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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만난 네 편의 한국 영화

필진 리뷰 2009.10.17 21:27 Posted by woodyh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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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기


이번 부산에 와서 많은 영화를 본 것은 아니지만 이를 추려본다면, 한 가지 공통점으로 이 영화들을 묶어 볼 수 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하반기에 우리와 만나게 될 중요한 한국 영화란 범주로 나는 이 영화들을 선택하였다. 따라서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영화를 보기 전, 나는 이 영화의 감독들이 분명히 한국 영화의 자장 안에서 이루어내야 할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사전 기대와 이 영화들을 보고 난 후, 이들이 이루어낸 것과 그렇지 못한 것 그리고 이외의 것들을 간단하게나마 소회하려고 한다. 영화를 자유롭게 보아오고 사유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영화인들을 만나는 스케줄이 많아졌다는 핑계로 영화에 관한 글을 도외시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으로서 이 네 편의 영화를 한데 묶어서 자세히 비평하려는 시도 자체가 도리어 무의미한 작업이 될 것이기에 대체로 프리뷰 형태로 간단하게나마 기술하려고 한다.

첫 번째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

장진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장진을 기대한다. 장진의 영화보다는 장진을 기대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장진은 희미하다. 장진은 장진으로 남지 않고, 영화 캐릭터를 대신 내세웠다. 영화는 대통령이기에 앞서 한 정치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감독은 결코 정치적이지 않다고 말하지만, 나는 이 영화야 말로 정치적으로 가장 재밌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정치는 영화적인 소재보다는 현실적인 오락의 소재로 유희된다. 정치 혐오증은 이런 정치를 현실의 유희적인 오락거리로 남기기 위한 반향이고, 투표율이 떨어지는 현실은 이런 행위에 대한 일종의 보복이다. 나는 그래서 이 영화가 재밌다. 하지만 고로 이 영화는 대중적인 영화가 될 수 없다고 확신한다. 한국 사회에서 대중은 정치를 영화적인 오락거리로 환원시키기를 꺼려한다. 그것은 현실에 갇혀 비웃음거리의 일환으로 남아 있기를 강력하게 소망하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대중들은 정치에서 멀어지는 희열을 느낀다. 영화가 그것을 가깝게 이어붙이면 붙일수록 대중들은 극렬한 혐오감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것은 그 정치인에 대한 혐오가 아닌 정치에 대한 혐오감에 빠진 자신에 대한 혐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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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영화 [카페 느와르]

이번엔 정성일이다. 두 시간 칠 십 팔 분짜리 영화를 관람하는 일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그것이 데뷔작이라면 그 걱정이 배가 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또한 정성일의 영화가 불편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 불편함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기우는 첫 장면에서 바로 아주 부드럽게 녹아버렸다. 영화의 시작은 무거운 기운이 감돌지만, 화면의 비추어진 이미지만큼은 경쾌하다. 이것은 <극장전>이다. 화면의 장면은 바뀌고, 다시 다른 영화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렇게 시간은 두 시간 칠 십 팔 분을 지나쳤다. 영화는 끝도 없이 기존의 영화들을 콜라주 한다. 이것은 몽타주가 아니다. 정성일은 이를 분명히 콜라주 했다. 어떻게 보면 이건 그의 화법과 닮아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결국 정성일은 영화를 찍지 못하였다. 그는 영화로 영화에 대한 글을 쓴 것이나 다름없다. 이게 실망은 아니다. 내 가슴 한쪽에는 안도가 스며있기 때문이다. 정성일의 글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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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영화 [파주]

개인적으로 올 한 해 가장 중요한 한국 영화가 될 확률이 높다고 본다. 7년의 기다림을 무색하게 만드는 성장이다. 그녀에게 성장이란 표현이 어색하다면, 완성으로 고쳐 쓰자. 인간 내면의 깊은 곳을 스스럼없이 자유스럽게 드나들던 그녀의 연출 화법은 이제 인간 외면의 공간으로까지 확장되었다. 이 영화의 제목이 <파주>인 것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녀는 장소적 특히 도시의 공간을 인간 내면에 접목시키는 방식을 그 어느 누구보다 탁월하게 제시하는 능력을 갖췄다. 도시 공간적인 내러티브와 인간 내면의 붕괴를 심리적으로 교차하는 흐름은 이 영화가 가지는 백미이며, 이제까지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던 방식임이 분명하다. 도시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담론. 하지만 이보다 더 이상 뛰어 날 수 없는 영화적 완성도. 박찬옥은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감독의 위치로 당당히 한발자국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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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영화 [작은 연못]

나는 솔직히 노근리 사건에 대하여 잘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 사건이 다시 조명되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작은 연못>에는 다소 회의적이다. 이 영화의 문제 제기 방법이나 영화의 윤리성을 탓하는 것도 아니다. 과연 이 영화의 시점은 누구의 것인지 묻고 싶다. 이 영화는 피해자들의 관점인가? 아니면 가해자들의 관점인가? 그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관점이 가지는 영화의 감상법 자체가 틀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상황 재현의 노림수에 빠져 이 둘을 혼동하고 있다. 시점숏이냐 아니냐의 문제를 따지는게 아니다. 영화는 단순한 상황 재현극이 아니다. 그런 것은 이미 TV드라마에 넘쳐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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