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윤광식



주인공 은수는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도중 그만 교통 사고를 당한다. 정신을 차린 그가 본 건 정체모를 여자 아이. 그 아이에게 이끌려 들어간 숲 속 외딴 집은 부모와 아이들 셋이 사는 어딘가 이상한 기운이 감도는 곳. 은수는 이 곳을 나가려 하지만 미로 같은 숲 때문에 번번히 실패하고 아이들의 부모는 은수에게 아이들을 부탁한다는 쪽지만 남긴채 사라져 버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헨젤과 그레텔]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미로 같은 숲과 그 숲 한가운데 있는 장난감이 가득찬 집이다. 감독은 영화의 주 무대가 되는 이 집 안에서 인물들의 끊임없는 클로즈업을 통해 여기에 살고 있는 인물들이 어딘가 비밀을 감추고 있다는 인상을 만들려고 했다. 그런 인물들을 배경으로 다소 굴절된 화면을 통한 집 안의 배경과 각종 장난감을 통해 더욱 긴장감을 높혔다. 이는 감독이 스스로 밝힌대로 이 영화가 공포를 준다기 보다는 더욱 기괴한 판타지에 가깝게 하는데 일조를 하는 부분이다. 마치 오래된 동화책에서 따온 듯한 배경은 [헨젤과 그레텔]이 가지는 독특한 매력이자 이 집에 살고 있는 세 아이들의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감독은 이렇게 강화된 아이들의 캐릭터를 이용해 우연히 이 집에 들어온 한 착한 청년과 역시 우연히 들어온 악한 두 남녀의 대비를 통해 어른들이 아이에게 저지르는 폭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역시 이 사건에서 아이들의 존재가 가부장 폭력에서 기인한다고 보면 감독의 전작인 [남극 일기]와 맞닿아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남극 일기]에서 임필성 감독은 인물들을 어디 빠져나갈 수 없는 깊은 늪에 몰아 놓고 외적인 억압에서 오는 인물들의 내적인 갈등을 증폭시켜 가부장과 폭력에 대한 문제를 끄집어 냈다. [남극 일기]가 실패한 이유는 장르 영화의 모양새를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 채 작가 의식을 너무 갑작스럽게 드러냄으로서 야기되는 부조화에서 기인한다고 봐야한다. 적어도 [헨젤과 그레텔]은 전작 [남극 일기]의 포맷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전작이 범했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 분명히 그 의의가 있다. 거대한 설원은 처음과 끝을 알수없는 미로 같은 숲으로 대체되었고 대원들이 그토록 도달하고자 했던 도달블능점은 역으로 숲을 빠져나가는 길로 바뀌었다. 다만 인간 군상의 갈등을 보여주었던 [남극 일기]와는 달리 [헨젤과 그레텔]은 외딴 집에 머물고 있는 세 아이들과 이 집에 우연히 찾아오게 되는 사람들과의 갈등에 그 포인트를 맞추고 있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렇게 인물의 수가 줄고 집을 빠져나가려는 사람과 막으려는 아이들간의 이야기가 중첩될수록 이야기는 더욱 단순해졌다.

그러므로 [헨젤과 그레텔]의 약점은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했던 전작과는 달리 인물과 사건의 지나칠 정도의 정형화에서 나온다. 물론 이런 인물과 서건의 정형화는 이야기의 흐름이 제법 매끈하게 흐르는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아이들의 숨겨진 비밀과 그로 인한 슬픔도 그런면에서 공감이 된다. 하지만 지나친 인물들의 도식화는 이 영화의 시선이 숨겨진 이면의 것들을 다루기보다 지금 현재 이 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즉 아이들을 지켜주는 혹은 지켜야만 되는 착한 주인공과 아이들의 보금자리를 파괴하려는 악당의 이분법적 대결로 귀착 된다는 것이다. 영화가 잔혹 동화라는 카피를 들고 나왔다고 이야기 구조 자체가 단순한 동화의 구조로 흘러갈 필요는 없다는 것.

여기에 아이들이 자신을 지켜줄 사람을 계속 찾으며 오랜 시간을 보낸다라는 설정과 가부장 폭력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결국은 사랑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가정의 생성에서 착지한다는 결말은 영화 전체에 흐르던 마치 악몽 같은 이미지들을 미루어 볼 때 다소 의외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라는 결말은 이 영화가 '잔혹 동화'에서 '잔혹'이 아닌 '동화'에 무게가 실려있다는 반증이며 한국의 가족 영화가 갖고 있는 한계로 보인다. 한국 영화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가족이야기는 결국 행복한 결말로 귀결되지 않는가. 행복한 것도 좋지만 제법 강한 가부장 폭력을 다루는 [헨젤과 그레텔]을 보고 대한 민국 가족 주의의 시원한 일탈을 기대한 건 한국의 상업 영화 판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것들을 기대했다는 뜻일까.


댓글을 달아 주세요

BLOG main image
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영화 비평 매거진 '네오이마주'의 공식블로그입니다. 더 많은 글은 http://neoimages.co.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by woodyh98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21)
필진 리뷰 (260)
필진 칼럼 (149)
사람과 사람들 (55)
문화와 세상 엿보기 (10)
그리고... (41)

달력

«   2019/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3,158,885
  • 86

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woodyh98'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