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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 실재 혹은 허상의 이야기

필진 리뷰 2007.10.20 17:00 Posted by woodyh98

최연소 신춘문예 당선자이자 성공한 소설가인 한민우. 부유한 약혼녀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 그에게 더 이상 부족한 것은 없어 보인다. 그렇게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이는 그지만 새 소설이 제대로 써지지 않으면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누군가가 항상 그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면서 스스로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혼돈에 빠지게 된다.

한 젊은 소설가의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보는 이명세 감독의 신작 [엠]은 이명세 감독 특유의 미쟝센이 전작 [형사]보다 더욱 진일보한 느낌이다. 이명세 감독은 빛과 어둠의 세계를 교묘하게 넘나들면서 한 인물이 내면에 갖고 있는 기억의 편린들을 조합하고 펼쳐낸다. 인물들은 어둠 속에서 어슴프레하게 실루엣으로 등장해 빛과 어둠이 교차되는 지점에 머문다. 이는 과거의 기억이 과연 온전하게 보관되어 있는가에 대한 질문하고도 연결된다.

왜냐하면 누구든지 과거의 기억은 선택된 기억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가지고 있었던 딜레마이기도 하다. 즉, 주인공 한민우의 첫사랑이 과연 온전한가 하는 것. 이런 의심을 품어볼 만 한 이유는 그가 성공한 소설가로써 그 정점에 위치해 있음에도 끊임없이 현재의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고 (인물의 상상이지만)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이명세 감독의 전작인 [남자는 괴로워]하고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이명세 감독은 [엠]을 통해서 한 인물의 내면을 단지 빛과 어둠을 통해 절묘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이는 그가 그 동안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작업해오던 빛과 어둠의 미쟝센이 이제 완성형에 다다랐다는 반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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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한민우가 과거와 첫 조우하게 되는 루팡바와 그가 걷는 거리 그리고 그의 집, 동창들과 만나는 피로연등이 모두 현실적이 아닌 어딘가 왜곡된 세계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건 마치 어둠 속에서 실루엣만 보이는 것과 같다. 실체는 모호하다. 그를 쫓아다니는 미미의 존재 또한 그래서 모호하다. 유일하게 빛에서 등장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미미의 캐릭터는 분명 주인공 민우의 첫사랑이자 그의 내면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아련한 기억이지만 그렇다고 이를 실제라고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해선 확신 할 수 없다. 민우와 미미가 즐거운 한때를 보내던 모든 공간들, [첫사랑]에서 볼 수 있었던 골목길의 풍경, 바닷가, 영화관 모두 현재 시점에서 보자면 민우의 머리 속에 저장되어 있는 기억들이기 때문이다. 기억이란 잊고 싶은 것이 잊어지고 잊지 않으려는 것들이 잊혀지지 않는 그런 것들이 아니다. 기억이란 모호하고 불분명하다. 우리가 확실하다고 믿고 있던 기억들이 때론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엠]에서 펼쳐 보이는 빛과 어둠의 두 세계는 실재와 가상의 세계라는 말과도 같다. 인물들이 거울을 통해 비쳐지는 장면이 많은 것도 그들이 실재라고 믿고 있던 기억들이 허상일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그래서 영화의 이야기 자체는 굉장히 단순하지만 빛과 어둠, 색과 사운드가 영화의 내러티브가 되고 이야기를 풍부하게 하고 리듬을 만들어내며 영화를 끌어간다.

여기서 질문 하나. 주인공 한민우가 그토록 애닳게 느끼던 첫사랑의 실체는 실재인가? 미미는 실제로 존재하던 인물인가? 아니 한민우가 겪었던 그 모든 일들이 실재한 일들인가? 그건 누구도 알 수 없다. 감독이 영화 안에서 스스로 그 경계를 지웠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직업은 소설가이므로 정말로 이 모든 것들이 그가 만들어내는 가공의 세계일수도 있다. 그 모호함. 경계를 지워버린 솜씨. 어차피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영화란 빛과 어둠과 색과 사운드로 이루어진 가상의 세계 아니던가. 이것을 능수능란하게 다루어 내는 이명세 감독의 솜씨는 이제 어떠한 경지에 다다른 느낌이다. 스타일리스트에서 한 단계 더욱 도약한 곳. 화면의 질감만으로 내러티브를 만들어 내는 경지. 분명히 이명세 감독은 지금 그 경지에 도달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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