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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둑]과 영화제용 영화

필진 리뷰 2007. 10. 10. 02:44 Posted by woodyh98
2007.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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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게도 매년 부산영화제 때마다 기억에 남을만한 영화 한두 편 정도는 꼭 만난 것 같다. 2006년의 경우 소재의 신선함과 유쾌함이 독창적으로 펼쳐진 [웨이터_ Ober]가 가장 좋았다면, 올해는 단연 미샤 왈드 Micha Wald 감독의 장편 데뷔작 [말도둑_ Horse Thieves]이다. 2007 칸 비평가주간에 선정된 작품이니만큼 영화의 완성도는 의심할 필요도 없었다.

영화는 용맹스럽고 잔인하지만 슬픈 역사를 가진 코사크의 삶을 보여주는 동시에 말로 인해 얽히고설킨 두 형제와 그들의 복수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전반적인 내러티브는 말과 칼이라는 코사크 민족의 특질에 의존한 듯 보인다. 이를테면 말은 삶의 목적이자 희망이고 칼은 말과 자신을 지키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생과 사가 순식간인 야만의 땅에서 두 형제가 택하는 삶의 양태는 말과 칼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복수극으로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영화 면면에 배어있는 인간애와 자연의 조화로움은 말로 다하기 힘들 정도다. 이 영화는 몇 가지 점에서 흥미롭다. 우선, 말과 동생을 모두 잃어버린 남자와 그의 희망을 앗아간 가해자 형제 사이에서 피어나는 미묘한 기운이 자연스럽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또한 복수와 생존에 집착하는 인물들과는 달리 그들이 반복적으로 거쳐 가는 자연의 변함없음을 보여주는 탁월한 미장센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미 결투에서 부상당한 자쿱과 로만(두 형제의 형들)의 참호 속 사생결단 신이 보여주는 리얼리티다. 근래에 이토록 생생한 영상을 본 적이 없을 정도다. 오죽하면 관객들마저 그들의 통증에 가담하여 신음소리를 냈을까.

[말도둑]이 국내에서 개봉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달리 말해 영화제용 영화의 전형이라는 것인데, 사실 이런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이들이 영화제를 찾는 이유 중 하나일 터다. 그런 점에서 부산영화제 뿐 아니라 대게의 영화제들이 개봉예정인 영화와 이미 상영과 평가를 마친 영화까지 라인업에 포함시키는 것은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제가 다른 관객보다 한발 앞서 영화를 볼 수 있다거나 놓친 영화를 뒤늦게나마 볼 수 있다는 식의 물리적 장소로써 각인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닷가 횟집마다 눈에 익은 영화인들로 가득했고 그들은 술과 영화이야기로 밤을 새우고 있었다. 한국영화가 어렵다면서 흥청망청 노느냐는 식으로 비난할 이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1년 내내 고생한 직원과 현장인력들의 노고를 감안한다면 회 몇 점과 소주 몇 병이 그렇게 과한 것일까? 그나마 작년과 비교해 영화사 주최 파티도 많이 줄었고, 술자리도 축소된 느낌은 있다. 이런 저런 얘깃거리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나는 서둘러 서울로 돌아왔다.

(사족) [말도둑]을 관람한 해운대 프리머스 뒤편에는 ‘신창국밥’이라는 돼지국밥 집이 있다. 작년에는 바로 옆에 있는 밀면 집에서 점심을 해결한 적이 있었으나,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올해 처음 찾았는데, 국물이 담백하고 비린내가 전혀 없으며 푸짐한 양과 맛이 썩 괜찮았다. 혹시 상영관이 프리머스이면서 전날 새벽까지 술을 마신 분이라면 속 풀기에는 그만인 메뉴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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