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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술 권하는 여행

필진 리뷰 2009. 1. 2. 11:13 Posted by woodyh98
빈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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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모두 그놈의 술때문


차고도 넘친다. 휘청되고 흔들린다. 그날 그 곳에서 얼마나 주저리 주저리 난 내 자신을 허비했는가? 비틀거리며 앞을 제대로 분간할 수 없었던 순간들. 이것이 다 술 때문이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남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도 피곤한 일이다. 이것은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나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아마도 모두 해당될 것이다. 얼마전, 근사한 대기업에 취직한 친구는 사람들과의 관계보다 더 힘든 건, 고된 야근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회식자리의 술이라고 털어 놓았다. 그 얘기를 들으니까 좀 우울해졌다. 가끔은 누구나가 취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 강요받아서 된다거나, 자주 이루어지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고된 일일까? 개인적으로 난 술을 아주 좋아하지는 않지만 잘 마시는 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몇 번의 회식자리에서는 어딘가로 날아오르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때가 있다. 하지만 피할 수 없었다. 남자들 세계에서 술이라는 존재는 사람을 용기롭고 강하게 만들지만 그것은 다 그런척하게 만들뿐이다. 사실은 술로 인해서 바보가 된다는 것을 모를리 없다. 기형도의 <그집 앞>에서도 '나'는 술자리에서 술의 힘을 빌어 그동안 연정을 품었던 여인에게 고백하지만 그로 인해 겹겹이 쌓아왔던 여인을 향한 감정 또한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만다. 이게 모두 술 때문이다. 술.


낯설고 폐쇄된 공간속에 갇힌 무기력한 자아의 모습


노영석의 <낮술>은 '이게 모두 술 때문이야.'라고 말하진 않지만 혁진이라는 인물은 술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쓰디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애초부터 혁진이 그렇게 고생을 하게된 것도 술 때문이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강원도 여행을 약속하지만 다음날 정말로 강원도에 가 있는 것은 혁진 그 자신뿐이다. 그를 위한 위로여행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친구들은 아무도 그 자리를 함께하지 못한다. 문제는 모두가 취했다는 것이다. 의도하지 않았던 혁진의 여행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빗나간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술을 강요하는데 그로 인해 사건은 점점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허나 처음부터 사람들이 그에게 술을 강요했다고는 볼 수 없다. 할일없는 백수처럼 혁진은 아무것도 할게 없는 모텔방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그에 용기를 빌어 <그집 앞>의 '나'처럼 옆 방 여인과 집에서 가져온 와인을 함께 먹으려고 하지만 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낯선 여인과의 만남은 그 이후로도 기이하게 연결되어, 버스에서 만난 괴이한 여자와 트럭 운전사 등과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결같이 술을 권하는 사람들 틈에서 혁진은 잘 거부하지 못한다. 사람들과의 관계처럼 그가 만나는 사람들 또한 관계의 일부분이라면 혁진은 그 관계의 원만성을 위해서 그들이 권하는 술을 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술은 과하게 되면 실수를 부르고 종국엔 만신창이가 된다는 것을 영화는 혁진이라는 순하디 순한 인물을 통해 경고한다. 그는 별로 욕심도 없어보이고, 악한 면도 없는듯 하지만 그렇게 평범한 그에게도 '술'이라는 것은 그에게 내재된 욕망들을 분출해 내어서 그를 다른 사람으로 만든다. 술 권하는 혁진의 여행은 거부할 수도 없고, 다시 돌아올 수도 없는 미로처럼 보이는데 그것은 강원도라는 낯설고 폐쇄된 공간과 연결되어 무기력한 자아를 되돌아보게 한다.



소주에 뜨거운 라면국물

술 권하는 여행이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씁쓸했다. 그래도 이 영화는 독립영화치고는 꽤나 잘 만들어졌고 배우들의 호연이 있어서 보고 난 뒤에 무척이나 기분 좋았다. 정선터미널에서 <봄날은 간다>를 흉내내는 장면이나 취중대화 장면은 키득키득 웃음을 유발시킨다. 더불어 별다른 인상적인 배경이 등장하는 것도 아닌데 정선, 경포대 등으로 이어지는 혁진의 여정을 한번 따라가보고 싶게 만든다. 특히 혁진 역을 맡은 송삼동이라는 특별한 이름만큼 꼭 기억해야 할 배우로 남을듯하다. 송삼동은 금방이라도 보호해 주고 싶을만큼 소심한 혁진역을 기막히게 소화해 내었다. 그의 표정은 <낮술>이라는 영화처럼 낯설어 보이기도 하지만 이 역을 인지도 높은 다른 배우들이 맡았을 경우를 전혀 상상할 수 없게할 정도로 영화 전체에서 강하게 부각된다. 작은 영화이기 때문에 혹시나 감독이 배우들과 함께 그냥 강원도 여행을 하면서 자연스레 술을 마시며 배우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댄찍 그저그런 영화로 이 영화를 취급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실수이다. <낮술>은 술이 얼마나 위험한 것임을 모두에게 경고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매혹적인 여인의 뒤를 따라가는 것처럼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소주에 뜨거운 라면 국물이 생각나는 작품인 것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blog.naver.com/notsool2009 BlogIcon 낮술한잔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낮술> 공식 블로그에서 왔습니다-.
    리뷰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저희 <낮술> 공식 블로그로 출처와 함께 담아갑니다.
    혹 안되는 거라면 말씀 주세요.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D
    http://blog.naver.com/notsool2009

    2009.01.15 21:02
  2. Favicon of https://allak123123.tistory.com BlogIcon allak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보고 트랙백도 걸고갑니다:)

    2009.02.10 09:5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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