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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례 감독의 초심 혹은 진심

필진 리뷰 2008.01.28 15:27 Posted by woodyh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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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김소영 교수는 어느 페미니즘 좌담에서 임순례 감독은 자신의 미스터리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짐작컨대 그 말은 페미니즘 영화와 여성감독을 이야기할 때 임순례 감독을 언급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임순례 감독이 여성감독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이유는 그녀가 ‘여성’을 소재로 영화를 찍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녀가 여자핸드볼을 소재로 아줌마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그래서 기대했었다. 결과는? 좋았고 좋지 않았다. 아줌마는 있는데 핸드볼은 보이지 않았다.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가 개봉했을 때 임순례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영화의 인천의 공기는 낯익고 익숙했지만(임순례 감독은 인천출신이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은 ‘낯설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그 영화가 [세친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에게 그 영화에 대한 코멘트를 부탁한 것 같다면서 그러나 [세친구]는 성장영화가 아니라고 말했다.


성(性)을 넘어 인간에 관해

여자들은 절대 모르는(모른다고 생각하는), 그래서 여자들은 말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군대’이다. 군대에 관한 그 많은 이야기들, 술자리가 깊어지고 남자가 둘만 있어도 절대 빠지지 않는 소재가 ‘군대’이다.(남자가 한명이어도 군대얘기는 가능하다. 사용 가능한 최상급 표현들이 모두 들어간 모험담도 들을 수 있다.) [세친구]가 나왔을 때, 그 리얼함에 많은 남성들이 탄성을 토해냈고,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계보에 임순례 감독은 인장을 찍었다. 그 작품을 여자가 찍었다는 사실은 나에게도 미스터리였다.

10년이 지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을 본 후 다시 본 [세친구]는 생경했다. [세친구]가 성장영화가 아니라는 감독의 말에 동감했고 그녀가 영화로 전달하고자 하는 초심이 최근작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줌마를 소재로 한 [우생순] 이후에도 임순례 감독은 페미니즘 영화감독의 카테고리 안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성(性) 넘어 인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냉정한 것이 아니라 ‘삶’이 그렇다

“어떤 성이건 연령이건 내가 스크린에 올리고 싶은 인물은 외형적으로 그다지 매력도 없고, 행복해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삶은 초라해 보이지만 세속적 기준에 매달려 사는 사람들보다 구체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세편의 장편 중 직접 각본을 쓰지 않은 유일한 작품이자, 유일하게 여자들이 주인공인 영화 [우생순]은 그렇게 [세친구]와 닿아있다. [세친구]에서 전혀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고 우울함에 젖어든 많은 관객들(누군가 올려놓은 네이버 지식 중 우울한 영화의 목록에 [세친구]가 포함되어 있다.) 혹은 평자들이 흔히 하는 잘못된 생각은 감독의 시선이 너무 어둡다는 것이다. [우생순]을 보고 임순례 감독의 영화가 밝아졌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잘못이다.


임순례 감독은 “영화는 대리만족이라는 판타지 기능과 함께 현실을 일깨워주는 기능도 갖고 있다. 나는 판타지보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해보자는 것뿐이다. 그건 내 취향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세친구]와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임순례 감독이 인식한 현실에 다름아니고, 많은이들은 그녀의 시선에 공감을 표했다.


영화는 세상을 보는 창

임순례 감독에게 영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창과 같다. 단편 [우중산책]의 배경인 낡고 허름한 극장과 [세친구]에서 비디오 앞에 나란히 앉은 세 친구는 임순례 감독의 초심을 보여준다. 여고생 때 친구들과 어울려 수다 떠는 것 말고 혼자 다니는 걸 좋아했다는 임순례 감독에게 영화는 세상을 보는 창이지 않았을까.


[우중산책]에서 다룬 온갖 자잘한 일들이 일어나는 무료한 일상과 한낮의 소나기는 [세친구]에서의 주변에 위치하고 있지만 겪을 수 있는 풍파는 하나도 거르지 않는 듯한 주인공들과도 닮아있다. 한국사회의 폭력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감독은 부득이하게 학교와 군대와 상관관계에 있는 남성을 주인공으로 택해 [세친구]를 만들었다. 그 후 좌절된 꿈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던 감독은 나이트클럽의 밴드와 꿈을 잃어버리고 다양한 직업을 가지게 된 중년 남성들을 주인공 삼아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만든다. 두 편의 장편이 나오는 동안, 감독은 예상한 만큼의 관객이 자신의 영화를 보았다고 말했다.

개봉 10여일 만에 100만을 돌파했다고 떠들썩한 [우생순]이 아쉬운 이유는 아줌마를 통한 세상은 보이는데 우리가 모르는 핸드볼의 세계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 쪽은 임순례 감독이 관심이 없었거나 모르는 세계인 것 같다.(“너는 세계 최고의 선수”라던가 “너는 핸드볼을 위해 태어났다”라는 대사가 나올 때는 어찌나 간지럽던지.) 그렇다해도 앞선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세상을 맛본 관객들에게도 [우생순]은 실망스럽지 않다. 그녀의 초심이 여전히 보이기 때문이고 무난하게 많은 관객들의 취향에 맞추면서도 진심을 잃지 않는 균형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blog.daum.net/daumlove BlogIcon Neofox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세친구를 참 인상깊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 우생순을 못 봤지만, 뭐, 사람의 본질이 변하겠어요? 꼭 챙겨보려구요. 나름 대중적으로도 성공하는 것을 보면, 제 일이 아님에도 훈훈해지는것 같습니다.
    좋은 평 잘 읽고 갑니다.

    2008.01.28 17:13
  2. ...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매한의견과 에매한글 에매한결론 .....

    2008.01.28 17:33
  3. 멋진당신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쎄.. 핸드볼과 운동선수들의 일상적 고민이 잘 보이던데... 님은 핸드볼을 너무 잘 아시거나, 아주 모르시거나 둘 중의 하나인 듯합니다. 적어도 이 영화는 1992~2004년 핸드볼이라는 우리에겐 인기없는 스포츠가 이룬 세계적인 성과를 안쓰럽고 고맙게 기억하는 다수의 일반관객들에게 코드가 맞춰졌기 때문에, 아줌마도 보이고 핸드볼도 보이고 운동선수들의 지리멸렬한 삶도 보이는 중층적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웬지 님께만 안보이는 핸드볼도 우리들의 기억을 자극하면 아주 잘 보이고 있습니다.

    2008.01.29 08:18
  4. Favicon of http://click.interich.com/?pf_code=100116108701103441 BlogIcon 인터리치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생순글 공감갑니다.
    글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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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1.2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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