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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기


보통 영화제는 영화제 기간 첫 주말에 그 정점을 찍는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날에 좋은 프로그램과 유명 게스트들이 몰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 차례 힘을 빼고 나면, 영화제는 이상하리만치 차분하게 가라 않는다. 흡사 평일 오후 2시의 시네마테크 모습이랄까? 그곳에는 조용히 영화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리는 관람객의 모습이 다만 하루 전의 왁자지껄 했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5월 5일 전주영화제는 이제 막 일정의 절반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그런 차분해 질 기색조차 없다. 한 주 동안 두 번 맞이한 휴일. 게다가 이 징검다리 휴일은 우리를 이곳에 묶어두기에 충분히 좋은 조건이었다. 전주 국제 영화제는 살짝 들뜬 기분을 유지한 채 기분 좋게 전진중이다.

중간 점검 리포트를 해보자면, 이번 영화제의 동남아시아 영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는 사실을 첫째로 꼽을 수 있다. 우선 스리랑카 특별전이 한 섹션을 차지하고 있으며, 여러 섹션에 걸쳐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영화들이 두루 포진중이다. 특히 두드러진 특징은 이번 영화제에서 필리핀 영화들이 대거 약진했다는 점이다. 3인 3색에 초청된 라브 디아즈 감독을 비롯하여, 약관의 나이를 막 넘어 일약 천재 감독으로 발돋움한 라야 마틴 감독(1984년생) 특별전과 2006년 전주영화제에서 소개되어 다시 돌아온 브릴란트 멘도사 감독, 국제 경쟁에서 상영되고 있는 쉐라드 안토니 산체스 감독(1984년생)의 <하수구>, 시네마 스케이프에서 소개된 아우라에우스 솔리토 감독의 <소년> 그리고 영화보다 낮 선 부분에서 소개된 카븐 드 라 크루즈 감독(1973년생)의 <짙은 어둠속의 마닐라>까지 모두 총12편의 필리핀 영화가 이번 영화제에서 절찬리 상영 중에 있다.

비단 이것이 프로그램 구상에서만 끝나고 있는 현상은 아닌 듯하다. 5월 4일자 데일리에서는 이미 이 점에 관하여 역점을 두고 한 차례 기사로 다뤘던 적이 있으며, 필리핀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는 후문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 영화가 주목받는 이유에는 우선 그 형식의 자유로움을 근거로 들 수 있다. 이미 필자가 한 차례 다루었던 라브 디아즈 감독의 경우 상영 시간에 대한 압박에서 자유롭게 벗어나 영화를 제작하고 있으며, 특히 라야 마틴 감독의 경우 이색적인 형식과 아이디어를 통하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필리핀의 근현대사의 정치적 현실이 영화를 예술적 표출구로 삼고 있다는 사실도 주요하다. 라브 디아즈 감독을 필두로 여하의 필리핀 인디펜던트 감독들이 영화들 통하여 일종의 정치적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음은 그들의 영화에서 어렵지 않게 포착된다.

한 편 이번 영화제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바로 중앙 무대의 이전이다. 해매다 중앙무대를 전주영화의 거리 중심 부분에 꾸며진 것이 올해는 중앙 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하고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에 작은 무대를 설치하여 중앙 행사를 치러야 했다. 각 종 지프 센터를 중앙으로 집결시켰던 것 까지는 좋았지만, 중앙 무대가 주변부로 옮겨진 것은 유동적인 관객들을 흡수하기에 다소 무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아예 중앙행사를 보러 온 관객이라면 상관없지만, 영화와 영화 사이에 잠시 휴식을 취하는 관객에게 이번 중앙 무대는 찾아가기 다소 먼 곳에 위치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앙 무대가 멀어진 대신 게릴라 공연 형식의 무대가 여기저기서 생겨 관객들을 또한 즐겁게 해주었다. 특히 민환기 감독의 <소규모아카시아 밴드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는 예정에 없던 공연을 주차장 부근에서 펼쳐 보여 관객들에게 그 어느 공연보다 높은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중간 점검 리포트로 영화제의 흥망성세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지금의 전주는 비교적 성공적이란 사실을 어렵지 않게 가름 할 수 있다. 작년과 비교해 보아 높은 예매율이라 던 가, 더 많아 진 매진작들 같은 산술적 근거보다, 더욱 깊게 다가왔던 근거는 <멜랑콜리아> 인터미션 도중에 예순이 넘어 보이는 어느 노회한 영화광께서 스물 남짓의 젊은이와 함께 그 잠시 사이 샌드위치를 함께 먹으며 영화에 대해 열정적으로 토론을 펼치고는 다시 잔뜩 기대에 찬 표정으로 극장을 향해 들어간 장면을 보았을 때, 나는 이 영화제가 여전히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함께하게 해주며 희망을 나누어 주는 괜찮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곳을 아무리 마땅치 않은 단점이 있다 하더라도, 실패라고 평가 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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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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