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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5

이 글은 “두 번 반복하면 운동이다”는 윤성호의 말을 인용하면서 시작한다. 막 이래! 그리고 이건 나의 감상문이다. 뭐 그렇지 머...

[은하해방전선]의 시작은 인용문으로 시작하여 괴성을 지르는 스탭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뒤이어 영재(임지규 분)라는 영화감독이 장편 데뷔작을 준비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시나리오는 제대로 나오지 않고, 헤어진 옛 애인 은하는 백일몽처럼 나타나 그를 괴롭힌다. 그리움에 사무치기도 힘든데, 기무라 레이를 캐스팅하기 위해서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거기에다 영재는 실어증에 걸리고, 입에서는 피리 소리가 난다.

윤성호는 그렇게도 만들고 싶어하던 장편 데뷔작을 만들었고, 그렇게도 하고 싶어하던 연애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놓았다. “연애(사랑)는 무엇입니까?” 윤성호는 자문자답하고 있으며 그 사이에 “영화는 무엇입니까?” 라는 말이 끼어든다. 말과 말이 비집고 들어오면서 한 공간을 차지할 때 교집합이 생겨난다. 그 교집합은 자신의 영토를 개척하면서 일종의 광합성 작용을 한다. 광합성 작용이 이산화탄소를 받아 산소로 내뱉어 주듯이 윤성호 영화는 나쁜 것을 받아들이고 좋은 것을 내뱉는다. [은하해방전선]은 일종의 반복하는 운동이며 순환작용이며 정화작용이자 확성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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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해방전선]에는 윤성호가 싫어하는 것들이 곳곳에 포진해있다. 조선일보, 삼성, 스타벅스와 같은 상품화된 브랜드 기호들은 조롱당하고 비판당한다. 영재가 실어증에 걸린 원인이 조선일보에 있을지도 모르며, 영재가 시나리오를 쓰지 못하는 건 삼성이 만든 아파트에서 글을 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해석은 자유니까, 막 이래!) 사실 [은하해방전선]은 스타벅스 불매 운동을 하자는 것도, 조선일보 구독반대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하물며 거국적으로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영화도 아니며,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영화도 아니다. 물론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 안토니오 네그리의 <제국>을 읽어야 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이 모든 기호들은 일종의 정화작용을 위한 소도구다. 영화에 산만하게 배치된 기호들은 윤성호의 진심을 대변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윤성호의 진심은 ‘인간은 얼마나 음악적인가!’라는 그의 말로 대변 할 수 있다. 그의 음악은 전위적이지만 반복되는 멜로디가 있기 때문에 일종의 놀이나 유희에 가깝다. 두 번 반복하면 운동이라는 영화 속 그의 말처럼 영재의 입에서 나오던 불협화음은 어느 새 리듬을 찾아가고 주변에 있던 소음들마저 영재의 입에 맞추어서 화음을 이룬다. 이 때 윤성호는 조심스럽게 진심을 내지르려고 한다. 그 모습은 저 멀리 JAZZ를 연주하며 연애와 섹스로 수다를 떨던 우디 앨런을 떠올리게 한다. 윤성호는 막스 브라더스 처럼 음악과 언어를 가지고 유희를 벌이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우디 앨런을 닮아간다.

윤성호가 심금을 울리는 부분은 이 영화가 윤성호의 성장영화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들은 스스로 세포분열을 일으키듯이 성호 1호, 성호 2호, 성호 3호...를 만들어왔으며, [은하해방전선]은 그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다.

[은하해방전선은]은 윤성호의 스타일을 따르되 과도한 욕심은 버린다. 수많은 인용문으로 넘쳐나던 지난 영화와는 달리, 윤성호는 자기 영화를 패러디한다. 웅변장면을 찍은 씬은 <우익청년 윤성호>, 애타는 마음을 노래로 풀어놓는 장면과 김선 감독과 샴쌍둥이로 나오는 모습은 <이렇게는 계속할 수 없어요>, 섹스 후 애인과 다투는 장면과 이명박의 이야기는 <나는 내가 의천검을 쥔 것처럼>을 연상하게 한다. 화면비율의 변화와 나래이션의 사용, 립싱크와 복화술은 여전하다. 단 이 영화에는 전작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연애 스토리가 극적 내러티브를 통해서 전달된다. 잦은 플래시백의 사용은 윤성호 영화에서 보기 드물었던 방식이다. 또한 인터뷰를 통해서 자기를 투영하던 모습은 아쉽게도 볼 수 없다.

윤성호가 바라는 진심은 ‘사랑’을 알고 싶은 20대 후반의 감독이 충무로 입봉을 앞둔 조마조마한 심정이다. 영재는 헤어진 은하와의 첫 만남을 기억하고, 첫 경험 당시 함께 잤던 ‘은하장여관’을 떠올린다. 은하와 주고받던 대화들 속에서 그가 함부로 내뱉었던 일시적인 말들을 후회해보기도 한다. 이미 시간은 지나갔고 은하는 떠나고 없다. 영재가 좌절하는 이유는 영화나 사랑이나 진심을 전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소통’!! 그것은 어렵다. 하물며 ‘인간’!!은 더 어렵다.

극중 모든 캐릭터들은 각자의 꿈을 가지고 있다. 청춘의 푸르른 꿈이 자본과 현실에 부딪쳤을 때 겪게 되는 좌절감. 결국, 성공과 실패-행복과 불행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게 이 영화 속 인물들이다. 서로간의 진심은 없고, 상대를 호명할 때는 지시대명사를 쓰는 이들에게 따끈따끈한 사랑과 정 이란 게 있을 까? 오늘날은 디지털 시대며 아날로그는 죽어가고 있다. 윤성호는 아쉬운 마음에 ‘디지털이 진심을 배반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되묻는다. (이건 내 생각) 우리들은 자본과 디지털 시대에 아웅다웅 살아가고 있다. 윤성호는 그 세계에서 최선을 택하지 못한다. 비정한 현실이 자꾸만 앞길을 가로 막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절망마라. 최선이 없다면 차선이 있다는 게 이 영화가 전하는 진심이다. 그래서 극 중 인물들은 누구하나 꿈을 포기 하지 않으며, 차선을 통해서 꿈을 실현시키려고 한다. 과거의 잔인하고 비정한 악몽일랑 잊어버리자.

그래서, 윤성호는 연애편지를 쓰는 심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이 영화는 디지털이기 때문에, 일종의 이메일이고 윤성호는 고심 끝에 편지를 쓴 후 클릭 버튼을 눌렀다. 내일이면 당신 메일함에 한 편의 편지가 도착해있을 것이다. 그 편지는 [은하해방전선]이다. 윤성호의 진심이 심금을 울릴테니, 당신은 그 편지를 열어보길 바란다. 아주 오랫동안 기다린 우리 시대의 수다스러운 음악가 윤성호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 당신을 향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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