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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영


자신의 이름이 또렷이 적힌 ‘내 책’ 한 권 출간하는 것만큼 글쟁이에게 의미 있고 가슴 설레는 일이 또 있을까? 책출간이 일상다반사인 저명한 작가들이야 별일 아닐 테지만 내가 아는 어떤 이는 “평생 내 이름의 책을 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을 정도니 말이다. 제 아무리 전자출판시스템이 정착되어 책을 찍어내는 과정이 한결 수월해졌고,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글을 책으로 엮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곳이 도처에 널렸다고는 해도 일반인이 책을 낸다는 것,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설사 책을 출간했다 치더라도 전국단위의 배포와 홍보까지 보태져 2쇄 3쇄를 거듭해서 찍어낸다는 것이 무명작가에게는 언감생심인 일일 터. 가히 작가의 전성시대라 할 만큼 웹에서 알려진 블로거의 글이 책으로 출판되는 일이 적지 않은 현실이지만, 상업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만족할 만한 책이 흔치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뜬금없이 책 얘기를 꺼낸 이유는 텍스트의 위기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요즘 출판환경에서 곧 발간될 책 한 권이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김시광의 공포영화관』 이 그것이다.

저자인 김시광은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웹상에서는 꽤나 알려진 인물로, ‘호러타임즈’라는 공포영화 전문사이트의 운영진이었고 자타가 공인하는 공포영화전문가인데, 그런 그가 오랫동안 웹을 통해 발행했던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혹자는 유명 블로거의 글을 묶은 그저그런 기획출판물의 하나 정도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설사 그렇게 생각한다 해도 책을 읽지 못한 마당이니 탓할 마음은 없다. 다만 공포영화와 관계 맺은 그 많은 감독과 호러의 연대기가 영화사적 가치와 맞물려 한 편의 훌륭한 공포영화지침서로 자리매김하는 데 부족함 없는 책이라는 점만큼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저자가 공포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방식, 즉 B급 무비로 치부된 영화의 마니아를 자처하는 발언이 거침없이 드러난 구절은 이렇다.

「누가 내게 어째서 공포영화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보통 이렇게 대답한다. 공포영화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종류의 영화들 중 흑인, 청소년, 여자 등 사회적 약자를 주인공으로 가장 많이 내세우는 장르라고. 그리고 그 약자들이 혼자의 힘으로 이겨내든 연대의 힘으로 이겨내든 간에, 그들을 핍박하는 거대한 악을 타파하는 전복의 장르라고.」

이처럼 책의 내용을 소상히 아는 까닭은 저자로부터 책 뒤표지 추천문을 부탁받아 출간 전 원고를 읽어보았기 때문인데, 한 마디로 공포영화에 대하여 편견을 가진 사람들을 무장 해제시킬 정도의 재미와 유익함을 두루 갖췄다는 게 첫 느낌이었다.

‘읽을수록 빠져들게 만드는 어느 공포영화애호가의 솔직담백한 핏빛 연서’인 이 책은, 공포영화가 우리의 삶과 얼마나 밀접하게 관계 맺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흔치 않은 기록이기도하다. 무엇보다 변경에 선 장르에 대한 애정과 저자의 지적호기심이 놀랍고, 유혈 낭자한 스크린에서 찾아낸 휴머니티와 낭만주의는 흥미로움을 더해줄 것이다. 의례적인 주례사비평이 아니냐고? 천만에! 읽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영화이론학습서와 비평서 또는 에세이 유의 영화관련 서적은 넘쳐나지만 공포영화를 전문적으로 다룬 책이 드문 현실에서, 이 책이 지니는 의미와 가치는 또 하나의 영화비평집 이상이라는 것을. 『김시광의 공포영화관』은 오는 6월 5일 정식 출간된다. 독자여러분의 축하와 더불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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