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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기

<프로스트/닉슨>은 같은 동기를 가졌지만, 그 결과가 완전히 상반된 두 인물의 대결을 그린 영화이다. 여기서 같은 동기란, 인터뷰를 통해서 재기 해보려는 욕망 일 것이고, 상반된 결과란, 결국 이 인터뷰를 통해서 한 사람은 재기에 성공하지만, 또 다른 한 사람은 다시는 재기 할 수 없을 정도로 실패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많은 평자들이 이 영화를 평가하기를 (배수의 진을 친 두 인물의) 대결 구도를 잘 살린 수준급 각본과 연출력 그리고 원작 연극에서부터 호흡을 맞추어 왔던 프랑크 란젤라와 마이클 쉰의 연기력을 칭찬한다던지(‘프랭크 란젤라가 만드는 빛과 어둠’ - 안현진, ‘독창적인 인터뷰 시나리오의 탄생!’ - 유지나, ‘깔끔한 극본과 소름끼치는 연기. 긴장감 최고의 개념-토크쇼’ - 황진미) 혹은 욕망에 두 눈이 먼 두 인물의 대결 구도로 실지 역사를 호도한다고 비판한다. (‘대중영화에서 모든 것은 정말 게임이어야만 하는 걸까’ - 이동진) 나는 앞에 의견에도 동감하고, 뒤에 의견에도 마찬가지로 동감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원론으로 들어가 보자. 여기서 이 두 인물의 대결 구도를 가능케 해준 것은 바로 ‘인터뷰’이다. 한 마디로 프로스트와 닉슨은 인터뷰라는 링에 올라 치열한 공방전을 펼쳐야 하는 선수인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은 닉슨의 자폭성 고백도 아니고, 인터뷰 팀의 철저한 사전 조사도 아니며, 프로스트의 날카로운 질문 공세 또한 아니다. 그것은 바로 이를 방송하여 대중들에게 이를 전시하는 미디어의 힘이다.

많은 이들은 이 영화를 대결 구도에 관한 테마로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 영화는 대결 구도를 조장하는 미디어에 관한 영화라는 것이다. 따라서 방점은 대결 구도가 아니라 바로 미디어에 찍힌다. 이 영화에서 미디어를 상징하는 은유는 많다. 특히 이 영화는 영화 장면 안에서 실지 인물과 TV화면 속의 인물이 번갈아 화면에 잡힌다거나, (결정적 장면 ① 닉슨의 퇴임을 TV화면으로 지켜보는 프로스트 : 자신에게 잘못이 없음을 확신하는 표정으로 백악관을 떠나는 닉슨을 본 프로스트는 일생일대의 인터뷰를 하기로 결심한다. / 결정적인 장면 ② 인터뷰를 준비 중인 닉슨은 TV화면에 나온 프로스트를 바라보며, 그를 얕잡아보기 시작하고, 취중 전화로 속마음을 털어 놓는 실수를 하기에 이른다. 이 두 장면 모두 TV속 어떤 이미지를 통해 이를 바라보고 있는 인물의 행동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장면으로 사용되었다.) 실지 인물과 방송용 카메라 모니터 화면에 비춰진 동일 인물의 모습이 투-샷으로 잡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실지 인물과 방송용 카메라 모니터 화면에 동일 인물이 투-샷으로 잡혔을 때, 이 영화가 어느 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느냐는 것이다. 프로스트와 닉슨이 인터뷰 중이거나 중간 휴식 혹은 인터뷰가 끝난 시점에서는 장면은 실지 인물 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인터뷰 중에는 카메라 모니터 화면 쪽에 비추어진 인물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런데, 이어진 닉슨의 결정적인 자백이 이루어지면, 인터뷰가 끝나도 영화는 여전히 실지 인물이 아닌 카메라 모니터에 비춰진 동일 인물에 포커스를 맞춘다. 재미있는 장면이다. 닉슨은 그 자백으로 인하여 이제 벗어날 수 없는 하나의 이미지를 얻은 것이다. 그것은 바로 미디어에 의해 표상된 이미지. 즉, 카메라 모니터 안에 갇혀진 닉슨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으로 많은 사람들은 “내 말은, 대통령이 저지른 불법은 불법이 아니란 말이야!” 라고 닉슨이 말하던 장면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그러나 제대로 말하자면, 이것은 결정적인 자백이지 결정적인 장면은 될 수 없다. 결정적인 장면은 자백 이후, 프로스트에 의해 모든 것이 폭로되어진 상황에서,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하며 불안해하던 닉슨의 표정을 서서히 클로즈업 하던 바로 그 장면이다. 이것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자 세 번째 결정적인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론 하워드의 선택은 절묘하다. 인터뷰에서 “미디어의 힘은, 클로즈업에 있다. 클로즈업은 세계를 변화시킨다.” 라고 말했던 감독의 말대로, 마치 결정적인 장면 ①에서는 닉슨의 클로즈업이 프로스트를 변화시켰듯이, 또 다른 결정적인 장면 ②에서는 프로스트의 클로즈 업이 닉슨을 변화시켰듯이, 결정적 장면 ③에서는 닉슨의 불안한 표정을 서서히 클로즈업 하는 장면을 통해, 이 장면을 보고 있는 우리(관객)의 생각을 변화시키기에 이른다. 특히 이 장면에서 사용된 클로즈업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그것의 줌인 속도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느리게 줌인 된다. 여기서 사용되는 줌인 방식이 워낙 미세하게 사용되어서 일반적인 줌인에서 느껴지는 (줌렌즈에 의한) 기계적인 조작을 느끼기에 어렵다. (줌인에 의한 기계적인 조작 느낌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면, 일반인들이 찍은 홈비디오를 생각하면 좀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영화에서도 이를 의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최근 홈비디오 형식으로 제작된 <레이첼 결혼하다>와 홍상수의 <해변의 여인> 같은 경우가 가장 대표적인 거친 줌인 방식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장면은 인체 시각적인 이미지 확대 효과를 가진다. 다시 말해, 기계적인 조작에 의해 화상이 커진다고 생각되지 않고, 신체적 특성에 의해 화상이 커진다는 착각을 준다. 그런데, 피사체가 완전히 고정되어있다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 느린 줌인에 대한 착각은 도리어 이를 바라보고 있는 우리를 닉슨의 앞쪽으로 끌어당기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던 고집 센 닉슨의 모든 것이 폭로되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감독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 (기가 막힌 타이밍의) 혼란한 상황에서 심판자로 이 영화를 보고 있는 바로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를 끌어당겨 닉슨의 앞에 위치시킨다. 이것이 미디어가 가진 힘이다. 검찰도 경찰도 그 어떤 존재도 이 대통령을 심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디어는 그를 대중 앞에 전시하여 사회 전체가 이를 심판하게 한다.

이 영화가 완성도면에서 높게 평가받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만약 이 영화가 영화 내적 장치와 외적 의식의 일관성이 없었더라면, 나 역시도 이 영화를 비판했던 소수의 의견에 한 표를 더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과 영화에서 보여 지기를 바라는 것이 상응하여 더 큰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비교적 정직하고 똑똑하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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