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1. 오랜 옛날 지금은 유명을 달리하신 정은임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영화음악실>이라는 라디오 영화 음악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엔 새벽에 했었지요. 기다리다 잠이 오면 녹음테이프의 버튼을 누르고 잠이 들곤 했습니다. 그렇게 들었던 <영화음악실>의 내용 중에 정성일 님이 그해의 베스트를 뽑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리스트에는 처음 들어보는 한 감독도 같이 끼어 있었습니다. 바로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 그렇게 한번 듣고는 잊혀지는 듯 했습니다.

그 후로 몇 년 뒤에 <펄프 픽션>이 칸 영화제의 그랑프리라는 화려한 수상 경력과 함께 여느 해외 영화제 수상작들과 같이 수상을 위주로 홍보되어 상영되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아직은 상 받은 영화들에 대한 환상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칸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베니스 영화제 등등 알려진 영화제들의 수상작들은 꼭 챙겨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칸 영화제 그랑프리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영화를 보게 되었고, 그 영화를 본 충격은 아마도 <영웅본색>를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과 같은 전율을 느꼈습니다. 아니 상 받은 영화가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가? 이 영화의 뒤죽박죽된 서사 구조가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새로운 형식의 영화를 보았다는 기쁨이 컸습니다.

그 후로 비로소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을 보게 되었고, 그 영화는 조금 지루했지만 이미 전에 본 주윤발과 이수현 주연의 <용호풍운>에 오마쥬를 바친 영화라고 알고는 참 이 감독이 대단한 영화광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그로부터 조금은 한심한 옴니버스 영화 <포룸>을 보고는 조금 설마 했었지만 이후에 나온 <재키 브라운>을 극장에서 보고는 참 이 젊은 감독이 대가의 연륜을 느끼게 할 만큼의 감독으로 성장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국내에 <재키 브라운> dvd는 왜 아직 출시가 안 되는지)

<재키 브라운>의 대단한 여운을 간직하고 있었던 저로서는 그 작품이후에 정말 한동안 타란티노의 작품을 볼 수 가 없었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마침내 대단한 영화를 하나 들고 나오게 됩니다. 이름하야 <킬빌1>, <펄프 픽션>의 그 허약한 마약쟁이 말라깽이 처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라 왠지 불길했었지만 결과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들을 이렇게 한 영화에 담아서 보여주는 구나!!! 하면서 말이죠.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찍고, 존경하는 영화들에 대한 경의와 오마쥬를 거침없이 날리는 타란티노의 이 영화는 정말 영화의 재미가 무엇인가? 아드레날린이란 과연 무엇인가? 에 대한 타란티노 감독의 훌륭한 대답 같습니다.

<킬빌1>이 개봉하고 난 뒤 저는 타란티노가 오마쥬를 바친 영화들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운 좋게도 리마스터링된 버전의 장철 영화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vol.2 를 몹시 기다리던 저는 과연 vol.2에는 어떤 영화에 존경을 바칠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뭐 이번에도 사무라이 영화나 쇼 브라더스의 무협영화에 대한 오마쥬가 나올 것으로 기대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킬빌2>가 개봉하던 날, 저는 또 한번 충격을 받고 말았습니다. 아니 그 대단한 <킬빌1>를 뛰어넘는 영화가 나왔다고. 물론 서부영화에 대한 오마쥬가 주가 되고 무술영화에 대한 오마쥬가 맛을 내지만. 그 와중에 아마도 가장 대단하다고 느낀 장면은 바로 키도가 무덤에 산채로 매장을 당하고, 그 관속에서 스승님을 떠올리며 무덤 속을 탈출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아레나>가 흐르고, 키도가 손가락을 길게 펴서 관을 주먹으로 가격하는 순간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명장면입니다.


2. 이렇게 타란티노의 옛날 영화 이야기를 한 이유를 말 한다면 그 동안의 타란티노 영화의 모든 것을 보실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한국인으로서 타란티노의 그 수다장면을 즐길 수는 없지만 그 수다장면을 참고 견딘다면 정말 대단한 영화가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돌려차기하고 내려찍기 하는 순간 정말 저도 모르게 덩달아 박수를 치게 되며, 그 옛날 존 카펜터나 존 랜디스의 영화들에게서 느꼈던 B무비의 독특한 매력과 주체하지 못하고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올 듯한 힘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족) 타란티노가 이런 영화로 돌아와 주었으니 피터 잭슨 감독도 한번쯤은 외도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BLOG main image
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영화 비평 매거진 '네오이마주'의 공식블로그입니다. 더 많은 글은 http://neoimages.co.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by woodyh98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21)
필진 리뷰 (260)
필진 칼럼 (149)
사람과 사람들 (55)
문화와 세상 엿보기 (10)
그리고... (41)

달력

«   2019/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3,158,894
  • 16

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woodyh98'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