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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멈추고 그곳으로 가자

필진 칼럼 2009. 1. 21. 14:35 Posted by woodyh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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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영

작년 이맘 때 즈음일 것인데, 2008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관한 글에서 나는 ‘꿈처럼 꿈꾸듯이’ 고전영화의 향연 속에 빠져보라고 권한바 있다. 그런데 정작 내 자신은 그 꿈에서 너무 쉽게 깨어나고 말았다. 무슨 말이냐면, 공교롭게도 친구들 영화제를 기점으로 신상의 변화가 생기는 바람에 시네마테크와의 꿈꾸기에 열중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설사 그렇다고 한들 사고체계의 작동패턴마저 변하지는 않는 법. 그러니까 12월 서울독립영화제로 막을 내리는 영화저널리즘의 여정은 언제나 1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로 시작되곤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내게 친구들 영화제는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진군 나팔소리와도 같은 행사인 셈이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짐작했겠지만, 올해 영화제는 극심한 환율여파로 인한 프린트수급비용 상승 때문에 예년보다 적은 상영편수로 운영된다. 하지만 괜히 시네마테크이고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인가. F.W.무르나우의 <선라이즈>로 열고 로버트 알드리치의 <캘리포니아 돌스>로 닫는 이번 영화제는 라인업만 보더라도 김성욱 프로그래머의 푸념이 엄살로 들릴 만큼 알찬 섹션으로 구성되었을 뿐 아니라 개별 작품 또한 만만한 것이 없으니, 맘 푹 놓고 가서 보고 즐기고 탐닉하면 될 일이다.

몰락한 감독으로 출연해 자신의 처지를 완벽하게 연기한 에리히 폰 스트로하임의 <선셋대로>와 그가 연출한 걸작 <탐욕>에서부터 태국의 신성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열대병>까지, 여기에 공효진과 서우를 서울아트시네마의 스크린에서 재회한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지 않나? 아! 니콜라스 레이의 <실물보다 큰> 또한 놓치면 후회할 작품이고, 숨이 멎을 정도의 매혹적인 금발미녀 로렐라이로 변신한 마릴린 먼로의 속삭임에도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줄스 다신의 <밤 그리고 도시>와 르네 클레망의 <들판을 달리는 토끼>가 가장 구미를 당기고, 이탈리아영화 마니아 아니랄까봐 난니 모레티의 <4월>과 마르코 페레리의 <그랜드 뷔페> 또한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사실 이중에는 DVD로 소장하고 있어 필요하면 언제라도 꺼내볼 수 있는 작품도 상당수이다. 이미 보았고 더러는 기억에 가물가물한 영화도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시네마테크에 갈 것이다.

누군가 굳이 이들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보라고 한다면, 세월의 연륜으로 겹겹이 쌓인 포장지 위에 극장관람용이라는 당위성까지 보태어 매듭지어진 의심할 바 없는 고전이라고, 그리고 그것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는 시네마테크뿐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예컨대 <카비리아의 밤>에서 흥겹게 연주하는 소년들에 둘러싸인 줄리에타 마시나의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어찌 작은 화면으로 온전히 느낄 수 있을까. 비록 꿈같은 밤이 지난 후 비루한 현실에 다시 침잠하게 될지라도 그것이 영화의 존재 이유라면 기꺼이 꿈꾸고 싶어 하는 동종의 관객과 함께 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지 않느냐는 말이다.

아직도 무슨 영화를 볼지 어떤 감독과 만날지 고민하고 있다면, 그만 멈추기를 권한다. 2009년 2월 시네마테크에서 보낸 한 철이 절대로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언제 무엇을 보더라도, 영화이외의 것들까지 풍성하게 담아올 수 있을 테고 우리가 할 일은 설레는 마음 담긴 낙원동으로 나가는 발걸음이면 족할 터이니, 다른 영화관들과는 도저히 혼동할 수 없는 유일한 그곳, 서울아트시네마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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