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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영


<각하의 만수무강>,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뉴스페이퍼맨>


요즘 버스를 타고 거리를 지나다 보면 지하철역을 끼고 있는 사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되는 플래카드가 있다. “드디어 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렸습니다!”라는, 다소 격양된 느낌이 드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그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는 벌써 3개월 전의 이야기가 되어버렸고, 그 3개월 동안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플래카드는 이제 좀처럼 찾을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변함없이 그 자리에는 갖가지 정치적 담론, 때때로 코미디에 가까운 수다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탈모 걱정 끝’, ‘열흘 간 10kg 감량’ 따위의 ‘선정적인’ 광고가 잔뜩 기를 펴고 있는 바로 그 공간에 어떤 이들은 소수를 위한 다수의 희생 여론을 주장하고 있었다. 종로구 한복판에 큼직하고 푸른 색깔로 선정적 문구가 적어져 있는 플래카드 옆에 누군가 아주 작은 글씨로 ‘죄송합니다’라고 쓰여진 천 조각을 슬며시 붙여놓은 것이 눈에 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구분되어지지 않는 자신감들이 한 군데 모여져 아이러니한 광경을 선사한다. ‘24시간 노래방 도우미 대기’와 같은 3류 광고보다 훨씬 자극적이다.

7월 22일, 미디어법은 수많은 의혹과 문제 제기 속에서도 굳건하고 치밀하게 통과 선언을 외쳤다. 한나라당은 수개월 전부터 미디어법을 새로 개정해 시행해야만 한다는 강력한 주장을 외치며 결국 해당 사안을 국회 표결까지 끌고 갔다. 그리고 그들은 보기 좋게 대승을 거두었으며, 투표에 관한 온갖 부정행위에 대한 명확한 증거 자료에 대한 모든 것들을 부정했다. 미디어법이 개정되면 수 천, 수 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져 민생에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말하던 그들. 하지만 서민을 위한 정치를 몸소 실천해야만 한다고 말하던 그들이 민생과 동떨어진 미디어법에 목숨 거는 것은 결코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니다. 말장난으로 시작된 ‘뉴라이트’가 어느새 대한민국 보수언론의 중축이 되어 폭풍처럼 밀려온 것을 재현이라도 하듯 그들은 정식 법률안이 아닌 미디어법을 개정해 ‘비민주’를 ‘법’이라는 잣대로 짓밟아버리겠다는 흑심이 숨겨져 있다. 미디어법을 강제로 통과시키기 무섭게 그들은 말을 바꾼다. “서민이라고 무조건 보호해줘야 합니까?” 텔레비전 앞에 앉아 수박을 우걱우걱 깨물던 친구가 냉큼 한 마디를 던진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재밌게도 지난 달 말 상영회를 가졌던 인디포럼 월례비행 7월의 프로그램은 ‘미디어’에 관련된 것이었다. 7월 월례비행은 미디어의 진실과 거짓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세 개의 단편을 연달아 상영했으며, 이 날 상영된 단편은 정승구 감독의 <이제는 말 할 수 있다>와 김경만 감독의 <각하의 만수무강>, 그리고 김은경 감독의 <뉴스페이퍼맨-어느 신문지국장의 죽음>이었다. 세편의 영화 모두 미디어법에 관한 ‘국회 전쟁’이 있기 전에 프로그래밍된 것이었지만, 흥미롭게도 그 시기가 정확히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이 날 차례로 상영되었던 세 단편들 모두 미디어 자체에 대한 서로 다른 시선을 공유하고 있었다. 하나의 극과 두 개의 다큐멘터리로 구성된 각각의 단편들은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관점에서 언론에 대한 냉혹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세 가지 단편 중 유일한 극영화였던 <이제는 말 할 수 있다>는 ‘대박’을 건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신입피디의 이야기이다. 피디는 우연히 춤을 추는 개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카메라맨과 함께 이 신기한 개를 취재하기 위해 급하게 제보자의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도착하니 그들을 맞는 것은 ‘진짜로’ 춤을 추는 개가 아니라, 평범한 개를 ‘가짜로’ 춤추게 만드는 호들갑스러운 주인이다. 그리고 피디는 자신과 비슷한 취재를 하기 위해 제보자의 집을 방문한 신사적인 풍채의 한 신문기자를 만난다. 개가 제대로 춤을 추지 않자 피디는 안달 내며 어서 개를 춤추게 해보라고 화를 내지만, 그런 피디를 지켜보고 있던 신문기자는 개가 춤을 추든 춤을 추지 않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현 대통령의 취임 시기와 전 대통령의 직무 기간 등을 꼼꼼히 따지던 신문기자는 다음 날 그가 취재한 개와는 전혀 상관없는 기사를 일반화하고, 춤추지 않는 개에 당황한 피디는 살아남기 위한 묘안을 생각해낸다.



극영화인 <이제는 말 할 수 있다>는 믿을 수 없는 황당한 이야기(그러나 반드시 존재한다고 생각되는)를 통해 현실의 미디어를 풍자한다. <이제는 말 할 수 있다>가 재치 있는 구성을 통해 살짝 뒤로 떨어져 미디어를 비판한 작품이었다면, 이에 연달아 상영된 <각하의 만수무강>과 <뉴스페이퍼맨>은 우리가 간과한 현실 그대로를 정확하고 강렬하게 파고든 다큐멘터리들이다. 이미 많은 영화제와 매체를 통해 소개된 바 있는 김경만 감독의 <각하의 만수무강>은, 한국의 초대 대통령, 그리고 초대에서부터 3대까지 대통령직을 맡았던 이승만에 관한 영상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2009년 현재의 상황, 현재의 기억, 그리고 현재의 논점에서 역행해 1960년대 과거의 이야기를 제기하는 이 영화는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던 언론 통제에 관한 문제를 환기시킨다. <각하의 만수무강>은 축하와 찬양에 둘러싸여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승만에 관한 수 십 가지 ‘사실’영상들을 편집해 과거 한국 국민을 선동하던 ‘대한늬우스’의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절대 지도자로 군림하며 절대 복종을 신념 삼았던 이승만의 모습은 1960년대와 2009년 현재의 간극을 뛰어넘어 편집되어진 장면과 전환되는 이야기들을 통해 철저하게 풍자되고 무너져 내린다. <각하의 만수무강>은 과거로 자꾸만 역행하는 현 세태를 비판하기 위한 영화일 뿐 아니라, 과거를 잊어가고 과거에 대한 모든 사실관계를 외면하는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일침을 가하는 영화다.



애초에 극영화로 제작되었으나 이후 다큐멘터리로 행로를 바꾼 <뉴스페이퍼맨>은 우연히 어떤 기사를 읽고 호기심에 잠겼던 김은경 감독의 개인적인 생각에서부터 출발한 영화다. 2006년 겨울, 그녀는 동아일보의 지국장이었던 한 남자가 신용불량으로 인해 자살을 택했다는 충격적인 기사를 접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거대 언론을 자처하는 세 신문사에는 이와 같은 내용이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뉴스페이퍼맨>은 동아일보의 갈현지국장이었던 고 박정수씨의 죽음에서 시작되어 침착하고 차분하게 한국을 움직이는 가장 큰 여론을 담당하는 ‘신문’에 관한 이야기를 건넨다. <뉴스페이퍼맨>은 판매부수를 올리기 위해 일방적이고도 강압적인 마케팅을 명령하던 본사의 횡포에 떠밀려 지국장을 그만 두었던 사람들의 사연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영화는 신문 판매 시장의 실제 운영이 얼마나 추악하고 공감할 수 없는 수법으로 이루어지는지를 묘사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쫓겨나야만 했던 전 지국장들의 아픔을 놓치지 않는다. <뉴스페이퍼맨>은 독립영화, 그리고 다큐멘터리만이 폭로할 수 있고 소유할 수 있는 장점을 여과 없이 표출하고 고발해낸다.

십 수 년에 이어 아직까지 대중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심슨 가족’이라는 폭스사의 시리즈 애니메이션이 있다. 이 심슨 가족은 때때로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표현으로 미국의 몇 기관으로부터 방영 제재를 받았던 적이 있었지만, 심슨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미국, 그리고 세계 각국의 세태를 비판하기 위한 안성맞춤인 도구로 존재하기 때문에 심슨 시리즈를 증오하거나 기피하는 ‘어른들’은 별로 없다. 심슨 가족에는 심슨을 괴롭히고 심슨이 사는 동네인 스프링필드를 궁지에 몰아넣는 악덕 회장 몬티 번즈가 등장한다. 그는 충분한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스프링필드 주민들을 증오한다. 주민들은 몬티 번즈가 그릇된 행동으로 여론의 미움을 사기 때문에 그를 미워하고 그가 없어지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심슨 가족 중 세 편의 에피소드에서 몬티 번즈의 ‘미디어 길들이기’ 전략이 능수능란하게 전개되는 것이 풍자적으로 나오는데, 미디어와 여론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번즈 사장이 벌이는 수법은 혀를 내두를 만큼 황당한 것이다. 죽은 척 위장해 자신을 순교자로 떠받들게 만들고 종종 거대 자본으로 스프링필드의 모든 미디어를 사들여 자신에 대한 착하고 아름다운 광고를 내보내라는 명령을 내린다. 또한 그는 ‘멍청하고 둔한’ 심슨을 이용해 티끌만큼의 자선사업을 계획하여 모든 수익금을 빼돌리는 지나치게 정치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몬티 번즈의 ‘미디어 통합 계획’이 문득 생각나 심슨가족의 일부 시즌을 재관람하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심슨가족이 ‘현실’이 아닌 ‘허구’의 세계에서 존재하는 설정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점점 발 디딜 곳을 잃어가는 작금의 사회는, 이제 심슨 가족이라는 애니메이션이 더 이상 그저 ‘만화’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다수의 목을 조여 온다.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결말은 늘 선이 이기고 악이 패한다는 설정을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은 이러한 희망을 거는 사람 자체를 바보취급하게 되는 것만 같아 가슴이 답답하다. 우리에게 그런 희망은 사치로 전락했을 뿐일까. 전국의 88만원 세대가 사회의 진통을 낳는 대한민국의 이데올로그들을 등지고 ‘스펙 쌓기’에만 치중하고 있을 때, 그들은 국민의 눈과 입을 닫아 소통 자체를 불허하는 광경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부와 대기업이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방송과 신문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조종하는 세상, 생각만 해도 끔찍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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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fungames.im/games/driving/ BlogIcon Driving Games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 예 그 일을 사랑

    2012.08.29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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