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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쏟아지는 부산으로 가요!

필진 칼럼 2007.10.03 17:00 Posted by woodyh98
2007.10.01

이제 딱 사흘이 남았다. 그러니까 전국의 영화광들이 달뜬 마음으로 기다려왔던 제 1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된다는 얘기다. 사실, 작년 이전의 부산국제영화제를 기억해볼 때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남포동 영화의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와 남는 표를 구하기 위해 부스를 기웃거리는 사람들과 찜질 방이나 값싼 숙소를 찾아 헤매는 방문객들과 자갈치 시장에서 싱싱한 횟감을 안주삼아 영화이야기로 밤을 지새우는 영화광들의 모습이었다. 작년부터 주무대가 해운대로 옮겨지면서 인파가 분산되었지만 영화제 기간 동안 부산은 사하에서 기장까지 남포동에서 해운대까지 그야말로 온통 영화와 영화제 방문객의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게다가 전국에서 모여든 이들과 부산을 찾은 내외의 영화관계자들이 한데 뒤엉켜 활보하는 해운대 백사장의 모습이라니. 어디서 이런 광경을 엿볼 수 있단 말인가. 스크린과 TV브라운관으로 만나던 배우들과 감독의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실컷 볼 수 있다는 것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이들만의 특권이라 하겠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영화제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본다는 것은 거의 신이 내린 축복에 가까운 일이다. 그만큼 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보니 영화제 예매에 관한 비책을 공유하기도 하고 나름의 노하우로 관람권을 구매하는 등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 연출되기 일쑤다. 각 상영관마다 남거나 환불된 표를 구하기 위해 아침 일찍 늘어선 영화광들의 집념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올해의 경우는 해운대 일원의 메가박스와 프리머스를 비롯해 남포동의 2개 극장, 대연동의 CGV로 분산해 영화제가 진행된다. 동시에 인파가 몰리는 것을 막고 가까운 곳에서 영화를 즐기도록 배려한 것이라 여겨지긴 해도, 모처럼 마음먹고 먼 길을 달려온 방문객들이 해운대와 남포동을 오가며 영화를 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영화제 전용관의 건립이 절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필자는 토요일에 내려갈 예정인데, 매년 GUEST ID 카드가 발급되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데 큰 불편을 느끼진 않았으나, 올해의 경우 보고 싶은 영화는 거의 못 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나마 마음이 동한 [비가 내리기 전]과 [여배우들] [살인의 기억] [스페어] [은하해방전선] 정도는 꼭 보리라 마음먹고 있다.

또한 이 기간 중에 진행되는 다양한 행사들도 영화광들의 구미를 당기게 만든다. 올해의 경우는 에드먼드 웡 전 대만필름아카이브 원장과 영화평론가 김영진의 발제로 <에드워드 양, 타이베이의 기억>에 대하여 세미나가 열리고, 독립영화 전용관의 역할과 과제에 대한 <독립영화 세미나>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거장의 영화세계와 예술혼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의 솔직한 고백과 대화가 펼쳐지는 <마스터 클래스>는 매년 영화광들을 열광케 한 인기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올해의 경우는 [양철북]의 폴커 쉘렌도르프와 [칸다하르]의 모흐센 마흐말바프, [남과 여]의 클로드 를루슈 감독과의 소중한 만남이 준비되어 있다.

작년 이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볼 수 있는 진풍경 중 하나는 해운대 일원의 각 호텔 로비와 바 또는 즐비한 횟집에 꽉 들어찬 영화인들의 모습이다. 해운대로 주상영관과 PIFF 센터를 옮기 이래 영화제 기간 중 해운대에 즐비한 횟집들은 불야성을 이룬다. 만약 당신이 늦은 밤 해변 가를 거닐거나 영화친구와 어느 횟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인다면, 그 앞을 오가는 많은 영화인들을 만날 수 있고, 바로 옆자리에서 유명배우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영화제에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은 때론 참이다.

영화광들이 한편의 영화라도 더 보기 위해 분주한 시간, 매체의 기자와 영화관계자들은 서로 명함을 주고받고 술잔을 기울이며 자신을 알리는데 진력을 다한다. “처음 기자가 되어서 영화제에 갔을 때는 하루 종일 영화만 보고 밤늦게 숙소에 들어와서는 영화리뷰 쓰는데 시간을 소비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얼굴을 알리고 영화인들과 인사를 나누는 비즈니스가 더 중요”하더라는 어느 영화사이트 편집장의 말도 이와 무관치 않다. 왜냐하면 영화와 관련한 모든 이들, 이를테면 학자, 감독, 스태프, 배우, 평론가, 기자, 제작 투자 마케팅 담당자가 한 자리에 모이는 거의 유일한 시간이 부산국제영화제이기 때문이다. 한 해 무려 40개에 달하는 영화제가 열리고 있지만, 정작 규모와 내용에 있어 영화인들의 축제의 장이 펼쳐지는 것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유일하지 않나 싶다. (그렇다고 다른 영화제를 폄하하자는 것은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각 언론매체 기자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사와 사진이 제공되며 가끔 뜻하지 않은 대어를 낚을 수 있는 곳도 해운대 어느 해변에서이다. 영화평론가의 경우도 매년 티타임 모임 등을 통해 1년 만에 반가운 해후도 하고 영화와 영화판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따라서 영화를 안주삼아 밤새워 정담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 영화인들이 거쳐야 할, 필수코스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해가 뜨면 전날 밤의 숙취를 풀어내기 위해 재첩국 한 그릇을 훌훌 털어 넣고는 다시금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렇게 영화제에 모인 이들은 저마다의 방법과 취향에 따라 영화를 보고 거장들의 숨결을 느끼며 한 낮의 가슴 벅찬 기억을 밤을 새워 꽃피워 낸다.

작년 영화제 기간 중의 어느 날, 해운대의 밤하늘에선 별이 쏟아졌다. 근래에 그렇게 많은 별을 본 기억이 없다. 화려한 스타를 보는 것도 즐거운 일임에 분명하지만, 해운대나 광안리의 밤 바닷가를 마주하고 영화와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친구들과 함께 자신의 모습을 한 번쯤 돌아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꽤나 근사하고 소중한 추억거리가 될 것이라 믿는다. 올해는 어떤 영화들이 우리를 매혹시킬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자, 그럼 부산으로 떠나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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