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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찌마와리, 웃음의 아포리즘

필진 칼럼 2008. 9. 3. 11:00 Posted by woodyh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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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경



먼저 아포리즘에 대해서. 정확한 용어 설명을 위해 백과사전의 도움을 좀 빌리겠다. 아포리즘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아포리즘은 히포크라테스의 것인데, 그것은 바로 저서 <아포리즘>의 첫 머리에 나오는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는 말이다. 아포리즘은 이언이나 속담, 처세훈과 비슷하지만, 이언이나 속담은 널리 사용되면서도 작자가 분명치 않다. 아포리즘은 작자의 독자적인 창작이고, 교훈적인 가치보다는 순수한 이론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점에서 처세훈과 다르다. 자, 이 글을 위한 아포리즘에 대한 차용은 여기까지.

왜 아포리즘을 떠올렸는가. 동기는 바로 씨네21 667호의 전영객잔 코너, 김소영 교수의 글 서두에 나온 류승완 감독의 말 때문이다. “만일 자기(관객)가 웃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웃고 있지 않으면, 웃는 게 맞는 것이니 웃어라. 만일 자기는 웃고 있지 않는데 다른 사람이 웃으면, 웃는 게 맞으니 웃어라.” <다찌마와리>에 대한 기대 하나로 필자는 기자시사회에 달려갔는데, 저 명언을 기억치 못하고 타인의 글에서 찾아낸 걸 보면 영화에서 웃느라고 정신을 쏙 빼놓았던 것이 분명하다. 어쨌든 류승완의 말과 아포리즘 사이 상관 관계는 분명하다. 독자적으로 맺어낸 부분을 단마디로 명쾌하게 풀어냈다는 것.

두 번 봤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웃었다. 어색한 부분도 사랑스러웠다. 두 번째 볼 때는 웃지 않았다. 관객들을 관찰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이 영화 속에서 웃음의 템포를 느끼게 됐다. 신기했던 것은 간헐적으로 터지는 것이 아니라 영속성이 있었다는 점이다. 장면에서 파생되는 웃음이 아니다. 웃음을 터뜨리기 위해 장면을 파생시킨다. 한 장면 당 목표지점이 있었다. 그리고 그 목표지점의 순간에 하나, 둘, 셋, 착지 하는 순간에 관객은 웃어버린다. 예를 들어 '정두홍 무술감독의 굴욕 장면'으로 유명한 장면만 봐도 다찌마와리가 용감무쌍하게 마적단 소굴로 침투해 간다는 것보다는 그 과정을 '빙자'하여 내놓을 유머에 더 관심이 있다. 그리고 류승완 감독은 그에 부응하야 총에 '맞아' 나가떨어지는 정두홍 감독을 보여준다.

영화 전개에 있어 장면 사이에 과단성이 지나쳤다는 지적도 간혹 볼 수 있다. 이 점은 추구했던 한 가지 목표, 웃음의 영속성을 위해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애초 장면 구성은 실험재료였고, 목표에 다가가기 위한 디딤돌이 아니었던가. 장면 간 서사 사이에 건너 뛰는 현상이 있는데, 여기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는 관객도 분명 있었건만 영화에서 '줄거리'라는 코드를 잡는 게 아니라 '즐김'의 코드를 잡아버리면 문제가 간단해진다. 각 장면들은 너무도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가운데의 변곡점을 사이에 두고 간극이 큰 편이다. 그 장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유머코드는 이미 상정돼 있고 그것을 위한 최소한의 개연성 혹은 서사가 들어간다. 좋게 말하면 어중간한 값을 가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짤막한 아포리즘들의 총체가 바로 <다찌마와리>다.

아포리즘은 이성적인 판단기제를 필요로 하는데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웃음이 감정 속에서 나오지 않는다. 관객으로 일반화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적어도 '나'라는 관객은 그랬다. 엉터리 외국어를 '해석'해내며 대사를 들었고, 대사와 입술 모양 근저의 미세한 맞춤을 관찰했다. 따지고 보면 진하고 굵어서 '잘생길 수밖에 없는' 임원희의 외모를 하나씩 곱씹었다. <다찌마와Lee>를 예전에 보았던 관객이라면 더욱 더 이성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감독이 어디에서 웃음을 자아낼 것인지 짐작이 갔을 테니까. '웃음'으로 가는 컨베이어 벨트에 탑승한 기분이다. 이 벨트를 설계한 것이 류승완 감독이 가진 기술의 목적이 드러난다. 언제, 어디에서, 얼마만큼 무슨 장치로 웃길 것인가가 아니라 웃게 했는가.

<다찌마와리>는 유머의 템포만 유지할 수 있다면 다른 이야기들로 파생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언제 얼마든지 변주 가능한 것이다. 고로 완성이 없다. 건너뛰는 서사이걸랑 바로 <다찌마와리>의 맥박이다. 맥박은 왜 뛰나. 다른 여타 이유 없고 순전히 살기 위해서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 철학적 화두를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리>의 세계에서는 '웃는다는 것은 무엇인가'로 바꿔질 수 있지 않겠는가. 여기에는 당위도 없고 필연도 없고 개연도 없는 대신 일단 웃고 보면 된다. 웃어봐야 웃는 게 뭔지 알 것이지 않겠는가. 이것이 <다찌마와리>가 낼 수 있는 아포리즘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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