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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영

영영 가지 않을 것만 같던 2008년이 지나고 2009년이 시작되었다. 한 해가 시작되면 으레 그렇듯 사람들의 마음엔 희망과 다짐의 각오가 많아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극장을 전전하는 영화애호가들 사이에서 새해가 밝았다는 건 곧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이하 친구들 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올해도 어김없이 ‘친구들 영화제’는 연초를 밝힌다. 서울아트시네마가 일 년 중 가장 북적이는 시기, ‘2009년 친구들 영화제’는 1월 29일부터 3월 1일까지 약 한 달동안의 촛불을 밝히며 관객을 기다린다.

지난 15일 오후 3시, 인사동 리틀 차이나에서 네 번째 ‘2009년 친구들 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일반적인 기자회견 장소보다는 다소 작고 오붓한 장소에서 분주하게 영화제에 대한 소개가 시작되었다. 김성욱 프로그래머와 김홍록 한국시네마테크 협의회 사무국장, 그리고 박찬욱 감독, 전계수 감독이 참석하여 올해 ‘친구들 영화제’의 슬로건이 ‘공간의 발견, 행복의 시네마테크’라는 것을 발표한 후 영화제와 더불어 시네마테크의 1년 사업계획을 간략히 설명했다.


박찬욱: 일 년 내내 이 날을 기다리며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즐겁고 행복하고 마음 설레는 시간입니다. 다른 친구들은 어떤 영화를 골랐을지, 나는 어떤 영화를 선택해서 관객과 함께 웃고 떠들며 볼지를 고민하는 시간도 행복하지만, 무엇보다 함께 영화를 보는 자체가 가장 소중한 시간입니다.

안성기: 시네마테크에서 한국영화를 볼 기회가 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우리의 지나간 한국영화를 통해 우리 영화가 어디서 왔고, 또 어디로 갈 것인가의 길을 찾아보았으면 합니다. 영화를 가지고 계신 분, 영화를 볼 분들이 모두 시네마테크에 함께 모였으면 좋겠습니다.

변영주: 시네마테크의 영화들은 꼭 봐야합니다. 왜냐하면 바로 그 속에 우리보다 먼저, 우리보다 일찍 세상에 대해 고민했던 수많은 선배들의 주옥같은 이야기들이 숨어있기 때문이고, 그런 영화들은 시네마테크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친구들 영화제’에는 20여명의 친구들이 시네마테크를 위한 열렬한 사랑을 보낸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특별히 영화감독을 프로그래머로 초빙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박찬욱, 오승욱 감독이 객원 프로그래머가 되어 가장 좋아하는 악당들에 대한 ‘최선의 악인들’이라는 섹션을 선보인다. 이 섹션은 박찬욱 감독과 오승욱 감독이 오래 전부터 생각해왔던 것으로, 언젠가는 악인들의 영화를 대규모 상영하고 싶다는 각 감독들의 포부가 녹아있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이번에는 배우 이나영씨를 포함해 정재영, 김주혁, 신하균, 박해일, 김강우, 하정우씨가 참여한 배우들의 후원모임인 ‘시네마엔젤’이 후원기금을 조성해 프린트로 구매한 로베르 브레송의 <무셰트>를 상영한다. 시네마테크의 ‘시네마엔젤’은 매년 후원을 통해 고전 명작 프린트를 구매해 지속적으로 상영을 할 것이라는 장기 계획을 가지고 운영을 시작한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할리우드 고전 컬렉션’이다. 이미 시네마테크에서는 지난 2008년 고전 영화의 발전을 위해 세르지오 레오네의 영화 네 편을 프린트로 구매했고 기획전을 가졌다. ‘할리우드 고전 컬렉션’은 이에 대한 연장으로, 정성일 영화평론가, 김영진 영화평론가, 오승욱 영화감독 등이 작품 선정에 참여했다. ‘할리우드 고전 컬렉션’의 영화들은 <선라이즈>, <분노의 포도>,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실물보다 큰> 등이다.





매년 관객의 직접 투표로 선정되는 ‘관객들의 선택’에서는 아핏차풍 위라세타쿤의 <열대병>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상영된다. 또한 영화 상영 외에 시네마테크가 야심차게 준비한 부대행사로는 시네마테크를 사랑하는 영화인들을 촬영한 사진들이 소개되는 ‘서울아트시네마 후원 사진전’이 열린다. 영화제 기간 내내 아트시네마를 밝힐 사진전 또한 다양한 영화인들로 꾸려져 있어 영화에 대한 따듯한 애정을 한가득 보여줄 예정이다.





2009년의 시네마테크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제법 분주하게 움직일 예정이다. 시네마테크는 교육적, 문화적 목적의 영화상영이라는 본연의 활동을 확고히 다지기 위해 2007년부터 운영해왔던 ‘한국시네마테크 협의회 필름 라이브러리’는 앞서 말한 ‘할리우드 고전 컬렉션’을 구축하여 영화제 기간에 맞춰 상영한다. 2009년에는 이를 확대해 6편 이상의 작품을 구축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배우들의 후원기금으로 조성된 ‘시네마엔젤’ 또한 지속적인 고전영화 애호를 밝힐 예정이며, 올해에는 ‘시네마테크 네트워크 지원센터’를 설립해 연 4회 가량 진행되던 지역순회상영을 확대하고 지역 시네마테크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영화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전망이다. 시네마테크의 오랜 바람인 ‘시네마테크의 공간’ 확보를 위한 노력도 추가된다. 아직까지 많은 제약이 따르는 전용관 설립에 관해서는 추가로 연간 연구사업과 해외 사례를 토대로 영화의 공간을 지키기 위해 힘을 쓴다. 아울러 현재의 공간인 낙원상가를 긍정하기 위한 일환으로, 서울 최초의 전문음악영화제인 ‘낙원음악영화제’를 매년 개최할 예정이다.

영화감독 박찬욱, 김지운, 류승완, 배창호, 변영주, 오승욱, 이명세, 이현승, 전계수, 정가형제(정식, 정범식), 정윤철, 홍상수, 영화배우 권해효, 안성기, 하정우, 영화평론가 김영진까지 모두 17명의 친구들이 ‘2009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관객과 함께 참석한다. 이들은 모두 스스로 정한 영화에 대한 짤막한 소개와 더불어 관객에게 영화를 소개하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영화제를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이토록 많은 영화인들의 사랑을 담은 영화제는 ‘친구들 영화제’가 유일하지 않을까. 그들이 입을 모아 시네마테크의 영화를 옹호하는 것은 분명 너무나 매혹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번 겨울, 영화 사랑으로 똘똘 뭉친 이곳 시네마테크에서 매서운 한파에 대항하는 자세를 길러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의 가장 든든한 친구 ‘영화’가 당신에 대한 지지를 아끼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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