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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조선희 한국영상자료원장

사람과 사람들 2007. 8. 21. 16:14 Posted by woodyh98

 


일시- 8월 1일
장소- 상암 DMC 한국영상자료원
진행- 차상윤(편집스텝)
정리- 이    영(편집스텝)


지난 5월 11일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 있던 한국영상자료원은 상암동 DMC단지 내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새 사옥에 자리 잡은 한국영상자료원은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첨단의 영상열람실을 마련, 2개관에 걸쳐 460석의 시네마테크를 갖추고 영화박물관을 선보일 예정이다. 보고 싶은 영화를 언제든 마음껏 볼 수 있고, 관련 서적이나 자료들도 마음대로 살펴볼 수 있고, 같이 영화에 대해 떠들 친구들이 있다면, 또한 그 모든 것을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에 해결할 수 있다면 그 곳이 바로 천국이 아닐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천국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영상자료원의 조선희 원장을 만났다.



Q. 영상자료원은 크게 필름보관소와 영상자료실, 시네마테크, 박물관 이상 4개의 구조로 되어 있는 걸로 아는데, 이것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A. 예전에 서초동에 있을 때는 말하자면 (예술의 전당 내) 더부살이였어요. 셋집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원래 아카이브용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시설이 부적절했던 것 같아요. 상암동의 새 사옥은 한국영상자료원 건물로 처음부터 지어졌다는데 의미가 있어요. 필름보관소라는 말은 초창기 명칭이었고요, 보통 수장고라고 하죠. (필름보존, 비필름 보존, 음향보존, 스틸보존) ‘아카이브’라 하면, 필름 수장고, 라이브러리, 박물관, 시네마테크 이렇게 4개가 같이 가는 구조에요. 상암동에 청사를 지으면서 처음으로 4가지가 함께 모여 있는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거죠. 필름을 보관하면서 대외적으로 활용시키기 위한 이상적인 구조죠.


Q. 디지털 시대라고도 할 수 있는데, 필름이 언제까지 살아남을지도 불투명한 상태이다. 영상자료원에서 디지털아카이브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이며, 디지털 시대의 영상자료원의 위치나 역할, 혹은 대책 같은 것이 있는지.


A. 디지털 이라는 게 굉장히 광범위한 영역인데요. 우선 ‘디지털 시네마’에만 국한 시켜서 얘기를 하자면, 이미 2004년부터 디지털 파일이 나오기 시작했거든요. 작년 같은 경우 한국영화가 120편이 만들어졌는데, 그 중에서 70편정도가 디지털 파일로 만들어졌다고 해요. 가령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디지털 작업을 한 경우이고, 상당부분은 후반작업 과정에서 디지털 작업이 되고 있어요.

우리는 전통적으로 영화 필름을 수집해 왔지만 영화를 담는 매체 자체가 디지털 파일로 바뀌는 상황이니까 수집 정책 자체가 달라져야 하는 상황이죠. 그래서 2005년부터 디지털 아카이빙 계획을 세워왔는데 국가 기관이라는 게 예산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전혀 사업을 할 수 없거든요. 지금까지는 그쪽 분야에 예산 지원이 없었어요. 그래서 디지털 시네마 파일을 납본 받으려면 스토리지(storage)를 구축해야하는데 당장 올해는 불가능해서 영화발전기금을 지원받아서 디지털파일을 하드웨어 상태로라도 일단 수집을 해놓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올해 한 100편정도 수집할 계획이에요. 내년이나 후년,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스토리지를 구축해서 디지털 시네마 파일을 납본 받는 시스템으로 가게 될 거예요. 그것이 디지털시네마에 관한 부분이에요.

우리의 소장 자료가 거의 필름으로 되어있는데 그 필름이라는 게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매체죠. 어떤 사람은 20년이라고 보기도 하고, 길게 보면 3~40년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오래 갈 것 같지는 않아요. 우리가 소장하고 있는 필름의 수명이 한정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차피 영구보존하려면 디지털 파일로 만드는 방법밖에는 없어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영화 필름들을 디지털화 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요.


Q.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시작할 예정이신지.

A. 당장 올 11월부터는 열람실의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디지털화해서 서비스하기로 되어 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영상자료실에 가면 비디오 데크들이 많은데 거기에 비디오나 DVD를 검색하고 꺼내서 플레이어에 걸어야 하는데, 앞으로는 그것을 서버에 저장을 해놓고 골라서 보는 VOD 시스템으로 11월부터 부분적으로 실행할 계획이에요.

그리고 크게 봐서 디지털 환경에 대해서는 일단 우리가 영화와 관련된 콘텐츠를 갖고 있잖아요. 그런 콘텐츠들을 가령 IPTV가 실용화 되는 단계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그런 채널을 통해서 서비스를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 유선방송 채널을 통해서 부산영화제가 가지고 있는 아시아 예술영화, 수입되는 해외의 아트영화와 함께 우리 자료원의 고전영화까지 서비스를 하는 채널을 만들자는 계획이 있는데 2년쯤 뒤에 현실화 될 것 같아요.

아주 넓은 의미의 디지털 콘텐츠로 보자면 자료원 설립 기초에 있는 게 영화와 비디오에 관한 법률인데 영화와 비디오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게 되어 있어요. 그 비디오라는 게 모든 종류의 동영상을 포괄하는 개념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온라인상에 유통되는 동영상 콘텐츠들도 사실 법리적으로 보면 우리가 수집해야 될 범위거든요.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온라인 콘텐츠까지 수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온라인 콘텐츠는 아카이빙 하는 기관이 없어요. 길게 봐서 그것까지 보고 있어요.


Q. 이 좋은 곳이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라이브러리나 시네마테크같은 공간은 굉장히 희귀하고 소중한 공간이다. 또한 필름을 보관해야 하는 입장인 동시에, 그 필름을 대중들에게 많이 보여줘야 하는 책임도 있다고 보는데 그 사이에서 내부적인 갈등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요약하자면, 여러 면에서 영상자료원이 대중화될 방안이 있는가?


A. 우리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대출하는 것은 규정이 다 있어요. 규정대로 하기 때문에 뭐, 별로 복잡할 것도 없어요. 원래 대출하기로 되어 있던 프린트가 바뀐다거나 훼손돼서 돌아온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기본적으로 원칙과 절차에 입각해서 대출에 대한 비용, 자료정리비도 엄격한 기준이 있어요.

대중화 차원에서 좀 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바깥에서 이용하기 쉽게 만든다는 원칙은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우선은 필름 대출과 관련해서는 가령, 바깥의 시네마테크에서 더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가지고 한국고전영화를 프로그래밍 하고자 할 때도 좀 엄두를 못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부천영화제, 부산영화제 회고전에도 항상 걸리는 게 저작권 문제에요. 어차피 저작권료는 부담을 해야 하는 것이지만, 문제는 저작권자가 누군지 모른다는 것이죠. 미국 같은 경우에는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1920년대부터 생겨났고 지금까지 있기 때문에 제작사가 어디다 그러면 판권자도 바로 확인이 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워낙 영화산업이 지각변동도 많고 세대교체도 심하고 해서 저작권 정보를 좀 더 많이 수집해서 저작권 DV를 강화해서 이용자들한테 정확한 정보를 줘서 이용을 좀 쉽게 하자는 것도 하나의 조치에요. 올 1월부터 저작권 정보 조사 작업이 지금 진행되고 있어요. 일단 그런 식으로 해서 좀 대출을 용이하게 하자는 것이죠.

대출하는 데 있어서도 약간의 공적인 분야, 학술연구목적으로는 좀더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자, 70%할인하고 공동 주최할 경우에는 무료, 후원할 경우에는 50% 할인, 이런 식으로 감면조치를 확대했어요. 그리고 열람실은 DVD나 VHS, 영화관련 문헌자료가 있는 곳인데 예전에 서초동에 있을 때는 입장료가 500원이었어요. 상징적인 의미로 불필요하게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면학분위기를 해치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이었는데 여기서는 입장료를 없앴어요. 또 예전에는 KOFA 변환자료라고 해서 우리 자체 내에서 텔레시네해서 DVD를 만든 경우는 관람료 5000원을 받았는데 2000원으로 할인하고 있어요. 그런 식으로 영화애호가나 이용자들이 이용하기 쉽게 바꿨어요.


Q. 고전영화라는 것이, 특히 한국의 고전영화는 더 이상 이야기가 되고 있지 않다. 지금 충무로에 있는 영화인들도 자신들의 영화체험의 수혜, 혹은 영화 아버지의 모델을 말할 때 국외로 시선을 돌린다. 영상자료원에서 필름의 발굴. 보존 뿐 아니라 고전영화에 대한 비평이나 연구 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내에 연구 교육팀이 따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작년에 열린 이만희 감독 회고전도 연구 교육팀 위주로 프로그래밍 되었다고 들었다. 단순히 기록이나 고증에 그치지 않는, 혹은 김기영, 유현목, 신상옥 등 몇몇 감독 연구 가 아닌, 개별 영화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A. 먼저 한국고전영화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 거 같아요. 관심을 환기시키는 그런 차원의 얘기는 일단 박물관과 시네마테크라는 게 한국 고전 영화 자산을 대중화 시킬 수 있는 접점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시네마테크에서는 세미나와 같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서 좀 더 대중적인 기회를 열어두고, 실제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는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고요. 박물관은 영화 외적인 것을 통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만들어주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본격적으로 연구를 어떻게 활성화 시킬 것인가 하면 사실 그것은 우리가 다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가 한국영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그 콘텐츠를 어떻게 보다 학술적인 연구 쪽에서 활발하게 쓰이도록 만들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은 우리 몫인 거 같아요. 2층에 열람실 들어가는 입구에 보면 ‘한국영화사연구소’라는 간판이 있어요. 내년 봄에 한국영화사연구소를 발족시킬 예정인데 그 사무실로 공간을 확보해놓은 것이에요. 지금까지 자료원이 해온 연구개간사업을 그대로 계승하고,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서 대학의 영화과들과 공동으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물론 대학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연구자들, 영화비평가들 이런 사람들이 자료원을 하나의 아지트로 생각해서 여기서 강좌도 개설하고 세미나도 진행하고 웹 사이트 상에서 웹 저널, 웹진 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게끔 계획을 잡고 있어요.


Q. 공공기관이 다 그렇겠지만, 예산부족, 인력부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시는지.

A. 정부기관은 아무리 좋은 뜻이 있어도 예산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실제로 치명적으로 중요한 문제이고 제가 적극적으로 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도 우리가 청사를 이전하면서 기본적으로 시설 자체가 예전에 비해서 2.5배 정도 늘어났거든요. 그러니까 거기에 따라서 예산이 늘 수밖에 없는 구조죠. 실제로 작년에 비해 올해는 예산이 꽤 많이 늘었어요. 작년에는 건물 짓는 건축비 빼고 따진다면 작년에 비해 예산이 3배 정도 늘었죠.


Q. 내년에 오픈 하는 박물관에도 예산이 많이 들 것 같다.

A. 처음에 설계하고 공사하고 첫 해 예산이 많이 들어갔죠. 첫해에 집중적으로 수집을 해야 하니까. 상설전도 조금씩 콘텐츠를 보강하겠지만 기획전 같은 경우 일 년에 1.2회 내용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첫해에 많이 들지만 그리 많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에요. 박물관은 우리가 체험시설 같은 것도 넣을 예정이라서 그런 것에 약간의 비용이 들어가겠죠.


Q. 박물관의 구체적인 모습을 말해 달라.

A. 1층 로비 옆에 비어있는 공간이 있는데 한 250평정도 되는데 그 곳이 박물관 용도에요. 내년 4월에 오픈 할 계획으로 지금 준비 중인데 정식으로 ‘필름뮤지엄’으로 기획을 하고 있어요. 공간이 외국의 박물관에 다녀보면 아주 넓은 데에 비하면 별로 넓지 않고 가령 일본 NFC 박물관 보다는 조금 넓을 것 같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협소하지는 않아요. 컨텐츠 함량을 높여서 집중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공부할 수 있는 박물관으로 만들려고 해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하는 종합촬영소안에는 영화전시 체험시설이 있는데 이곳의 경우는, 아주 넓은 공간을 활용해보자는 차원에서 만든 거라서 약간 테마파크 분위기로 만들어 놨는데 저희는 여건상 상설 쪽에서 한국영화사, 여배우의 역사, 영화음악 코너, 체험 교육 시설 이런 식으로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어요.


Q. 일본의 영화박물관 얘기도 하셨는데, 아시아 한정지어서 다른 나라 영상자료원이 좀 궁금하거든요. 올 칸 영화제에서 상영된 신상옥 감독의 열녀문 같은 것도 대만에서 발견된 걸로 알고 있고요. 영상자료원들끼리 연계가 잘 되어있는지.

A. 한국영화가 그 동안 제작된 편수는 6000편이 좀 넘는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한 3250편정도 되거든요. 소장률이 65%쯤 된다고 해요. 초창기영화들이 많이 없고, 60년까지도 없는 필름들이 많아요. 많이 발굴 수집 작업을 해왔지만 국내에서는 거의 털만큼 털었다고 생각해서 해외를 다니면서 수집을 했는데 지난 20년 동안 해외에서 수집 발굴 작업을 해왔거든요. 대체로 아시아, 중국, 대만, 홍콩 이런 곳에서 수집 작업을 해왔어요. 러시아까지도요. 아카이브들 사이에는 서로 자국 필름을 복제해 가거나 기증하거나 서로 쉐어(share)하는 관행이 있어요. 'FIAF' 라는 국제영상자료원연맹이란 게 있어요. 일 년에 한 번씩 총회를 하는데 그런 네트워크를 통해서 필름 교류나 이런 것들은 잘 되고 있는 편이에요.


Q. 원장으로 부임하신지 아직 일 년이 안 되었는데, 처음 계획하시는 데로 잘 진행되고 있는지?

A. 원장으로 작년 9월에 왔는데 잘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죠. 일단 이사를 했으니까. 그리고 내년에 박물관이랑 시네마테크 오픈 하는 것과 영화사연구가 잘 되면 좋겠죠.


Q. 자료원 내 시네마테크에 대해 말해 달라.


A. 우리는 국가기관, 아카이브 기관에서 운영하는 시네마테크라서 민간에서 운영하는 것과 다른 점도 있고 같은 점도 있고 그럴 거예요. 3개관인데 그중 메인 상영관은 기존에 고전영화관에서 상영하던 전통적인 시네마테크 프로그램 중심으로 국내외의 신구 프로그램들을 섞어서 갈 거구요. 1개관은 한국영화전용관으로 운영될 겁니다. 스크린 쿼터가 줄어들면서 한국영화들이 스크린 잡기가 점점 힘들어지잖아요. 작은 영화의 경우, 일반 극장에서는 교차상영이라든지, 1주일 상영하고 내리기도 하잖아요. 우리는 괜찮은 영화 같은 경우는 장기상영도 하는 식으로 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제일 작은 한 관은 탁자가 딸린 의자들이 놓여있어요. 상영시설도 되어있고 강의실로도 쓸 수 있는 곳이에요. 그곳은 교육관. 대학들의 영화사 수업이나 세미나를 무료 또는 돈을 받고 운영할 생각이에요. 현재 일주일에 한 번씩 비디오테크라고 DVD를 상영하고 있어요. 서초동에서부터 해오던 건데 동아리들을 초청하기도 해요.


Q. 이만희 감독 전작 전, <미몽> 복원 상영회처럼 작년에 했던 의미 있는 특별전들이 기억에 남는다. 올해는 어떤 프로그램, 특별전 등이 계획되어 있나?

A. 정식 개관은 내년 봄인데 그 전까지는 기존의 서초동에서 상설프로그램은 계속 진행될 예정이고, 상암 시네마테크에서는 자체 프로그램 세 가지가 있어요. 비디오테크가 있고, 한 달에 한번씩 ‘해피투게더 독립영화’라는 독립영화 프로그램이 있고, 8월부터 시작하는 다시보기 프로그램이 있어요. 다시보기 프로그램은 장편상업영화 중에서 괜찮은 작품이었는데 아쉽게 지나가버린 영화들을 꺼내서 다시 상영회를 하는 것이에요. 가령 8월에는 <가족의 탄생> 다시보기를 하거든요. 그러면 금요일, 토요일 이틀 동안 하는데 금요일에 <가족의 탄생>을 상영하고, 김태용 감독의 단편영화하고 문소리나 정유미가 했던 다른 단편영화들을 묶어서 한번 상영하고, 토요일에도 <가족의 탄생>을 상영한 후에 이동진 씨의 사회로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질 예정이에요. 지금은 격월로 할 계획인데 세 가지 정도가 진행될 거예요. 개관전도 특별전 형식으로 할 계획이에요.


Q. 개관전으로는 어떤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는지?

A. 김기영 감독 전작전을 할 예정이에요. 저희가 가지고 있는 김기영 감독님의 모든 작품을 상영할 것이고요. <미몽>을 재작년에 대만에서 가져왔었는데 1936년 작이었어요. 현존하는 한국 영화 중 가장 오래된 필름이죠. 근데 그것보다 조금 더 오래된 것을 최근에 어디서 찾았어요. 그것을 개관전 때 소개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세계 3D 영화의 역사, 3D 영화 특집도 준비 중이에요.


Q. 영화는 자주 보시는지?

A. 옛날에 씨네21 편집장일 때보다는 덜 보고 소설가일 때보다는 더 많이 보죠. 옛날에는 한국 고전영화를 볼 기회가 없었는데 요즘은 많이 보는 편이죠.


Q. 고전영화의 새로운 재미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A. 한국영화는 옛날 영화에 비해서 매체자체가 달라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달라졌죠. 영화라는 게 기술에 의존하는 매체라서 기술에 발달에 따라서 매체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 것 같아요. 지금의 영화를 과연 50년대 영화와 같은 거라고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가끔 들 때가 있어요. 그런데 옛날 영화는 옛날 영화의 미덕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볼 때 그 시절은 이랬구나. 내가 아주 어렸을 때 한국사회는, 나는 의식 못했지만 이런 분위기였구나. 그런 것들을 느끼죠. 또는 내가 예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보면서 전혀 다르게 와 닿는 것도 재밌는 거 같아요.

사람들이 너무 최근영화들에 몰려다니는데 영화보기의 수용의 다양성이랄까 그런 것들을 찾아 줄 필요가 있겠죠. 50년대 만들어진 영화가 지금 영화보다 좋다는 게 아니고, 지금 만들어 지는 영화들은 참 다양하고 좋은 영화들이 많은데 그것과 함께 고전영화를 보는 것은 어떤 생각의 깊이나 시야를 확장해준다는 의미에서 좋은 거겠죠.


Q. <씨네21>에 있을 때는 영화기자였고, 소설가가 됐다가 현재 영상원에 온 걸 보니 영화인은 맞는 것 같다. 영화인으로서 현재 영화산업이나 영화매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6년 만에 다시 돌아온 건데, 영화 산업은 잘 모르겠어요. 그동안 워낙 세포 분열을 심하게 해서 옛날과 같은 ‘충무로’라는 것도 없는 것 같고, 영화산업의 외향이 워낙 확장돼서 그 메커니즘을 잘 파악할 수가 없어요. 한국 경제가 돌아가는 메커니즘과 거의 비슷해졌거든요. 회사들이 생존하는 방식, M&A라든가 우회상장, 코스닥 상장 이런 것들이 고전적인 충무로의 구조와 달라지는 거겠죠.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잡지에 대해서 얘기를 하자면 90년대 후반에만 해도 영화잡지들이 몇 개 없었고, 씨네21 만들 때는 스크린 로드쇼가 있었는데 로드쇼가 없어지고, 프리미어와 키노가 씨네21이랑 같은 해에 만들어졌거든요. 그 시절만 해도 참 영화잡지가 행복한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영화계에서 약간의 신용(credibility)을 독점한다고 할까, 영화계의 기대와 신뢰를 한 몸에 받는다고 할까, 그런 매체로서의 프라이드도 있었고 재미도 있고 그랬어요. 저는 씨네21에 있을 때 씨네21을 영화판의 정론지로 만든다는 생각으로 이슈메이킹 같은 것도 열심히 하고 그런 식으로 잡지를 만들었는데, 그런 것들이 실제로 영화계 여론을 주도하는 역할을 했었고, 그리고 영화흥행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흥행을 안했더라도 영화에 대한 평가에는 확실히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흥행을 못했더라도 문제작이나 화제작을 만들어 주는 힘은 있었어요. 영화산업이라는 것도 충무로가 작았기 때문에, 그때는 산업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말도 통하고 그랬거든요. 근데 지금 보면 영화산업이나 영화정책도 글로벌한 수준까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영화잡지 하나가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너무나 한계가 있고, 흥행역시 영화 잡지하나가 영향을 미치기에는 참 힘든 거 같아요.

그리고 지금은 온라인 매체들, 영화전문 매체도 아닌 포털들이 거의 영화정보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저널리즘이라는 것이 옛날처럼 그렇게 어떤 고유의 독자적인 영역을 갖고 있지 못한 것 같아요. 영역을 갖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말하자면 생존에 까지 위협을 받고 있으니까 보면 마음이 아프죠. 그런데 그래도 씨네21 만든 사람으로서 오프라인 영화잡지 시장들이 온라인 쪽의 압박을 받으니까 덤핑 잡지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이 됐죠. 그야말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황인데 그래도 씨네21은 퀄러티 페이퍼로서 지금까지 고집을 안 꺾고 있고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크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지금, 영화비평의 역할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A. 영화비평이 점점 왜소해져가는 시대죠. 씨네21 별점, 20자평이 있는데 사람들이 다 그것의 거꾸로 간다고 하더라고요. 별점 서너 개 정도 나오면 믿는데 5개 나왔다 그럼 절대 안 보러 가고 이런 식이죠. 네이버나 포털, UCC의 영화평 코너를 보면 조회수가 8만, 10만 이렇거든요. 그런데 그 평이 어떤가 하고 읽어보면 진짜 맞춤법도 틀리고 형편없거든요. 그런 필자들이 얼마나 자신감 넘치는지 몰라요. 말하자면 자기의 스타덤을 너무나 잘 인식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장난질도 치더라고요. 앞뒤도 안 맞고 문법도 틀리고 그런 것들이 인터넷에서 성행을 하고 오프라인 매체에서 도저한 비평들, 그런 것들은 읽기 부담스러워 하고, 인터넷 매체의 글들은 만만하니까 그럴 걸 훨씬 편해하는 것 같아요. 오프라인은 인쇄 매체의 권위라는 게 있죠. 함부로 댓글 달수도 없고 거기서 고담준론을 펼치는 것을 짜증내하고, 기분나빠하고, 자존심 상해하고 그래서 접근을 하지 않는 태도가 있는 것 같아요.


Q. 소설이 참 좋더라. 에세이를 읽었을 때는 너무 강한 사람 같아서 무섭더라. 근데 소설을 읽고 너무 좋았다. 그 동안 자신에게 변화가 있었나?

A. 내가 <정글에선 가끔 하이에나가 된다> 에세이를 냈을 때와 소설 <햇빛 찬란한 나날>을 냈을 때가 5,6년 정도 차이가 있거든요. 에세이는 2000년도에 나오고 소설은 2006년에 나왔으니까. 그 사이에 제가 좀 변한 게 있어요. <정글에선 가끔 하이에나가 된다> 에세이를 썼을 때는 씨네21 막 그만두고 나왔을 땐데 그 때는 너무 잘난 체 한다는 반응이 있었어요. 실제로 내 후배들 중에서. 그 때는 겁도 없었고 그랬던 것 같아요. 되게 세고 서슬 퍼랬던 것 같아요. 실제로. 그런데 소설 쓰면서 사람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또 하나는 매체 자체가 이야기 하는 방식을 다르게 만드는 게 있어요. 에세이는 그냥 자기가 사람들한테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리면 되는 것이고 소설은 자기 밑바닥을 두드려봐야지 나오는 것 같아요.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말이 있어요. 소설은 진짜 뼛속까지 내려가지 않으면 아예 써지지를 않고, 아마 최소한의 울림이나 감흥, 공감대도 갖기를 힘들 거예요.


Q. 요새 한국 고전영화 많이 보신다고 했는데, 그 중 몇 가지만 추천해 달라.

A. 음...이런 질문이면 FM 대로 대답해야지. (웃음) <오발탄>은 옛날에 원본의 17대 손 정도 되는 비디오로 봤는데 영화가 끝날 때쯤에야 주인공이 김진규인지 겨우 알아보았어요. 여기 와서 깨끗한 것으로 다시 봤는데 최고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하녀>, 임권택 감독의 <짝코>, 요즘은 <서편제>도 고전이라고 하더라고요. 여기 와서 재미있게 본 영화는 <시집가는 날>, <청춘 쌍곡선>. 너무 너무 재밌게 봤어요.


<씨네 21> 편집장에서 소설가로 다시 한국영상자료원장으로 영화계에 복귀한 조선희 원장은 차분하면서도 예의 날카로움과 합리적 사고를 두루 갖춘 인물이었다. 인터뷰 내내, 그는 후대에 물려줄 영화유산을 간직한 보고(寶庫)의 수장으로서, 그 이전에 한 사람의 영화인으로서 그간 닦아온 소양과 경험을 바탕으로 소신 있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취임한지 채 1년이 안된 상태에서 자료원의 이전이라는 큰일을 잘 치러냈지만, 고전영화의 수집 보관은 물론이고 이용자의 저변확대를 꾀해야 하며, 디지털시대와도 발을 맞춰야 하는 등 산적한 과제를 앞에 두고 있는 상태다. 부디, 조선희 원장의 지침 없는 행보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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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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