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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피가 흐르는 [투야의 결혼]

필진 리뷰 2007.11.09 17:01 Posted by woodyh98

이국적인 영화는 매력적이다. 낯선 세상을 담은 영화는 오지를 눈으로 보여주며, 이질적인 기운을 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투야의 결혼]역시 타지를 눈으로 보여주면서 그곳의 이야기를 전해주기 때문에 오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투야의 결혼]은 내몽골을 배경으로 투야라는 여인의 힘겨운 삶의 여정을 보여준다. 삶을 여행에 비유한다면 영화는 그 여행을 담는 조금은 긴 여정이다. [투야의 결혼]은 길 위를 걷는 투야가 있으며, 길 위를 서성이는 투야가 있다. 투야는 누군가에게 기대길 원하며 한 곳에 안착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비루하고 고달프다. 죽는 것보다 살아가는 게 힘들다는 이 여인의 이야기는 세상 끝에서 보내오는 피와 눈물이 끈적하게 달라붙은 편지다. 그 편지는 공간을 담고, 인물을 담고 있기에 하나의 완결된 삶의 이야기를 구현해낸다.

이 영화는 투야가 딛고 선 땅의 이야기다. 카메라는 시종일관 하늘과 땅을 수평으로 담는다. 내몽골에는 초원이 있으며, 땅은 끝이 보이지 않은 채 하늘과 맞닿아 있다. 하늘과 땅이 접점을 이루는 곳에서, 투야는 양떼를 몰아서 가족을 부양한다. 그녀의 남편은 우물을 파다가 허리를 다쳐 남자구실을 하지 못한다. 투야는 아들과 딸을 부양하면서 남편을 보살펴야만 한다. 남편은 투야에게 이혼을 제의하고, 투야는 고민 끝에 이혼에 합의한다. 그러나 투야는 재혼을 하더라도 지금의 남편과 함께 살기를 원한다. 투야에게는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책임감이 있었다.

투야는 매일 같이 여러 남자들로부터 청혼을 받는다. 그러나 투야는 전 남편을 부양할 남자를 찾지 못해, 매번 청혼을 거절한다. 투야에게는 부양해야 할 두 아이와 남편이 있다. 즉 이 영화는 끈끈한 혈육의 정, 더 크게는 가족공동체 내에 흐르는 피와 온기를 강조하는 영화다. 피는 물보다 진하며, 살과 살이 맞닿은 사이는 운명을 함께 해야 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하지만 현실은 그 피를 희석시키려하며, 그래서 가족은 떨어져야만 한다. 남편은 그 치욕스러운 현재가 견디기 힘들어 자살을 꿈꾼다. 투야가 견디기 힘든 건, 남편의 무책임한 자세 때문이다. 투야는 그래도 살아보자고, 술 한잔을 털어놓고 차가워진 몸을 뜨겁게 데운다. 그녀는 살과 살을 부딪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술을 들이켜 몸을 데우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혹은 맨 정신으로는 육체와 정신의 고통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뜨거운 피’는 보이지 않는다. 남편의 자살을 통해 보여지는 피는 삶의 희망이 식어버린 ‘차가운 피’다. 반면 이 영화에서 보이지 않는 피는 생의 끊을 놓을 수 없다는 뜻인 ‘뜨거운 피’다. [투야의 결혼]은 차가움과 뜨거움의 기류가 동시에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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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제자리로. 이 영화는 폐곡선을 그리고 있다. 오프닝과 엔딩이 절묘하게 합을 맞추고 있으며, 카메라 미학만 보아도 핸드헬드- 픽스- 핸드헬드 구조 속에서 패닝만이 존재한다. 이 영화의 패닝은 땅과 하늘을 가로지르면서 인물의 동선을 따라가는 것에 주력한다. 투야의 동선은 초원에서 아스팔트위로 옮겨졌다가 다시 초원으로 돌아온다. 고향을 떠났던 많은 사람들이 다시 돌아와 지난날을 후회하지만 정작 그 후회는 대답 없는 메아리이며 들어줄 사람 없는 넋두리일 뿐이다. 반면 투야는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운명의 굴레를 지워나간다. 하지만 그녀 역시 운명앞에 나약한 인간일 뿐이었다. 투야곁에는 그녀를 위해 우물을 팠던 남편, 그녀를 위해 우물을 팠던 썬가가 있다. 하지만 두 남자 모두 그녀에게 물을 구해주지 못했으며, 두 사람 모두 우물 파는 일을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아마도, 누군가가 우물을 팠더라면 투야는 고향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땅을 지키려고 했던, 집을 지키려고 했던 투야. 그녀에게 삶이란 차가운 모래바람이 살을 찢는 고통이었다. 그 모래바람이 그녀를 자꾸만 길 위로 내몰았으며, 투야가 원했던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게 했다. 투야는 다시 제자리인 듯 했지만, 그 자리는 투야가 원했던 자리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혼자 울음을 삼킨다. 더 이상 길 위가 아닌 누구의 출입도 허락하지 않는 폐쇄된 공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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