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오늘의 요리와 이준익 감독

필진 칼럼 2007. 9. 12. 17:41 Posted by woodyh98

2007.09.12



오래전, 저녁마다 TV에서 해주는 프로그램 중에 ‘오늘의 요리’라는 것이 있었다. 대게 오후 6시를 전후해서, 그러니까 저녁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에 맞춰 그날의 요리를 소개하는 프로였는데, 유명한 요리전문가가 나와서는 재료소개에 이어 요리방법을 알려주었다. 이를테면 왕준련, 한정혜, 하선정, 한복선, 이종임 같은 분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되고 재조명된 요리의 달인들이었다고나 할까?

학창시절에는 어머니와 자주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곤 했는데, 그때 마다 어머니가 하시던 단골 멘트는 “세상에, 고기 넣어서 안 맛있는 음식이 어디 있다니!”였다. 그러면서 어김없이 “소고기 200그램 넣고 자잘한 재료 넣어서 만드는 음식을 별미라고 소개 하느냐”며 혀를 차곤 하셨다. 그렇다. 고기 들어가서 맛없는 음식이 있을까. 요즘 같으면 한우다 수입소고기다 하면서 구별 지어 고기 맛을 따지고 한우도 명품한우니 횡성한우니 약초한우니 하는 식으로 원산지와 사료로 차별화시키고 있지만 그 때만해도 소고기 먹는 것이 명절이나 생일에 한 번 돌아오는 연례행사인 시절이었으니 이런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정확히는 스스로 밥을 해먹기 시작하면서부터 소고기를 넣어 만드는 요리가 무작정 맛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음식이란 재료도 중요하지만 손맛에 모든 것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영화를 만드는 행위를 요리와 비교해도 한 치의 다름이 없음을 알게 된다.

즉 감독은 요리사요 시나리오와 배우와 소품과 미장센을 포함한 모든 환경들은 요리재료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제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와 연기파 배우와 완벽한 공간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감독의 능력이 부족하다면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일 아니겠는가. 소고기를 듬뿍 넣는다고 해도 손 맛없이 맛있는 요리가 완성되기 힘든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이준익 감독은 손맛이 출중한 요리사로 불릴 만 한 사람이다. 이는 그가 음식을 만든다면, 있는 재료를 총동원하여 최상의 밥상을 차려낼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한다. (우연인지 몰라도 [라디오 스타]에서 중국집 주방장으로 출연한 그의 모습이 자연스럽지 않았나?) 시간이 조금 흘렀으나 [즐거운 인생]의 시사회를 통해 필자는 그것을 느꼈다. ‘인생은 놀이’라는 그의 인생관과 ‘요리하는 자’의 손맛이 영화의 면면에 깊게 배어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네오이마주의 9월 기획은 이준익의 [즐거운 인생]과 그의 영화세계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질 것이다. 감독론부터 연기론, 개별영화 평론과 리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이준익의 영화세계를 탐구해볼 요량이다.
[즐거운 인생]의 스토리는 사실 뻔한 이야기와 예측 가능한 감정선 위에서 움직이는 인물들의 행동이 전부다. 그럼에도 이것을 적절하게 안배하여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완성시키는 연출력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무수한 실패와 반복학습을 통해 비로소 가문의 손맛을 터득하는 것이 종부의 길이라면, 감독의 길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특별한 레시피 없이도, 누구나 탐내는 명품재료 하나 없어도 칼만 잡으면 제법 맛난 요리를 뚝딱 만들어내는 몇 안 되는 요리사, 우리시대의 즐거운 영화기능공 이준익의 [즐거운 인생]을 네오이마주가 작심하고 미는 이유이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BLOG main image
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영화 비평 매거진 '네오이마주'의 공식블로그입니다. 더 많은 글은 http://neoimages.co.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by woodyh98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21)
필진 리뷰 (260)
필진 칼럼 (149)
사람과 사람들 (55)
문화와 세상 엿보기 (10)
그리고... (41)

달력

«   2019/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3,158,883
  • 66

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woodyh98'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