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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창작 없는 예술가지"

[밤 그리고 도시(The Night and the City, 1950)]에서 해리는 영화의 주인공이요, 메리는 해리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이 있지만 매번 일확천금을 얻으려는 해리에게 희생을 하는 인물이요, 아담은 그런 메리에게 애심을 품었다. 일을 저지르고 난 해리가 메리에게 5만 파운드를 요구하자 메리는 아담에게 돈을 빌리러 가서 해리의 '예술성'을 핑계삼는다. 아담은 메리의 부탁을 들어주나 촌철살인과도 같은 한 마디, "그래. 해리는 창작없는 예술가지.(Harry's an artist without an art.)"라고 말한다. 걸작이다.

영화는 오늘날까지 두어번 리메이크되고 최근 서울아트시네마의 <2009 친구들 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과 오승욱 감독의 선택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등의 예술성을 거뒀다. 극에서 '창작없는 예술가'는 일종의 비극이며 영화 전체를 이끌어갈 수 있는 잠재된 가치인 셈이다. 여기에서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일까. 바로 어제, 2월 10일에도 유사한 형태의 예술은 있었다. 그것은 눈뜨고 일어나보니 검색어 순위에 올라와 있었다. 충격인지 파격인지, 그 경계를 세우지 않은 신해철의 입시학원 광고가 바로 그것이다.

이 글을 쓰는 나는 그것이 '똘끼'로 똘똘뭉친 퍼포먼스의 일종이기를 바랬다.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면 광고에서 발견한 문구가 자녀교육과 입시교육이 서로 맞는지 여부를 묻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평소 신해철이 말하던 것이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성적을 촥! 올려드리겠다는 화살표와 신해철의 '포스있는' 몸짓이 이미지로 들어가 있다. 강한느낌의 화살표이긴 하지만 평면인쇄임을 감안할 때 보는 사람의 반대방향으로 제시돼 있다. 그래서 그것이 총체적으로는 격렬한 반어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나는 포털사이트를 통해 모자이크 지워진 광고를 접했으므로 어느 학원 이름이 나왔는지는 모른다. '시간이 나면 내가 글을 올리든가 할테니 읽어보시라'라는 신해철의 '쿨한' 혹은 의중을 알 수가 없는 해명을 읽었다. 그것을 읽은 뒤 나는 신해철은 어쩌면 정말로 머리가 좋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연이어 떠오른 것은 르네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거나 뒤샹의 '샘물'이었다. 광고 표면에서 어떤 이미지를 우리는 봤는가.

우리가 화두로 삼아야 하는 것은 "신해철이 입시학원 광고에 나왔다더라."가 아니다. 오히려 신해철이 왜 입시학원 광고에 나왔으며, 광고 자체에서 '우리 학원으로 오세요'를 말하는 것인지 (혹은 숨겨두었다고 믿고 싶은) 다른 메세지를 담고 있는 것인지, 광고 자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문구 혹은 타이틀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것이다. 기존의 입시학원 광고가 우리에게 준 전형성대로 그 광고를 인식하지는 말자는 얘기를 하고 싶다.

나는 신해철이 '시간이 없어서' 자신의 해명 글을 조금 더 늦게 발표해줬으면 한다. 광고의 붉은 색 처럼 이 문제가 더 달아오르길 바란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입시교육에 대한 직언적인 난투는 극에 달해 더이상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한계일 수도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신해철의 광고를 일종의 예술로 보고 싶은 것이다. 해명글이 발표됐을 때, '내가 돈에 눈이 멀어서 그렇게 됐수다'식의 글이라면 이 글을 쓴 나는 망연자실할 것이다. 허나, 그는 그렇게 '개념없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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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mintong.org BlogIcon 하민혁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상 만물과 세상 만물이 작동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요. 어린아이의 옹알거림 하나에도 우주의 이치가 들어 있다는 말도 그래서 나오는 말일 겁니다. 그런데, 아무리 그렇기로 신해철의 학원 광고에서 르네 마그리트를 찾고 뒤샹을 찾고 예술씩이나를 찾는 건 오버겠다는.

    2009.03.0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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