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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애
30분이면 족했다. 30분만 집중한다면 감독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직원의 안내방송 말이 맞았다. 월요일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전석매진이라는 말이 나를 의외의 기대감으로 몰아넣은 것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기대감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추락해버리고 말았다.

알프스의 깊숙한 산 속 고즈넉하게 있는 수도원은 그 주위의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속세를 벗어난다는 것이 무엇인지 카메라는 말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카메라는 수사들의 옷자락이나 창문으로 스며드는 햇살에 초점을 맞춰 클로즈업하는데, 보이는 먼지까지도 아름답게 느껴질 정도다. 딱 거기까지, 거기까지는 영화가 좋았더랬다.

영화의 큰 흐름은 수사들이 독방에서 성경말씀을 읽으며 절제된 생활을 하고, 자란 머리를 깎고, 새로운 수사들이 주님 앞에 당신의 제자가 되겠노라 맹세를 하는 등 수도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미묘한 계절의 변화에 맞춰 겨울에서 봄을 거쳐 여름,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이 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가장 먼저 영화를 보면서 계속 방해를 받은 것은 중간 중간에 반복적으로 삽입되는 성경말씀의 일부 글이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지 않는 자는 나의 제자가 될 수 없느니"라는 말 등이 지나치게 자주 반복되고 있었다. 영화 자체는 상당히 절제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표현 방법은 과하게 넘치고 있었다. 비슷한 장면이나 말의 반복으로 나는 마치 지하철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쳐대는 사람들과 이 영화가 다를 게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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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여러 관객들이 이 영화를 호평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 호평이 정말 제대로 받아 마땅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유인즉슨, 이 영화는 자기만족에 빠졌기 때문이다. 엔딩부분에 눈 먼 수사가 이런 말을 한다. "내가 보지 못하게 된 것 또한 주님이 나를 배려해주셨기 때문이다. 내가 눈이 먼 것 또한 내가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며, 이로써 주의 사랑을 나로 하여금 세상에 보여줄 수 있다.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주님께 가까이 갈수록 행복하다" 내가 느끼기엔 자기위안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지인과 종교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종교의 가장 큰 역할은 자기위안이라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즉, 슬픔을 견디게 해준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셔서 슬프기도 하겠지만, 하나님의 곁으로 간 것이기 때문에 기쁘다는 것이다. 그래서 슬픈게 슬픈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 종교를 찾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다.

이 영화는 비슷한 위치에 있는, 그러니까 수녀, 스님, 기타 종교에 헌신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위로 차원으로 만든 영화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소통의 범주 또한 좁다. 나는 그 카테고리 안에 있는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지 그 위로를 이해하기가 버거운 부분이 많았다. 찍는 사람, 찍히는 사람, 보는 사람이 그 '위대한'이란 말을 얼마나 이 영화에 맞고, 맞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수사들은 자신의 절제를 통한 신과의 교섭이 얼마나 높아져가는지를, 감독은 16년을 기다려 앞으로도 없을 수도원의 모습을 담는 고귀한 일이라는 자기만족에 빠져서 한 것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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