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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다른 영화를 만나다

그리고... 2007. 11. 23. 14:06 Posted by woodyh98
2007.11.23


명동은 변함없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명동성당 앞에선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5 18 광주민중항쟁을 다룬 전승일 감독의 <5월 상생(Memory of May)>이 개막작인 ‘서울독립영화제 2007’ 바로 옆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촛불집회라니, 어쩐지 의미심장하다. 점심을 (이랜드 계열사인) 킴스클럽에서 해결한 나는 뜨끔했다. 앞으론 절대 이랜드 물품은 사지 않으리라…….

공포의 문자가 온 것은 한창 <색, 계> 삼매경에 빠져 있던 때였다. “은경씨께서 개막식과 개막작에 관한 단상을 써주셔야 되겠습니다.” 이런, 공짜 표와 아이디카드의 대가가 무시무시하다. 그러니 이 글은 그냥 한 영화 팬의 ‘독립영화제 감상기’로 읽어주시길.

명동 거리의 북적임 못지않게 중앙시네마 앞도 모처럼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모두들 아는 사이들인지 반가운 인사들이 한창이다. 그들 사이에서 나는 이방인이다. ‘다른 영화’를 상영하는 데선 내가 이방인이라니, 그동안 꽤 인디영화들을 보고 다녔다 자부했는데, 그 영화들은 ‘다른 영화들’이 아니었나 보다. 눈에 익은, 그러니까 유명한(?) 영화인들, 평론가들은―적어도 내 눈에는―보이지 않는다. 한국 영화의 위기, 미래를 부르짖던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영화제들이 항상 그렇듯, 제33회 서울독립영화제도 10분 늦게 시작되었다. 사회 없이 처음부터 공연이다. ‘문화노동자’ 연영석 씨의 강렬한 비트의 록 음악이 울려 퍼진다. ‘노동자’를 강조해달라는 이답게 노래 제목도 ‘밥’ 등이다. 옆에는 수화 통역자도 있다. 손과 몸짓으로도 가사를 그렇게 호소력 있게 전달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음악에 맞춰 손과 발을 까딱거린다. 옆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러고 보면 인간에게는 ‘리듬’에 대한 원초적인 욕구가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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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니 낯익은 얼굴들이 등장한다. 권해효와 류시현! 아, 맞다. 이들이 7년째 독립영화제의 사회를 맡아오고 있다고 했지. 12월에서 11월로 영화제가 옮겨진 것에 대한 농담―대선을 피하고, 학생들의 시험 기간도 피해서―과 슬로건―다른 영화는 가능하다―이 긍정적이 되었다는 재담을 하는 둘의 호흡이, 몇 년째 사회를 맡아오고 있는 이들답게 척척 맞는다.

임창재 감독(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의 개막 선언이 그 뒤를 잇는다. 안정숙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의 축사도 뒤따른다. 김동호, 이용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과 부천, 제주영화제 집행위원장들,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 배우 정찬 등이 소개된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주류 영화인들도 ‘다른 영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해외 게스트로는 미국 시라큐스 독립영화제 오웬 샤피로 집행위원장이 단상에 올라 축하를 보냈다.

1시간 30분의 개막 공연과 개막식에 이어, 30분 남짓한 개막작이 상영되었다. 개막작이 개막식보다 짧은 영화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개막작인 <5월 상생>은 독특하게 애니 뮤직비디오다. 근데 깔리는 음악이 모두 1980년 5월 광주항쟁에 관한 음악이다. ‘오월의 노래 2’, ‘민주 햇살’, ‘전진하는 오월’, ‘오월의 노래 1’, ‘임을 위한 행진곡’. 내가 아는 노래는 마지막, 가장 유명한 ‘임을 위한 행진곡’ 하나뿐이다. 또 한 번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노래에 맞춰 계엄군에 맞아 죽어가는 사람들, 그들이 묻힌 무덤, 꽃을 바치는 소녀 등의 애니메이션과 당시 자료화면들이 섞여 흘러간다. 애니메이션의 동작은 거칠고, 자료화면은 오래되어 흐릿하지만 음악과 함께 가슴이 먹먹해진다.

<5월 상생>을 웰 메이드 영화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혹자는 직설적이고 프로파간다라고 비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교하게 내러티브를 직조한 <화려한 휴가>와 <5월 상생>이 동일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서로) 다른 영화는 가능하다’의 가능성 아닐까? 다만 ‘다른 영화’를 너무 강조하여 주류 영화와의 소통의 끈이 헐거워지지는 않기를, ‘다른’을 유지하면서 ‘같은’도 도모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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