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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이유

그리고... 2008. 9. 17. 11:53 Posted by woodyh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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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경


영화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질문하고 싶은 것은 왜 영화를 보느냐에 관한 질문이다. 영화에 대한 어떤 욕심 혹은 쾌락, 그것들의 근저에 무엇이 자리잡고 있는지에 관해 나는 당신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 그에 관한한 나는 아주 솔직한 답변을 당신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며, 그 답변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나마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한다.

최근 나는 영화를 보는 나 자신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영화에 대해서 뭐라고 말하고 있는 내가 우스워보였다. 영화는 저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는데 나의 입과 손은 글을 생산해내고 싶어 안달났다. 그것은 영화로부터 유발된 행위가 아니라 내 자신에게서부터 시작하는 열망이다. 생산이라기 보다는 타인의 것을 해체하는 폭력에서 유발하는 쾌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미성숙하게 발달된 쾌감 인식 작용으로 당신의 고민 결과를 해체시키는 행위. 그 행위는 끝내고 나서야 허무함을 느낀다. 그런 즐거움이라면 다시금 아쉬워 몰두하기 마련이다.

글을 써야 한다는 건 여러가지 이유에서일 것이다. 생각을 정리해가는 과정일 수도 있고 타인에게 글을 읽게 할 목적일 수도 있고. 자신이 작성한 이야기가 타인에게 읽혀질 때는 그 전파성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하는데, 사실상 영화가 감독의 손에서 떠날 때 처럼 글 역시 글쓴이의 손에서 떠나면 더 이상 그 안의 내용에 관해 개입할 여지가 줄어드는 게 맞다. 그러나 내가 개입할 수 없다고 하여 그 내용에 대한 책임 여부까지 줄어드는 건 아니다.

갑자기 글의 책임여부, 전파성 등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는 까닭은 지금 내가 영화에 관한 '비평'을 쓴다는 것이 과연 읽혀야 하는 글일지에 관한 고민이 들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쓴다는 것이 담론형성의 목적을 넘어서 자의식을 드러내기 위한 목적이 더 크게 작용한다면? 나는 영화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일기를 쓰는 것일지도 모른다. 분석과 비평의 목적이 스스로에게로 머물러 있다면. 적어도 그런 글은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다.

왜? 내용물과 형식상의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글의 형식은 어쨌거나 힘을 가진다. 비록 연예인에 관한 근거없는 뒷담화일지라도 기사라는 형식을 가지면 파급력을 지닌다. 적합한 내용물이 아닐지라도 그 형태가 그럴듯 하면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얘기다. 텍스트 이론에서는 작가의 손을 떠나면 해석은 독자의 몫이라고 언급했으나, 독자의 자발적 해석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고 본다. 특히나 글을 쓰고 난 뒤 자기 스스로의 카타르시스를 위한 글은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

대상을 분석하고 해체하여, 그에 관한 글을 쓴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결국 자기 만족일 경우와 쓰기 위한 목적이 강한 경우. 솔직히 나는 그런 글들을 보며 이 글들의 목적이 결국 그거구나, 싶을 때는 읽기 싫어진다. 또 내가 그런 글을 쓰고 있을 때는 당장이라도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싶다. 가속도 붙은 나의 미성숙에 제동을 걸고 싶다. 과잉된 의식으로 작품을 대하지 말자는 다짐은 내게 유효하다. 타인을 분석하고 비판하는데서 자기 정체성을 얻어버린 '그' 혹은 '그녀'는 결국 남 이야기만 하다 살아갈 뿐이다. 자신에게 결핍된 부분을 타인에게서 찾지 말라는 것. 이것은 내가 나 자신에게 요구하는 바다.

해체를 시켰다면 다음의 것을 조립해야 한다. 한탄을 했으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것은 내 가치관이다. 구조를 알기 위해 해체를 해야 하는 것이고, 더 나은 것을 알기 위해 불평을 해야한다는 것은 언제까지나 유효하다. 내 불평의 첫 출발점을 알 때다. 나는 나의 결핍을 안다. 내가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 간다. 나는 나를 위해 영화를 본다. 얻어낼 것들을 위해 영화를 본다. 어떤 직업 상의 이유로 영화를 보는 게 아닌 이상 나는 영화를 보고 나의 이야기를 한다. 나의 생각을 캐낸다. 말초에서 얻어버린 감각을 통해 내 생각을 꺼낼 수 있는 화두를 얻는다. 그거면 충분하다. 이거면 내가 영화에 대한 글을 왜 쓰는지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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