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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성 감독의 영화들

사람과 사람들 2007. 8. 10. 16:46 Posted by woodyh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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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9
김이환

최진성 감독은 2001년에 발표한 데뷔작 [뻑큐멘터리-박통진리교]이후 5년 동안 만든 9편의 다큐멘터리와 극영화가 모두 비평적 성과와 대중적 지지를 얻으면서 독립영화계의 스타 감독으로 떠올랐다. 이름 앞에 ‘스타’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건 독립영화 감독을 소개하는 방식으로서는 다소 선정적이지만, 그가 김종관 감독과 함께 대중에게 가장 이름이 알려진 독립영화 감독인 건 사실이다.

최진성 감독은 개성 있는 감독이 많은 독립영화 판에서도 유난히 개성이 강한 감독이다. 여러 작품을 만들기 힘든 독립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다작을 했고,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자유롭게 넘나든 몇 안 되는 감독이며, 영화를 보는 순간 최진성이라는 이름을 바로 떠올리게 하는 자신만의 색채가 있는 영화를 만든 감독이기도 하다.



[그들만의 월드컵]

최진성 감독은 자신의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면서 ‘다큐멘터리가 객관적이라는 편견을 버려라’는 말을 하곤 한다. 물론 다큐멘터리는 객관적일 수 없다, 감독은 자신의 주관에 따라 현실을 재조합해 다큐멘터리로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이 관객을 설득하는 방식에 객관성을 확보하려 노력할 수는 있으며, 많은 다큐들이 객관적인 논리를 사용해 관객을 설득하려 애쓴다. 그리고 관객은 그런 다큐를 객관적인 다큐라고 받아들인다.

안 그런 다큐멘터리도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를 생각하면 될 것이고 최진성 감독의 다큐멘터리 역시 그렇다. 그는 ‘이건 최진성의 주장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라는 주관을 전면에 내세운 다음 패러디, 조롱, 유머,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 등을 사용해 관객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다큐를 만들어 왔다. 그의 두 번째 작품 [그들만의 월드컵]도 같은 경향 아래 있다.

[그들만의 월드컵]은 2002년 한국이 월드텁 4강에 진출해 온 국민이 들떠있던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이다. 최진성 감독은 월드컵 때문에 온 나라가 들떠 있는 것을 지켜보고, 뭔가 잘못됐다 싶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투쟁은 무시당하고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투쟁 역시 무시당한다. 영화는 월드컵을 둘러싼 민족주의와 자본주의를 적나라하게 파고든다. ‘히딩크를 대통령으로!’라고 외치는 응원단을 보여주며 월드컵에 들떠 다른 것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대중을 비판하고, 월드컵에 공식적으로 쓰이는 공 피버노바를 만들며 일곱 살 때부터 하루에 열두시 간씩 일해 온 열네살 인도네시아 소녀를 카메라에 담으며 월드컵의 상업적인 면을 끄집어낸다. 그녀는 급기야 실명을 하고, 한국에 찾아와 검사를 받지만 시력을 회복할 수는 없다는 의사의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린다. 우리가 위대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았다고 기뻐하는 월드컵은 사실 어린 소녀의 인생을 짓밟는 착취 위에서 치러진 지극히 제국주의적인 산업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멋지다고만 생각해온 월드컵이 전혀 그렇지 않다는 뜨거운 주장을 관객에게 강하게 제시하는 강렬한 영화다.



[Catch Me If You Can]

[Catch me if you can]도 [그들만의 월드컵]처럼 개성 강한 다큐멘터리이면서, 보다 유쾌한 면에 초점을 맞춘 영화이다. 최진성 감독은 국가보안법에 항의하는 뜻에서 고의로 국가보안법을 어기는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수만명이 모인 우익집회 현장에서 인공기를 흔들며 적기가를 부르는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만들 계획을 한다. 하지만 막상 집회에 도착해 보니 여기서 인공기를 흔들었다간 집회에 나온 우익들에게 맞아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다큐멘터리이지만 상황을 미리 설정해놓고 촬영을 시작한다는 점에서는 모큐멘터리에 가까운 영화이며, 그리고 앞에서 말했듯이 유쾌한 영화다. 그는 영화 촬영 전 스텝과의 제작회의에서 '괜찮아 그냥 놀면 돼'라고 말하는데 영화는 그의 말처럼 즐기듯이 마치 리믹스 된 댄스음악처럼 자유분방한 리듬으로 진행된다. 그는 집회의 우익집단이 두려워 인공기를 흔들지 못하는 소심한(감독 스스로 소심하다고 표현한다) 모습도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며, 때가 어느 때인데 이런 집회에 텔레토비 인형을 데리고 오느냐는 우익 아저씨들의 불호령에 주눅 들어 아무 말 못하는 모습도 그래서 코믹해 보인다. 물론 영화가 마냥 즐거운 기분만 관객에게 주는 것만은 아니다. 최진성 감독이 우익 아저씨들에게 느끼는 공포에 가까운 위압감과 막막함, 불안함 등을 관객도 공감하게 된다. 그의 다큐멘터리가 가지는 또 다른 매력이 이런 부분이다. 감독이 미처 통제하지 못한 모습까지도 여과 없이 영화에 드러나는 순간 감독의 갈등이 관객에게도 전이돼 동질감을 느끼는 것은 다른 다큐에서는 흔히 경험할 수 없는 일이다.



[김추자]

[김추자]는 옴니버스 영화 ‘동백꽃’의 한 에피소드로, 그때까지는 다큐멘터리를 주로 작업했던 최진성 감독이 만든 극영화이다. 그의 다큐멘터리가 감독의 정치적인 주관을 엿볼 수 있다면 극영화는 감성적인 취향을 엿볼 수 있다. 뜬금없이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뮤지컬 장면이나 중간에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처럼, 장르를 넘나들며 하이브리드를 줄기는 모습에서는 그가 왜 다큐와 극영화를 모두 만드는 감독이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이종격투기 선수이자 유부남이 게이 섹스를 즐긴다는 설정에서 마초적인 남성성을 조롱하는 태도가 나타나고, 두 남자가 교회에서 만났다는 배경에서는 종교적인 소재를 가져오면서도 종교의 권위를 부정하는 태도도 엿보인다. 이런 경향들은 최진성 감독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히치하이킹]에서 더 잘 드러난다.



[히치하이킹]

밀란쿤테라의 단편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많은 영화제에서 초청되고 상을 받은 영화이다. 최진성 감독이 35mm 필름으로 작업한 첫 영화이며 중편 길이의 극영화인, 그의 작품 중에 본격적인 극영화이면서 대표작으로 꼽히는 영화이다. [하얀거탑] 이후 스타덤에 오른 배우 이선균이 주연을 맡기도 했다.

한 커플이 여행을 떠난다. 사귄지 6개월이나(!) 돼서 관계에 싫증이 난 남자는 여자에게 짜릿한 자극을 원하지만 여자는 남자의 요구에 신경질을 낼 뿐이다. 이윽고 여자가 휴게실에서 사라지더니 같은 옷을 입은 다른 여자가 나타나 남자의 차에 동승을 원한다. 남자는 애인을 뒤로한 채 처음 보는 여자와 여행을 떠나는 짜릿한 경험을 하지만, 채워질 것 같던 욕구는 채워지지 않아 오히려 더 불만족스럽고, 그럴수록 여자는 남자를 조롱한다. 점점 판타지에 가까워지는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주유소에서 난데없는 뮤지컬을 하는 장면에서 절정을 이룬다.

‘사랑은 빡세다’가 영화의 주제라고 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계속 싫증을 느끼고 여자는 남자를 이해하지 못하며 둘은 의사소통하지 못한다. 세 사람이 겪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마지막의 세 남녀가 각기 다른 행동을 그것도 지하철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전혀 일상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결말에 이르는 순간 명료해진다. 이 어려움은 더 다른 차원의 어려움으로, 이를테면 감독과 관객의 의사소통이나, 창조물을 만들어내는 창조자가 겪는 좌절 등으로 까지 보인다. 등장인물이 관객을 보고 말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고 점점 비현실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별다른 설명 없이 결말로 건너뛰는 구조는, 영화 자체를 해체하는 이야기 속으로 관객을 끌고 간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김추자]에서 말했던 최진성 감독의 개성이 이 영화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히치하이킹]은 성경구절을 인용하면서 영화를 시작하는 종교적인 면이 등장하고, 여자와 짜릿한 스릴을 원하는 남자의 기대가 꺾여나가는 이야기에서는 남성의 마초적인 면을 조롱하는 감독의 면모가 드러나고, 로드무비와 뮤지컬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하이브리드한 태도 역시 반복된다. 흰 눈이 내리는 주유소에서 ‘백만 송이 장미’에 맞춰 주인공들이 벌이는 뮤지컬은 가장 최진성 감독 다운 압권인 씬이다.



[에로틱번뇌 보이]

‘에로틱 번뇌 보이’는 최진성 감독의 최근 작품이며 그의 필모그라피에서도 독특한 위치에 있다. 일본인 여자친구와 사귀었다가 헤어진 연애담을 담은 자기고백적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이다. 그의 다른 다큐들이 외적인 문제를 다뤘다면 [에로틱 번뇌 보이]는 자기 안으로 파고들어가 이야기 한다.

‘세상에는 두 가지 사랑이 있습니다, 빡센 사랑과 좆나 빡센 사랑.’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이 말처럼 최진성 감독은 좆나 빡셌던 그의 사랑을 영화에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한다. 연인과의 과거를 기록한 영상이 편집되고, 프랑켄슈타인 분장을 하고 거리를 헤매는 장면처럼 그가 다큐를 위해 연출한 장면도 삽입되며, 한국어로 쓴 말을 일본인 여자가 일본식 발음으로 읽는 나레이션이 위에 덧붙여지는 등 다양한 표현방식을 즐기는 그답게 영화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구성된다. 영화에는 ‘카레라이스 이야기’라는 영화 속 영화도 등장한다. 이 영화에도 이선균이 출연했고 [영재를 기다리며]에도 나왔던 카나 하라다가 여주인공을 맡았다. 영화는 카레라이스를 해주려는 일본인 여자친구와 그녀의 마음을 알지만 여자친구가 피곤할까봐 여자친구의 제안을 거절하는 한국인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8분 남짓한 짧은 영화이다. 언어장벽 탓에 서로의 마음을 전달 못하는 다투는 두 연인의 모습은 최진성 감독이 일본인 여자친구와 실제로 겪었던 이야기이고 또한 의사소통을 비롯해 온갖 장벽 덕택에 빡세게 흘러갔던 두 사람의 사랑을 요약하는 영화의 핵심이다.

[에로틱 번뇌 보이]는 경쾌한 진행과 달리 감상 후에는 슬픈 감정을 준다. 헤어진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감정이 모두 소모되고 난 후의 지친 모습의 한 사람을 지켜보게 되기 때문이다. ‘에로틱 번뇌 보이’라는 특이한 제목 안의 다양한 감정들, ‘에로틱’한 ‘번뇌’에 괴로워 하는 소년(어른이나 남자가 아닌)처럼 복잡한 감정과 상황에 마음이 헤진 최진성 감독의 안을 들여다보고 착잡해 지기 때문이다. [에로틱 번뇌 보이]는 독립영화계의 스타 감독인 최진성 감독의 영화답지 않게 많이 상영되지 않았는데, 그건 많은 관객에게 공개하고 싶어 하지 않았던 최진성 감독의 의도 때문이었다. 영화를 자기고백적인 다큐로 생각했던 감독의 심정이 반영된 결과 같다.

[에로틱 번뇌 보이]는 2005년 작품이다. 최진성 감독은 그 후로 상업 장편 영화를 준비에 들어갔고, 올해 안으로 [빅슬립]이라는 영화를 연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강한 개성을 가진 감독인 만큼 상업 영화감독으로서도 개성 강한 영화를 만들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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