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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누구의 시간도 거꾸로 가지 않는다.


최근 시간이 거꾸로 간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상영관에서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상영되고 광장에서는 오늘의 한국이 지난 세월로 되돌아간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시간은 되돌아가지 않는다. 그 누구도 시간을 건드릴 수는 없다. 앞으로의 이야기를 끌어감에 있어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드러나는 시간성을 잠시 밝혀두어야겠다. 영화에서는 '시간'을 소재로 했으나 소재로의 접근 방법은 바로 인간의 삶을 낯설게 보는 행위다.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난 아기 벤자민에서부터 아기의 모습으로 죽어간 노인 벤자민을 통해 이 영화의 서사와 사건은 유발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거꾸로 가는 것은 세포의 활동이고 그것은 벤자민을 특이점으로 남겨둔다.

흥미로운 것은 벤자민의 시간 역시 여주인공 데이지를 비롯한 여타 인간들의 시간과 본질적으로는 다를 것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의 몸은 시간에 따라 변해간다. 노인의 세포에서 젊은이의 세포로의 '귀화'라기보다는 '성장'에 가깝다. 또한 삶의 생애까지 선형적인 방식에 의해 '나이듦'에 따라 죽는데, 벤자민의 경우에는 그것을 다룰 개념이 '나이듦'과 '더 이상 어려질 수 없음'의 경계에서 죽음을 다룬다는 것에서 차이점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벤자민의 특이점의 의미가 전반에 드러난다. 벤자민은 보통의 인간이라면 낯설지 않을 환경을 낯설게 관찰하는 사람으로서 존재한다.

속도감에 있어서도 차이가 나는데 영화에서 벤자민의 유년기와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에서의 영화 내 시간의 속도감의 차이는 확연히 두드러진다. 유년기에는 같은 집에 사는 노인들의 일상과 죽음에 많은 포커스가 맞춰진다. 시간적인 흐름과 공간적인 스케일 면에서 가장 협소하고 밋밋할 수 있는 시기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느린 속도로 진행된다. 이후 나이가 들면서 점차 가속도가 붙는데, 그것은 시간을 잘라내는 편집으로 점프를 하는 수준으로 된다. 벤자민의 유년에 관해 관심이 많다기 보다는 낯선 상황에 가장 낯설음으로 보는 시각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데이지는 벤자민에게 말한다. "당신이 마흔 아홉, 내가 마흔 셋. 이제 우리는 딱 맞는 나이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은 격정적이고 아름답게 묘사되는데, 그것은 마치 서로 기울기가 대칭관계인 두 직선과도 같다. 단 교점이 생성되는 까닭은 각개 직선이 서로에게서 영향을 받아 방향을 뒤틀지 않는 개별적인 성질을 지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간을 거스르는 상상력을 보여주었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실제로 시간성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같은 시간 속에서 그것을 낯설게 볼 수 있는 특이점을 잡고 삶에 관해 매 시기마다의 화두를 던진다. 이 시기에 왜 이것을 하지 않았을까, 혹은 나는 지난 시간을 왜 그렇게 보냈을까. 그리고 이러한 질문은 각 개인의 삶에 관해 관심을 갖게 한다. 벤자민이 러시아의 숙박소에서 만났던 부인이 지난 날 해협 횡단에 실패했고, 이후 해협 횡단에 성공한 것 처럼.

그렇다면 이제 시간성 자체의 속성에 관해 절대시간과 상대시간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겠다. 절대시간 자체는 건드릴 수 없다. 이 시간 속에서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느냐는 물음이 시간을 이야기할 수 있게 해준다. 여기에서 살아가는 공간과 시간이 면밀히 엮인다. 이 글을 쓰는 나는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왜 살아가고 있을 지에 관한 것을 생각하면 그것들이 묶여내 진행되는 것이 오늘에 관한 상대시간일 것이다. 오늘의 시간, 곧 나는 어떤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관해 물어보기 위해서는 '어떤'이라는 속성을 설명해낼 수 있어야 겠다.




2. 나는 왜 이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지각쟁이 유경씨의 하루.

2월 28일, 토요일. 쾌청한 날이었으며 봄의 시작을 알리는 듯 햇살이 나긋했다. 지난 추운 계절 속에서 폐간된 영화잡지를 읽지 못하는 날이며, 오후 2시 반 무렵에는 서울 아트시네마에서는 아트시네마의 앞으로 나아갈 길에 관한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광화문으로 향하는 501번 버스가 한강대교를 원활히 지나지 못하고 교통이 꽉 막힌 상태로 대교에서만 10여분을 보낸 토요일이기도 하다. 곧 이을 오후 여섯시가 되면 국민 오락프로그램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의 재미있고 친근한 <무한도전>이 방영된다. 본방송으로도 보지 못한다면 인터넷 상영으로라도 볼 것이다. 나의 토요일은 이렇듯 별다를 것이 없지만, 그러나 나는 왜 이러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늘어지는 설명일지는 모른다만은 짚어보겠다. 지난 집회시기를 지나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는 전경들이 토요일마다 나온다. 언론재단 건물 앞 버스정류장 근처와 청계광장 주변에는 전경버스가 서 있고 그로 인해 버스는 정류장에서 정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도로에서 정차를 한다. 버스가 서고 멈추는 범주에 따라 도로는 진행됐다가 멈추는 파동을 탄다. 그 탓에 광화문과 청계광장에서 북쪽 방향으로는 차가 막히는 기색이 없으나 그 남쪽으로는 도로 교통이 혼잡스럽다. 서울역이나 용산, 혹은 그 이남의 한강대교, 상도터널로 이어지는 동작구와 관악구의 현장에서는 왜이리 차가 막히는지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라거나 '토요일 오후라서 그래'라며 애꿎은 시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까닭에 평소의 거의 2배가 되는 시간동안 버스에 있어야 했고 아트시네마로 함께 가기로 한 친구를 먼저 보내야 했다. <무한도전>의 멤버들 정신감정을 하기로 하는 예고편을 보면서 '이야, 재밌겠는데?'라는 기대감으로 혼자 느긋하게 식사를 한 다음 청계천 변 광교를 걸었고, 동아일보사의 현판에 걸린 '기습 공격을 당한 전여옥 의원'의 기사가 신문 1면에 걸린 것을 봤다. 왼쪽 눈이 깊숙하게 다친 전 의원의 사진을 유심하게 본 뒤 다시금 청계천 변을 통해 하늘을 바라본다. 우울한 생각을 하기에는, 오늘의 이 시간이 참으로 아깝지 않느냐는 생각. 그리고 나는 이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고 컴퓨터를 꺼낸 것이다. 오늘의 시간을 서술하기에는 매우 많은 사연들이 있으나 그 중 가장 큰 핵심요약어는 고통이다.

2007년의 3월의 학교의 저널에서 한 학생 기자가 베를린으로 건너가 송두율 교수를 인터뷰했다. (http://www.snujn.com/article.php?id=1405 ) 그는 지난 대선을 두고 "일단 급하다고 짠 바닷물을 마신 격"이라고 표현했다. 그 시간은 오늘로 대치가 됐고 그것은 "도덕이 밥 먹여주냐"는 논리는 "도덕이 있어야 밥도 제대로 먹는다"는 말을 되새기게 해준다. 방송국 파업에서도 마찬가지다. 501번 버스가 지나온 용산 일대에서도 드러난다. 큼직한 유리가 몸으로 파고들어오는 듯한 아픔이다. 2008년 2월은 '기습'으로 시작해 '기습'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아트시네마가 순식간에 '세입자'의 현실로 마주하고 2월 26일에는 우황청심환 한 알이 국회의 정의보다 앞서 미디어 법안을 상정하고야 말았다. 2월은 끝나도 시간은 끝나지 않는다.

시간은 끝나지도 않고 재생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고통은 재생된다. 오늘날 방송국의 현실에 떨떠름해 하고 대학간 순위 경쟁과 앞으로 부닥칠 수많은 것들에 관해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나는 곧 이어 <무한도전>을 보러 갈 것 이다. 분명 나는 누가 제일 못났나, 누가 제일 덜떨어졌나를 보며 박장대소할 것이다. 내일은 <패밀리가 떴다>를 보며 잠자리 '순위'를 매기는 것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언제 어떤 불행이 올 지 예측하지 못할 두려움을 <1박 2일>의 복불복 게임을 통해 내 일이 아닌양 생각하게 될 것이다. 가장 못난 사람이 모든 걸 감수하는 것 자체로 웃는 것이 코미디로 통하는 속에서 오늘을 보낸다. 웃게 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오늘을 이렇게 보낸 까닭을 유기적으로 이어보려 했으나, 이것이 모두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있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글을 마치기로 한다. 곧 이어 아트시네마 포럼도 끝난다. '아트시네마의 친구들 데일리'를 통해 '어떻게'에 관한 소식들이 따끈따끈하게 전해질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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