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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없는 새, 장국영을 추억하며

필진 칼럼 2009. 4. 1. 10:48 Posted by woodyh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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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균

여자들은 그를 사랑한다. 남자들은 그를 질투한다. 유덕화는 모든 사람이 너 같지는 않다고 니가 진정 새라면 지금 날아보라며 그를 타박하지만, 그가 눈을 감는 순간까지 곁을 떠나지 않는다. 이미 잊었다고 말하는 여자도, 죽어도 잊지 못한다며 매달리는 여자도, 그를 시기하던 남자들도 소리없이 맴도는 그와의 인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영웅들의 시대, 그 비장한 무용담의 한 구석에서 말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이 사내는 무엇으로도 해소되지 못할 슬픔을 머금고 있는 듯 했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털어놓는 후일담에 불과하지만 <아비정전>의 장국영은 마치 십여 년 후에 있을 자신의 죽음을 미리 예견한 듯, 한없이 나른하고 고독하며 허무한 눈빛을 지닌 채로 스크린을 활보한다. 발 없는 새, 하늘을 나는 그 순간부터 이미 죽어있었다던 바로 그 새, 아비, YORK, 장국영, 혹은 평범한 지시대명사로써의 "그". 이 모든 단어들도 그를 온전히 설명해주지 못한다. 심지어 만우절 날의 실없는 농담이길 바랬던 그의 죽음조차도.

질투, 연민, 시기와 부러움, 그리고 한없는 그리움과 기다림의 총체로써, 그렇게 다가온 장국영은 유령처럼 우리들 곁을 맴돌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백타산 사막 건너편의 머나먼 길을 향해 떠나버렸다.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왕가위는 응답 없을 연서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장국영이 출연했던, 혹은 출연하지 않았던 이후의 모든 왕가위 영화에서 장국영의 존재감은 불현듯 출몰했다 소리 없이 사라졌다. 홀로 상처를 돌보던 <타락천사>의 킬러 여명은 장국영의 슬픈 눈매를 연상하게 했고, <해피투게더>는 발 없는 새의 또 다른 이착륙이었으며 <아비정전>에서 그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좁다란 열차의 이미지는 <2046>으로 확장되며 망자에 대한 그리움을 하염없이 토해내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장국영은 없다. 정체불명의 공간을 향해 떠나가는 2046 열차 안에 왕가위는 그에 대한 모든 기억들을 봉인해 두었다. 정말이지 이제 더 이상 장국영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남긴 모든 기억과 흔적들을 우린 다시금 되새긴다.

"중요한 기억은 절대로 잊지 않아"


경쾌한 리듬 속에서 흐느적거리며 맘보댄스를 추던 그가 우리들에게 말한다. 1960년 4월 16일 오후 3시, 혹은 그가 우리들과 함께 했던 모든 시간들을 절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그것은 이미 과거가 되어버렸으며 영화 안에 봉인되어 삶도, 죽음도 초월하는 불멸의 시간 속에서 끝없이 유랑하고 있을 것이라고. 그렇다면 이번엔 우리 차례이다. 여기서 더 이상의 말은 무의미하다. 앙코르 와트 사원의 흙더미에 긴 한숨을 토해냈던 양조위처럼 우리도 장국영을 잃은 안타까움을 그렇게 겹겹이 쌓아두기만 할 따름이다. 이제 남은 건 부식되지 않는 미이라처럼 필름 속에 남겨진 그의 모습뿐임을 아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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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벽전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고하세요
    역학으로 본 우리경제의 나아갈 방향
    이명박 대통령을 통해 본 2009년 국운
    이건희.이재용 부자를 통해 본 삼성그룹
    탈렌트 노현희와 아나운서 신동진의 궁합 실례
    역학으로 본 직업선택의 중요성
    막쥔손금의 사주
    자녀의 적성과 학운
    영락없는 사회복지사
    http://cafe.naver.com/fortunedrkss1102

    2009.04.01 13:11
  2. ...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휴 내가좋아하던 장형님이 호모였을줄은 난 꿈도 못꿨지.. 빨리 잊혀졌으면 좋겠다 불쾌하다

    2009.04.01 13:15
  3. 아비정전 이 영화 최고죠!!  수정/삭제  댓글쓰기

    엄마집에 찾아갔다가 외면받고 슬로모션으로 하와이언풍 음악 흐르면서 그 대사..

    음.제 베스트 명장면에 엄지손가락을 차지하고 있죠.
    왕가위 영화중 저는 아비정전이 제일 좋아요.

    10번 넘게 돌려 본 영화.
    비디오테이프로..

    장만옥.양조위. 장국영.음.정말 환상이었는데..

    필름에서의 그들의 모습이란...

    1990년대는 참 아름다웠던거 같아요.

    2009.04.0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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