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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1


[모가리의 숲]은 가와세 나오미의 작품이다. 가와세 나오미를 떠올리게 하는 건 핸드 헬드 카메라, 빛, 숲, 물, 공기와 같은 단어들이다. 이 단어들이 영화라는 세상 안으로 들어와서 가와세 나오미가 직조한 세상을 가득 채운다. [모가리 숲]을 채우는 단어들은 사랑스럽기만 하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간결하고, 따뜻하다. 그 따뜻함이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받고, 사랑을 나누어 준다. [모가리 숲]이 있다면 세상은 늘 웃음만 가득할 것 같다.

나라 현 신간지의 한 요양원. 인지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공동생활을 하는 곳. 마치코는 요양원에 간병원으로 들어와 죽은 부인을 그리워하는 시게키라는 노인을 만나게 된다. 시게키는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고, 죽은 아내가 떠오를 때마다 고통스러워한다. 자꾸만 아내의 이름을 부르는 시게키. 그를 간병하는 마치코 역시 힘들다. 그녀에게는 어떤 상처가 있었을까?

영화는 시게키의 아픔을 전달하는 데 주력하기 때문에 마치코의 아픔은 별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마치코의 상처를 설명하는 장면은 단 한 컷 등장한다. 마치코의 아들인 듯 보이는 아이가 찾아와, 그녀에게 꽃을 던지면서 버럭 소리를 지른다. “왜 붙잡지 않았어?”라고 말하는 아이. 아마도, 마치코가 아이의 손을 놓아버렸기 때문에 마치코의 아이는 죽지 않았을 까?. 단 한 컷이지만, 이 씬은 영화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모가리의 숲]은 한 번 잡은 손을 절대로 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듯 하다. 이 때 손을 놓는다는 말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될 수도 있지만, 인연의 끈일 수도 있다. 마치코와 시게키는 실연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점이라면 마치코는 사랑하는 자식을 잃었고, 시게키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다. 영화가 진행 될수록, 둘 사이는 묘하게 변해간다. 마치코는 아내의 이름을 부르면서 어디론가로 달려가 숨는다.
 
반면 시게키는 죽어버린 아이의 손을 다시는 놓지 않겠다는 듯 앞으로 달려가는 시게키의 뒤를 쫓아가면서 그의 손을 잡으려 한다. 둘 사이에서 시작된 술래잡기 놀이는 점점, 형언할 수 없는 아픔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소풍을 떠난 어느 날 자동차는 논두렁에 빠지게 되고, 이틈을 타 시게키는 어디론가 도망을 친다. 뒤늦게 시게키가 없어진 걸 알아차린 마치코는 시게키의 뒤를 쫓고, 두 사람은 다시 쫓고 쫓기는 술래잡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어디에도 죽은 자는 없다. 즉 시케키가 찾는 아내는 없으며, 마치코가 그리워하는 자식은 없다. 한 없이 숲 속을 걸어도 찾을 수 없는 망자의 흔적들. [모가리 숲]은 죽은 자를 그리워하는 영화다. 또한 죽은 자로 인해 살아남은 자들이 고통을 겪는 영화다. 그럼 가와세 나오미가 말하는 건 무엇일까?

가와세 나오미는 살아남은 자들 사이를 운명의 끈으로 엮어 준다. 뒤를 쫓기만 하던 마치코는 폭우가 쏟아지는 계곡을 건너려는 시게키를 향해 “건너지 마!”라고 연거푸 소리친다. 이 말은 가장 처절하며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데, 이는 마치 죽은 아들을 향해 하는 말처럼 들린다. 시게키는 죽은 아내에게 안기듯 그녀에게 안기고, 온 몸을 파르르 떤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시게키의 유아기적 행동으로 미루어보아 그는 죽은 마치코 아들의 자리를 차지한다. 반면 마치코는 그를 보듬으면서 그의 아내의 자리를 대신해준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빈자리를 잠시나마 채워주는 배려. 이 영화는 그 세심한 배려와 슬픔을 공유하는 미덕이 돋보인다.

가와세 나오미는 그녀의 이름을 걸고 영화를 만든다.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영화를 보고 카메라를 잡은 것이 아니라, 어렸을 적부터 8mm 카메라를 가지고 놀았기에 자연스럽게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나오미의 영화는 자기반영적인 영화며, 동시에 그녀가 숨쉴 수 있는 자연이다. 나오미의 영화 속에는 화사하게 부서지는 빛이 존재하며, 숲을 간질이는 바람이 있다, 여기에 느닷없이 퍼붓는 소나기는 눈물을 가려줄 만큼 시원하다.

가와세 나오미는 빛을 비추어 죽은 자를 불러내고, 바람에 죽은 자의 이름을 묻어 보낸다. 그리고 비가 오는 날 터져나오는 눈물을 빗물에 흘려보내면서 자기안의 슬픔과 상처를 씻는다. [출산], [수자쿠], [가족의 초상(사라소주)]에는 언제나 가족이 있었다. 그 가족들은 상처가 있어도 쉽사리 드러내지 않았다. 상처를 가진 자들은 모두가 용기가 없고, 치유할 힘이 없다. 그래서 가와세 나오미는 가족들의 상처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치유해주었다. 그녀의 작품들은 그녀가 겪었을 법한 상처의 시간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나르시시즘의 극치를 달리는 영화다. 하지만 그 안에는 세상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따뜻한 배려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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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b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가리의 숲이란 제목은 너무 어색한데요. 아예 모가리노 모리라고 하던가 슬픔의 숲이라고 하는게 낫지 않을까요.
    그리고 둘 사이의 술래잡기는 확대해석이라고 봅니다

    2007.09.13 01:50
  2. Favicon of https://neoimages.tistory.com BlogIcon woodyh98  수정/삭제  댓글쓰기

    rb님/ 모가리의 숲이 아마 영화제에서 잡은 제목인가 보더라고요.

    2007.09.13 10:34 신고
  3. rb  수정/삭제  댓글쓰기

    처음 듣는 영화제 이름이었는데 한국에서 열리는 영화제군요.....-.-;;
    누가 저런 제목으로 번역하다 말았나 궁금해집니다.

    2007.09.13 15:13
  4. 우디79  수정/삭제  댓글쓰기

    rb님/ 세네프 영화제는 벌써 꽤 됐더랍니다. 올해가 8회째라죠 아마.
    온,오프 통합 영화제로 출발했던가 싶은데요...

    2007.09.1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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