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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진보신당 홍보대사로 활약했던 배우 김부선을 만나다


모든 실천은 분노에서 출발한다. 부당한 사회 현실에 대한 인식, 그리고 자신의 위치에 대한 자각. 진보신당 홍보대사로 위촉돼 이번 총선에서 발로 뛴 배우 김부선도 다르지 않다. 그녀가 대마초 비범죄화를 부르짖고, 한미 FTA 반대 시위에 발 벗고 나섰던 것도 순전히 한국 사회에 대한 분노 탓이다.

이제는 '정치적'이란 수식이 낯설지 않은, '진보신당' 홍보대사였던 김부선을 총선 직후 만났다. 진보신당과 정치권, 방송사에 대해 논리정연하지는 않지만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는 분위기에서 왜 그녀가 진보신당 홍보대사직을 수락했는지 엿볼 수 있었다.

"체력이 달렸고, 돈이 달렸다... 돈, 정말 필요하더라"

섹시하고 화려한 이미지로 부각되어 온 김부선은 의외로 인터뷰 내내 비정규직임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었다. 실제로 '대마' 배우란 주홍글씨가 여전히 그녀의 발목을 붙잡아 수차례나 캐스팅이 좌절되며 우울증에 시달려야 했던 경험도 털어놨다.

이제 '정치적'이란 수사를 거부하지 않는 김부선.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자신이 한국사회의 피해자임을 역설하고 있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벗어난 배우 김부선의 투쟁은 분명히 현재진행형이다.

다음은 김부선씨와 나눈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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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 뒤풀이는 잘했나요.

"중앙당 갔다가 12시에 빠져나왔어요. 안 가려고 했는데 궁금해서 가보니까 아무도 없더라고요. 멋있게 우아하게 웃음 잃지않고 있다가 막판에 기자들 있는 것도 잊어버리고 'XX, 진보신당 노회찬 보좌관 나와서 무릎 꿇으라 그래' 그랬어요(웃음). 그랬더니 나한테 맞겠다 싶었는지 기자들이 카메라도 철수해서 가버리는 거예요(웃음). 너무 성질이 나는 거예요. 정말 전국으로 열심히 뛰었고 순수한 자원봉사였는데…."

- 자원봉사였어도 분명히 정당 활동이니까 힘든 점이 있었을 텐데요.

"상처요? 그보다 우선 체력이 달렸고, 돈이 달렸어요. 돈은 정말 필요하더라고. 마음 같아서는 빌릴 수만 있다면 500만원 정도만 있었으면 싶더라고요. 돈 하고 체력도 달리고….



거기다가 영화는 많은 스태프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줄 알잖아요. 그런데 너무 늦게 시작한 신생 정당이다 보니까, 솔직히 조직이 과소평가도 되는 거예요. 애기들이 하는 일이 미숙하고 그런 것처럼, (진보신당이) 아마추어처럼 보이니까, 아주 이기적인 생각으로 난 아직도 가입을 안 했어요. 우리 연예인 자체가 열정적이고 일단 뛰어들면 퐁당 한다고, 순수하게…."

- 총선을 준비하며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총선 시작하면서 모든 걸 다 끊고 정치에 중독돼서 뉴스하고 인터넷 검색만 했어요. 그러니까 쏠쏠 알아오는 동시에 분노가 같이 와요. 시대의 부름 같고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으니까 두려운 거예요. 마치 종교에 빠진 광신도처럼. 정치가 그런 중독이 있는 거 같아요. 또 유일한 공통점이 함성에 '뻑'이 간다는 거,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러니까 맛이 간 정치인들이 많은 거 같고, 현실을 모르고 환각에 사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아요."

"표 깎아먹지 않을까 하는 피해망상에 젖어 울기도 했다"

- 진보신당 홍보대사 직을 수락한 건 노회찬 의원과의 친분 때문이었나요.

"당연히 그쪽에서 먼저 전화가 왔어요. '도와주실 거죠?', 그래서 '저 감방 갔다 나오면서 말했잖아요'라고 답하면서 흔쾌히 수락을 했죠. 그게 고마웠던 게 결정적이지만 평소 노회찬 의원 활동이 두드러졌어요.

항상 거리에서 추울 때 (노 의원을) 만났었죠. FTA 문제나 스크린쿼터 축소 때요. 다른 국회의원들은 정당 눈치 보고 대중들 눈치 볼 때, 그 때 민노당 사람들하고 심상정·노회찬 의원은 거리에서 보이더라고요. 아, 좀 미안하잖아요. 그 때 영화인들이 밥그릇 문제 되니까 농민들에게까지 관심 갖는 건 당연해요. 저도 2년째 비정규직이고 거리로 뛰쳐나가니까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이해가 되고 뭉쳐지는 거죠."

- 홍보 대사 활동을 자체 평가한다면?

"(진보신당 내에서도) 아직은 보수적인 사고가 있지 않나 생각해요. 김부선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숨어있는 유권자들이 있거든요. 그 숨은 표를 꺼내야 했는데. 미혼모,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 약물 중독자 같은 소수자들 말이에요. 한 집 건너 한 집 연결 안 되어 있는 집이 없을 거예요. 내 친구 딸·아들일 수도 있고. 근데 김부선이가 표를 깎아 먹지는 않을까 하는 엄청난 피해망상에 젖어서 이틀을 울기도 했어요. 결과가 좋다면야 상관없었겠지만. 끔찍한 것이…, 둘(노회찬·심상정 의원) 중 하나는 (당선될 줄) 알았거든요."

- 지방으로도 유세를 많이 다녔더라고요. 힘들진 않았나요?

"전 노회찬 의원밖에 모르고 시작한 거거든요. 또 사실 좀 전에 돈 얘기는, 비례대표 후보들조차 8일까지 명함이 없었대요. 조직 시스템 자체가 체계적이지 못했던 거죠. 제가 부산에서 그날 바로 제주도, 거기서 청주·광주까지 갔다 왔거든요. 이 사람들이 경험이 없으니까 여기 가라면 여기 가고, 저기 가라면 저기 가고…. 난 그저 노원에서 노회찬씨 얼굴마담이나 할 줄 알았는데 말이죠. 그런 게 좀 힘들었어요. 저만 느끼는 정서나 외로움이 있었죠."

- 아무래도 좀 더 스타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환경 탓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서운하지는 않았나요?

"그럼요. 저도 어쩔 수 없는 속물이고 유치하기 그지없고…. 그 쌈마이 4류 정치인 못지않은 5류더라고요. 의도하지 않게 문소리씨랑 함께 유세를 한 적 있어요. 처음이었거든요. 그리고 대중들이 그렇게 많은 자리에 (내가) 갈 기회도 없었고요. 시위 현장에 나가는 것이 꼭 무슨 거창한 정치의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 외롭고, 제가 요구하는 이슈랑 맞으면 식구 같고 내 편 같고, 그런 게 있잖아요. 일정보다 일찍 가서 시장통에 숨어서 무슨 얘기하나 보고 있는데 심상정 의원이 불러요. (그 때) 문소리씨를 처음 봤는데…, 그 친구도 망설이다가 유세장에 나온 거에요.

(그 이후) 일말의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대한민국 배우들, 정치적인 사안에서 몸 납작하게 엎드리는 배우들을 밖으로 끌어들이고 싶어요. 그게 건강해지는 사회 아니겠어요?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죽어도 금기였잖아요. 자기랑 의견이 맞는 당에 가서 활발하게 알려야 된다고 생각해요. 수잔 서랜든, 얼마나 멋있어요. 제 모델이에요."

- '진보신당' 이름을 걸고 활동하면서 개인적인 의견과 배치가 되는 건 없었나요? 

"정치인들이 항상 반 박자가 늦어요. 감각이 이렇게 대중들보다 늦어서 되겠느냐 싶었죠. 제가 전북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와 만나서 홍보대사들끼리만이라도 만나야 되는 거 아니냐고 했어요. 변영주·박찬욱 감독, 진중권 교수 등등 있잖아요. 근데 또 그런 여지가 없었었는데 이해해야죠. 시간이 불과 열흘밖에 없었잖아요. 그들이 우리를 잘 이용하지 못한 거죠. 판을 깔아주고 우리 길만 터주면 올인 했을 텐데. 그래서 상처받는 연예인들 많았을 거예요. (두 의원이) 떨어져서…(웃음)."

- 이렇게 정치적인 활동에 열심히 뛰어들게 된 계기는 뭔가요?

"헌법재판관 9명이 전원일치로 합헌 판결을 냈을 때, 전투력이 상승됐죠(김부선은 지난 2005년 대마초 관련 처벌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낸 바 있다). 어떻게 재판관이 모두가 똑같은 의견을 낼 수가 있어요, 공산당도 아니고. 제가 20년 동안 공권력에 억압과 감시를 받고 있는데. 기가 막힌 거죠. 사람들은 여기는 한국이다, 외국 가서 펴라고 하는데…. 그럼 전 여긴 지구다, 우린 지구인이다, 말하고 싶어요."

- 요즘 문화계 돌아가는 분위기는 어떻게 느끼세요?

"유인촌 장관이 자기네가 만들어 놓은 법은 안 지키고 문화예술인들 나가라고 할 게 아니에요. 자기 취향에 맞지 않다고 근거 없이 자르는, 그런 웃분들을 속아내는 게, 이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지금 한나라당 잡고 있는 감독협회 사람들이 다시 한몫해 보겠다고 하는 것도 말이 안 되죠."

"진짜 '쌈마이' 국회의원 역할 잘할 자신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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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작품 얘기를 해 보죠. 그간 작품 활동이 뜸했던 이유가 드라마 촬영 직전까지 갔다가 퇴출당했다고 들었는데요.

"오늘날 한예슬을 탄생시킨 드라마 <환상의 커플>, 제가 희극 연기에 자신이 있어서 캐스팅이 된 뒤로 준비도 많이 했는데 윗선에서 잘랐대요. 대마초 피우는 배우라 이미지가 안 좋다는 거죠.

시청자들이 왜 저런 여자를 썼느냐는 말에 총대 메기 싫으니까 다른 방송국 가서 한 작품만 하고 오면 자기가 써주겠다고 했데요.

사실 <달자의 봄>이 치명적이었어요. 근데 웃기는 건 KBS에서는 <드라마 시티>에 출연해서 연기상 단막극 연기상 후보에도 올랐거든요. 그러니까 현장에서 뛰고 있는 감독들은 김부선 연기 좋다고 후보에도 올려줘도 높은 사람들은 취향에 따라 대마초 핑계로 대는 거죠."

- 드라마는 막힌 상태라 영화 쪽만 바라보고 있는 건가요?

"아니죠. 한두 달 전에 MBC에서 또 연락이 왔어요. 시즌제 드라마에 출연해 달라고. 이번에도 출연결정까지 다 했다가, 기획한 국장이 저번 그 국장이라, 제가 죄송하다고 안 한다고 했어요. 그 사람 때문에 제가 자살까지 생각한 사람이고, 그 사람이 기획한 드라마 할 수 없다고 했죠. 당장 아쉬워도 그게 저예요. 계산을 못 하겠어요. 잠깐 숙이면 되는데…. 그건 옳지 않잖아요. 뭐 제가 <히트>에도 잠깐 나가고, <별순검>도 케이블 사상 최고의 시청률이 나왔거든요. 절망했다가 이제 분발해야겠다는 희망을 가졌어요."

- 그런 아픔을 이제는 연기로 풀어야 할 텐데요.

"조만간 영화인들의 창작 욕구가 불타오를 거예요. 이명박 대통령이 진중권씨가 하는 것처럼 개그 소재를 너무 많이 주기 때문에…. 정치 영화나 블랙 코미디가 많이 나올 거라고요. 그러면 진짜 '쌈마이' 국회의원 역할 잘할 자신이 있어요(웃음)."

- <별순검> 같이 좋은 작품으로 많이 활동해야겠어요.

"그게…, 우리는 '비정규직'이고 (생활이) 불안해요. 일이 없으니까 자꾸 불안한 거죠. 일만 계속 있으면 우울증 증세도 없어질 텐데…. 웃분들이 좀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전 대본 하나 받으면 산 속에 들어가서 대사 하나하나 파고들어요. 다 직업병이죠.

우리 딸이 뭐라고 하냐면, 완전 밑바닥 아줌마나 처량하고 한 많은 여인네를 연기해야 되는데 매번 마담이나 들어온다니까 '엄마가 섹시하고 예쁘니까 그렇지' 그래요. '엄마가 학교에 갔다오고 나서 과 선배들이 엄마가 몸매가 더 예쁘다 한다고, '엄마 대한민국 꽃미남 청춘스타 다 만나봤잖아' 그러면서…. 가만 생각해보니까 비록 영화 속이지만 제가 추레하면 같이 붙이질 않잖아요. 어떻게든 살아날 거예요. 작품은 또 때가 되면 할 수 있으니 초조하지 않을 거고요."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s://geodaran.com BlogIcon 커서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부선님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엔 지역구 한번 나오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합니다. 진심입니다. 연예인들 확실히 달려든다면 진보정당의 브랜드 상승효과도 상당히 클 거라 봅니다. 물론 김부선님 자체도 정치적 자질이 대단하시고요. ^^

    2008.04.26 22:37 신고
  2. 뭉치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부선님의 연기를 자주 보고 싶네요~
    언젠가 그렇게 될거라 믿어요 ^^

    2008.04.27 00:36
  3. Favicon of http://blog.daum.net/mylovemay/?_top_blogtop=go2myblog BlogIcon 실비단안개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2008.04.27 08:27
  4. 노회찬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부선 하리수가 떨어뜨린거나 마찬가집니다.

    2008.04.27 09:51
  5. 근데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개 지금 뭐하는 거야 ㅋㅋ

    2008.04.27 10:54
  6. 길상초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수고하셨습니다.한 1년만 지나도 김부선씨 찾는 영화감독들 많을 겁니다. MB하는 걸로 봐서는 2,3년도 안걸릴 거 같아요. 지지율이 30% 밑으로 가는 게요... 항상 행복하시길.
    그리고, 소수자의 아픔과 희망을 같이 하지 못하는 자는 지구인으로서 자격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완벽한 인간이란 없는 거고 그걸 알아야만 비로소 밥먹을 자격이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2008.04.27 11:47
  7. Favicon of https://lahappy.tistory.com BlogIcon smokybear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2011.03.02 15: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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