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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무르나우 감독의 영화는(<선라이즈> 이전이 궁금하기도 한 이유다) 한 편도 관람하지 못했으므로, 엄밀히 말하면 무르나우의 작품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친구들 영화제 <선라이즈>를 통해서였다. <메트로폴리스>를 좋아하면서 왜 동시대 독일 작품인 <파우스트>를 찾아보려고 생각하지 못했을까. 여하튼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영화제 기간 내 가장 먼저 관객에게 알려진 무르나우의 <선라이즈>는 이후 상영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로저 에버트는 <선라이즈>를 '시간과 중력을 정복한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사실 <선라이즈>의 내러티브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눈 여겨 볼 것은 영화 속 곳곳에 포진해있는 영화 미술의 정점들이다. 동시대 여타의 무성영화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선라이즈>의 모든 것을 세트 촬영에 의존했다는 이야기를 개막 직전에 알게 되었을 때는 사실상 큰 실감이 되지 않았지만, 막상 스크린으로 이 엄청난 영화를 접하게 되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갈대숲이나 강물씬과 같이 원근법을 이용해가며 교묘히 제작한 세트들에 눈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흥행에는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전해지나 무르나우가 헐리웃에 처음 건너와 만든 영화였던 만큼 의미가 남달랐을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에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되는 <선라이즈>에는 조마조마한 순간들이 속사포처럼 흘러간다. 도시 여자의 꾀임에 넘어가 아내를 살해할 뻔한 농부는 그것을 계기로 해서 아내와의 진정한 사랑을 다시 찾는다. 영화의 서사는 엄청나게 함축적인 재미로 똘똘 뭉쳐있다. 영화의 마지막, 혼수상태였던 아내가 천사와 같은 모습으로 깨어나 남편에게 키스하는 장면은 정말 심금을 울리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내가 <선라이즈>를 보며 주목했던 것은 아내와 남편, 그리고 남편을 홀린 여자로 이어지는 상황 전개가 아니라 중간중간 몇 번이고 반복삽입되는 도시장면들. 시골에서 계속 머물며 농부를 유혹하던 도시 여자는, 아내 살해 계획을 설명해준 직후 갈대밭에 누워 농부에게 도시의 환상을 보여준다. 남녀가 나란히 누운 가운데 멀리 보이는 강물의 풍경이 도시의 세련된 이미지로 변환되는데, 이 꿈과 같은 장면을 통해 농부는 아내를 살해하고 도시로 떠날 계획을 확고히 다진다. <선라이즈>가 현재 우리의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제법 된다고 생각한 이유도 이런 것들 때문이다.

서사 중간에 끊임없이 삽입되는 도시의 아름답고 깨끗하고 바쁘고 복잡한 장면들은, 두 부부가 살고 있는 시골, 그리고 부부가 처해있는 상황과 완전한 대조를 이룬다. 부부는 서로간의 사랑을 다지기 위해 잠시 시내로 나아가 돈을 쓰고 춤을 추며 순간의 기쁨을 즐기지만, 그들은 그곳에 머물지 않고 다시 강을 건너 집으로 돌아온다. 결국 농부를 유혹한 도시 여자는 볼품없는 모습으로 시골을 떠나고, 부부는 예전에 기쁨이 넘치던 작은 집에서 행복한 아침을 맞이한다. 만능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가하며 진정한 사랑의 모습을 부부의 변화하는 감정을 통해 보여준 <선라이즈>가 현재의 한국에 오버랩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영화는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남김없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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