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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노래의 도둑] 모두가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

2007.07.24
빈장원

박찬욱 감독의 복수에 관한 연작중 마지막 편인 <친절한 금자씨>후반부. 자식을 읽은 부모들이 모두 모여 살인자 백선생(최민식)을 심판하려 한다. 아마도 백선생은 이제 조금 있으면 처절하게 응징당할 것이다. 그러나 부모들이 모두 고대하고 고대했던 기회가 온 그 순간 그들은 주저한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고 있었던 그들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멈추어 서버린 것이다. 관객은 그 장면에서 피해자가 아닌 방관자가 된 그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아님 방관자인지 정확히 규정할 수 없는 불분명한 그들을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일본에서 온 미지의 작가 히로스에 히로마사의 <꽃노래의 도둑>은 <친절한 금자씨>보다 더 나아간다. 한 여자가 한 남자에 의해서 살해된다. 그런데 정작 처벌해야 할 사람은 죽은 여자의 가족인데 그의 가족은 오히려 가해자를 아무도 모르는 제 3자의 배심원에게 집행권을 맡긴다. 하지만 이것은 가해자의 입장에서는 더 큰 고통을 줄 뿐이다. 자신은 전혀 알지 못하는, 인터넷에서 소식을 주워들은 배심원들은 자신을 향해 폭언을 일삼고, 폭행을 하며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일들까지 이야기한다. 제한된 공간안에서 감금되어진 가해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감독은 지극히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한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그렇다고 방관자라고도 볼 수 없는 입장에서 그들을 관찰한다. 피해자나 가해자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은 때로는 자신의 집에 온것처럼 혹은 박물관에서 무엇을 구경하듯 가해자가 감금된 장소를 찾아온다. 하지만 정작 가해자를 감금시키게 만들었던 죽은 이의 여동생 하스미는 한번도 그 공간에 참여하지 않는다. 하스미라는 캐릭터는 그러므로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와 닮아 있는데, 그녀와 다른 것은 '금자'가 계속해서 냉정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하스미'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마음 아파한다.

하지만 배심원으로 등장하는 낯선 인물들은 모두 가해자가 피해자를 살해한 것만 알뿐, 그 내막은 전혀 알지 못한다. 친구인 피해자의 남편을 위해서 선의의 살해를 한 나가미야. 이 내막을 알게되는 순간 가해자 나가미야를 응징했던 사람들이 묘연히 가해자로 변하고, 나가미야는 피해자가 되며 나가미야의 폭력앞에서 카메라를 가리는 청년들이 방관자가 된다. 이 복잡한 상황들이 보여주는 것은 그 누구도 피해자도 가해자도, 방관자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와 같은 입장에 서기란 너무나 힘든 것이며 우리의 삶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고 그것을 윤리적으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영화는 안락사, 인터넷이라는 익명공간을 통한 비정상적 만남, 폭력 등의 심각한 문제를 다루지만 그것이 지극히 보편적인 시점에서 다루어진다는 것은 인디영화가 사적인 주제에서 대중적인 주제로 충분히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라는 가능성을 확인시킨다. 한정된 공간안에 찾아오는 배심원들의 반복으로 지루해질 수 있는 줄거리를 개성있는 배심원들의 캐릭터와 플래시백등을 통해서 긴장감 넘치는 흐름에 슬며시 빠질 수 있도록 관객을 유도한다. 희망의 빛을 이야기하는 여자, 살의를 가지고 있는 소년등도 특이하며, 주인공을 포함한 출연진의 연기 또한 이 영화를 단지 아마추어리즘적 영화라고 말하기에 어렵게 만든다. 꽃노래는 흩날리고 존재한느 모두가 빛을 얻는 순간, 과연 제목에서처럼 그곳에 도둑은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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