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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거장 크쥐스토프 키에슬로프스키는 영화를 ‘예술’이기보다 ‘노동’이라고 정의했다. 매일 새벽, 스탭들을 데리고 촬영장에 나가야 하는 노고가 없다면 영화 예술 또한 없다는 뜻이다. 안슬기 감독은 그렇게 지난한 작업을 ‘행복하게’ 해 오고 있는 ‘선생님’ 영화감독이다. 스물아홉에 영화를 시작한 늦깎이지만, 마이너스 통장을 밑천삼아 방학을 이용해 촬영하고, 방과 후와 주말에 편집을 하는 그의 열정은 대한민국 독립영화판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그런 안슬기 감독이 경쾌한 듯 진중하게 대안 가족을 응원했던 장편 데뷔작 <다섯은 너무 많아>에 이어 <나의 노래는>을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희망도 없고, 가족도 붕괴된 스무 살 희철(신현호)의 일상과 분노, 희망을 담담하게 묘사하는 이 작품은 어쩌면 그의 자신 있는 카드 중 하나일지 모른다. 교사로 재직하며 살을 부대껴왔던 그 제자들, 후배들의 이야기를 흑백에 담은 이 응원가는 상업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심심할지언정 무시 못 할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차분한 목소리로 제작자로서, 감독으로서, 선생님으로서의 역할을 조리 있게 설명하는 안슬기 감독이 있다. 만약 <나의 노래는>을 보고 자신의 스무 살, 그리고 현재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면, 이미 촬영을 마친 세 번째 장편 <지구에서 사는 법>이 벌써 궁금해 질 것이다. 비일상적인 SF적 요소와 지극히 일상적인 것의 조합이라니. “그냥 이거 안 찍으면 안 될 거 같아서요”라고 영화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는 ‘예술’하는 ‘선생님’ 안슬기 감독은 이렇게 전진하는 중이다.






편집 때문 바쁘실 텐데 시간 뺏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개봉이 다음주죠? 아는 사람은 아는 얘기지만 부산국제영화제나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들이 <나의 노래는>을 만날 기회는 있었는데요. 그 동안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웃음) 관객 반응이 열광적이고 그러진 않아서 읽기가 쉽진 않네요.

혹시 영화제 등지에서 상영된 후 인터넷에 올라오는 관객들 평은 읽어 보나요?

네, 다 읽어 봐요. <다섯은 너무 많아>를 본 관객들은 역시 그 작품을 생각하나 봐요. 제 입장에서는 영화 톤은 다르지만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데 관객들은 많이 다르더라고요.

장편 데뷔작인 <다섯은 너무 많아>은 성공이라 부를 만큼 많은 지지를 얻어냈는데요.

전국 관객 3천 명인데 성공이라 부르기에는(웃음).

이번 영화는 경쾌하기도 하고 바로 차기작이 잡힌 상태라 한 템포 쉬어가는 느낌으로 찍은 건 아닌가 생각도 했거든요.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죠. 제가 큰 영화를 계속 만들었다면 모르겠는데 <다섯은 너무 많아> 경우도 소박한 영화고 전반적으로 단편도 그런 컨셉이었고요. 자꾸 <지구에서 사는 법>이랑 붙어서 얘기 되고 제작비도 거의 10배 차이가 나니까 그쪽에 무게 중심이 실리는 거 같아 그런 부분은 안타깝죠.

전작들을 보면 단편 같은 경우도 다 칼라였어요. 이번에도 칼라 부분이 들어 있지만 전체적으로 흑백으로 찍었는데, 이유가 있다면요.

특별한 이유는 없고 여러 가지를 다 해 보고 싶은데 이번엔 흑백으로도 해 보고 싶었고요. 예산 문제도 있겠지만 캐릭터 하나를 두고 그 아이한테 집중하는 스타일을 정해 촬영감독님에게 흑백으로 가자고 했죠. 핸드헬드에, 흑백에, 클로즈업 많이 써서 인물이 보이게끔. 우리가 커버하지 못하는 색깔은 뺏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죠.

그 결정이 미학적인 건가요, 아님 예산과 관련된 부분인가요.

미학적인 거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100억짜리 영화도 똑같을 거 같아요. 그 예산 안에서 어떻게 뽑아낼지는 누구나 고민하는 거 같고. 더 좋은 조명에 더 나은 환경에 좋은 배우들을 데려다가 찍고 싶겠죠. 그 안에서의 미학을 생각해야 하고 컨트롤을 해야죠. 작품도 칼라로 찍을 수 있었고 그럼 더 다큐 같은 느낌이 날 수 있었을 거예요. 오히려 전 리얼리티 보다 극적인 느낌이 나려면 인물에 집중해야 하니 흑백으로 간 거 같아요. 심하게 얘기하면 칼라로 찍었을 때 현실감이 더 있고 더 격할 수 있었지만 그냥 (흑백으로) 가려고 마음을 먹었죠. 원래 세미 다큐로 가려고 했었는데 극영화로 옮기면서 흑백을 선택했어요.

영화 카메라가 희철을 바라보는 화면만 칼라로 찍었습니다. 근데 희철의 점퍼를 보면 청색, 초록색이에요.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다섯은 너무 많아>에서도 유달리 초록색 톤을 자주 썼다는 기억이 나는데요. 그 색을 상당히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색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했어요.

선택하다 보니 그렇게 되더라고요, 이상하게. 전작에서도 미술 감독이 스타일이나 창틀이나 결정하는데도 초록색 분위기를……. 초록색이 붉은색 느낌은 아닌데도 차갑게 보이지 않는 안정감을 주고 블루 계열인데 따뜻한 느낌이라 선택하게 됐어요. 배우 옷 입은 것도 그렇고 버스는 섭외 환경 상(웃음).

이번에도 일반 통념과 거리가 있는 가족이 등장합니다. <다섯은 너무 많아>도 그랬지만 이번에 할머니나 아빠도 그렇고. 감독님이 생각하는 가족이란 어떤 건가요?

(웃음) 가족을 되게 싫어하는 사람처럼 되 버려서요. 전작은 가족을 뛰쳐나와서 ‘이 사람들도 가족이 될 수 있어!’고 <나의 노래는> 그 전 단계인 거 같아요. ‘참을 수 없으면 나와, 그것도 가족이냐?’ 아니면 ‘참지 말고, 꼭 거기 있을 필요는 없잖아. 찢어져!’ 뭐 그런 느낌이 있긴 하죠.

실제로 그럴 의향이 있는 건가요? (웃음)

저의 집은 굉장히 화목합니다(웃음). 누구나 그런 생각이 있을 거 같아요. 자기 가족에 대해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과거가 다 있을 거고, 저한테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제 가족이나 부모를 증오하고 그런 건 아니고요. 학교에서 얘들을 봤을 때 부모에 대한 감정은 더 세요. 애를 낳아놓고 자식으로 관리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여하튼 그렇게 되네요(웃음). 사회적으로 보편적이고 옳다는 부분에 반감은 있는 거 같아요.

<나의 노래는> 후반부에 할머니가 교회 앞에서 희철을 돌아보는 장면은 <다섯은 너무 많아>에서 엄마가 돌아볼 때의 기괴한 느낌과 표정이 살아 있어요. 그걸 보면서 거창하게 얘기하면 프로이트의 ‘언캐니’, ‘친숙한 낯설음’을 던져준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그 사람들에 대해 못 믿는 거 같아요. 엄마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나와요. 성모상이나 할머니나. 어떻게 보면 없는 ‘엄마를 찾아 달라’거든요. 엄마의 부재가 자꾸 성모상 할머니, 원래 친구였던 미나, 걔가 가니까 연주한테 넘어가고요. 그리고 새 여자가 생기고.

(희철이가) 복이 많던데요(일동 웃음)

복이 많죠(웃음). 근데 기존에 성모상이나 할머니는 범접할 수 없는 모성애잖아요. 근데 사실 그럴까 하는 거죠. 모성애가 절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제 주변 사람들 중에는 아닌 경우도 많거든요. 자기 살기 바쁘고. 그런 경우가 있어요. 애가 학교 안 왔는데 ‘그럼 어쩌라고’ 이렇게 전화 받는 엄마들. 갑갑하죠. 애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내가 지금까지 많이 희생하면서 먹여주고 살려줬던 아이. 객관적으로 보면 해 준거 없는 거 같은데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런 거죠. 엄마들이면 누구나 그런 마음이 있을 거 같고 그렇게 보이는 거 같아요. 아빠도 그렇고. 왜 자꾸 그렇게 되지? 우리 어머니가 성당을 다니는데 (영화를 보고) 제일 불만이 그거에요. ‘왜 할머니가 애를 버리고 나가냐(웃음). 그러고도 성당을 다니느냐.’ 그걸 뭐라고 하더라고요. 아주 그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실제는 다르고 그런데서 페이소스가 더 느껴지는 거 같아요.

단편들을 보면 모두 가족, 결혼, 사랑 이야기에요. 실제 규범화된 관계를 재구성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어찌 보면 가족에 대한 통념을 벗어나자는 생각이 들면서 그 만큼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단편들을 다 보셨나요? 꼭 무슨 청문회 하는 느낌인데요(웃음). 그렇죠, 뭐. 저한테 뭔가 있겠죠. 고등학교 3년을 기숙사 생활을 했었어요. 대학도 청주에서 무조건 서울로 가겠다고 했고. 그래서 기숙사 생활하다 자취 했고요. 근데 아버지가 교사신데 그 중간에 순환 근무 때 일부로 서울에 와서 제 자취방에 함께 살았어요. 그게 정말 싫었거든요(웃음). 단칸방에서 같이 자취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왜 그랬을까, 왜 자꾸 벗어나려고 했을까는 모르겠는데 그런 게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와서는 그 분들이 안쓰럽고 그래요. 그런데 그걸 왜라고 물어보면 다 얘기해야겠죠, 술 마시면서 밤새도록(웃음).

희철이의 영화 속 궤적을 따라가 보면 분노를 배우는 과정이란 생각이 듭니다. 또 <다섯은 너무 많아>에 비해 드라마가 부족하고 심심하다는 평가도 있었는데요. 요즘 스무 살 아이들이 분노를 못 참는다고 하는데 희철이는 굉장히 잘 참으면서 분노를 풀어가거든요. 그런 건 학교 선생님으로서의 경험이 이어진 건 아닌가 싶어요. 제자들을 염두에 뒀다는 생각도 들고요.

네, 그런 학생들. 제가 폐교 문제로 이슈화 됐던 동호공고에 있다가 신림동에 있던 당곡 고등학교에 있다가 작년부터 서울산업정보학교라고 직업반 가르치는 학교로 옮겼는데, 계속 봤던 아이들이에요. 인터뷰에서도 몇 번 얘기를 했는데 별로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게임이라든가 당장 하고 싶은 건만 하는 거죠. 차라리 랩 하는 아이들은 좀 나은데 랩은 열심히 하지만 제가 보기엔 잘 못해요. 저걸로 벌어먹고 살기도 힘들 거 같고. 고3인데. 근데 1년 내내 공부 안하고 그러고 있는 거예요. 근데 그게 한심스럽다기보다 쟤들은 어떻게 살까 그런 생각을 해요. 졸업해서 찾아오는 얘들 보면 아르바이트 하는 얘들 많고, 군대 가서 말뚝 박을 거라고 하고(웃음). 그런 류의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는데 뭐가 되고 싶었는지 그런 생각을 했었죠. 선생이니까 아주 꼰대 같은 생각을. 또 분노를 폭발하는 건 처음부터 시나리오 상에서 그렇게 잡았어요. 근데 리뷰를 받아봤더니 다 재미없다고, 하지 말라는 거예요. 하는 일이 없다, 수동적이다. 전 우겼죠. 그게 이 영화의 컨셉라고. 스토리가 있는 게 아니라 캐릭터를 펼쳐 보여주면서 점점 움직이다 한 번에 폭발하는 게 컨셉이라고 밀어 붙였죠.

캐릭터만 보면 감독님이 현직 선생님이니까 생생한 면도 있지만 기존에 많이 보아왔던 영화적인 캐릭터로 읽을 수도 있거든요. 온순하다 마지막에 분노를 터트리는. 그게 다큐에서 극으로 옮기면서 의도를 한 건지 궁금하더라고요.

다큐도 비슷했을 거 같아요. 다큐도 이미지적인 걸 통해 편집을 했을 거 같고. 처음에는 막 사는 모습, 갈등, 그 다음에는 희망. 짜여진 대로 같을 테고 그게 전형적인 드라마트루기고요. 캐릭터나 전형성에 대해 큰 고민을 하진 않았고 바꾸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요.

랩을 하는 친구들을 언뜻 생각하면 활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요. 근데 희철은 그걸 배반하는 캐릭터니 재미있으면서도 왜 그런 인물을 택했을까 궁금했거든요.

랩을 잘 하는 친구도 아니고요(웃음). 동아리에서도 랩 하는 걸로 별로 유명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노래도 못하고, 춤도 못하고 그런 친구라. 우리가 보기에는 춤 잘 추고 랩 잘하는 친구들은 잘 보이는데, 사실 그 주변에는 안 그러면서 ‘깔짝’ 거리는 얘들도 많아요.

개인적으로는 이민을 간 민하(주민하) 역이 좋았어요. 글을 쓰신 걸 보니까 <리틀 미스 선샤인>도 언급했던데요. 올리브가 오빠 드웨인 어깨에 기대 말없이 지지해 주는. 마찬가지로 영화 이전 얘기가 있었다면 그런 위치로 민하가 희철 옆에 있었던 거 아닌가 싶은데요. 영화적으로는 이민을 가는 구조인데 너무 일찍 퇴장시킨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았어요.

(웃음)그랬다면 갈등이 더 생겼겠죠. 삼각관계 같은. 얘기를 많이 했는데 자꾸 부재를 생각하다보니 그렇게 된 거 같아요. 처음에 편의점신 같이 (관계를)보여주고 나서는 빼자고 했었어요. 누구부터 뺄까. 점점 잃어가는 친구고 원래 없었는데 더 잃어가고 아버지처럼 오지 말아야 할 사람은 오고. 지금 생각하면 잘 한 건지 모르겠어요. 현장에서도 그랬고 관객들도 누가 더 예쁘냐고(웃음).

이민가기 전에 민하가 희철에게 보낸 문자가 압권이었어요. ‘빙신아, 나 내일 떠나’였나요?

안: 걔네들은 알고 있었을 거예요. 사실 희철이도 (민하를) 좋아하는데 남자들은 괜히 모르는 척 하잖아요.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죠. 왜냐하면 아직 어른이 아니기 때문에 해결할 수도 없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또 그런 걸 안타깝지 않은 척 지나칠 수밖에 없고 그걸 둘 다 알고 있고 그런 거죠. 나중에 관객들이 안타까움을 느꼈으면 좋겠는데, 잘 모르겠어요.


이야기를 돌려보죠. 한겨레 영화제작학교에서 영화를 배우셨죠? 어떤 계기로 영화를 하게 된건지.

원래 하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따라 영화관에 많이 갔었어요. 옛날에 학생지도 같은 거 있었잖아요. 극장 관계들을 다 아니까 무조건 아버지 손잡고 들어가서 <소림사> <디어 헌터>도 보고. 그 기억이 강렬했어요.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 한다고 하고 주말에는 집에도 안 가고 영화 보러 다니고. 그때는 야한 영화들이 유행이었어요. <먹다 남은 사과>, <여왕벌> 이런 거. 그런 거 보러 다니고 소풍날 되면 얘들이랑 영화 보러 다니고. 영화에 대한 생각은 항상 있었죠.

그럼 결혼 후에 한겨레 영화제작학교를 다닌 건가요?


네, 대학 가서 하려 했으나 시절이 하수상하야. 군대 같다 왔더니 나이를 먹고 힘들어서 직장이 있어야겠다 싶어 공부해서 임용고시 붙고 그 다음에 영화를 했죠. 스물아홉에.

예전에 작가를 만나다 때 한 얘기를 보면 교사라 대출이 편해서 영화 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은행이 투자자인 셈인가요?

그렇겠죠. 마이너스 통장이 있으니까 결국은 은행돈이죠. 아직 회수는 안 됐고요.

이번엔 회수가 될 거 같나요? 어떻게 예상하는지.

안 될 거 같은데요(웃음). 원래는 필름으로 안 가려고 했는데 부산에서 지원을 받는 바람에 여차저차 B프린트 뽑고 사운드 쪽에 돈이 들어가서요. 프리 프로덕션 포함해서 1,500만원 들었고, 나머지 후반 작업에 또 1,500만원이 들었어요. 그래서 요즘 마케팅 팀에서 외부에 얘기할 때 3,000만원 이라고 얘기하는데 그게 그거라 이왕 싸게 가자고 했죠(웃음). 제 지분이 43% 정도 되고 나머지는 스탭들하고 배우들 지분이에요. 결국은 7천 이상 든 거죠. 제작자니까 그 수익이 나야 배우들 다 나눠주고. 제 수익이 날 수가 있나요(웃음).

역시 케이블 판권이 중요해요. EBS에도 팔아야 되고요(웃음).  교사라는 직업 때문에 방학 끝나기 전에 촬영과 편집을 마치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아니에요. 자꾸 그 쪽으로 몰아가니까 그런데요, 촬영만 방학 때 하고 편집은 6~7개월에 걸쳐서 해요. 장편 3편을 했는데 세 편 다 겨울 방학 때 촬영은 마쳤는데 편집은 <다섯은 너무 많아>가 7개월, <나의 노래는>은 6개월 걸렸어요.

오해인 거네요. 방학 때는 촬영만 집중적으로 하는 건데요.

전주국제영화제 때문에요. <다섯은 너무 많아> 찍으면서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촬영은 며칠까지 하고 편집은 3월 말까지 한다. 그때는 장편 편집이 뭔지 몰랐죠(웃음). 그랬더니 전주에서 가지고 오라고 전화가 왔어요. 그때 촬영감독, 조감독하고 셋이서 4일 동안 밤을 샜어요.

한정된 시간 안에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더 찍고 싶은데 못 찍는 거? 그렇죠 뭐. 현장에서 제가 스탭들한테 뭐라 못하는 이유가 제 원죄가 많거든요. 며칠까지 끝내야 하는데 계획을 짜 놓으면 제 입장으로도 벗어날 수가 없는 거죠. 안 그러면 3월 달에 찍어야 되는데 말이 안 되는 거고. 장소도 빌리더라도 전체 틀 속에서 빌려야 하니까 더 힘을 줘야 되는데 2~3일 안에 끝내야 되니까 몰아서 이틀 안에 60컷을 찍기도 하고. 많아요,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다 그렇죠.


설정을 외곽지역으로 한 건데요. 실제로는 왕십리 지역에서 찍었고요. 보도 자료를 보면 모텔하나 잡아 놓고 스탭들과 부대끼며 지냈다고 소개했던데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주민들이 많이 도와 줬어요. 크게 무리 있는 촬영도 아니고 조명도 기본 조명이니까. 장소 고민을 별로 안 하고 일단 장소를 잡고 거기에 앵글이나 콘티를 맞추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요. 15일 동안 13회 차 촬영 했으니까요. 스탭들이 거의 같이 살았죠. 여관 잡아놓고 8명, 9명까지 잤으니까. 그래도 배우들은 방을 따로 줬어요. 연출부는 다 때려 넣고, 촬영, 조명팀도 다 때려 넣고. 아침에 일으켜서 찍고, 밥 먹이고 저녁때 해 지면 또 찍고.

힘든 영화 작업을 계속 하고 있는데요, 계속 영화를 찍는 이유가 있을 거 같아요. 안 감독님한테 영화란 무언가요.

꼭 마지막 질문 같은데요(웃음) 영화란, 꿈은, 청춘은 무엇인가요, 라고 물어 보며 힘들어요(웃음). 전 옛날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10년 전부터 준비해서 찍고 있고 소중한 건데요. 소중한 일이긴 한데 잘 모르겠어요. 그냥 이거 안 찍으면 안 될 거 같아요. 그러니까 지금 나 보고 영화 찍지 말라고 하면 이상하지 않은가란 생각도 들고. 관성이라고 할까요? 산을 타는 사람한테 왜 산을 올라가느냐고 하면……. 저도 이제 10년 됐으니까 생각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여담인데 와이프 분이 영화가 좋아, 내가 좋아라고 물은 적 없나요?

아유, 그럼 물어보기도 했죠. 안 물어보면 여자가 아니죠. “영화야, 나야?” 뭐, 이런 거.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하냐? (일동 웃음). 유치원생이야?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도 아니고.” 그랬죠.

감독님 영화들 보면 시대가 느껴져요. 반면 치열하다든지 비장하다든지 많은 사람들이 피상적으로 생각하는 독립영화의 기운은 없어 보이고요. 한편으론 생활이 비교적으로 안정적인 교사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생각해서 비장하거나 암울한 영화들은 피하고 긍정적으로 희망을 담으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싶거든요.

그런가 봐요(웃음). 왜냐고 물어본다면 맞는 거 같아요. 하도 그렇게 물어봐요. 보편적인 독립영화 같지 않다, 그런 느낌은 안 든다. 그게 상업영화 같다는 소리는 아니고 무게라든가 시대상이 많이 반영된다거나, 그 중에서도 아픔이 많이 반영돼서 그런가 봐요. 제가 만든 영화중에 무거운 영화도 있어요. 단편 <사랑 아니다> 같은 경우도 그렇고 시나리오도 그런 게 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장편 두 편이나……. 그래도 <다섯은 너무 많아>보다 (<나의 노래는>이) 무겁지 않나요?

오히려 엔딩을 그다지 희망적으로 읽지 않을 수도 있어요. 저 친구를 현실적으로 탈색시켜서 본다면 그 또래의 스무 살들이 보면 희망적으로 읽을까 싶은 거죠.

네, 지금 스무 살들이 보면 잘 모를 거 같고요. 20대 후반이 봐야 좀 느낌이 있을 거 같은데. 저게 희망일까라는 건 거짓말 하는 거 같았어요. 로또 맞은 것도 아니고 갑자기 재능을 발휘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얘들이 몇 명이나 있어요. 문제는 그걸 바라보고 매일 그걸 꿈꾸면서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준비안하고 허황된 꿈을 꾼다든지 하는 거. 연예기획사에 돈이나 갖다 바치고 그런 얘들이 태반이니까요. 방송에 잠깐 출연해도 기획사에서 돈도 못 받고. 같은 어른 입장에서 안타깝죠. 사기나 당하고. 그렇게 살지 말고 별로 달라지는 건 없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생기고 열심히 노력하는, 그 정도만 바뀌었으면 좋겠다. 걔가 나중에 빌리 엘리어트처럼 무대에서 비상하는 건 거짓말이죠. 내가 바라는 건 어딘가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늦게나마 하고 싶은 걸 찾고, 언제인지 기억은 못하겠지만 카메라에 대한 생각도 있고. 그걸 사서 뭘 할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럼 <마이 제네레이션>이 되는 거죠(일동 웃음)

조금 냉정하게 보자면 칼라 장면들이 가혹하게도 느껴졌거든요. 과연 희철이가 저 카메라로 영화를 찍을 수는 있을까 싶은.

글쎄요, 뭘 할지는 모르겠어요. 더 우여곡절이 많을 수도 있겠죠. <마이 제너레이션>처럼 돈이 없어서 팔수도 있어요. 그래도 그냥 아르바이트 하면서 하고 싶은 거 없이 살 때 보다는 나을 거 같아요. 나도 직업이 있는 선생이고 그거 때문에 남들보다 영화를 쉽게 하지만 시작하고 있으니까 그래도 한 번 살아보자 그런 거죠. 누구는 저보고 충청도 땅 부자라고 하던데(웃음). 다 빚인데. 빚을 잘 낼 수 있는 거죠. 근데 영화 찍는 친구들 중에는 아르바이트 세 네 개씩 하는 친구도 있거든요. 그렇게 돈 모아서 영화 찍고 그런 다음에 빚 갚고. 그런 사람에 비해 전 행복한 거죠. 더 (영화를) 잘 찍어야 되고요.

안 감독님은 연출 말고도 배우를 했어도 충분했다고 봐요. 그해  <용서받지 못한 자>의 윤종빈 감독만 아니었어도 더 주목을 받았을 텐데요. <마이 제너레이션>의 실장 연기는 압권이었고 <나의 노래>에서도 연기를 했는데 그 두 편이 전부인가요?

 <마이 제너레이션>하고 단편은 부탁 받은 거 몇 편 했었어요. 들어오는 역할이 다 그런 거예요, 배 나온 경상도 국회의원. 말도 안 돼는 역할을 시켜서(웃음) 싸가지 없는 과장, 직장 상사. 이번엔 정수기 회사 사장인데 정규직으로 해 주겠다고 해 놓고 나중에 ‘쌩’까는. <마이 제너레이션>의 그 이미지가 큰 거 같아요. 불러달라고는 하죠. 멜로 연기 한 번 해 보고 싶다고(웃음).

이제 배우로서의 욕심이 슬슬 생기나 보네요(웃음) 이번에 세 번째 작품 <지구에서 사는 법>을 끝냈다고 들었어요. 후반기 개봉이라고 들었는데 그 전에 관객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아직 편집이 안 끝나서요. 편집이 끝나봐야 알겠죠. 정식 개봉은 하반기인데 나오는 거 보고 영화제 고민은 할 거 같아요. 일단은 잘 나와야 되는데 주말만 편집을 하고 있으니까 회사 쪽에서 답답할 거예요. 게다가 <나의 노래는> 개봉까지 맞물려 있어서요.

<지구에서 사는 법>이 3억 5천이라고 들었는데요. 기존 작품 규모에 비하면 상당히 큰 규모인데 제작비가 늘어나서 피부에 확 와 닿는 게 뭔가요?

없어요. 사실 <다섯은 너무 많아>도 6~7천 들어갔거든요. 예산이 커지면 어디다 돈을 들일까 어디다 돈을 더 쓸까 생각을 해보면 그렇게 나오는데도 없어요. 게다가 촬영 회차가 더 늘어나고 진행비가 더 들어가고. 또 민망하지만 배우들 인건비도 다 주고 지분계약도 다 하고요. 그거 빠지니까 전작하고 똑같아요. 여하튼 큰 차이가 없어요. 게다가 그립 장비도 들어가고 CG도 들어가고 총도 나오고(웃음). 그 쪽에 예산이 들어가니까 나머지가 괴로운 거죠. 사실 독립영화 쪽에서 찍어도 돈이 좀 들겠다 싶은 시나리오였으니 그 돈으로 맞추려니 미치죠.

촬영 장비나 미술 쪽 얘기를 했는데 전작들하고 스타일이 확 달라질 거 같네요. 앞으로 꼭 다루고 싶은 소재나 형식이 있다면요.

 여러 가지를 해 보고 싶어요. 제가 딱 어떤 경지에 올라서 예술을 하는 사람이란 생각은 안 들고요. 딱 어떤 경지에 올라서 경지에 오른 사람이란 생각은 안 들고 여러 가지 해 보고 싶고요. 나중이 되어야지 연륜도 쌓이면서 어떤 스타일이 생길 거 같아요. 그래도 저 밑바닥에 스타일은 한 사람이니까 비슷할 텐데. 딱 한 가지는 모르겠고 여러 가지 해 보고 싶어요. 100만원 프로젝트라고 하나 있는데, 100만원 들여서 제가 격하게 촬영하고 3일 만에 촬영을 끝내는 프로젝트가 하나있고요. 호러도 생각을 해 보는데 피나 귀신, 효과음 하나도 안 나오더라도 무서울 수 있지 않을까. <큐어> 같은 느낌의. 그리고 이번 <지구에서 사는 법>이 그런 컨셉인데, <다섯은 너무 많아> 이후 해보고 싶은 게 아주 건조한 일상에 현실적이지 않은 것이 들어오면 어떨까. 예를 들면, 장률 감독님 영화 스타일에 외계인이 서 있으면 어떻게 될까. 굉장히 건조하고 일상적으로 보이는데 일상적이지 않은 것이 있으면 어떻게 보일까. 그걸 일상적으로 보이게 할 수는 없을까. 외계인이 나오는 건조한 이야기.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 느낌인데 대단히 건조한.

판타지를 일상으로 데려오는 거죠? 일상을 판타지로 데려가는 게 아니라.

네. 근데 자꾸 일상을 판타지로 데려가는 거 같아요(일동 웃음). 그런 것도 해 보고 싶고, 그래요.

마지막 질문인데 <다섯은 너무 많아>는 독립영화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나의 노래는>을 본 관객들이 이렇게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요.

희철이가 보였으면 좋겠고, 응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자기 나이 때의 자기 생각을 돌아볼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고요. 나도 저런 순간이 있었을 텐데 지금은 어떤지, 뭐하는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와이키키 브라더스> 마지막 보면 지지고 볶고 하다가 ‘사랑밖엔 난 몰라’ 부르잖아요. 제가 ‘386세대’ 인지는 모르겠지만 친구들이랑 그거 보고 나오면 짠해서 ‘우리 진짜 열심히 살았다, 열심히 살자’라고 하잖아요. 거기 까지는 안 올라갔지만 그런 느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번외 질문 하나 하자면, ‘386’ 얘기도 언급했고요. <나의 노래는>의 희철이는 이제 막 ‘88만원세대’로 진입하는 아이들인 거잖아요. 감독님의 제자들이기도 하고, 그런 친구들에게 보내는 응원가 정도로 해석을 해도 될까요?


네, 맞아요. 그런 거예요. 어딘가에서 열심히 살고 있을 거고. 와서 나한테 “이렇게 살아요” 그럴 거 아니에요. 2학년 때 자퇴했던 한 녀석도 군대 간다고 친구 커플이랑 마누라랑 애 데리고 술 사 달라고 왔더라고요(웃음). 근데 얘들이 철이 없어요. 갈비 사주고 당구 쳐주고 맥주 사주고, 다 내가 냈네(웃음) 근데 좋잖아요. 어떻게 보면 사고치고 살 놈 아닌가도 싶은데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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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fungames.im/games/driving/ BlogIcon Driving Games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 예 그 일을 사랑

    2012.08.29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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