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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시사회의 씁쓸함

필진 칼럼 2008.07.10 09:50 Posted by woodyh98
박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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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최대 기대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시사회는 한마디 난장판이었다. 같이 보기로 한 형과 1시에 만나 점심을 먹고 2시에 영화를 보기로 한 터라 12시 50분쯤 용산에 있는 극장에 도착했다.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먼저 이 영화의 시사회를 진행한 주최 측의 정말 어이없는 행태에 대해 한마디 하고 지나가지 않을 수 없다. 여유있게 도착해서 표를 받고 식사를 하려던 나의 계획은 입구에 길게 늘어선 행렬에 의해 일찌감치 일그러졌다. 뒤쪽에 서서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줄을 보면서 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잠시 동안 10여 미터에 불과했던 줄은 삼십 분이 지나도 거의 줄어들지 않았고 세 줄로 나누어진 줄은 점점 끼어드는 사람들로 인해 흐트러졌다. 그러기를 한 시간 가량,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와중에 앞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난 배가 고프면 성질이 포악해지는 습성이 있어 안 그래도 식사를 하지 못하고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줄을 보며 점점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표가 없습니다." 난 한 시간여를 기다려 결국 '표가 없다는 말'을 듣고 말았다.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음에도 신분을 확인하고 표를 배분하는 사람은 고작 두 명, 게다가 4-5명이 뒤에서 코치를 하며 참견만 할 뿐 이 아수라장이 된 시사회 현장에 책임 있는 말로서 수습하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난 배가 고팠고 귀를 때리는 천장 스피커에서 울리는 영화 예고편 소리에 앙칼져있었고 더군다나 기다리는 내내 거의 100명이나 될까 한 사람들만 표를 받고 돌아서는 것을 목격한 터에 1200명 분의 표가 모두 나갔다는 '거짓말'에 냉큼 성미가 돋구어지고 말았다.

"책임자 오라고 하세요", 나는 이전에 담당자들의 "표가 없다는 말"을 줄을 선 사람들에게 들으란 듯이 크게 외친 다음 내친 김에 이렇게 말했다. 보통 시사회에서 30분 전에만 가도 아무런 무리 없이 표를 받고 잠시 여유를 가진다면 영화를 볼 수 있다. <강철중> 때에도 꽤 많은 사람이 왔지만 금방 표를 받았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줄이 줄어들지 않고 1시간 여가 지난 다음에야 "표가 동이 났다"는 말은 그 전에 이미 대다수의 표가 다른 곳으로 빼돌려졌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내 억측이기를 바라고 싶으나 내가 1시간여를 지켜본 결과 그렇게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한 시간 전부터 기다렸는데 결국 표를 받는데 실패한 나는 보통은 이런 부대낌 자체를 꺼려서 집으로 발길을 돌리기 마련이었지만 오늘은 오기가 나서 기어코 영화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입구로 올라가 스태프에게 항의도 해보고 사정도 해보았지만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중 결국 부아가 나서 앞서 무작정 얼굴 디밀며 들어가는 인사들을 보고는 나도 그냥 밀고 들어갔다. 들어갔더니 웬걸 빈자리도 군데군데 보이고 더군다나 일본에서 원정 오신 듯한 아줌마부대들도 로열 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언론시사회에 왠 아줌마부대? 시사회가 얼마나 엉망진창으로 진행되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여튼 영화는 우여곡절 끝에 시작되었다.

만주웨스턴이라고 홍보된 것과는 달리 영화는 시작부터 만주슬랩스틱 코미디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송강호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아무리 웨스턴 미장센이 등장하더라도 송강호 식의 코미디가 되어버렸다. 그건 분명 매우 의도적인 연출로 보였고 주인공 역시 송강호가 분명했다. 영화는 사실 '보물지도'를 둘러싼 세 '놈'이 펼치는 추적이 주된 스토리 라인이다. 그렇지만 도무지 속도가 나지 않는 이야기 전개와 뻔해 보이는 스토리 라인은 한국식 웨스턴이라고 부르기에는 한참 모자란 것이었다. 특히 정우성의 연기는 확연히 모자라 보였고 이병헌의 마적 연기 역시 좀 지나치다 싶었다. 그나마 송강호의 연기가 중심을 잡아주지 않았으면 영화가 너무나 '불균질해’질 뻔 했다 싶었다. 영화 얘기는 여기까지이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제부터인데 도대체 무슨 얘기인가 하면 소위 영화의 '수직계열화'에 대한 얘기이다. '수직계열화'란 제작, 배급, 상영을 일체화 시킨 방식을 말하는데 이는 1950년대 미국에서는 이미 '불법적인 독점'으로 판정된 것이기도 하다. 당시 폭스를 비롯한 거대 스튜디오는 몇 년을 끌어온 끝에 내려진 법적 판단으로 인해 강제로 극장체인들을 매각해야 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거대 스튜디오는 배급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장악력은 여전했다. 한가지 주목해야 할 사실은 극장에 대한 독점력이 사라진 다음, 한동안의 침체기가 있었지만 뒤이어 나타나게 될 '아메리칸 뉴시네마'의 원동력이 바로 이 시장 독점에 대한 시정조치였다는 점이다. 현재 CJ엔터테인먼트 혹은 시네마 서비스 그리고 쇼박스 등의 거대자본들은 명실상부 한국 내에서 '수직계열체'를 형성하고 있다. 배급에 집중하던 CJ는 서서히 제작에 관여하면서 배급과 함께 CGV라는 막강 극장체인을 통해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으며 다소간 누그러졌지만 시네마서비스 역시 그러하며 쇼박스의 '메가박스' 역시 마찬가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식의 구조가 가지는 가장 큰 폐해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 '천만 관객의 신화'를 계속 꿈꾸도록 종용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자본과 시장지배력을 총동원해서 단기간에 초 대박 영화를 가능하도록 하는 구조이며 반대편 그늘에 독립영화 혹은 저 예산 영화들만이 남게 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난 천만 관객을 열었던 시절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이런 식의 위험한 투자와 흥행대박에 대한 강박관념은 결국 한국영화의 뚜렷한 양극화로 진행되고 말 것이라는 점이다. 제작비규모를 합리적으로 재조정하고 30-50억 사이의 영화들을 여러 편 다양하게 만들어내야 할 풍토가 이번 <놈.놈.놈>을 기화로 또 거대영화-유사 할리우드 전략으로 변질되어 버리지 않을까 매우 염려스럽다. '수직계열화'의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비판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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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ru_happy  수정/삭제  댓글쓰기

    달콤한 인생을 특별히 재밌게 본 편은 아니라 기대를 안 하다가, 예고편이 괜찮아서 기대감이 좀 생겼었는데, 아닌가? 보네요.
    조만간 직접 확인하러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수직 계열화에 대해서는,
    시네마서비스와 쇼박스는 이미 사양길이고,
    CJ의 독주에 롯데가 따라가는 형태가 아닐까 싶네요.

    시네마서비스의 프리머스 소유권이 이미 CJ로 넘어간데다 (운영권은 당분간 보장이라고는 합니다만...) 시네마서비스 창립자인 강우석 감독의 신작 강철중마저 CJ를 통해 배급되고 있으니까요.
    미디어플렉스(브랜드 명 쇼박스)도 이미 메가박스를 매각한데다,
    온스타일(메가박스의 수입 브랜드명) 영화였던 페넬로피도 CJ를 통해 배급되는 상황이었으니, 쇼박스의 위상도 예전같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2008.07.10 18:18
    • Favicon of http://blog.empas.com/seinund BlogIcon 필자  수정/삭제

      댓글 고맙습니다. 님이 지적해주신 프리머스의 주식이 CJ측으로 팔렸던 것이나 메가박스가 외국계 자본에 넘어간 것은 저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페넬로피>는 몰랐네요. 하지만 여전히 시네마서비스, 쇼박스 그리고 CJ 그리고 롯데시네마 등의 자본들이 일종의 배급체제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아직도 여전한 것 같습니다. 제가 산업현황에 대해서 그리 밝진 못하지만 저는 이런 '수직계열화'가 가지는 폐해가 현재의 한국영화를 망치는데 일정부분 기여한 바가 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앞으로 계속 비판글을 쓰고자 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8.07.14 13:50
  2. paniefink  수정/삭제  댓글쓰기

    단순히 한개 만들걸로 5개 만들자는 논리로 <놈놈놈>을 비판하신 건지...
    아님 엉성한 시사회에 대한 비판인지...
    현재 영화판의 거대 배급사의 독식을 비판하고자 하신건지...
    제목 봐서는 시사회에 대한 불만인거 같지만
    그닥 매콤한 유머 없이 지면의 1/3 이상을 <놈놈놈>시사회장에서 당했던 굴욕에 대해 서술해 놓으셔 놓고서는...
    영화에 대해서는 1/3 ....그리 영양가 없는 겉 핥기식 평론에
    나머지 1/3은 뜬금없는 거대 배급사의 횡포와 천만 신드롬에 사로잡혀 있는 영화판을 비판하시고....
    난장판이었다던 <놈놈놈>시사회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듯 산만하고 일관성 없는 글이군요.
    거대 독점 배급사의 횡포와 대박을 노린 눈먼 100억 이상의 제작비를 들인 블랙 버스터의 성공이 건강한 영화 시장을 망친다는 주장을 하시는 거라 생각됩니다.
    거대 독점 배급사의 횡포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이미 만성이 되버렸으니
    게다가 시장 경제를 포기할것이 아니고서는 이런 판도를 바꿀수 없으니 더이상 소모적인 비판은 접고 대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08.07.2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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