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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즐겁지 않은 [즐거운 인생]

필진 리뷰 2007.09.19 14:41 Posted by woodyh98

2007.09.18
김시광

[즐거운 인생]을 보고 나오면서 나는 조금도 즐겁지 않았다. 아니 극 속의 활화산처럼 즐거워지고 싶은 생각도 별로 들지 않았다. 어째서였을까? 밴드를 동경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니다. 나도 한 때 베이스를 다룬 적이 있었고, 그래서 극중 김윤석의 대사에 백퍼센트 이상 동감했다. 지금도 음악을 들으면 베이스를 가장 먼저 듣는다. 내용이 너무 뻔했기 때문에? 그것도 아니다. [라디오스타] 역시 단순하고 전통적이고 어찌 보면 진부한 구석이 많았다. 그럼에도 나는 [라디오스타]를 작년 최고작 들의 하나로 언급한 바 있다. 여성이 제외되었기 때문에? 일부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역시 그의 전작들과 별반 차이가 없어보인다. 그런데 어째서 [라디오스타]는 즐거웠고, [즐거운 인생]은 즐겁지 못했던 것일까.


너무 정당하지만 불친절한 이야기

젊을 적 하던 밴드의 보컬이었던 상우가 죽은 후 그들은 삶에 대해 회의하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그의 아들이 불태우려던 상우의 기타를 계기로 밴드를 재결성하기에 이른다. 이후는 뻔하다. 밴드를 하면서 그들의 삶은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든다. [즐거운 인생]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언가 하는 것이 낫다는 것,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니 스스로를 돌보라는 것. [즐거운 인생]은 정말 착하고 정당한,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이야기를 하고 있다. 너무 착한 이야기에 환멸을 느낄 이도 있겠지만, 그것은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려내는 과정일 뿐.

이렇게 단순한 이야기가 불친절하다고? 그렇다.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전작들을 통해 세세한 감정들을 잘 잡아냈던 모습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많은 부분들을 그냥 넘겼다는 생각이 든다. 여인들에 얽힌 이야기를 과감히 생략해버리는 것이야 애당초 남성의 판타지에 치중하기 위해서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친구의 죽음에서 밴드의 재결성으로 넘어가는 고리가 약하다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 물론 그들이 밴드를 가슴 한 켠에 묻어뒀다는 사실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반말을 해대는 손님에게는 침묵을 지키지만 음악을 모른다는 손님에게는 발끈하는 성욱이나, 혁수의 책상 한 켠을 채우고 있는 드럼모형을 보면. 하지만 유일하게 경제력을 갖춘 아내를 둔 탓에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기영이야 뭔가 하나라도 하는 편이 낫다고 치더라도, 다른 이들은 밴드를 위해 결코 작지 않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그렇기에 다시 밴드를 시작할 계기를 비루한 현실 탓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내부 - 상당한 비중을 두어 - 에서 끌어올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기영의 땡깡에 장단 맞춰주다가 덩달아 신나버린 친구들 이야기로까지도 볼 수 있지 않은가. 땡깡을 마음 놓고 부릴 수 있는 관계, 그것이 친구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래서 나이들면 아내보다 친구가 낫다는 뜻이었을까. 게다가 자신에게 해준 것 하나도 없는 아버지의 친구들과 밴드를 함께 하는 준석의 심리상태도 관객의 상상 - 아주 작은 고리, 음악이라는 부분만 던져준 채 - 에 맡겨버린다. 나라면 내게 아무 것도 해주지 않은 아버지의 친구들 따위, 거들떠도 안 볼텐데.


열정은 삶을 즐겁게 만든다

나이가 적당히 든 사람들에게 인생이 즐겁지 않냐고 말한다면, 아마도 쓴웃음이나 혹은 철들어라라는 답변이 돌아오기 쉬울 것이다. 기영의 처처럼 "나는 하루하루가 힘들어."라는 것이 아마 적잖은 사람들의 반응일터. 그렇다고 그들이 처음부터 인생이란 힘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왜 그렇게 인생이 고단해졌을까? 책임때문이다. 그때문에 그들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 한 켠에 숨겨두고 살았다.

따라서 인상적이었던 영화의 마지막 장면 - 조개구이집이라는 액자 속에 무대를 온전히 집어넣은 씬 - 처럼, 그들의 행복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무엇이다. 아마도 그것을 추구한다면 인생은 즐거워질 수 있을게다. 여기까지는 정답이다. 그리고 그것은 늘 그렇듯 이준익의 드라마가 꿀꿀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드라마를 즐겁게 느끼도록 만들었던 부분이다. "열정은 삶을 즐겁게 만든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 그들은 과연 자신들이 눌러놓았던 열정을 터뜨림으로써 즐거워진 것일까, 아니면 즐겁지 못한 현실로부터 도망갔기 때문에 즐겁다고 생각하게 된 것일까?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할) 열정과 도피에 대한 이 혼동의 극히 일부분은 앞서 말했듯 밴드재결성의 고리가 약했다는 것에서 나온다. 그리고 나머지 대다수는 이 영화가 삶에 대해 보이는 태도에서 나온다.


삶이 제거된 즐거운 인생

이준익 감독의 [즐거운 인생]이 과도한 책임에 시달려온 중년남성들의 응석을 다룬 영화라 한들 크게 무리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같은 응석들은 감정적으로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무엇이다. 낮에는 택배를 하고 밤에는 대리기사를 하며 뼈빠지게 돈버느라 정신 없는 성욱, 죽어라 일해서 외국에 나간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주지만 그 무엇도 찾을 수 없는 혁수. 그들이 응석 좀 부린다고 야멸차게 거부할 관객이 누가 있겠는가.


성욱이 밴드를 한다고 하자, 그의 아내가 묻는다. "그걸 왜 해?" 그러자 성욱이 대답한다. "하고 싶으니까." 아주 감동적인 대사였지만, 그 대답에 대해 돌아오는 것은 아내의 가출이다. 죽도록 일하다가 고작 하나 하고 싶다고 했다고 곁을 떠나버리는 매정한 아내에게 화가 치민 이들도 있겠지만, 입장바꿔 생각해보자. "왜 가출해?" "하고 싶으니까." 아이들이 등교하기까지의 분주한 시간을 보낸 후 집안 꼴을 보면 알겠지만, 엄마가 없는 집이란 그런 것이다.

물론 모든 것을 놓아버린 아내의 행동은 옳지 않다. 그와 마찬가지로 모든 것을 놓아버린 남자의 행동도 옳지 못하다. 적당한 응석에는 공감을 던질 수 있지만, 맞는 말만 한다해도 응석이 지나치면 꼴불견이 되고 만다. 이 영화가 그 짝이다. 삶을 제거한 채 즐겁던지, 그렇지 않던지 간에 인생을 논하자고? 영화 속의 남성들이 아무리 현실감각이 뒤떨어진다한들(멤버들 중 현실감각을 가진 이는 그나마 성욱뿐이다), 이 영화가 판타지를 자처한다고한들 그것은 어불성설이다.

즐거운 인생이란 삶 속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밴드가 아무리 잘 나간들,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들은 여전히 즐겁지 않을 것이다. 언제까지고 그렇게 살아갈 수는 없다. 이런 의미에서 '그의 영화 속의 인물들은 진짜 삶으로 나가기 직전까지의 힘을 비축하는데만 힘을 쏟고 있는건 아닌지도 모르겠다' 라는 백건영 평론가의 지적은 지극히 정당해보인다. 열정이 자신의 고단한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다소간 포기하는 부분이 없지 않다고 해도, 삶과 열정은 얼마든지 병행이 가능하다. 때로는 시너지 효과도 일으킨다. 정말 즐거운 인생을 그리고 싶었다면 그러한 부분들을 보여줘야 하지 않았을까?


마치며

[즐거운 인생]이라는 제목을 반어적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간 사람에게 이 영화는 기대에 걸맞는 작품이겠지만, 만약 문자 그대로 생각하고 들어갔던 관객에게 이 작품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작품일지도 모른다. 만약 이 작품이 유쾌하게 느껴졌다면, 그것은 능구렁이같은 이준익 감독의 연출에 넘어간 결과일지도 모른다고 한 번 쯤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이 작품이 인생 별 것 없다라는 관조적인 입장과 동시에, 어떤 대책없는 낙관론을 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보고 나온 누군가가, 자신을 보다 뜨겁게 해줄 무엇인가를 찾는다면 - 도망가버릴 도피수단이 아니라 - 조금은 더 즐거워질 수 있다는 지당한 사실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그의 판타지는 어느 정도 유효하다. 나는 여전히 그의 차기작을 기대한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dkmaster.tistory.com BlogIcon 아오네꼬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떤 영화인지 한번 보고싶게 만드네요 ^^

    2007.09.19 17:35 신고
  2. Favicon of http://arborday.egloos.com BlogIcon 김시광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오네꼬님, 보고 싶다면 보시는겁니다!! ^^

    2007.09.20 23:46
  3. 우디79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추석 연휴 길잖아요. 극장 함 행차하시길^^

    2007.09.2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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