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사생결단

필진 리뷰 2007. 10. 10. 02:40 Posted by woodyh98
2007.10.08

회사가 사람을 뽑을 때 그들은 이력서를 받는다. 이력서는 그 사람을 가장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그런 요소들로 채워졌지만, 실상 그것은 그저 숫자나 기호들을 나열한 것 뿐이다. 당연히 사람다움이란 그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한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서는 별 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사생결단]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면서 왜 이런 엉뚱한 말을 늘어놓았느냐고? 그것은 [사생결단]이 본질적으로 세상을 피상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마약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인간들의 처절한 현실을 그려낸다. 형사는 마약을 판매하는 판매책을 이용하고, 그들은 동료를 파는 댓가로 형사에게서 보호받으려 한다. 그런데 그런 상부상조의 관계는 일차원적인 것이 아니다. 언제 동료에 의해 팔아넘겨질지 모르는 그 윗선의 보스도, 그 윗선의 경관과 비슷한 방식의 관계를 만들어 놓는다. 물고 물리는 관계들의 중첩, 부조리한 공생관계의 중첩. 그 같은 현실은 굳이 IMF 이후의 모습을 배경으로 끌어오지 않는다고 해도, 분명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현실을 잘 그려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다들 마약이라는 연결고리를 중심으로 물고 물리며 살아가고 있고 마약에 대해 그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사람들이지만, 단 한 명도 자신의 몸으로 마약을 경험해 본 자는 없다는 것(적어도 영화의 장면을 통해 확인할 수는 없다). 이러한 사실에서 미루어볼 때 영화가 보여주는 마약이란 이상용 평론가의 지적처럼 그저 단순한 기호 - 돈과 명예로 대표될 수 있는 - 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의리없음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별 것 아니다. 이력서를 내는 지원자나, 이력서를 읽는 면접관처럼 인간미가 지워진 기호로 묶인 관계에서는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그런 관계일 뿐.

사용자 삽입 이미지
따라서 유일하게 마약의 무서움을 몸으로 겪은 지영이야말로 인간다움을 갖출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만족하는 캐릭터이며, 남성들의 역학관계에 따라 이리저리 채이는 고달픈 삶을 살고 있기는 하지만 (고전적 느와르에서의 팜므파탈과는 달리) 살벌한 남정네들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임이 틀림없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일은 틀어질대로 틀어지고 말지만.

그래서 말인데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사생결단을 하든, 지랄을 하든 다 좋은데 자신이 하는 일이 뭔지는 좀 알고 하자는 것. 사람의 삶이 그렇게까지 각박한 것이어서는 안된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BLOG main image
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영화 비평 매거진 '네오이마주'의 공식블로그입니다. 더 많은 글은 http://neoimages.co.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by woodyh98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21)
필진 리뷰 (260)
필진 칼럼 (149)
사람과 사람들 (55)
문화와 세상 엿보기 (10)
그리고... (41)

달력

«   2019/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3,158,883
  • 66

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woodyh98'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