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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영


이 영화,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총천연색 레이저를 연발하며 등장을 관객에게 부각시키는데 여념이 없는 우리의 슈퍼히어로, 그의 이름은 ‘차이니즈 인프라맨’. 시작부터 주의를 끌던 히어로의 오프닝 시퀀스는 갑자기 자연의 재해로 위장한 외계인으로 이동되고, 생각할 겨를도 주지 않은 채 관객에게 미션을 내던진다. ‘자, 이제부터 나는 히어로와 싸울 악당이다. 끝내 패할 것을 알지만, 되는대로 해보련다.’ 이름도 ‘데빌’로 불려지는 엘지법 공주는 조촐하고 조악한 등장과 함께 결말을 시작부터 예견하고 싸움을 시작한다.

<슈퍼 인프라맨>은 초반 10분 내에 급격한 상황 발전과 함께 모든 사건사고를 축약시켜 서술한다. 그리고 이 사건사고가 매우 동시다발적이고 정신없이, 빠르게 진행되리라는 걸 관객은 애초부터 알고 있다. 시작과 결말이 정해졌으니 남은 것은 중간과정. <슈퍼 인프라맨>의 진행이 얼마나 스릴있게 움직일 것이며, 영화 속 슈퍼 히어로가 어느 정도까지 기질을 발휘해 팬들을 위한 멋진 신고식을 치를지에 대한 궁금증이 시작된다.

슈퍼맨이 보면 배를 잡고 웃을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슈퍼 인프라맨’은 태생부터 히어로가 되기를 타고난 인물이 아니다. 또한 그는 여타의 히어로가 그렇듯 어떠한 치명적인 우연에 의해 특별한 능력을 부여받은 것도 아니다. 청천벽력같이 나타난 빙하시대의 악당들, 그들은 오랜 시간동안 땅 속에 묻혀있다가 돌연 지구의 표면에 나타나 인류를 멸망시킬 것을 꾀한다. 아무 것도 대비하지 않던 인간들은, 뜻밖의 재앙에 ‘급조된’ 히어로를 창조한다. 인프라맨의 탈을 쓴 레이마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연구소에서 스스로를 희생할 것을 결정한다.

<슈퍼 인프라맨>의 구조는 크게 토너먼트와 부족싸움, 두 가지로 나뉜다. TV히어로물의 전형적인 절차를 밟는 <슈퍼 인프라맨>의 관습을 견뎌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빨간색 갑옷을 입고, 자신을 일정부분 기계화시켜 인프라맨으로 변신한 레이마는, 단 몇 초간의 드라마도 허용되지 않은 채 곧바로 싸움에 투입된다. 그의 목적은 오로지 악마들을 소탕하고, 지구의 평화를 되찾는 것이다. 간접적인 존재들부터 시작해서, 인프라맨의 행보는 점점 우두머리를 향해 나아간다. 물론 감초 역할을 하는 숨은 복병이 있긴 하지만 그도 졸개에 불과하다. 인프라맨의 행진은 비교적 안정적이게 진행된다.

뻔하디 뻔한 토너먼트의 마지막엔 당연하다는 듯 악당들의 제왕이 지키고 있으며, 인프라맨은 반드시 제왕을 쓰러뜨린다. 하지만 이 직선적인 스토리는, 인프라맨이 만나는 악당들의 속성을 가능하게 만들며 주의를 끌기 시작한다. 한번 칼질이라도 할라치면 훌러덩 벗겨질 듯한 악당들의 분장은, 생각보다 정교하게 꾸며져있으며 그 능력 또한 다양하다. 파워레인져나 독수리 오형제와 같은 집단 히어로물이 매회 꾸준히 긴장을 일으키고 사랑받는 이유도 이러한 기대감 때문이다. 모든 적들의 강약을 조절함과 동시에 부속성을 다르게 만들어 주인공과 대결시킬 때, 관객들은 일정수준 자신이 모르는 히어로 능력의 발현에 관심을 품는다. <슈퍼 인프라맨>의 경우에 이것은 마지막 대결을 통해 관객을 충족시킨다.

인간과 기이한 모습의 악당, 두 계급간의 대립은 막판에 이르러 거대한 패싸움을 연상시킨다. 딱히 언어라고 할 것이 없는 악당들과 비명을 지르며 지구를 지키는 인간과의 ‘건전한’ 혈전은, ‘1+1=1’의 공식을 떠올리게 하는 원시부족의 사투를 방불케 한다. 특별한 무기도 없이, 맨 손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무시한 외모의 악당들은 기승전결에 맞게 철저하게 무너진다. 때문에 <슈퍼 인프라맨>의 막판에 다다르면, ‘인류는 인내를 통과한 후 밝은 햇살을 맞이할 것’이라는 엔딩이 너무나도 분명히 읽힌다. 보통의 히어로가 고통과 고뇌의 드라마를 소유한다면 <슈퍼 인프라맨>은 능력만을 가지고 발현된 독특한 캐릭터다. 어린 시절, 말도 안되는 주인공의 능력에 열광하고 추종한 기억이 있다면 이 영화는 딱 그때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 적당한 영화다. TV 히어로와 파워레인져가 아른거린다면, 주저할 필요가 없는 영화, <슈퍼 인프라맨>. 인프라맨의 속수무책 망연자실 매력은 당신의 어린 시절을 완벽하게 소환시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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