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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닥거리는 연인들을 위한 변명

필진 칼럼 2007.08.07 14:08 Posted by woodyh98
2007.08.06


얼마전에 친구와 같이 화려한 휴가를 보러 극장에 갔습니다. 극장 불이 꺼지고,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는데, 옆좌석에 앉은 커플들의 얘기소리가 들려오더군요. 풋, 하고 웃음이 났습니다. 야, 저 심각한 영화를 보면서도 저렇게 작업에 열중하다니, 귀여운 애들이야.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동네 꼬맹이들이 멋모르고 하는 중계방송보다는 차라리 지들끼리 조용히 노닥거리고 노느게 낫지 않아?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아무튼, 그 커플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데이트할때 가장 많이 하는 일이 밥먹는 것 다음으로 영화보는 것이라면, 왜 그 수많은 커플들은 그토록 영화를 보는 것일까? 라는 거요. 역시, 극장만큼 놀기 좋은 곳이 없다는 걸까요?

영화를 보는 것이 실은 대단히 외로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보는 시간 동안은 철저히 혼자일수밖에 없잖아요. 거대한 스크린을 응시한채 적어도 2시간동안은 영화가 보여주는 세계에 빠져 들어야 하니까요. 그래서인지, 예술영화들을 상영하는 극장에는 혼자 영화를 보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것 같아요. 누군가 필요할 타이밍이 없어요. 우디알렌을 보는데, 제임스 스튜어트를 보는데, 고다르를, 하워드 혹스를, 채플린을 보는데, 다른 누군가와 잡담하고 수다떨 시간이 없지요. 텍스트를 머리 속에서 받아들이기도 바쁜 그 와중에 옆좌석에 누군가가 말을 걸어오는 순간, 영화는 저 멀리 날아가 버리지요. 집중해서 영화를 보다 보면, 옆에 누가 있는지는 까맣게 잊어버리게 되고, 결국, 누군가와 함께 영화를 보는 일보다는 혼자서 보는게 편하게 되곤 하는것 같습니다.

그러나, 극장에서 노닥거리는 연인들을 보면서, 문득 그래 적어도 영화를 보며 외로움을 느끼는 것 보다는 저렇게 즐거울 수 있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때론 카메라 웍이 어떻고, 쇼트와 미장센이 어떻고, 내러티브가 어떻고...라는 저 멀리 있는 영화세계의 용어들 보다는 옆좌석에 있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이, 팔짱을 끼고,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 것이 영화를 볼때 훨씬 큰 즐거움이 될 수도 있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극장에서 만나게 되는 '노닥거리는 연인들'을 위한 변명을 한번쯤은 하고 싶었어요. 심각하게 영화를 보고 사색하고, 고민하고, 영화라는 세계에 조금이나마 닿기 위해 애쓰는 것도 좋지만, 그 결과 돌아오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영화는 다스려주지 않잖아요. 그럴땐, 다만 그저 머리를 기댈 수 있는 혹은 손을 만지작거릴 수 있는 누군가만이 그 외로움과 쓸쓸함을 채워줄 수 있지 않나 싶네요. 아무튼, 극장의 귀여운 커플들의 작업이 언제나 잘 진행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조용히 노는건 좋지만, 싸움이라도 하게되면 이건 정말 시끄러운 일이 되지 않겠어요?

이미 영화가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수많은 커플들이 언제 어디서든 영화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극장이 생겼고, 영화제도 많이 열리지요. 일상이 심각하기만 해서는 금새 지쳐버려요. 가끔은 영화보면서 핸드폰도 받고, 문자도 보내고. 옆사람의 얼굴도 쳐다보고, 슬쩍슬쩍 손도 오가고, 그렇게 편하게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이런 즐거움도 영화가 줄 수 있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타이밍이 왔다면, 좀 즐기는 것도 괜찮을것 같은데요? 다들 어떠신지요? 아무튼, 그런 타이밍이라고 생각되는 분들에게는 적극적으로 권하는바예요. 영화관에서 누릴 수 있는 스크린 바깥의 즐거움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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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ilovemylife.tistory.com BlogIcon 미네군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007.08.07 14:24 신고
  2. Favicon of https://redcomet01.tistory.com BlogIcon Char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영화는 즐겁게 보는게 최고죠

    2007.08.07 14: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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