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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부추기는 병적인 사회

필진 칼럼 2007. 8. 8. 02:58 Posted by woodyh98
하성태


그러니까 작금의 분위기는 병적인 거다. 심각한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사실 4천 8백만 국가에서 천만 관객이 나오는 국가 자체가 무서운 거다. 원래 한번 강을 건너면 돌아오기 힘든 법이다. 한번 천 만을 돌파했으면 그걸 뛰어넘기 위한 시도들은 당연한거다.   <실미도> 이후 <태극기 휘날리며>가 그랬고 줄줄이 그런 식이었다.  자발적인 흥행은 국민 영화를 만들었고, 이제 으례 1년의 한 편씩은 나와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암묵적으로 형성된다.  부모 세대를 모시고 가든 아이들 손을 붙잡고 가든 상관없다. 언론은 첫 주 흥행 기록을 비교하고 이 정도 열기라면  1년에 한, 두번 극장을 관객들도 동참해야 하는 분위기인거다. 관객이 주체가 된 천만 영화의 요체가 뭔가.

더 이상 영화가 영화가 아닌거다. 게다가 6년을 준비한 '심형래' 감독의 열정이 만들어 놓은 한국적 기술력의 총체란다.  처음엔 리뷰를 쓴 기자, 별점을 매긴 평론가 였다. 여기에 독립영화 감독과 한 제작자가 개입한 뒤로는 실체가 불명명한 충무로가 초토화 당했고 극장에서 화면을 담아 방송한 방송사와 거기에 코멘트를 단 기자가 걸려들었다. 그렇게 이슈 파이팅은 개봉전부터, 그리고 개봉 첫날 관객 수를 필두로 넘어서 계속 양산되고 블로그들은 끊임없이 각자의 견해를 피력하고 편집자들은 그걸 메인에 배치한다. 발빠른 인터넷 언론들이 나팔을 불면 그걸 종합해서 종합 매체가 칼럼으로, 사설로 논평 기사로 배설해 낸다. 이쯤되면 언론과 블로그를 비롯한 매체란 매체는 전부 미쳐 돌아가는 형국이다. 왜 장사를 해야 되니까. 지금 시점에서 시체말로 먹히니까.

이전 천만 영화들은 그나마 비판적인 시선이나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했다. 이번만큼 입닥쳐를 당한적은 드물다. 세상에. 개인 블로그에 2,000개의 덧글이 파시즘이 아니고 뭔가. 어린시절의 영웅이었던 심형래 감독의 영화. 게다가 아무도 넘보지 못했던 SF 영화라니 이건 할리우드 정복하러 가는 국가대표 선수다. 황우석 박사는 줄기세포를, 심형래 감독은 할리우드에 대적할 특수효과를 보유했다는거지? 그리고 그게 할리우드에서 돈을 벌지도 모른다는 거 아닌가. 아, 미국 관객들의 호주머리를 끌어오면 그게 바로 외화벌이 아닌가 말이다. 이거 라는거지?

700억 들었으면 천만 관객으로 300억을 뽑고, 미국에서 4천만 달러 거둬들이면 본전, 그리고 부가판권 수익으로 그때부터 수지를 맞추겠지. 어찌됐건 돈만 벌면 되는 것 아니냐고? 누구도 그런 열정을 보여준 적 없는데 그럼 자랑스러운 거 아니냐고. 이야기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영화가 언제부터 예술이었냐고. 다 관객들이 먹여 살리는거 아니냐고. 관객이 영화의 주인이고, 우리가 충무로를 먹여 살렸다? 이제 스토리나 CG나 그런 얘기는 물건너 가버렸다. 대중들이 천만 관객을 1년에 한 편씩 생산해내는 이 무의식의 발로가 무서워졌다. 게다가 건강한 담론은 포기한 채 막무가내로, 정신력, 열정, 이런거로 할리우드에 진출한다고 생각하는, 월드컵과 동일시하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가 무서워졌다. 그들이 보고자 원하는게, 천만 관객이 그 영화에서 보고자하는 것, 그 집단 무의식이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한다면 소름이 끼치고 토가 나올 정도다. 자신의 선을 위해서 어떤 가치들도 입을 닥쳐야 한다는 작금의 논리는 진정 파시즘이다. 아, 내년엔 또 어떤 천만 영화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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