게도 이런 <인디아나 존스>의 캐릭터를 빌어 만들어진 아류작들이 만들어졌는데, 대표적인 것이 당시 이런 식의 B급 영화들을 만들어 짭짤한 성공을 거두고는 했던 캐논 그룹의 모험 영화로는 TV 스타였던 리처드 챔벌레인을 앨런 쿼터메인이라는 캐릭터로 출연시킨 <킹 솔로몬 King Solomon's Mines, 1985>과 <쿼터메인 (Allan Quatermain And The Lost City Of Gold, 1986> 시리즈가 있었다. 샤론 스톤이 출연하기도 했던 이 영화는 물론 '인디아나 존스'같은 오리지널 캐릭터는 아닌데, 실은 앨런 쿼터메인이라는 캐릭터가 '인디아나 존스'의 선조격에 해당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앨런 쿼터메인은 영국의 모험 소설가 H. Rider Haggard의 소설에 등장했었고 이미 1910년대와 1930년대에 이미 영화화된 바 있기 때문이다. 이 캐릭터는 2003년의 범상한 슈퍼 히어로 블록 버스터 <젠틀맨 리그>에서는 숀 코넬리가 같은 이름의 캐릭터를 연기한 바 있기도 하며 2004년의 TV 방영용 영화에서는 패트릭 스웨이즈가 동일한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도 캐논 그룹의 영화들은 두 편 모두 국내 수입되었고 본 것 같기도 한데 거의 기억은 나지 않는다.
글이 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는 했지만 어쨌든 <인디아나 존스>시리즈의 성공은 위에 서술한 <쿼터메인>같은 비교적 제대로 된 영화들 외에도 각종 B급 모험 영화의 양산으로 귀결되었고 사실 대부분은 기억 저편에 있다. 하여튼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모험' 컨셉은 홍콩 영화계에서도 홍콩식으로 컨버젼된 바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영화는 배우 자체가 강력한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는 <용형호제, 1985>와 <용형호제2-비응계획, 1986>이 대표적일 것이다. 두 편의 영화에서 성룡은 중국인 모험가로 분해 특유의 아크로바틱 액션을 모험 영화의 틀과 결합시킨, 자신만 가능한 액션 영화를 선보인 바 있다. 또 제목부터가 추구하는 장르를 뚜렷하게 선보이는 정소동의 <모험왕, 1995> 역시 조금 연대는 뒤쳐지지만 인디아나 존스 박사를 추종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하지만 <모험왕>은 영화 자체가 논리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한 졸작으로 평가받는 영화다. 이들보다 앞서 좀더 선도적인 모험-환타지 영화가 존재하는데 <위슬리전기, 1985>가 바로 그런 영화다.
국내에 출처가 불분명해 보이는 DVD로 출시된 <위슬리전기>는 이미 국내에 개봉된 적이 있는데, 이 영화 역시 홍콩 느와르와 왕조현의 팬덤 현상이 극에 달하던 시점에 뒤늦게 개봉되어 소모된 느낌이 강한 영화 중 하나다. 물론 <위슬리전기>라는 영화 자체가 그리 완성도가 뛰어난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이 영화는 조금 눈높이를 낮추면 '제법~'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이야기 전개를 보이고 있기는 하다. 
일단 이 영화의 주인공 캐릭터는 당시 중화권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허관걸이 맡고 있는데, 허관걸은 <미스터 부>시리즈로 소개된 허관문의 광동어 코미디의 허씨 형제들 중 가장 스타성을 갖춘 인물로 서극 제작의 탁월한 코미디 액션 영화 시리즈인 <최가박당>의 큰 성공으로 중화권 내부에서는 커다란 인기를 끌어모은 바 있었다. 허관걸의 경우에는 '광동 코미디' 분야의 이미지가 강한 스타였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거의 지명도가 없는 편이었으며 그건 무협영화 <소오강호, 1990>의 상업적 실패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영호충으로 분했던 이 영화의 실패로 속편인 <동방불패, 1991>에는 영호충으로 이연걸이 캐스팅되게 된다.
<위슬리전기>에서 허관걸은 판타지 소설 작가인 타이틀 롤 위슬리로 분해 네팔과 이집트 그리고 홍콩을 종횡무진하며 모험 액션의 길에 접어들게 되는데, 그 길에 왕조현과 왕조현의 오빠인 적룡이 참여하게 된다. 어쨌든 <위슬리전기>의 결말부는 당대에는 꽤 황당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식의 결말이 많은 현재로서는 창의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 한데, 문제는 이 영화가 당시 홍콩 영화의 강박 즉 '뭔가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빠르게만 전개해 나가는 스피드의 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즉 이 영화는 참을성 있게 캐릭터의 개연성을 설명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액션이나 볼거리를 보여주겠다는 강박이 심한 편인데, 이런 경향은 당대의 범상한 홍콩 영화들에서는 흔히 발견되는 일종의 집단 강박같은 것이었다.
물론 <위슬리전기>는 그럼에도 꽤 야심이 큰 영화이기도 한데, 이 영화는 모험 액션 영화의 틀을 지니면서도 SF 장르와의 접속을 시도하는 특이한 경향을 선보인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용이 사실은 외계의 우주선이었다는 설정은 황당할 수도 있지만 무척 재치있게 느껴지기도 한 대목이다.
그러나 <위슬리전기>는 캐릭터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편인데, 특히 부유한 집안의 장자와 동생으로 나오는 적룡과 왕조현의 경우에는 영화 속 행위의 개연성이 많이 떨어진다. 가령 왕조현이 사실 위슬리의 열렬한 팬으로 쉽게 호의를 보낸다던가 적룡이 '여의주'를 차지하려는 목적들은 그다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위슬리전기>는 완성도에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당대의 오락 영화로서는 적절한 편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영화다.

* 태적라빈 Teddy Robin Kwan
이 영화의 연출자인 '태적라빈'이 생소해 자료를 뒤져보니 80년대 홍콩 영화에 자주 등장했던 왜소증을 지닌 인물로 등장했던 인물이었다. 이 인물은 여러 영화들에 배우로 등장하기도 했고 <위슬리전기>를 비롯해 원표와 홍금보가 등장하는 액션 모험 영화 <상하이 상하이, 1990>를 연출하기도 했는데,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은 분야는 <감옥풍운>, <최가박당>, <협도고비>, <흑협> 등에서 선보인 영화음악가로서의 재능이다. 현재까지도 영화의 제작자로서 활약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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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는 어느 날 포가 화가 나서 음식 창고에서 난동을 피우며 음식을 먹어치우는 걸 훔쳐본다.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는 포는 어딘지 모르게 야성미가 넘쳐 보인다. 그냥 화가 나면 먹어야 한다며 입 안 가득 음식물을 구겨 넣는 한심한 포지만, 주변을 보면 난장판인게 포가 했을까 싶은 의구심이 든다. 부셔지고 깨진 물건들. 이 때 사부는 약간의 실험을 하겠다는 듯 원숭이가 찬장에 과자를 숨겨두었다고 말한다. 포는 기다렸다는 듯이 3m높이에 있는 찬장 꼭대기로 기어 올라가 갈짓자로 다리를 벌리고 두 찬장 사이에 끼인 채 과자를 집어 먹는다. 사부는 옳거니 한다. 다른 제자들과 똑같은 수련법은 포에게는 통하지 않고, 오히려 식탐을 이용하여 그를 훈련시키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는 술을 먹어야 취권이 가능했던 성룡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사부는 음식을 줄듯 말듯 하면서 포를 놀리고, 포는 그덕에 무뎠던 몸이 유연해지고 팔굽혀 펴기도 자유자재로 하게 된다. 결국 포는 사부에게서 만두를 뺏을 수 있는 경지에 까지 오르게 된다. 이게 다 배고픈 팬더의 기질 탓이다. 





가끔은 금발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영국관료에게 부국강병을 주장하기도 하고([프로젝트A]), 몸으로 부딪히는 블루칼라의 서러움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폴리스 스토리]) 그는 늘 유쾌하고도 일상적인 색채를 유지해왔다. 이러한 성룡의 소시민적인 가치관이 잘 드러나는 영화 중 하나가 [A계획 속집]이다. 신해혁명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 이 작품에서 동참을 권유하는 혁명동지들에게 건넨 성룡의 대답은 자신의 직업인 경찰 업무에 충실하면서도 얼마든지 사람들을 도우며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유일하게 97년 이후의 홍콩에 대해 심각한 어조를 보였던 [C.I.A](원제는 WHO AM I)에서 내가 누구냐며 절벽에서 내질렀던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되돌린다면 아마도 성룡은 “나는 중국인”이라는 대답 대신 “나는 홍콩인”이라는 대답을 주지 않을까? 끊임없는 하강과 추락으로 점철된 행보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연명해야 하는 소시민들 입장에서 보자면 어찌할 수 없이 ‘웃음은 나의 힘’일 수 밖에 없다. 역사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부재한 상황에서도 화려한 비상 대신 원점회귀로 일관한 영화 속 그의 모습들은 홍콩인의 자조적인 낙관성을 대변한다. 아마도 거세게 타올랐던 홍콩 느와르라는 소 장르의 수명이 그리 짧았던 이유도, 또 같은 것을 보여주고 또 보여줘도 질리지 않는 성룡 영화의 생명력도 이러한 소시민적인 동질감에서 찾을 수 있는 것 아닐까?
[폴리스 스토리]의 클라이맥스인 백화점 샹데리아 낙하씬을 예로 들어보자. 비장한 눈빛으로 증거물을 챙겨 달아나려는 악당을 바라보는 것은 분명 극중 캐릭터인 진가구 형사이지만 뛰어내리기 직전 기합을 내지르며 스턴트를 감행하는 것은 실제의 성룡 자신이다. 만약 영화적인 완벽함을 추구한다면 여기서 N.G를 불렀어야 마땅할 것이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처한 형사가 기합을 넣고 자세를 가다듬는 것은 영화의 호흡에 위배되는 것일 테니까. 하지만 성룡은 대규모의 스턴트를 선보이는 그 순간에 캐릭터를 지워내고 실제 자신의 모습을 새겨 넣는다. 바로 여기서 테크놀로지에 역행하며 영화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성룡의 작가적 이미지가 완성된다. 온전히 육체의 기예로만 이뤄내는 정직한 스펙터클과 엔터테인먼트의 본질에 대한 가장 솔직한 자기고백. 그런 연유로 성룡의 영화를 본다는 것은 단순한 신작 감상이 아니라 계속해서 부서지고 망가져온 세월의 흔적도 함께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비록 이제는 50을 넘긴 나이와 스턴트 더블의 비중이 점점 더 높아져간다는 사실이 보는 이를 안쓰럽게도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여전히 액션을 하고 또 그로 인해 고통 받는다. 갑작스러운 죽음과 함께 전설이 된 이소룡과 달리 자글자글한 주름과 함께 늙어가는 성룡에게는 살아남은 자의 업보가 느껴진다. 아마 타임지가 말했던 그 ‘고통’에는 살아남은 자의 업보마저도 포함되는 것이었으리라.
비록 어울리지 않는 정장을 입혀놓긴 했어도 소탈한 이미지를 끌어낸 [턱시도]에서 변함없는 소시민의 얼굴을 보았고 SINGING IN THE RAIN을 배경음악으로 깔아놓고 멋진 액션을 선보인 [샹하이 나이츠]에서는 기술력의 도움 없이 표정과 손짓만으로 관객을 열광시켰던 고전 배우의 흔적을 보았다. 그는 여전히 블루 칼라이고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려 안간힘 쓰는 어릿광대 피에로이다. 또 헐리우드의 기대에 부응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적당껏 조절하는 타협안을 내놓긴 했어도 여전히 거창한 오리엔탈리즘의 포장을 내세우는 것은 자신의 영역이 아님을 인지하고 있다. [신화 : 진시황릉의 비밀]이 그 보기 드문 예외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여기에서도 성룡 고유의 액션 공식과 원점회귀성만은 지켜지고 있다. 허나 그렇다 해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땀에 절은 육체의 기예만으로 화면을 가득 채웠던 1인 스펙터클의 규모가 점점 작아지고 그 자리를 옛 시절에 대한 향수와 특수효과, 또, 외국인 파트너와의 만담으로 채워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왠지 모를 서글픔마저 자아낸다. 그러나 성룡 영화가 내세우는 테마가 신화의 거부와 하강의 이미지라고 하지 않았던가? 여기서 ‘YES’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그는 정말로 자신의 영화관을 온몸으로 강변하고 있는 셈이다. 성룡은 점점 더 나이 들어가고 둔해져 간다. 인기도 예전 같지는 않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는 분명 하락세에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정교한 위장술을 동원하지는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