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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질링] 모두가 받아들이라 하네

필진 리뷰 2009. 1. 29. 13:32 Posted by woodyh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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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광


[체인질링]은 흔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그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나 이야기에 있어 결코 흔하지 않은 영화다. 아이가 유괴된 후부터가 아니라 유괴되었다던 아이가 돌아온 후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들을 전개하기 시작했던 초반부부터, 이제 그만 끝났으면 했음에도 계속하여 이어지던 결말부까지.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마지막 한방울까지 짜내는 것처럼 보였던 결말부에 이르러서는 이 잔혹한 영화에 진력까지 느끼고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 혹은 어느 정도까지 [체인질링]은 분명 잔혹한 영화 - 아마 대체로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이다. 자신의 아이를 찾고자 했던 여인의 말이 옳았음을 증명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실이 그녀의 아이를 죽였다는 이의 고백 뿐이라니! 천국에 가겠다며 마땅히 알려주어야 할 사실에 대해 입을 닫은 (또한 지옥에 가야 마땅할 것처럼 느껴지는) 사형수의 뻔뻔한 태도도, 그녀가 그토록 간절히 알고자 하는 사연을 풀어줄 수 있는 이가 세상에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 절망감도, 얼핏 보면 시간과는 무관하게 하염없이 계속될 그녀의 싸움의 막막함까지도, 영화가 그녀에게 허락한 잔혹한 인생일 것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이 영화가 내게 잔인하게 다가왔던 까닭은, 그녀의 싸움이란 온전히 그녀의 싸움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정의로운 사람들이 그녀와 함께 하며 그녀를 위기에서 구출해내기도 하고 그녀의 겉보기의 성공에 힘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싸움의 본질이 무엇이었던가? 그 본질이란 여인이 목사에게 말했듯 - 나는 당신의 사역 따위는 관심 없어요 - 부패경찰을 타도하고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거창한 목표가 아니다. 내 아이를 찾아주세요라는 훨씬 개인적이고 소박한 것이다. 따라서 경찰청장이 물러나든, 시장이 물러나든, 고통받았던 여인들이 해방되든 그것은 그녀에게는 아마도 부가적인 성과에 불과한거라 생각한다. 그게 얼마나 큰 성과인지 몰라서 하는 말도 아니고, 목사의 정의를 의심해서 하는 말도 아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녀의 아이가 살아 있는 한 그녀의 싸움은 끝날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불의를 처벌한 후 목사는 여인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제 그만 받아들이라고, 자식도 그걸 바라고 있을거라고. 이 말은 공교롭게도 경찰이 그녀에게 했던 말과 같은 것이다. 이 두 말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리고 누구를 위해서 한 말이냐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또한 비슷한 의미도 가지고 있다. 그 의미를 잔인하게 표현하자면 "이제 내가 할 것은 다 했으니 나는 손을 떼겠소. 이제 가능성 없어보이는 싸움은 그만 하시오."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불의를 처벌한 순간 목사의 싸움은 끝났다. 잘못된 아이를 찾아준 순간 경찰의 싸움이 끝난 것처럼. 물론 이 둘도 같은 것은 아니다. 경찰은 자신의 필요만을 충족시키기 위해 그녀를 고통으로 몰아넣었지만, 목사의 필요는 그녀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고 거기까지 그녀를 도와주었으니까. 하지만 본질적인 측면에서 생각해보자. 그 재판 이후 뭐가 달라진게 있는가.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녀의 아이는 여전히 살아있을지도 모르고, 그 아이는 그녀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여인은 아직 해야할 일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잔혹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나는 감독이 그녀에게 [클레오파트라]가 아니라 [어느 밤에 생긴 일]을 허락해주어 좋았다. 아이의 명예를 살려주어 좋았고, 아이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주어 좋았다. 아이가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모성에게, 자신의 싸움은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 짓겠다는 호기를 가진 여인에게 아이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은 끝모를 고통이 아닌 삶의 희망이자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체인질링]은 세상을 바라보는 그 시선에 있어서나, 이야기를 풀어내고 감정을 터뜨리는 연출에 있어서나 공력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게다가 배우들의 연기마저 설득력 있으니 이 영화는 걸작이라 부를만한 대부분의 것들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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