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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순영

아카네미 영화제 8개부문 수상작이란 타이틀을 가진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스타급 헐리웃배우도 없고, 인도의 빈민가를 배경으로 한 영국 감독 대니 보일의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8개부문을 수상했다는 사실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두번째로 큰 영화시장을 가진 인도라는 나라의 생경한 풍경과, 속도감 넘치는 편집. 그리고 시종일관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시각적 경쾌함은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가진 흥행요소가 아닐까?

두시간동안 영화속에서 펼쳐지는 몇몇 인생의 굴곡은 결국 진정한 사랑의 완성으로 요약되고, 관객들은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극장을 나설 수 있다. 빈민가 출신의 어린 소년이 백만장자 퀴즈쇼에서 그 누구도 이루어내지 못한 쾌거를 이룸과 동시에 그의 영원한 사랑도 찾게 된다는 테마는 관객들에게 안도감을 심어준다. 해피엔딩의 매력은 불안을 잠재우고 안도감을 심어줌으로써 모든 근심걱정을 잊게 만드는 것이니까. 따라서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이유는 영화의 해피엔딩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행복해지면 좋겠다라는 해피엔팅의 환상은 나쁘지 않다. 다만, 자말이란 소년의 인생이 해피엔딩으로 귀결되는데 까지의 과정을 본다면, 이 영화의 해피엔딩에 과연 동의해도 되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영화의 중심점이 되는 인물인 자말은 철없는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형 살림과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다. 형과는 달리 인정많고 착한 성품의 자말은 영화 곳곳에 선행의 흔적을 남긴다. 살림은 빈민가에서 살아남기 위해 손에 피를 묻히는 뒷골목의 길로 들어서지만, 자말은 살림의 인생과는 다른 성실하고 건실한 착한 노동계급의 대표 인물로 남는다.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안타까운 것은 착한 빈민가 소년 자말의 인생에 그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가는 과정에서 자말의 평온한 인생의 발판이 되어 준 살림의 희생에 대해서는 지나치리만치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살림이다. 그는 자말처럼 착하지도 않고 인정많은 인물도 아니다. 엄마를 잃고 컨테이너 박스에서 비를 피하는 형제앞에 등장한 소녀 라티카를 대하는 살림의 태도는 인정머리 없는 나쁜 놈이라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냉정함이다. 앵벌이 그룹에서 도망쳐나와 동생손을 붙잡고 뛰는 살림에게 라티카라는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을 돌볼 여유는 없었던 것이다. 인간적인 정을 꿈꾸며 자신의 사랑을 방해한 살림에게 자말은 분노하지만, 그러나, 정작 위기의 순간에 자말을 구해내고 라티카를 구하는 것은 냉정한 살림의 몫이다. 대체 이런 상황을 어떻게 지켜봐야 하는 것일까?

영화의 주제는 빈민 소년 자말이 자신의 사랑 라티카를 찾기 위해 퀴즈쇼에 출연하 후 운 좋게 인생의 매 순간순간을 떠올리며 퀴즈쇼에서 성공도 하고, 또 사랑도 쟁취한다는 즐거운 이야기지만, 그의 성공은 살림의 희생을 발판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는 우울하기 그지 없다. 자말에게 라티카를 보내기 위해 살림이 선택한 것은 거의 자살에 가까운 죽음이다. 뒷골목 인생의 희생 없이는 착한 빈민 소년의 성공은 없었다는 사실을 영화는 묘하게 지워버린다. 과연 진정한 사랑을 위해서는, 착한 소년의 보기좋은 흐뭇한 성공을 위해 이정도의 희생은 정당화 되어도 되는 것일까?

자말이 퀴즈쇼의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 역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그가 문제를 맞힐 수록 관객은 그의 안타까운 과거를 만나게 된다. 달리 말하면 자말의 퀴즈쇼 정답은 언제나 삶에서 누군가가 위기에 쳐했거나 혹은 희생당하는 순간이다. 자말의 현재(퀴즈쇼에서 문제를 맞추고 있는 상황)과 그의 과거(희생, 또는 위기의 순간)이 교차될 때, 자말의 정답은 운명적으로 내려진 자말의 운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영화가 보여주는 인도 빈민가의 비주얼은 단지 자말의 운을 보여주는 배경으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어찌보면 섬뜩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다.

그리고 자말의 퀴즈쇼에서 느껴지는 대리만족. 모두가 못할 것이라고 하지만, 운명의 승자로 선택되어진 자말의 인생에 앞서 선택되지 못한 살림의 인생이 보여주는 처절함은 어디에서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일까? 어쩌면 그의 죽음은 그런 인생은 세상 어디에서도 구원받을 수 없다는 것일까? 이것이 이 영화에 쏟아지는 화려한 찬사가 안타까운 까닭이다.

소년과 소녀는 진정한 사랑을 찾았을지 모르나 그 소년의 형은 뒷골목의 허름한 욕조안에서 죽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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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ajan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쎄요.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지금 읽은 내용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형에 대해 이야기를 한것 같은데요. 지금 하는 비판의 근거가 어차피 영화에서 나온것 아닌가요?

    2009.04.21 14:06
  2. 모자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에 전적으로 동의하거나 아니거나 하시는군요. 아니면 아카데미 8개 부문 수상작은 으레 누군가가 '전적으로 동의'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하고 있으시든가요. 제가 이 감상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못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그 근대성입니다.

    2009.04.22 23:01
  3. 생각녀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속에 형의 입장을 보지 못했던거 같습니다. 그렇게 재미있게 보지않았지만.
    다시 한번 그 영화를 생각하게 하네요 ...
    그리고 그 어린아이들의 영화출현후의 삶도 그전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씁쓸함..
    그것까지 영화에대한 우울한 생각이 깊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자주 와볼께요

    2009.04.23 10:49
  4. 슴옹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오히려 영화가 살림을 교묘히 뒤로 빼서 더 살림의 얘기가 부각되는 것 같았는데요^^ 영화의 실수가 아니라 감독의 의도같습니다^^

    2009.04.25 03:19
  5. Favicon of http://lkp.suprashoesek.us/ BlogIcon supras shoes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을 많이 한다는 것과 잘 한다는 것은 별개이다Topics related artic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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