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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영


제 13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

아시아 영화 발전의 메카였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로 열세 번째 생일을 맞는다. 열 두 번의 축제와 시행착오를 마치고 열세 번째 도약을 기다리는 부산국제영화제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영화제로, 해마다 가을이 오면 부산시를 떠들썩하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영화제 기간 동안 부산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손님들을 맞기에 정신이 없고, 영화제를 통해 부산을 처음 찾은 사람들은 부산의 관광과 영화 목록을 동시에 추려내느라 머리를 이리저리 굴린다. 올해도 어김없이 부산의 바람은 불어오고, 가을이 익어가는 길목에서 시네필들과 이제 막 영화에 뛰어들려는 예비 영화애호가들의 촉각은 곤두선다. 해운대 시장 골목의 상인들이 벌써부터 열흘 치 판매분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하다는 소문은 그만큼 부산국제영화제의 위력이 한국에서 얼마나 확고한 위치에 서있는 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지난 9월 10일 더위가 아직 가시지 않은 오후 다섯 시,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이 있던 서울 프레스 센터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번 영화제에 상영될 프로그램을 궁금해 하다못해 이른 시간부터 행사장을 기웃거리며 도록을 읽는 기자들과, 한 시간 동안의 행사 개요를 취재하기 위해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들 모두 분주하지만 조용히 자리를 잡아갔다. 수차례의 마이크 리허설과 자리를 빼곡하게 채운 기자들의 뒤로 문이 닫히고, 김동호 집행위원장과 전양준 부 집행위원장, 그리고 김지석 프로그래머, 이상용 프로그래머, 홍효숙 프로그래머가 각각 자리에 앉음으로 제 13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이 시작되었다.

예년보다 예산을 줄이고 조금 더 앞당긴 13회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 영화 위기’를 극복할 만한 가능성을 담고 있다는 포부를 내비췄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크게 세 가지의 슬로건으로 운영되는데, ‘힘내라, 한국영화’, ‘발견과 발굴’, 그리고 ‘비평과 담론의 장’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설정되었다. 이중에서 규모나 투자를 포괄적으로 확대시킨 섹션이 바로 ‘힘내라, 한국영화’로, 최근 한국영화에 대한 투자나 제작의 고충을 활발하게 해소할 만한 시장을 확대했다는데 의의를 두었다. 또한 이것은 아시아 영화펀드(ACF)를 통해 독립영화의 제작환경에 대한 대대적 지원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전역에 확대한다는 기획으로 연결되었다. 13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또 다른 슬로건인 ‘발견과 발굴’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던 부산 월드 프리미어의 계보를 고스란히 이어올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총 60개국 315편의 작품이 초청되었으며, 역대 최다초청수와 더불어 역대 최다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선정된 영화들이 소개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최대한 많은 월드 프리미어를 건져내기 위해 프로그래머들이 지난 수개월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이번에 선정된 영화들 중에는 다큐멘터리의 수도 예년보다 늘어난 만큼 영화 자체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또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작년에 비해 대대적인 관객 서비스 확충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휴대폰으로 영화를 예매하고 상영 일정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모바일 PIFF’ 서비스를 신설했고, 해마다 골머리를 앓던 현장 판매 배정을 30%로 할당했다. 지금까지 관객 숙소로 저렴하게 운영되던 함지골 청소년 수련관은 단체 숙박객에게 자리를 내주는 대신 남포동과 부산역 쪽에 관객 숙소를 확대 제휴했다. 이에 따라 전회 매진의 흥행을 이어오고 있는 ‘미드나잇패션(심야상영)’부문도 남포동에서 상영 확정되었으며, 이것을 통해 타지 관객들의 상영 환경이 보다 편리하게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작년에 시행했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한 채 흘려버렸던 ‘피프 리뷰 공모전’도 올해 씨네21과 제휴를 통해 10월 3일부터 12일 동안 관객 참여 프로그램의 명목으로 개최한다고 밝혔다. 2007년에 ‘피프 리뷰 공모전’을 통해 많은 글들이 선상에 올랐지만, 그것을 추려내는 방식은 다소 미흡했다. 하지만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여름 기간 동안 특별 비평 수업을 운영해 관객심사단을 따로 설립한 만큼, ‘피프 리뷰 공모전’을 이용한 관객 비평층 확대를 예년과 다른 방식으로 기대해본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과 폐막작은 각각 카자흐스탄에서 제작된 루스템 압드라쉐프의 <스탈린의 선물>과 <소름>, <청연>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윤종찬 감독의 <나는 행복합니다>로 선정되었다. 주목할 것은 카자흐스탄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인데,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새로운 지역, 소외된 지역의 영화들에 초점을 두고 싶었고, 타 지역 영화들 중에서 지나쳐가는 수작들을 건져내고 싶었다’라고 밝히며 개막작 선정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폐막작으로 선정된 <나는 행복합니다>는 故 이청준의 단편소설 <조만득씨>를 토대로 제작된 영화로, 인기 배우 현빈과 이보영이 캐스팅되어 제작 전부터 주목을 받던 작품이다.

모든 영화제의 꽃이자, 부산국제영화제의 자랑이던 특별 기획 프로그램도 알차게 준비되었다. 특히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기획 프로그램은 <아시아의 슈퍼히어로>부문이다. <아시아의 슈퍼히어로>는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던 섹션이다. <아시아의 슈퍼히어로>는 할리우드의 슈퍼히어로에 필적하는 아시아 영웅들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한국을 비롯해 필리핀, 말레이시아, 일본,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그리고 중국/홍콩 등지에서 초청되었다. 일본에서 1958년 제작된 슈퍼 히어로의 시발점 <월광가면>을 중심으로 유치하고 촌스럽지만 정의심 투철한 다양한 히어로의 모습이 소개될 전망이며, 발리우드의 흥행 돌풍을 이루었던 <끄리쉬>, 태국 유일의 정치적 슈퍼 히어로인 <머큐리맨>, 그리고 국가의 토종색을 볼 수 있는 <치착맨2>와 한국으로는 40년 만에 복원된 최초 컬러 장편 애니메이션 <홍길동전>등 개성 넘치는 히어로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회고전으로는 타비아니 형제의 영화들이 준비되었다. 1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탈리아 영화들의 발굴과 재확립에 힘을 쏟아 넣은 만큼, 파올로/비토리오 타비아니의 영화들도 대거 부산이라는 도시를 방문할 계획이다. 타비아니 형제의 회고전은 주한이탈리아문화원과 이탈리아 최대 국영방송 ‘라이 트레이드’의 후원으로 이루어졌으며, 1977년부터 가장 최근인 2007년까지, <피오릴레>와 <로렌조의 밤>을 비롯한 여덟 편의 영화들이 상영된다. 이외에도 <루미나이 뉴웨이브>, <애니아시아>, <2008 아시아의 옴니버스 영화>, <아시아 감독들의 뮤직비디오> 총 네 가지 섹션을 특별 프로그램으로 준비해놓고 있으며, 특히 <옴니버스 영화> 섹션에서는 태국의 <사색 공포>, 일본의 와 인도의 <뭄바이 커팅>등이 주목받는 기대작이다.

이상용 프로그래머가 엄선한 한국영화의 섹션은, ‘한국영화의 오늘’이라는 이름으로 파노라마/비전으로 부문을 나누어 상영한다. 파노라마 부문은 총 12편의 극영화가, 비전 부문은 총 8편의 독립장편영화들이 소개된다. 파노라마 부문에서는 2008년 상반기 한국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이었던 <놈, 놈, 놈>의 해외버젼이 포함, 전수일의 <바람이 머무는 곳, 히말라야>와 김정중의 <오이시맨>, 이경미의 <미쓰 홍당무>등 신작도 다수 상영된다. 비전 부문에서는 최근 완성된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비타협 창작집단 곡사’로 유명한 김곡의 단독 장편 <고갈>을 비롯해서 양익준의 <똥파리>, 안슬기의 <지구에서 사는 법> 등이 소개된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에서 상영되는 작품들 중 다수가 여성 감독의 손에서 창조된 것이라는 점이다. 다양한 장르를 토대로 단편 영화 등에서 괄목할 성과를 이룬 여성 감독들의 첫 장편의 상영에 초점을 맞추었고, 이를 통해 한국 영화 제작현장에 대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 낼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영화의 회고전’과 ‘한국영화의 고고학’에서는 각각 한형모와 김기영 감독의 영화들이 준비되어있다.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한형모 감독의 회고전을 통해 다재다능했던 그의 열정과 더불어 50년대 한국 영화를 회고할 수 있는 경험을 가져가 보았으면 한다’며 상기된 얼굴로 간단한 설명을 붙였다. 한형모 감독의 전성기는 1950년부터 1960년대로, 그는 이 기간을 통해 <자유부인>이라는 멜로의 고전을 창출해냈다. ‘한형모 감독 회고전’에서는 위의 영화를 비롯하여 <순애보>, <운명의 손>, <언니는 말괄량이> 등 그의 작품 중 7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또한 ‘한국영화의 회고전’에서는 2008년 다수의 영화제에서 초청받고 있는 김기영 감독의 <하녀: 디지털 복원판>과, 김기영 감독의 페르소나였던 이화시가 주연한 <반금련>을 최초로 상영한다.

‘월드 시네마’, ‘뉴 커런츠’, ‘와이드 앵글’ 등의 부문에서도 반가운 얼굴, 새로운 얼굴들이 눈에 띈다. ‘뉴 커런츠’ 부문의 작품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모두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들이며, 아시아의 9개국 중 14편의 수작들을 선보인다. ‘뉴 커런츠’ 속 한국 영화는 모두 세 작품으로, 노경태의 <허수아비들의 땅>, 김태곤의 <독>, 그리고 백승빈의 <장례식의 멤버>가 상영된다. 많은 관객층이 발길을 멈추는 ‘월드 시네마’는 4명의 프로그래머가 37개국에서 67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이 중에는 아톰 에고햔, 다르덴 형제, 라울 루이즈, 피터 그리너웨이 등과 같은 감독들의 신작도 포함되어 있으며, 규모가 큰 만큼 전년과 같이 영화 목록을 추려내기 또한 ‘즐거운 고통’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진다. ‘와이드 앵글’ 부문은 소폭의 변화를 가졌는데, 이전까지 섹션 별로 나누던 것을 아시아/비아시아를 통합 후 다시 단편과 다큐멘터리로 나눴다. 다큐멘터리를 대폭 강화한 ‘와이드 앵글’ 부문에서는 부산HD와 코닥 지원작을 비롯해 아시아다큐멘터리펀드(AND)를 통해 제작 완료된 영화들을 추렸으며, 특히 한국 영화들은 농촌을 토대로 한 작품이 다수 상영되는 만큼 새로운 시선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밖에 13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작년의 불상사를 덜어내기 위해 각 게스트, 프레스 관련 아이디카드를 뱃지로 바꾸고, 발급에서도 엄격한 절차를 거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기자와 제작자, 그리고 배급사들의 원활한 관람을 위해 HD포멧을 제외한 35mm 작품들을 대상으로 부산 스크리닝(이전의 프레스 스크리닝)을 하루에 4회 상영으로 늘렸다. 또한 김동호 집행 위원장은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설립 추진/공사 중인 해운대 전용 상영관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수 년 후 이를 통해 한국 최고의 영화제와 다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는 취지도 짧게 밝혔다.

천고마비가 아닌 ‘천고인비’를 부르는 서늘한 가을, 제 13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2일 목요일부터 10월 10일 금요일까지 모든 관객들의 기대를 힘입어 행사를 시작한다. 2007년의 부산국제영화제가 크고 작지만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운영 미숙의 결례를 낳았다면, 2008년의 부산국제영화제는 작년의 실수를 토대로 더욱 성장하는 영화제가 되리라 기대한다. 물론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은 철저히 관객의 몫이다. 그러니 일찌감치 고개 빼꼼 내밀고 영화 목록을 추려내어 인터넷 예매가 풀리기에 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매우’ 치열한 싸움이 될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당신과 나, 우리가 영화가 넘실대는 부산에서 ‘영화’를 안주삼아 소주 한 잔 기울이며 마주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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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in1986.tistory.com BlogIcon 여름날  수정/삭제  댓글쓰기

    ;ㅁ; 부산국제영화제의 계절이 돌아오는군요..
    ㅠㅠ 가고 싶다......

    2008.09.1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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