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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기관통합과 폐지 논의도 부상 “영진위 순기능 폐기 우려” 현실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가 수면위로 부상했다. 최근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아 강한섭 위원장이 지난달 사퇴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는 영진위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7일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영진위의 미래를 논한다’ 토론회에선 ‘축소 개편론, 폐지론’ 등 영진위 구조조정에 대한 격앙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먼저 김종국 홍익대영상대학원 겸임교수의 주제발표가 있은 후 영진위의 지난 10년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방향성 및 과제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발제자로 나선 김종국 교수는 “영진위가 실효성 없는 방만한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시장의 요구와 동떨어진 운영으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했다. 또 “신인 육성, 영화인 복지, 해외시장 개척 등 핵심 사업만 남겨두고 예산과 조직을 축소해야 하며 다른 유관 기관과 연계 혹은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상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영진위의 영화산업 지원은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영화예술 지원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진우 한국영화인복지재단 이사장은 아예 “영진위는 정략적 단체”라며 “(영진위가 없던)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도 영화는 잘 됐다. 정부가 영화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영화를 죽이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또 “상명하복 식으로 정부가 영화인 위에 군림하는 영진위란 기구 자체를 해체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정홍택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이사장도 “지난 10년간 영진위가 영화제작지원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했다”며 향후 “순탄한 노사관계 정립” 등 조직개선이 당면 과제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최진욱 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영진위가 정치적 전환기에 탄생한 것은 사실이나 그간 정부와 현장 사이의 소통 창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한국영화 발전에 기여한 부분이 있다”고 말하는 한편 스태프의 일원으로서 영진위가 현장과의 소통에 원활하지 못했던 점은 인정하지만 향후 영화인들의 고용창출과 복지에 힘써서 영진위의 존재 목적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임창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자본과 배급의 독과점으로 한쪽 진영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며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진영의 균형을 맞추고 분배를 조정하는 것”이 영진위의 주요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김시무 영화평론가도 “지난 10년간 영화산업의 성장에 영진위가 기여한 바가 크다”고 반론을 제기했고, “다른 예술 분야에 비해 영화판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산업 진흥을 위해서라도 영진위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영진위가 중요한 역할을 못해왔다면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한 정재형 한국영화학회 이사장은, “그간 영진위의 운영이 매우 독단적이었다”며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고 정부의 정책 홍보와 집행에 초점을 맞춰온 결과 영화판의 분열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영진위가 실질적인 연구, 분석 작업을 게을리했다며 정치성을 탈피하고 영화판의 공동체정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의 논의에서 알수 있듯이 영진위 축소, 무용론을 주장한 토론자들의 공통된 지적은 영진위가 영화인과 관객을 위한 기구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이었기 때문에 영화산업 발전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의 9인 위원 합의제가 비효율적이고 정치적인 운영이라는 폐단을 가져왔다며 일인 독임제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또 발제자 김종국 교수가 작성한 보고서 내용중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영진위의 방만한 조직 운영에 대한 지적과 함께 조직과 예산의 축소를 주장했다. 그러나 위상과 역할이 다른 기관들 간의 예산 및 인건비의 단순비교를 영진위 비판의 근거로 삼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영진위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지명혁 위원장도 “영등위의 예산은 심의의원들에게 주는 수고료와 기관 운영 예산 정도이며 사업을 따로 기획하고 수행하진 않는다. 하지만 영진위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영등위와 대등하게 비교할수 없다”고 밝혔다.


합리적 비판 대신 비난 난무, 실질적 대안 모색해야


이날 토론회는, 주제발표에서 영진위의 예산과 규모가 비효율적으로 방대하며 현 노사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는 내용을 지나치게 강조해 영진위 개혁을 위한 객관적인 비판보다는 이념에 근거한 사실 무근의 비난들이 난무하는 등 토론회의 주최 목적에 의구심을 갖게 할 정도였다. 특히 사회를 맡은 김창유 용인대예술대학원장은 합의제와 독임제에 관한 취사선택을 토론의 중심 의제로 몰고가며 현 합의제의 폐단을 부각시켜, 과거 영화진흥공사 시절로의 회귀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또한 다수의 토론자들은 “영진위를 둘러싼 진보-보수 진영의 대립과 갈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김종국 교수의 주장과, “파벌이 나눠져 끼리끼리 해쳐먹었다”는 정진우 이사장의 원색적인 비난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토론회 이후 객석에서 조혜정 영진위 전 위원이 “영진위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은 필요하지만 정확한 근거와 구체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야 설득력이 있다”고 지적한 것이나 또 다른 청중이 “정권교체에 따른 영진위의 전면적 개편은 소모적이다.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개혁’이라는 명목 아래 영진위의 순기능마저 없애려는 게 아니냐는 영화계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듯했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소수 발언은 향후 영진위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이원화 보스톤창업투자 상무의 “영진위가 상업영화의 흥행수익으로 종자돈을 조성해 독립․예술영화를 지원해야 하며 공익적 지원 사업과 수익창출이 시너지 효과를 낼수 있도록 조율해야 한다”는 의견이나 김시무 평론가의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한 위원 합의제의 긍정적인 취지를 잘 살려야 하며 과거 영진공 시절로의 회귀는 절대 안 된다”는 주장은 영진위가 염두에 두어야 할 내용이다. 또한 임창재 이사장은 “영진위내 소위원회의 활동 역량을 키워서 내,외부적 의사소통이 원활해져야 한다”고, 최진욱 위원장은 “조직이 전문화, 세분화되어 있어야 현장 스태프들이 접근하기 용이하다. 영진위가 현장과의 창구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인적 자원에 투자해야 한다”며 실질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토론회에서 많은 발언들이 나왔지만 영진위의 공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물론 영화의 산업적 기능만 강조해 논의의 균형감을 상실하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위원장 선출은 정책과 직결되는 사안이라 다양한 진영의 의견을 수렴해야하며, 한국 영화의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청사진과 비전을 갖고 영진위가 운영되어야 한다”는 임창재 이사장의 제언은 향후 새로운 영진위를 꾸려나갈 위원장과 정부가 꼭 새겨들어야 하는 지점일 것이다.




추신: 이번 토론회에 앞서 지난 2일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영진위의 향후 개편에 관한 주요 방향을 발표했다. “위원장의 인사권과 경영권을 제한하는 단체협약 개정 등 노사관계의 선진화”, “인원감축, 조직개편, 대졸초임 인하로 경영효율화 달성” 등 경영평가에서 지적된 부분이다. 또한 영화발전기금 지원사업 개편과 민간과 중복되는 교육·기술지원부문의 기능전환 또는 폐지도 언급했다. 이미 정부의 영진위 개편에 관한 기본 방침이 정해진 마당에 이번 토론회는 면피용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울수 없다. 갈 길이 너무 먼 영진위와 한국 영화계의 앞날을 지켜보는 심정이 편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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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영

제 3회 시네마디지털서울 기자회견 현장을 가다

2009년 시네마디지털서울(이하 ‘신디’)영화제의 메인 포스터에는 유난히도 진분홍색이 눈에 띈다. 독특하고 강렬한 이미지의 신디영화제 메인 포스터를 벌써 세 번째 접하게 되는 것이지만, 올해도 여전히 알 수 없는 신기한 낯설음이 눈가를 간지럽게 만든다. 1회부터 시작된 신디영화제의 ‘핫핑크’ 사랑은 이제 신디영화제의 완벽한 트랜드로 자리 잡았다. 해마다 시선을 휘어잡는 꽃분홍색이 빠지지 않았던 신디영화제의 세 번째 메인 포스터 또한 예외 없이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텔레비전의 화면 조정 시간을 보는 것 같이 총천연색 흩날리는 신디영화제는, 올해도 변화무쌍한 포스터를 대문에 걸어놓고 관객을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다.

지난 7월 21일 화요일 오전 11시,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2009년 신디영화제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신디영화제 기자회견장으로 땡볕을 피해 걸음한 기자들은, 씨네큐브 2관 앞을 지키고 있던 정성일, 박기용 두 공동집행위원장들과 눈인사를 건네고 연두색 고운 수첩을 하나씩 받아들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앞서 말한 두 집행위원장과 김준양, 신은실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들이 함께 했으며, 특별 게스트로 2009 신디영화제 공식 트레일러를 만든 가수 이석원씨가 참석했다. 행사는 박기용 공동집행위원장의 인사로 시작되었으며, 각 프로그램과 추천작들을 차례대로 이야기하는 짧은 시간을 가졌다.

ⓒ 로우예 <스프링 피버>



올해 신디영화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상영 방식의 변화였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로우 예 감독의 <스프링 피버>와 장편경쟁 부문의 전편(15편)이 모두 D-Cinema 방식으로 상영되는데, 이 D-Cinema 상영은 필름이나 디지털 테잎을 이용하지 않고 파일 전송만으로 영화를 상영하는 가장 진보한 상영 방식이다. D-Cinema 상영으로 인해 영사사고 등의 불안정한 변수들을 최소화하고, 관객들은 원음에 가까운 사운드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울러 박기용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러한 D-Cinema 상영을 통해 신디 베이징, 신디 도쿄 등과 같은 전 세계 동시다발적인 영화제를 구축하고자 하는 포부를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귀띔해주었다.




매년 신디영화제의 꽃은 15편의 장편경쟁 부문이었지만, 올해는 이런 메인 섹션 이외에도 단편경쟁 부문이 신설되었다. 두 번의 영화제를 개최하며 장편경쟁만을 고집했던 독특한 방식을 취했던 신디영화제는, 진정한 의미의 신인을 발굴하기 위해서 한국단편경쟁부문을 따로 창설하였고, 이에 따라 예년에는 볼 수 없었던 ‘옐로우 카멜레온상’의 심사 또한 신설되었다. 신디영화제는 위와 같은 새로운 부문을 신설하며 초청부문을 ‘퍼스펙티브’로 변경하여 조금 더 다양화된 영화들을 엄선해서 준비해두었으며, 올해 장편경쟁 부문에는 추가로 CGV인디영화 전용관 2주 개봉을 약속하는 ‘무비꼴라주상(가칭)’ 또한 신설되었다. 장편경쟁에 해당된 상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레드 카멜레온(감독 중심의 심사위원단), 블루카멜레온(국제적 비평가와 저널리스트 중심의 심사위원단), 그린카멜레온(국내 평론가 및 기자의 심사위원단), 화이트카멜레온(신디가 뽑은 관객심사위원단) 등이며 한국단편경쟁에는 추가로 신디영화제 데일리기자단이 엄선한 ‘맥스무비상’이 수상된다.


관객을 위한 ‘난장’이 준비된 신디영화제의 화제작 신디 올나잇섹션 또한 심야영화를 향해 고군분투하는 열혈 관객을 위해 올해도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올해 신디영화제 신디 올나잇의 메인 섹션은 총격 액션을 다룬 5인 5색 옴니버스 작품인 <킬러즈>다. 이미 국내에 엄청난 마니아들을 거느리고 있는 오시이 마모루를 포함해, 기우치 가즈히로, 오카와 순도, 츠지모토 다카노리, 가와다 슈지 등 5인의 일본 감독들이 펼치는 재기발랄한 이야기가 꾹 눌러 담겨진 진득한 액션이 준비되어있다. <킬러즈>의 상영 이후에는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SF영화 <스캐너 다클리>를 상영한다. <스캐너 다클리>는 링클레이터의 전작 <웨이킹 라이프>에서 한층 더 발전된 로토스코프 기술을 통해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전달해줄 영화다. 신디 올나잇- 신디 심야영화 섹션의 마지막 상영작은 작년 신디영화제에서 엄청난 호응을 불러일으킨 <비밀결사 매의 발톱단: 총통은 두 번 죽지 않는다>의 속편이다. 지난 신디영화제에서 매진행렬을 견디지 못해 <비밀결사 매의 발톱단: 총통은 두 번 죽지 않는다>를 관람하지 못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 관객들에게는 그야말로 희소식인 셈이다.

이밖에도 신디영화제에서는 21세기 한국디지털영화전 섹션을 준비해 김영진, 김형석, 김혜리, 장병원, 허문영 등의 비평가들이 선정한 장편 8편과, 중견 감독들의 디지털 단편 3편, 지난 10년간의 한국 애니메이션사의 대표작품 11편을 상영한다. 과거로부터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상영박식, 그리고 디지털 필름 등을 돌아보는 섹션이 될 예정인 21세기 한국디지털영화전은, <죽어도 좋아>, <송환>, <상어>와 같이 관객과 평단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들을 준비해 한국영화에서 디지털의 의미란 무엇인지에 관한 심도 깊은 담론을 제기한다.




올해로 세 번째 생일을 맞는 신디영화제는 늘 젊은 영화제, 신선한 영화제라는 꼬리표를 달고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두 눈으로 직접 관람하지 않고서는 어떤 형식, 어떤 내용인지조차 분간하기 힘들만큼 새로운 영화들이 수놓아진 신디영화제는 국내의 그 어떤 영화제보다 새롭고 참신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위에 답답한 짜증까지 더해진 올해 여름의 마지막을 시원하게 적셔줄 2009년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는 8월 19일부터 25일까지 압구정 CGv에서 열린다. 개강 전에 실컷 놀아보지 못한 학생들, 그리고 올 여름 휴가는 이미 물 건너간 직장인들은 모두 8월 말, 압구정의 ‘신바람’에 온 감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


ⓒ 홍기선 <이태원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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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영

제 10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현장을 가다

전주국제영화제는 2009년 올해로 10회를 맞는다. 드디어 10년, 드디어 10회의 봄이 다가온 것이다. 2000년 홍상수 감독의 <오!수정>으로 시작된 전주국제영화제의 발걸음은, 2003년 이후 '자유, 독립, 소통'을 주제로 확고한 틀을 잡아 현재까지 이어져내려왔다. 한국의 대표적인 국제영화제 중 하나인 전주국제영화제는 타 영화제에 비해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시작해 꾸준히 관객층을 모아오고 있는 것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접근성이 뛰어나고, 소란스럽지 않은 전주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 덕에 전주국제영화제는 예전부터 '시네필의 영화제'로 손꼽히기도 했다. 지난 9년동안 수많은 '전주 매니아'들을 낳아 5월 초, 꽃바람이 불어오면 해마다 전주로 머리를 돌리게 하는 전주국제영화제로의 '중독'은 10주년을 맞은 올해, 예년과 마찬가지로 시작된다.



3월 31일 화요일, 작년과 같은 장소, 같은 시각에 열린 제 10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회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북적거리는 인파 속에서 분주하게 시작되었다. 송하진 전주시장, 민병록 집행위원장, 유운성 정수완 조지훈 프로그래머가 참여한 가운데, 10회 전주국제영화제 트레일러를 비롯한 대부분의 상영작들이 공개되었다. 매년 조금씩 출품작이 증가되는 현상을 보이던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많은 예비영화인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의 기자회견에서 가장 주가 되어 발표되던 섹션은 10주년 특별 기념상영 섹션이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로 열 번째 생일을 맞는 것에 대한 작은 축제의 일환으로 10주년 특별 기념상영회를 준비했다. 10주년 기념상영은 총 세 가지로 구성되는데, 첫 번째는 JIFF가 발견한 감독 열전 상영작, 두 번째는 JIFF 수상자의 귀환 상영작, 세 번째는 다시 보고 싶은 JIFF 상영작으로 이루어졌다. JIFF가 발견한 감독 열전 상영작에서는 지난 9년간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감독들의 데뷔작을 상영하고, JIFF가 발견한 감독열전에서는 전주국제영화제 수상작 감독들의 신작, 마지막으로 다시 보고 싶은 JIFF 상영작에서는 일반 관객의 설문을 통해 뽑힌 다섯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이 중에서 눈에 띄는 소섹션은 다시 보고싶은 JIFF 상영작 섹션으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으나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영화들이 가득하다. 대표적으로 전주에서 인기몰이를 시작했던 베니토 잠브라노 감독의 <하바나 블루스>, 2006년 상영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던 아시 초프라 감독의 <비르와 자라>등이 이 섹션에 포함되어 있다. 전주는 이와같은 기념상영회와 함께 올해의 마스터 클래스도 10주년을 축하하는 특별 섹션으로 구성하였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마스터 클래스는 '영화평론 마스터클래스'로, 프랑스의 영화이론가 레이몽 벨루, 미국 <시네아스트>의 편집장 리처드 포튼, 그리고 웹진 <루즈>의 편집장이자 호주의 영화평론가인 에이드리언 마틴이 참석한다. 이들은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자신들이 직접 선택한 영화를 관람하고 서로 다른 스타일로 소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념상영과 마스터클래스를 포함해 전주국제영화제가 준비한 '10주년'의 마지막 행사는 '10주년 기념 책자'와 '디지털 삼인삼색 DVD 박스 세트'를 발매하는 것이다. 이미 모든 편집이 끝나 출판을 기다리고 있는 전주국제영화제의 기념 책자는 전주 영화의 거리에 대한 사진들과 더불어 전주국제영화제 10년의 역사, 그동안 초대되었던 게스트와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정보와 이야기거리를 담고 있다.


해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메인이었던 특별전과 회고전은 스리랑카 영화와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의 상영으로 각각 결정되었다. 특별전에 선택된 스리랑카 영화 상영은 지난 수 년간 전주국제영화제가 발굴해왔던 비 서구지역의 영화들과 맥을 잇는 것으로, 2008년인 작년에는 중앙아시아의 영화들을 소개했었다. 인도의 바로 옆에 위치해있고 각종 내전이 아직까지 끊이지 않는 스리랑카는 정치적인 문제를 피할 수 없는 국가 중 하나이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스리랑카의 이런 사회적인 문제를 포착해낸 1974년에서 2005년 사이의 스리랑카 영화들을 이번 특별전을 통해 소개한다. 스리랑카 특별전은 '시네마 스케이프'의 '팔레스타인은 지금'이라는 섹션과 맞물려 있는데, 이를 통해 전주국제영화제는 분쟁지역들의 정치적 상황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다시 바라보고자 노력한다. 올해의 회고전인 폴란드 거장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의 영화들은, 작년 벨라 타르 감독에 이어 유럽에서 주목받는 최고의 감독 중 하나로, 그는 모더니즘 이후 최고의 유럽감독으로 꼽히는 감독이다. 이번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의 회고전에는 1960년부터 2008년 최근까지 그가 연출한 22편의 영화들 중 10편을 상영한다.



예년과 비슷하게 진행되는 한국영화의 섹션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한국단편과 한국장편 영화들을 준비해두고 있다. 특히나 이번 한국장편경쟁에서는 김응수, 신동일, 임순례 감독등 주목받는 감독들의 신작을 포함한 다양한 작품이 포진해있다. 근 몇 년간 주요한 경향으로 쏟아져나오는 '에세이 영화', 혹은 장르를 구분할 수 없는 영화들의 성격도 이번 한국장편경쟁 섹션의 여러 작품에 녹아있다. 한국단편, 한국장편과 같은 경쟁섹션을 제외하고 진행되는 프로그램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국영화 회고전이다. 2003년 이후로 진행되지 않았던 한국영화 회고전을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10주년을 맞아 부활시켰다. 한국영화 회고전에서는 21세기에 들어 복원 또는 발굴한 한국 고전영화 4편을 상영하는데, 양주남 감독의 <미몽>, 김기영 감독의 <하녀>(<하녀>는 지난 2008년 한 해 동안 디지털 복원을 통해 많은 영화제에서 소개되었으나 세계 최초로 완전판을 상영하는 것은 이번 전주국제영화제가 처음이다), 신상옥 감독의 <열녀문>, 이두용 감독의 <최후의 증인>이 상영된다. 이와 더불어 2009년부터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중견감독들을 국내외에 소개하기 위한 감독 중심의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한국영상자료원과 공동주최하는 이 프로그램의 첫 번째 손님으로 한국독립영화의 가장 중요한 감독 중 한명인 홍기선 감독이 선정되었다. 평소에 잘 만나지 못했던 홍기선 감독의 두 단편과 두 장편이 전주를 통해 대대적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많은 상영작들이 이른 4월부터 관객을 기다린다. '불면의 밤' 섹션에서 가장 기대주인 닛카츠 로망 포르노의 거장 다나카 노보루, 카르트 블랑슈의 <벌집의 정령>,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벌써부터 구설수에 올랐던 홍상수 감독의 신작 <첩첩산중>과 가와세 나오미, 라브 디아즈의 신작들, 그리고 스페인 아방가르드의 대표 거장 페레 포르타베애와 필리핀 디지털 누벨바그의 신동 라야 마틴의 작품들까지 알찬 영화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국내 10인 감독이 참여한 <숏,숏,숏 2009>와 폐막작으로 선정된 스리랑카 감독의 <마찬>등 전주는 올해도 다른 어떤 곳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신선한 영화들의 계보를 이어간다. 올해 대망의 10주년을 맞은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4월 30일부터 5월 8일까지 전주 영화의 거리에서 개최된다. 막 꽃이 지고 더위가 찾아오기 직전 따듯한 바람이 부는 5월 초, 전주는 지난 9년을 기리며 다시 출발하는 영화제의 시작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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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yoursummer.tistory.com BlogIcon 괜찮다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번도 못 가봤지만 올해 전주영화제를 너무 너무 기다리고 있습니다. 혹시 카다로그 언제쯤 나오는지 아시나요? ^^

    2009.04.08 10:34 신고

민용준



일단 젤리클 고양이에 대해서 궁금해한다면 당신은 뮤지컬 <캣츠>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해도 상관없을 것 같군요. 물론 그건 T.S.엘리엇의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를 읽었기 때문이야! 라고 반박할 수 있는 사안일 수 있겠지만 이미 원작보다 유명해져 버린 뮤지컬을 먼저 염두에 둔다는 게 그리 나쁜 일은 아니겠죠?

 

사실 (인터미션 20분을 제한) 2시간 20분의 공연을 관람하고 나온다고 해도 저 물음표는 사라지지 않아요. 젤리클 고양이를 아냐고 객석을 향해 묻던 고양이들은 긴 시간 동안 젤리클 고양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젤리클 고양이가 어떤 고양이인지는 몰라도 고양이란 동물에 대한 호감 정도는 생길 거에요. 그리고 사실 젤리클 고양이가 뭘까, 라는 고민 따 따위 중요하지도 않죠. 공연을 보고 나서 굳이 저 물음표에 연연하지 않게 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어쩌면 젤리클 고양이에 대해서 되묻는 것이 결국 내 이름의 연유를 묻는 자문처럼 부질없는 까닭이기도 하죠. 젤리클 고양이는 말 그대로 젤리클 고양이일 뿐이거든요. 2시간 20분 동안 당신이 주목하는 무대 위의 고양이들이 바로 그들이고요.

 

젤리클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고양이의 모든 것을 몸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알다시피 그들은 사람이에요. <캣츠>의 묘미는 그 지점에 있는 것이고요. 고양이 분장을 하고, 꼬리를 달고, 고양이의 네발처럼 무릎과 팔로 바닥을 기어 다니고 심지어 고양이처럼 눈을 비비거나 고개를 갸웃하기도 하죠. 그 모습은 정말 고양이처럼 앙증맞거나 때론 도도하고 우아해서 놀라운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거에요. 그들은 철저하게 고양이처럼 행동합니다. <캣츠>의 가장 큰 묘미는 그 지점이라 할 수 있죠. 게다가 그들은 무대에서만 활동하지 않는단 말이죠! 공연이 시작할 때쯤, 무대 위로 슬금슬금 모여들던 고양이들에 집중하다 어느 순간 옆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고양이를 보고 깜짝 놀라게 될 거에요. 그들은 무대 뒤에서 등장하거나 심지어 무대 위에서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들을 쳐다보며 노래를 하기도 하죠. 심지어 당신이 운이 좋은 관객이라면 자신을 선택한 고양이와 객석을 거닐게 되는 영광(!)도 누릴 수 있을 거에요. 물론 본인에게 모든 관객의 시선이 모이는 것쯤은 감안해야죠. 하지만 그 눈길의 대부분이 분명 부러움의 시선으로 채워질 것을 염두에 둔다면 결코 나쁜 경험이라 할 수 없겠죠? 게다가 <캣츠>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넘버, ‘Memory’의 한 소절을 한국어로 부르는 팬서비스는 가히 감동적이기까지 하죠.

 

현대무용에 기초한 군무와 독무는 절제된 세련미와 함께 화려한 동선을 자랑하는 것이라 눈이 즐겁기도 하죠. <캣츠>는 연극적인 이야기 흐름보다는 화려한 안무와 흥겹고 때론 구슬픈 음악, 즉 가무로써 증명되는 뮤지컬의 묘미를 철저하게 증명하는 작품이니까요. 사실 중심인물의 교체와 함께 단막적인 형식으로 치고 빠지는 <캣츠>의 내러티브 구조는 관객에게 친절한 것이 아니에요.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고 그에 따라 집중하는 관객이라면 이 뮤지컬에 집중하기 힘들 가능성도 배제하긴 힘들죠. 하지만 <캣츠>는 결코 허술한 뮤지컬이 아니에요. 앞에서 말했지만 사실 <캣츠>의 이야기 구조가 에피소드 형식으로 나열되는 건 T.S.엘리엇의 시집에서 모티브를 얻었기 때문이란 사실과 무관하진 않거든요. 시집을 하나의 뮤지컬 형태로 완성함에 있어서 <캣츠>는 그 개별성의 방식을 이야기 구조로 승화시켰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동시에 그것이 무대 위를 가득 채운 스물아홉 마리 고양이들의 사연을 다채롭게 전달할 수 있는 온전한 방식이기도 하니까요.

 

무대 위를 누비는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고 개성이 넘쳐요. 당신이 평소에 고양이를 혐오하는 사람이라면 그 취향을 다시 한번 재고해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게다가 그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인간과 다를 바가 없어요. 그들은 각각 무대 앞에 서서 관객들을 향해 자신들의 사연을 노래하곤 하죠. 그들은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고, 저마다 제 성격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어요. 그 와중에 갈등과 충돌도 발생하지만 사랑과 우정을 나누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펼치는 대장정의 궁극적인 주제는 고양이를 존중해달라는 정중한 부탁이에요. 이렇게 매력적인 고양이가 존중 받을만하지 않나요? 라고 묻는 그들은 용감한 낭만고양이임에 틀림없어요. 냉정해 보이지만 사실은 온화하며, 사나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앙증맞은 그런 고양이라고요. 뮤지컬 <캣츠>는 당신에게 지혜로운 고양이를 만나기 위한 안내서임에 틀림없어요. 평소 고양이 울음소리가 재수없다, 라는 편견을 지닌 당신이라면 한번쯤 그들을 만나볼 필요가 있어요. 적어도 이 젤리클 고양이들은 당신에게 고양이가 얼마나 매력적인 동물인지 새삼스럽게 각인시켜주는 지혜로운 고양이임에 틀림없어요.

 

젤리클 고양이란 바로 그들이에요. 존중 받을만한 지혜로운 고양이들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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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영화 <걸 스카우트> 제작보고회에서 김선아는 공백 기간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간에 여러 가지 이런저런 일이 많았었고 그래서 공백 기간이 있었는데 사실 일을 그만두려고 했었던 적이 있었어요…(중략)…심적으로 힘들었던 시기가, 마음을 다치면서까지 일을 해야 될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죠. 그건 저 뿐만이 아니라 많은 (연기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그런 것 같은데요."

8일 방영된 드라마 <온에어>의 오승아(김하늘 분)는 기자회견에서 이런 대사를 남겼다.

"제 추락이 재미있으셨나요? 절 끌어내리면서 즐거우셨어요? 덕분에 전 제 위치를 알았고 제 옆에 누가 있는지, 없는지도 알았습니다. 스타는 대중의 사랑을 먹고 큰다고 하죠. 요 며칠 여러분이 주신 사랑 그대로 가져가셨으니 전 오늘부터 신인입니다."

'삼순이' 김선아는 씩씩했다. 만 3년 만에 컴백하는 심경을 조심스레 털어놨다. <세븐데이즈>의 전신인 <목요일의 아이>에서 하차하며 영화사와의 송사에 휘말렸고 설상가상으로 나훈아 괴소문에 이름이 오르내렸던 터다.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사는 일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온에어> 속 '국민요정' 오승아는 "죽음까지도 생각한" 고통 속에서도 당당했다. 갑작스레 터진 비디오 파문에 맞서 기자들 앞에서 "뭐 하러 비디오를 봐, 직접 봐"라며 상의를 벗어던졌다. 악플러들에겐 "당신들은 내 얼굴을 아는데, 나는 당신들 얼굴 모른다는 게 가장 무서웠다"며 당당히 고소했다.

드라마는 역시 드라마다. 속이 다 시원하다. 디테일은 부풀려졌을지 모르지만 일정 정도 현실을 반영하려 노력했다. 온전히 '피해자'인 오승아와는 또 다르겠지만, 그간 루머에 시달렸던 여배우들의 속내는 어땠을까를 생각해 보면 꽤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종영을 2회 앞둔 <온에어>가 뇌관을 터트렸다. 시청률도 25.2%로 자체 최고를 기록했다.  

속 시원한 김은숙 작가의 카운터 펀치

"넌 뭐가 다르니? 비디오 봤다고 개념없이 댓글 다는 네티즌이나, 비디오 있단 소문에 훔쳐보기 심리로 우리 드라마 봐서 시청률 올려주는 시청자나, 여기저기 신나게 클릭질 해서 쫑알쫑알 읊어대는 너나. 뭐가 다르냐고?"

오승아와 관련된 소문들을 전하는 보조 작가를 서영은(송윤아 분) 작가가 꾸짖는 대사다. 비디오 파문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작가님의 성난 목소리를 통해 전달해 준 셈이다. 이건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연인>으로 시청률·명대사 제조기로 이름을 드높인 김은숙 작가 본인의 목소리이기도 할 것이다.


"배우는 사생활도 없습니까? 배우라서 전 국민 앞에 사생활 까발려져도 되는 거 아니잖아요. 오승아의 추락? 재미있죠? 국민요정은 어떤 남자랑 자나 궁금하겠죠. 그렇다고 한 여자의 인생을 자기들 오락거리로 만들면 안 되잖아요."

여배우 비디오. 드라마뿐 아니라 현실 속 연예계에서도 가장 큰 파괴력을 지닌 사안이리라. "이 바닥에서 사건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인상 깊은 대사를 남기면서 오승아와 매니저 장기준(이범수 분)에게 큰 생채기를 내며 일단락됐지만, 그만큼이나 신우철 PD와 김은숙 작가는 용감했다. 19회까지 '이렇게 솔직해도 될까'라는 의문을 심어줬던 <온에어>가 경박한 네티즌들과 미디어 환경에 카운터펀치를 날린 것이다.

하지만 연예계와 드라마 제작현장을 무대로 하는 이 트렌디드라마의 시청률은 잘나가는 진짜 트렌디드라마보다 덜 나온다.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 시청자보다 인터넷으로, IPTV로 드라마를 소비하는 추세라고 하더라도, 포털 뉴스면은 연예뉴스가 먹여 살려도 연예계 관련 드라마는 또 다른가 보다.

전통적인 드라마 소비층은 아직까지 드라마 제작과정보다는 전문직들이 본격적으로 연애하는 이야기에 더 반응한다는 방증일 것이다. 반면 한 쪽에서는 전문직드라마 답지 못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유일무이한 드라마에 대한 드라마

<온에어>는 과장을 조금 더하면 국내 유일의 메타드라마(meterdrama)다. 드라마에 대한 드라마 혹은 자기반영적인 전문직 드라마. 배우와 매니저, 작가와 PD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 이야기는 현실과 드라마 사이를 오가며 흥미로운 줄타기를 진행해 왔다.

19회까지의 사건, 사고만 놓고 보면 <온에어>는 마치 '한국에서 드라마 만들기의 A-Z'를 모두 보여주려는 야심을 감추지 않는다.

연말 시상식 나눠먹기로 시작하여 스타 작가와 방송사와의 알력 다툼, 조연출의 PD 입봉 과정, 톱스타 캐스팅 우여곡절, 국민요정과 시청률 제조기의 기 싸움, 이중계약 파문, 매니지먼트사 끼리의 힘겨루기, 외주제작사의 진행비 관행, 해외 로케이션의 절차, PPL(간접광고)의 진행 과정, 여배우끼리의 배역 다툼, 매니지먼트사와 방송사와의 대립, 시청률에 일희일비하는 방송가 풍경, 그리고 여배우 비디오 파문까지.

마치 한 회 한 회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의 서사구조마저 떠올리게 한다. 하나가 해결되면 또 하나의 사건이 연이어 터지는 식이다. <온에어>는 그 안에 시청자들이 짐작해봤을 에피소드들을 집어넣고, 또한 일반 시청자들이 모를 드라마 제작 과정의 고충과 애환을 녹여낸다. 시청률에 목을 매는 방송가 풍경이 전자라면, 해외로케이션과 같은 제작 환경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후자다.

작가의 입을 통해 PPL에 대해 볼멘소리를 해 보지만 정작 극 중에서 적지 않은 빈도수로 고기집과 감자탕 가게가 등장하는 아이러니. 얄미운 기자와 오승아의 인터뷰 장면이 등장하고 얼마 뒤, 김은숙 작가가 직접 송윤아의 의도가 왜곡된 인터뷰 기사를 해명할 때 오는 기시감.

또 재벌 2세, 신데렐라, 불치병, 출생의 비밀 등 한국 드라마의 흥행 요소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명대사를 버리고 '좋은 드라마'에 매진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힌 서영은=김은숙 작가의 자기 반영은 또 어떠한가.

가끔은 도가 지나쳐 "우리 이 정도로 힘들게 드라마 만들어요"라는 과시로 보이기까지 한지만, 그 만큼 <온에어>가 보여주는 드라마 제작 풍토와 연예계 이면에 대한 묘사는 야심 찬 구석이 있다. 사실 기사나 방송에서 다 듣는 얘기일지라도 작가료가 회당 2000이니 제작비가 30억이니 하는 돈 얘기도 서슴지 않는다. 드라마 사상 최초로 컷과 반응 컷을 나눠 찍는 제작 현장 그대로를 보여줄 정도다.



그러나 절반의 야심찬 성공

물론 왜 네 명의 애정전선을 끝까지 놓지 않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한 변명은 제대로 된 의학 드라마라 일컬어지는 <하얀거탑>으로 대신할 수 있겠다. 탄탄한 스토리와 강렬한 캐릭터가 돋보인 <하얀거탑>은 이미 일본 원작과 드라마가 존재했다. 역시 대박 시청률보다 마니아·명품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한국에 맞는 변형이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캐릭터에 대한 집중과 과장, 스피디한 전개, 수술 장면 등의 감정 과잉이 그 예다. 장준혁(김명민 분)과 최도영(이선균 분)의 대립구도가 약해진 대신 장준혁에게 집중하고, 노민국(차인표 분)에 대한 비중을 늘린 것, 일본인으로서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반성을 집어넣던 독일 장면을 빼버린 것, '수술 배틀'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감정을 고조시키는 음악과 편집이 반복되는 수술 장면 등 <하얀거탑>이 한국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예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반면 "내가 제일 잘 하는 장르가 트렌디드라마이고, 못 하는 것을 깊이있게 하겠다고 시도할 용기는 아직 없다"는 김은숙 작가의 최후의 보루는 바로 캐릭터와 멜로 코드에 있다. 까칠한 오승아, 인간미로 똘똘 뭉친 장기준, 귀여운 공주 서영은은 물론이요, 제작사 사장과 방송국 드라마 국장에게까지 인간미를 부여하는 세심함은 가장 큰 장점이다. 분화시켜 보자면 여자 캐릭터에 비해 인간미 넘치는 장기준과 의욕만 넘치는 이경민(박용하 분)은 진작부터 이상적인 존재들이었다.

초반과 달리 변모해 가는 캐릭터로 인해 '오버' 논란을 잠재운 송윤아나 한번쯤 예상했을 법한 오만한 여배우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낸 김하늘은 시작부터 남는 장사였다. 다만 타고난 연기력으로 살아남은 이범수와 비교해 '한류스타' 박용하가 언론이나 네티즌들의 관심을 덜 받고 있는 이유는 캐릭터가 가장 단선적이기 때문이리라.

오승아가 인간적인 자신의 첫 매니저 아저씨 장기준을 흠모해 왔다거나, '공주과' 서영은이 진정성을 무기라 자랑하는 이경민으로 인해 서서히 변해간다는 러브 라인 또한 김은숙 작가의 '연인' 시리즈는 물론 시청률 잘 가나는 드라마들과 비교하다면 극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다.

<온에어>의 한계는 메타드라마가 응당 지녀야 할 자기 비판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에 있다. "분칠한 것들을 믿지 말라"로 대변되는 연예계라고 누누히 강조하지만 사실 김은숙 작가는 누구보다 자기 식구들을 믿고 챙긴다. 국민요정 오승아는 CF스타에서 연기자로 거듭나려는 마음을 먹(을 것을 장기준이 염원하)고, 거만했던 서영은 작가는 제작진을 챙기고 진정성 있는 시나리오에 눈을 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업계의 속내를 비추면 비출수록 그들의 애환을 일방적으로 위로해주는 쪽으로 극이 흐른 점도 약점이다. 전형적인 악역이 존재하지 않는 건 반갑지만 기존 드라마들이나 방송사의 관행, 악플러들을 몇 마디 대사로 꾸짖는 것으로 진정성을 확인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방송 환경에 총체적으로 다가서려는 노력은 높이 사줄만 하지만 캐릭터들에 대한 다독임과 그들이 펼쳐가는 사건, 사고의 나열에 머무르는 건 못내 아쉽다.

캐릭터들 또한 분명 변모하고 성숙해 가고 있지만 그것이 어떤 깊이를 담보해 내느냐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그들의 일상에 비춰지는 소소한 감정이 사건, 사고의 퍼레이드에 가리거나 쪼개진 회상 장면으로 지연되거나 로맨스로 대체되는 것도 약점이다.

아무리 시청률에 일희일비하는 풍경을 비춰줘도, 거대 매니지먼트 사의 횡포를 조명해도, CF 스타의 연기력 논란과 외주 프로덕션 제작 환경의 척박함을 거론한다 해도 <온에어>는 본질적인 자기주장을 펼치지 않는다. 대사는 직설적인데 주제는 추상적이다. 좋은 드라마, 좋은 연기자에 대한 비전이 없다.

과격하게 말하자면 자기반영이기 보다 자기위로에 가깝다고 할까. 그것 또한 트렌디드라마에 강한 김은숙 작가의 능력이라면 또 능력일 테지만 말이다.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을 까발린 <온에어>의 가치

"어느새 봄이 다 가버렸네요. '서작가'는 좋겠습니다. 벚꽃 구경도 가고^^(에휴... 김작의 일상이란...^^). 모쪼록, 종연 되는 날까지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럼 이만 총총... 지금까지 '서작가'처럼 '깊이' 없음을 고민하는 김작이었습니다. 꾸벅."

지난 2일 김은숙 작가가 드라마 홈페이지에서 올린 게시물에서 본인과 극중 서작과의 비교를 빼놓지 않은 점이 흥미롭다. 드라마 사상 전무후무하게 진행자 김정은을 카메오로 등장시켜 자사 프로그램 <초콜릿>을 홍보하면서도 또한 극에 절묘하게 녹여내는 솜씨. 더불어 그녀의 실제 연인이자 감독과 작가의 전작 <연인>의 주인공인 이서진을 등장시키는, 현실의 방송세계와 드라마 사이의 간극을 넘나드는 능력과 맞닿아 있다고 할까.

19회의 말미, 서영은과 이경민은 첫키스를 나눴고, 오승아는 장기준에게 사업적인 결별을 통고했다. 어쨌든 <티켓 투 더 문> 또한 무사히 종영될 것이다. 그리고 분명 모든 인물들은 해피엔딩을 맞을 것이다.

하지만 서작가와 이경민 PD가 내내 고민했던 좋은 드라마에 대한 숙제를 <온에어>가 과연 온전히 풀었는가에 대한 물음은 의문으로 남는다.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을 까발린 첫 번째 소프트한 메타드라마'. 5개월간의 여정의 끝을 눈앞에 둔 <온에어>의 가치는 딱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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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파리의 연인 전부랑 프라하의 연인 좀 봤는데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연인이 모두 한 작가님꺼랑걸 오늘 알았네요
    연인시리즈당 흐흐

    2008.05.10 18:53
  2. 오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온에어 연장한다 하지 않았나요? 23회까지?

    2008.05.10 19:39
  3.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8.05.10 20:38
  4. Favicon of http://arborday.egloos.com BlogIcon Arborday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서 그들은 칸에 갈 수 있을까? 간다면 몇년후로 처리?

    2008.05.11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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