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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영


영화 <카비리아의 밤>은 페데리코 펠리니의 1954년 작인 <길>의 연장선에 위치한 작품이다. <길>의 젤소미나와 <카비리아의 밤>의 카비리아는 진실한 사랑을 찾아 떠도는 여성으로 어떤 상황에서건 특유의 낙천성을 잃지 않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쾌활한 성격을 가진 주인공이다. 하지만 카비리아는 젤소미나와 달리 필연적인 시공간을 배회한다. <길>이 우연히 던져지는 사건들의 연속이라면 <카비리아의 밤>은 시간과 공간이 서로 치밀하게 얽혀 하나의 완벽한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카비리아의 밤>은 페데리코 펠리니가 네오리얼리즘을 떠나는 반환점이 되는 동시에 ‘펠리니적’이라는 수식어의 탄생 과정에 놓인 영화다.

영화는 물에 빠진 카비리아를 마을 사람들이 구출해내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카비리아가 사랑했던 조르조는 카비리아를 물에 빠뜨린 채 그녀의 돈을 빼앗아 달아난다. 카비리아는 물에 흠뻑 젖은 채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마침내 그녀는 애지중지 키우던 닭을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린다. 하지만 카비리아의 우울한 마음은 이내 조르조에 대한 분노로 바뀐다. 그녀는 눈물을 삼킨 채 방으로 들어가 조르조의 사진을 모조리 불태워버린다. 마음을 굳게 다진 카비리아는 떠나간 조르조를 뒤로하고 다시 거리로 나선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의 사정은 계속해서 후퇴할 뿐이다.

펠리니의 영화 속 주인공들 대부분은 종교적인, 혹은 구원적인 특정 대상에 자신을 의지해 해답을 얻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신으로부터 외면당한 채 스스로 파멸하고 갱생하기를 거듭한다. <카비리아의 밤>의 카비리아 또한 자신의 처지를 벗어나고자 성당을 찾지만, 그녀에게 되돌아오는 것은 구원의 밧줄이 아닌 침묵뿐이다. ‘언젠가는 지독한 불운에서 벗어나리라’ 다짐하는 카비리아를 덮치는 것은 실망과 배신의 나날이다. 페데리코 펠리니는 카비리아라는 인물의 행로를 설정하기 전에 그녀가 몇 번이고 실패로부터 일어서게 만드는 힘을 영화에 덧씌운다. 카비리아의 ‘힘’은 기적, 혹은 구원 에 대한 갈증으로 펠리니는 이를 통해 카비리아의 행동에 대해 한 치의 의심도 허용하지 않는 질서를 만들어 낸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카비리아는 마지막 희망, 그리고 마지막 기적의 상대인 오스카를 만난다. 거듭되는 악몽이 두려웠던 카비리아는 오스카를 경계하지만, 그의 끈질긴 구애 앞에 결국 마음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토록 사랑을 속삭였던 오스카도 사랑의 힘에 이끌려 카비리아를 원한 것이 아니었음이 밝혀지고, 카비리아는 홀로 외딴 지방에 남아 구슬픈 눈물을 흘린다. 자신이 살던 마을을 벗어나 방황하던 카비리아는 그녀의 유일한 친구였던 음악의 유혹에 이끌려 울음을 삼키고 웃음을 짓는다. 카비리아의 눈가에 맺힌 검은 눈물방울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이용해 기생해야했던 남성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딛고 일어나야만 하는 카비리아의 ‘광대적 삶’을 함축적으로 묘사한다. 카비리아의 웃음은 그녀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종교적 해답을 발견했음을 보여주고, 이것은 곧 페데리코 펠리니의 ‘신성’으로 이어진다. 웃는 자는 곧 깨달음을 얻은 자이며, 자기치유의 권한을 단독으로 부여받은 사람이다. 카비리아는 사랑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자신을 사랑하며 세상을 향해 웃음 짓는다.


(2009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웹데일리에 송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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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하고 학습하는 데에 있어

    2013.04.25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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