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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2


이동진: 모더니스트 거장의 푸근한 말년 ★★★
유지나: 레네의 실험정신, 소중하지만 퇴행적이다 ★★★
박평식: 팔순에도 메가폰을 잡아요. 뜀뛰고 노래하며 ★★★
김혜리: 누가 알랭 레네를 두려워하랴 ★★★★


유운성 평론가는 알렝 레네의 최근작에 대한 평가에 대해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말했다. 레네가 나이가 들어 말랑해졌다는 의견에 대해, "레네는 초기작부터 지금까지 일관된 방식으로 영화를 작업하고 있지만, 단지 관심 분야가 달라졌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처음부터 계속 세계의 모든 기억이 있는 도서관에서 작업을 해왔고, 지금은 대중문화 코너에 와 있다"는 것이다. 레네에게 세계는 기억이고 그 기억들의 단편을 모아 보여주는 것이 영화이고, 그래서 영화는 미궁에 이를 수 밖에 없다는 것.



[입술은 안돼요]는 1920년대 유행하던 오페레타를 각색, 재현한 것이다. 이번에 레네가 선택한 문화는 20년대의 오페레타. 그가 그것을 직조하는 방식은 단순하다. 타이틀 시퀀스에서 자막으로 처리될법한 모든 것들을 목소리가 소개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노래와 대사와 춤으로 이뤄져있다고 말한다.(타이틀 시퀀스를 웃기는 노래로 처리했던 파졸리니의 [매와 참새]가 떠올났다.) 영화의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내러티브 또한 복잡하지 않다. 확실한 결말까지. 이 영화에서 미궁은 무엇일까. 솔직히 근래에 본 뮤지컬 영화 중 가장 재밌다고 생각했다.(개인적으로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스토리의 흐름을 잡아먹는 공들인 뮤지컬 씬에 도저히 집중을 할 수가 없어서이다. 의상을 갖춰 입고 과장된 춤과 노래를 보여주는 씬은 늘 필요이상으로 지루하다. 나에겐) [입술은 안돼요]가 재미있었던 이유는 대사와 노래 가사의 구분이 없어서이다. 노래의 가사는 대사만큼 많고 빠르게 진행된다. 그리고 확실히 중요한 대사의 역할을 하는 게 많고, 거기에 더해 음악적 효과까지 노리고 있으니 집중하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다. 또한 관객에서 속내를 털어놓는 배우들의 깜찍함도 한몫한다.



1920년대 문화의 파편 모음

"다다이즘도 끝났고, 입체파도 한물갔다. 이젠 쿠쿠이즘의 시대다"라고 말하는 종합예술인 샤를레. 샤넬과 크리스챤 라크루와의 의상을 차려입은 질베르트와 여인들. 질베르트에게 목매는 네명의 남자들. 여자는 첫남자에게 돌아오게 되어있다는 과학적 이론을 펴는 남편. 사랑과 일을 구분하지 못하는 프랑스인을 이해할 수 없는 미국인 에릭. 돈 후앙을 꿈꾸는 친구의 아내를 탐하는 남자. 종합예술 운운하며 유행과 전통에 따라 유부녀를 꼬시는 젊은이. 영화의 전반에 걸쳐 그 시대를 풍미하던 유행과 문화에 대한 모든 것이 언급된다. 포트와인과 차와 케이크가 차려진 식탁을 부감으로 잡은 카메라. 뒤로 빠지면 20년대의 최신 유행 패션으로 잘 차려입은 세 명의 여인이 위를 쳐다보며 노래를 부른다. 등장하는 한 남자의 거짓말에 백화점으로 달려가는 여인들. 새의 푸드덕 거리는 소리가 오버랩되면서 인물들이 사라진다.



공간과 인물

영화의 공간은 크게 주인공 질베르트의 집 거실과 젊은 매력남 샤를레의 종합예술이 펼쳐지는 무대, 그리고 짝이 정해지는 밀실 세 곳으로 나누어진다. 첫번째와 두번째 공간에서 인물들은 2층에서 등장해서 1층으로 사라지곤 하는데, 몇몇의 인물들(조연들, 그들 말로는 코러스)은 정말 퇴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라진다. 1층에서 2층으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카메라와 조명과 줌의 사용은 좁은 공간을 다이나믹하게 표현하는 수단이 되고 연극적인 영화에 영화적인 역동성을 부과한다. 특히 담배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한 공간을 조명으로 분할하는 방법은 과감하고 익살스럽다. 주요한 6명의 인물들의 관계 또한 더없이 얽히고 설켜 있지만 예의 [내 미국 삼촌]에서 보여주던 분석적이고 관찰적인 시선은 아니다. 엔딩에서 이제 영화가 끝이 났으니 돌아가라는 노래를 부르는 주인공들의 모습처럼 이 영화는 즐거운 영화이다. 원한다면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는 노랫말은 이 영화가 관객을 위한 친절한 영화임을 확인해준다. 인물들이 대놓고 관객에게 말을 거는 방식이나 밀실인 아파트의 관리인이 보여주는 연기와 익살은 관객을 위한 친절한 설명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지저귀는 새처럼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에 관한 이야기다. 새의 모티브는 인물들의 퇴장과 대사처리에서 확실하게 부각된다.



진실과 비밀과 착각과 거짓말의 혼재

영화는 끝이났고 배우들은 관객을 향해 즐겁게 돌아가라고 말한다. 영화는 해피엔딩처럼 보인다. 질베르트의 비밀은 지켜졌고 남편은 혼란에서 벗어나 자존심을 지킬 수 있게 됐으며, 에릭과 아를레트는 입술이 맞닿은 키스로 사랑에 빠졌고, 위게트와 샤를레도 인연임을 확인한다. 이 파편들의 모음은 미궁일까. 영화의 중간 질베르트의 비밀이 드러날 위기에 인물들은 "첫번째가 있으면 두번째가 있고 세번째가 있는게 당연한데, 첫번째라고 생각하는 두번째가 있으니 세번째는 누가될까."라는 대사로 춤을 추며 끝도 없이 노래를 부른다. 여기, 개인이 생각하는 세상과 전체 안에서의 개인이 얼마나 혼란스러울 수 있는가가 나타나있다. 둘, 둘, 둘로 짝을 이루며 영화는 끝이 나지만 관객들은 이들의 관계가 전혀 고정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질베르트와 에릭이 결혼했던 사실은 남편 조르주에게 비밀로 남았지만 진실은 여전히 존재하고, 아직도 언니를 원하는 에릭과 사랑에 빠진 아를레트의 미래는 불투명하며, 위게트와 사랑을 나누면서도 질베르트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샤를레도 그러하다. 도대체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정리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 알렝 레네는 눈에 보여지는 현상을 발랄하게 펼쳐놓고 그 외피 안에 또 다른 미궁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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