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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는 늘 거기 있을 것만 같은 사려 깊은 친구와도 닮았다. 이곳은 단순히 고전 영화를 틀어주는 곳이 아닌, 고향친구를 만나러 가는 그런 묘한 느낌을 전해준다. 고향이라는 공간, 거기에 얽혀있는 기억들,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 이곳에서 그곳까지 가는 거리와 시간과 공간의 이동. 이 모든 것이 조합되어 한 편의 영화를 만나고, 그 영화는 내게 위안을 주는 친구가 된다. 그렇게 공감각적인 경험을 통해 단 하루의 시간을 투자해 단 한명의 친구를 만난다. 애쓴 노력과 얻어진 결과의 차이를 효율이라 한다면, 최고의 효율로 최고의 친구를 만나게 되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다. 이 공간이 바로 서울 아트 시네마다. 시네마테크는 이번에도 자신들의 친구들을 초대한다. 새로운 친구든, 이미 열렬히 사랑하고 있는 친구든 시네마테크는 차등을 두거나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이 무조건적인 사랑에 응답할 의무는 없다. 다만 그 희한한 친구의 사랑을 느껴보길 바란다. 2008년을 코앞에 둔 일요일, 제 3회 친구들 영화제 준비에 한창인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를 만났다.






백건영(이하 백): 오늘 인터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진행될 예정인데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그리고 “2008년도의 시네마테크의 방향성” 내지는 라인업 등 총체적인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죠. 친구들 영화제 까지 약 일주일 정도 시간이 남았는데, 필름 수급이나 진행은 잘 되고 있어요?

김성욱(이하 김): 페라라 영화도 다 들어왔고요. 경우에 따라서는 한 두 작품정도 변경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백: 지난 기자회견에서 이번 시네마테크 영화제의 슬로건을 ‘새로운 영년’ 이라 말씀하셨는데, 올해를 ‘영년’이라고 부른 이유가 있을 텐데요.

김: 우리나라에서는 영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것 같아요. 원년이라는 말은 쓰는데...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의지가 담긴 표현인데요. 올해 2007년이 시네마테크 5년째라는 의미가 있고요. 처음에 시작을 할 때 공간, 예산 문제가 있었는데,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가장 컸고요. 3년 안에 1000편 정도를 틀어보자 라는 이상한 목표를 세우기도 했고요. 그런데 내년에는 지금까지의 고민에 더해져 좀 다른 시도를 해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007년에는 시네마테크의 전용관이 필요하다는 슬로건을 내세웠잖아요. 2008년에는 공간문제는 계속 고민하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게 필요한거 같았어요. 무엇보다도 가장 필요한건 문화적 연대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시네마테크는 상업적인 기능보다 문화. 예술의 영역에서 기능을 하고 있으니까, 이런 문제를 중점적으로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2008년부터는 다른 단체, 기관이랑 연대가 필요하지 않겠느냐. 우리만 생각할게 아니라. 그러니까 단지 시네마테크 문제에서만 생각하지 말자는 거죠. 각 개별 영역에서 영화 애호가 아닌 영화우호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건데요. 시장적인 관심뿐만 아니라, 산업적인 손실이 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연대가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각종 영화제, 영화 단체, 감독조합, 기타 다른 기관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구요. 더불어 씨네클럽이나 소규모 영화집단이랑 어떻게 연계가 될 수 있을까 하는...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영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게 되었어요.


백: 이번 친구들 영화제 라인업을 보니까 홍상수 감독이 추천한 [라딸랑트]를 제외하고는 전부 7,80 년대 영화더라고요. 의도인지, 우연인지. 하다보니 그렇게 된 건지 궁금했어요.

김: 하다보니 그렇게 됐죠(일동 웃음) 홍상수 감독은 [라딸랑트] 외에 [어느 시골사제의 일기], [북극의 나누크], 이렇게 3개를 추천했는데, [라딸랑트] 를 가장 먼저 연락했더니 된다고 해서 그걸로 선정하게 되었어요. 7,80년대 영화가 많이 선택된 이유는 아무래도 영화를 선정한 친구들 세대 특성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생각해보면 7,80년대가 가깝기도 하고 먼 것 같기도 하고 그렇죠. 다른 연대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조명되거나 소개되는 거 같지도 않고요. 영화사적으로만 봐도 아메리칸 뉴시네마를 제외하고는 좀 퇴조현상이 일어났던 시기라는 일반적인 얘기도 있고요. 이두용, 아벨 페라라 감독도 7,80년대에 작품 활동을 했고요. 얘기를 하시니까 그런 생각이 들긴 하는데,,, 이 시기의 영화를 다루는 게 한편으로는 꽤 의미 있는 작업인거 같아요. 영화 미학적으로 저 평가받은 작품들도 많이 있는 것 같고요.


백: 다른 감독이나 평론가들이 추천한 작품들 중 틀지 못한 작품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요?

김: 정성일 평론가는 몬테 헬만 영화를 추천했는데, 올해 부천영화제에서 회고전을 했던 적이 있어서요. 몬테 헬만으로 했어도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도 해요. 최동훈감독, 김혜수씨는 [선셋대로]를 추천했었는데요. 시네마테크에서 빌리 와일더 영화를 몇 번 틀었지만, [선셋대로]는 공개된 적이 없잖아요. 그런데 수급과정에서 이번에는 [글로리아]로 선정하게 되었어요. 다른 분들은 대부분 지금 선정된 거 그대로 수월하게 수급이 되었어요. 아, 임순례 감독은 앙겔로풀로스의 [시테라 섬으로의 여행], [영원과 하루] 와 에밀 쿠스트리차의 [집시의 시간]을 추천했는데요. [집시의 시간]이 (수급과정이) 좀 어렵지 않겠느냐 생각했는데 [영원과 하루]가 더 어렵더라고요. [시테라 섬으로의 여행]은 프린트 상태도 안 좋았고요. 개봉했던 앙겔로풀로스 영화는 대여가 불가능하더라고요. 필름 수급과정을 겪다보면 한국영화든 외화든 개봉했던 영화를 다시 틀기가 어려운 조건이 꽤 많아요. 상업적으로 트는 것도 아니고, 거꾸로 오히려 상업적이지 못해, 배급사나 수입사로부터 수급상의 어려움이 있죠. 가장 큰 문제는 저희가 아카이브가 아니어서 원한다고 틀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죠. 종종 영화제를 하다보면 가끔 왜 이런 영화는 상영 안 해주냐. 이런 말을 하기도 하는데, 그건 선수들끼리만 알 수 있는 문제 같아요. (웃음)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들도 이런 필름수급과정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좀 물리적인 면들인데. 물론 정당한 문제제기인데 현실적으로 좀 어려운 문제가 꽤 있죠.


백: 관객들 입장에서는 선정해서 틀어주는 영화 말고, 자신들이 원하는 영화들이 있을 테지만, 그런 수급과정을 관객이 다 알 필요가 없다고 느낄 테고요, 또 상영하는 입장에서는 일일이 이해를 구하면서까지 할 필요도 없으니까요.(웃음)

김: 어떤 사람이 어떤 영화를 보려고 할 때 그 과정이 있잖아요. 그 과정의 어려움을 요즘 관객들은 잘 모르는 거 같아요. 언제나 주문하고 검색을 하면 바로 찾을 수 있다는 편리성과 같은 측면에서 필름수급의 메커니즘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요. 10여년 전만해도 어떤 영화를 비디오로 찾는 것도 얼마나 어려운 것이었나. 라는 생각을 하죠. 아, 내가 그 영화를 찾아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혹은 외국에 나가서 겨우 사왔다. 영화 한편을 보려고 몇 날, 며칠을 기다리는 그런 경로가 있었죠. 그 경로 속에서 찾는 과정, 발견의 과정, 보게 되는 과정이 포함되었고요. 영화를 보게 되는 다양한 경험, 다층적인 경험이 있을 텐데요. 지금은 거의 주문. 제작 형식으로 영화를 본다는 거죠. 영화를 본다는 게 사실은 기다림의 시간까지 포함되는 거잖아요. 그런 시간이 압축되는 것 같아요.

선정 과정에서, 박찬욱 감독이랑 기자회견 끝나고 얘기한건데요. 아주 색다른 작품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교과서 적인 작품을 트는 게 크게 나쁘지 않다는 얘기를 했거든요. 왜냐면 사실은 그런 작품도 필름으로 경험하지 못한 게 현실이지 않느냐. 라는 얘기죠. 물론 박찬욱 감독이 선택한 [순응자]도 굉장히 취향이 가미된 것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자기 취향적인 방식으로 초이스를 하지 않는다. 라는 말이었죠. 저도 박찬욱 감독의 그런 부분에 공감했어요.


얼마 전 스탠리 큐브릭 회고전을 할 때 어느 잡지에서 소개 글을 잠시 읽은 적이 있는데. 거기서 이랬거든요. “큐브릭은 너무나도 소개가 많이 되어서 진부한 감이 있지만...” 근데 소개가 많이 된 적이 있나 (일동웃음) 물론 DVD나 다운로드를 통해 많이 소개가 되었죠. 근데 필름 상영이 된 적은 없지 않느냐. 라는 거죠. 아트시네마에서 필름으로 어떤 영화가 상영된다는 것은, 너무 많이 소개되어서 진부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과 필름으로 그런 영화를 트는 것 사이에 생기는 경험의 충돌성이 공존하게 되는 거 같아요. 여기서 전자의 생각을 너무도 당연히 받아들이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번 선정작을 보면 이두용 감독의 [뽕] [내시] [물레야 물레야] 같은 것도, 재개봉관에서 보았던 경험이거든요. 페라라 영화도 비디오로는 많이 봤지만 필름으로 온전하게 본적은 별로 없거든요. 제대로 한번,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공동의 체험이 어떤 건가? 라는 생각을 해보는 거죠. 상영자체가 갖는 의미성을 그런 부분들에서 찾아볼 수 있을 텐데요. 너무 콘텐츠로만 생각하면, 뭐랄까 ‘뉴 커런츠’로만 소개되는 국제영화제 선정 작품이나, 개봉하는 영화는 그런 쪽이지만. 시네마테크는 그와는 좀 다른 역할이 있는 거 같아요. 영화에 대한 겸손함이랄까, 그런 작품을 온전하게 경험한다는 것이 갖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 그런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너무 그런 식으로 빠져드는 건 좀 이상하지만요.


백: 말씀하신대로 관객들이 일반 개봉작은 말할 것도 없고 아트시네마의 영화들도 DVD나 다운로드를 통해 많이들 보잖아요. 스크린에서 보는 게 더 좋다는 느낌과 이미 그 영화는 보았다는 것 사이에서 충돌이 있는 거 같아요. 박찬욱 감독도 기자회견에서 “기술복제 시대라고 하지만 영화는 스크린으로 보는 게 진품이다”라는 말을 했는데, 타당한 생각이고 공감이 가는 부분이에요. 굳이 필름으로 다시 봐야 하는 당위성 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의미들, 필름이 아닌 ‘시네마’가 갖는 원초적인 의미에 대해 인식을 바꿔줄 필요가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끔 시네마테크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보면 그런 학생들도 있는 것 같아요. 남들이 안본영화에 대해서 우쭐하는 그런 것 같은 거..(웃음) 그것보다 영화가 도대체 뭐고, 필름으로 본다는 행위가 무엇인지, 물론 아트시네마 입장에서 수급과정의 어려움 그런 것도 있을 테지만, 그런 ‘시네마’로서 영화를 대하는 과정을 사람들한테 느끼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에요.


차상윤(이하 차): 요새 개봉영화들이 불법다운로드의 피해를 많이 보고, 그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있는데, 실제로 아트시네마는 불법다운로드에서 받는 영향이 있나요?

김: 크게 영향을 받는 거 같진 않아요. 물론 불법적인 문제도 있지만, 그만큼 또 마이너하고 마지널한 영화를 그나마 수급할 수 있는 게 불법다운로드를 통해서 이뤄진다는 부분도 있으니까요.(웃음) 물론 분명 문제도 있지만 현재의 조건에서 완전히 부정할 수 없는 요소가 있는 것 같아요. 대신 그런 생각을 하죠. 제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는, 그 영화는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야, 그 영화는 극장에서 필히 봐야해. 이런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을 자주 하거든요. 사람들이 영화가 좋다, 재밌다, 놀랍다. 이런 표현은 자주 쓰지만, 극장에서 봐야해. 스크린으로 봐야해. 이런 감흥의 인식이 좀 예전보다는 많이 사라진 거 같아요. 지금의 문제는 다운로드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극장에서 봐야하는 그 체험이라는 인식이 많이 없어지고 콘텐츠나 내용에 함몰되는 경향에서 오는 문제겠죠.

4,50대의 분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무슨 영화가 이렇다. 뭐 이런 얘기를 하다 “진짜 극장에서 볼만하지” 이런 얘기가 종종 나오거든요,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 같은 영화는,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웃음) 그건 정말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야. 그런 표현이 많이 실종되는 거 같아요.

블로그에서 영화에 관한 글들을 보면, 그런 감흥, 체험의 느낌이 별로 없어요. 영화가 뭐가 문제다. 뭐가 어떻다. 이런 게 많은데, 좋은 말로 하면 좀 분석적이고 안 좋은 말로 하면 감흥. 이런 점이 많이 누락되고 있는 글들을 보게 되는 거죠. 이번에 큐브릭 회고전할 때도,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감독은 아닌데,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 [배리린든] 같은 작품을 극장에서 보는 게 참... DVD로는 분명 30분도 못보고 졸아버린 영화들이었는데, 극장에서는 2시간 이상을 즐기게 되잖아요. 사실은 과거의 감독들은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되는 것을 전제로 만들었잖아요. 그 영화를 비디오, DVD 를 통해 보는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여 지는가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거죠. 극장에서 대형스크린으로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어떤 감동, 감각으로 영화를 보는지, 그게 일차적으로 중요한 거 같아요. 근데 요새 영화들은 잘 모르겠어요. (웃음) 비디오, DVD 상영을 전제하고 몇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진 영화들도 있고요.





백: 예전에 <벤허>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와 같은 포스터를 보면 시네마스코프 상영, 70mm 초대형 스크린 상영, 이런 식으로 홍보를 했던 게 기억나는데요. 큰 화면에서 보여 지니까 굉장히 좋은 영화일거야. 하는 생각들을 했고요. 물론 처음에는 텔레비전과의 차이를 두기 위해 스크린의 화면비를 영화가 고민했던 적도 있었지만.

김: 우리보다 큰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는 것과 우리보다 작은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는 거 (두 손으로 작은 프레임을 그리며)사이에 어떤 차이가 발생할까. 과거의 영화가 우리보다 큰 스크린에서 보았다면, 지금은 우리보다 작아진 스크린에, 그 안에 담긴 이미지를 보게 되는 건데요. 사실은 차이가 있죠. 영화가 갖는 힘이나 경이로움, 니콜라스 레이 영화처럼, 우리보다 큰 거기에 압도되면서 뭔가를 보게 되는, 직접 훔쳐보게 되는 그 느낌이 갖는 중요성이 비평을 작성하게도 하고. 영화에 빠져들기도 했는데 말이죠. 지금 상황은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백: 관객들이 뽑은 자크 리베트의 [셀린느와 줄리 배 타러 가다]는 몇 번 상영되나요?

김: 2번 상영이 되고요. 관객들이 많은 작품을 선택해주셨는데...


백: 개인적으로는 [안녕 용문객잔] 이 되기를 바랐는데...

차: (갑자기 끼어들며) 저는 봤지요. (의기양양)

백: 아, 나도 봤지. 대만 뉴웨이브 할 때.

차: 아, 보셨군요. 저는 소격동 아트시네마 문 닫을 때요. 저는 [당나귀 발자타르] 보고 싶었는데..



김: [안녕 용문객잔]과 [셀린느와 줄리 배 타러 가다] 이 두 작품이 최종까지 갔던 거 같은데요. 뭐 관객들이 선택한거라 크게 드릴 말씀은 없는데요. 상영시간도 꽤 긴 것 같은데, [아웃 원]의 여파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올해 경이로운 러닝타임을 자랑하면서 이 영화를 틀었죠. 얼마나 많은 관객이 들까 생각했는데, 그래도 상당히 많았어요. 물론 첫 번째 에피소드가 가장 많았지만 (웃음) 그때의 잔상이 아직 남아있지 않나. 작년에는 왜 그 영화를 선택했는지, 관객 스스로 말하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올해도 해볼까? 궁금하잖아요.


차: 관객들이 뽑게 될 영화 리스트는 어떻게 정해지는지 궁금해요.

김: 일단은 최근 2~3년 사이에서 호응이 좋았던 작품들 위주로 선정했고요. 선택을 해야 하는데, 작품의 섭외문제가 먼저 걸리죠. 가져오는데 굉장히 오래 걸리거나 곤란한 작품은 빠지게 되고요. 관객의 선택에 대해서는 고민을 했어요. 지금처럼 작품을 놓고 선택하게 할까. 아님 한사람씩 이 영화를 보고 싶다. 그렇게 오픈 해놓고, 뭐 50명 정도의 동의를 얻으면 최종에 올라가서 그 중에서 다시 재투표를 할까. 이런 생각을 했는데 얼마나 참여가 있을까. 생각도 들고. 다른 방식으론, 감독 이름도 놓고 초이스 해볼까. 하기도 하다, 올해는 작년이랑 같은 방식으로 하게 됐어요. 어떤 게 좋을까요?


백: 근데 문제는 관객들이 임의로 선택을 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요. 다 골라놓고 수급이 안 되면.(웃음) 그래서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올해와 같은 방식으로 하는 게 수월하지 않나요. 관객 입장에서는 자기가 보고 싶은 영화 보는 게 가장 좋은 거겠지만...간단한 문제가 아닌 거 같아요.

이번 영화제에 친구들이 선정한 영화 말고, 이두용, 아벨 페라라, 트뤼포 특별전이 있는데요. 아벨 페라라가 국내에 처음 오는 거죠? 얘기듣기로는 아시아권 국가는 처음 오는 것이 라던데요. 어떻게 초청이 성사되었는지, 그 과정 좀 얘기해주실 수 있어요? 뜻밖의 인물이라서. 저도 90년대 초반 그분의 영화를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거든요.


김: 지난번에 [킹 뉴욕] 을 한번 틀어보자. 그런 얘기가 있었어요. 아메리칸 뉴 시네마를 틀었을 때 후속 컬렉션 형식으로 말이죠. 근데 그때 상영 못해서, 그럼 내년에 틀어보자. 고 넘기고는 필름 수급을 하다 보니, 아벨 페라라 본인이 저작권의 일부를 가지고 있더라고요. 결국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본인이 서울에 오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해왔고, 그럼 친구들 영화제에 초청하자. 이렇게 된 거죠.


백: 아벨 페라라 마스터 클래스도 아트시네마에서 진행하는 거죠?

김: 네. 재밌는 건 아벨 페라라 감독이 한국에 온다. 마스터클래스도 진행될 것이다. 라고 제 주변에 20대 초반 학생들에게 말하니까. “아벨 페라라가 누구에요?” 라고 하더라고요 (일동 웃음) 지금의 영화조건 내에서는 거의 사장되었구나. 인지되지 않는 감독이 되어버렸구나. 짐 자무쉬는 잘 알잖아요. 그만큼 아벨 페라라 영화가 국내에서 상영이 안 되었던 거죠.


백: 음...이번에 상영하는 영화들 중 앞으로 필름으로 보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꼭 권하고 싶은 작품은 어떤 게 있을까요?

김: 일단은 아벨 페라라 영화. 언제 다시 상영될까 싶은데요.(웃음) [순응자]도 그렇고요. 저도 극장에서 보지 못했기 때문에...작품을 좋아하는 그런 거를 떠나서...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는 느낌이 어떨까 싶어요.


백: 전 개인적으로 장선우 감독의 [우묵배미의 사랑]을 비디오로 보고 너무너무 좋아서(매우 즐거운 표정으로) 봉제공장을 둘러싼 남루한 배경들도 그렇고. 나중에 김홍준 감독의 [장밋빛 인생]에도 나오지만...이전에 최명길이란 배우가 도시감성의 영화를 찍을 때, 그러니까 [안개기둥] 유의 영화를 찍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오히려 더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잖아요. 언제 스크린으로 보게 될까. 이런 기대를 했었어요. 어쨌든 저는 이번에 [순응자]와 [우묵배미의 사랑] [글로리아] 는 꼭 볼 생각이에요.

차: 카사베츠 영화를 여배우들이 많이 선택하는 것 같은데요. 문소리씨도 이전에 [오프닝 나이트]를 선택했었고.. 카사베츠 회고전은 한 적이 있나요?


김: 예전에 독립영화제에서 카사베츠 회고전을 했었죠. 저희도 간헐적으로 한 두 편씩 튼 적은 있는데요. [오프닝 나이트] 나 [영향 아래의 여자] 나. 2008년에 특별전 계획을 잡고는 있어요. [러브 스트림즈](사랑의 행로) 라든가, 안틀어졌던 초기작들 위주로요. 근데 카사베츠도 좀 상영이 복잡해서(웃음) 여배우들이 카사베츠 영화를 고르는 건 아무래도 캐릭터 문제 때문이겠죠. 나이 들어서도 강렬한 매력을 지닌 여자 캐릭터들. 유럽영화나 일부가 있을 뿐이지 쉽게 찾아볼 수 없잖아요. 작년에는 엄지원씨. 재작년에 문소리씨, 이번에 김혜수씨. 공통적으로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3,40대를 넘어서 한국에서 배우로 제대로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근심, 어려움 같은 거.


백: 이번에 웹 데일리를 발행하게 되는데, 웹 데일리는 처음이죠?

김: 페이퍼 데일리는 했었죠. 1회 때 했었는데, 그때는 정말 힘들게 했었죠. 상영 끝나고 나면 새벽까지 하고 그랬는데, 글을 굉장히 잘 쓰는 친구들이었고, 빠르게 진행을 시켰는데, 굉장히 힘든 과정이었어요. 다시 해볼까 하다가, 페이퍼는 좀 버거운 거 같아서요. 웹으로 하기로 했죠. 20대 초반정도의 학생들이 참여해서 매일 하는 식으로요. 그런 웹 데일리에 참여할 수 있는 블로거들을 모집을 해볼까. 이런 생각도 들고요.





 

백: 이제 2008년의 시네마테크에 대한 얘기를 해보죠. 지난 기자회견 때 “다양성 복합 상영관” 이라는 말을 하셨는데요. 생소하다면 생소할 수도 있는 용어인데요. 아까는 2008년에는 문화연대 가 중요하다. 이런 언급도 해 주셨고요.

김: 그 전의 시네마테크에서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좀 안정적인 공간을 만들자. 의 문제의식은 계속 안고 가면서,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만이 아니라 영화를 좀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관객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자. 그런 생각을 2008년에는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말인데요. 좀 복합적 용도로서의 상영관을 가져가자. 영화가 놓여 있는 장소와 공간이 중요하잖아요. 예전에는. 극장이라는 공간을 벗어나지 않고 영화 이야기를 한 적이 없잖아요. 지금은 도대체 어디서 이 영화를 봤는지 모르겠어요.(일동웃음) 보기는 많이 본 것 같은데 다운받아 봤나, DVD로 봤나, 외국에 나가서 봤나. 영화는 공동적 경험이 중요한건데.... 물론 공동의 체험 뒤에 개인적 감상의 차원이란 게 있는 거긴 하지만요. 실제로 서구에서는 “영화가 무엇이냐.” 라는 질문과 “영화가 어디에 있는가.” 라는 질문도 함께해왔거든요.

관건은 문화관광부나. 서울시 같은 곳의 행정적 지원이죠. 특히 서울시의 지원이 필요한데요. 저희가 친구들 영화제 1회 때나 2회 때도 제안한 적이 있거든요. 비록 적극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전용관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면담을 신청한 적도 있는데. 잘 안됐죠. 말로는 문화도시 만든다고는 하는데, 관심이 없는 거 같아요. 부지선정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서울시 쪽에서 나서준다면 훨씬 더 빨리 진행될 텐데 말이죠. 부산 만해도 부산시, 부산영상위원회에서 지원하거든요. 외국의 경우 어느 대도시를 가게 되면 시네마테크 같은 공간이나 과거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이 있거든요. 이런 것을 통해 영화가 상업뿐만 아니라 문화용도로 보여 진다는 거죠. 파리는 인구가 260만인가 하는데 거기에 시네마테크가 4개 있거든요. 서울은 1000만이 넘는 도시인데 문화적용도로서의 영화관심은 대도시 중 최하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백: 행정 하는 사람들은 영화를 엔터테인먼트로만 보는 게 아닌가 싶어요. 영화라는 게 너무 과잉이고 과포화상태이다 보니 시네마테크라는 것을 떠나서 그냥 ‘영화’라고 보았을 때, “이게 극장에 널려있는데, 텔레비전에서도 해주고, 인터넷으로도 해주고, 다운도 받아 볼 수 있는 마당에 굳이 전용관을 왜 만들려고 하느냐” 이런 식의 사고가 있지 않나 싶거든요. 공무원들이기에 충분히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예술이라는, 어떤 문화적인 보존가치 자체를 행정가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누가 그런 인식을 시켜줘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겠지요. 관공서란 게 서류나 문서를 통해 일이 처리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뒤에서 누군가가 도와주는 그런 ‘그림자 군단’의 역할도 중요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시네마테크나 영화진흥위원회에서만 움직여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김: 과거를 묻지 마세요. 가 그들의 기조인지는 몰라도(웃음) 시네마테크에서는 과거의 영화를 트니까 과거와 역사와 시간의 문제가 개입이 되고, 그쪽 입장에서는 그것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죠. 또 다른 하나는 영화의 창조성이라는 얘기일 텐데요. 요즘 개봉하는 영화들만 보고 크리에티브한 영화감독이나 영화제작자나 평론가들이나 애호가들이 만들어진다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잖아요. 요새 나오는 음악만 듣고 좋은 음악가가 나오고, 요새 나오는 그림만 보고 좋은 화가가 탄생하고, 그런거 아니잖아요. 크리에티브한 발상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가는 게, 그게 힘이잖아요. 그런 무형적인 것의 관심에서부터 좋은 창작자들이 만들어지는 건데 말이죠. 다시 말해 과거의 것을 손쉽게 접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그런 게 있어야 가능한건데, 그게 눈에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요. 이런 조건에서 유능한 창작자가 나오지 않을까요. 그런 가운데 봉준호, 박찬욱 감독이 나온 건데 (웃음) 그런 작품을 끊임없이 볼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면, 그들보다 훨씬 더 창의적인 사람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길 텐데요. 문화적으로 볼 때, 장기적인 투자라고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여기에 상당히 많이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거든요. 아트시네마도 보면 나이든 관객들도 많이 있는데, 미국영화나, 예전 한국영화를 상영할 때 종종 오시죠.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갖는 극장에서의 공동의 기억이라는 부분이죠. 저는 그게 중요한 거 같아요. 수십 년이 지나 과거에 자신이 봤던 영화들을 다시 보고, 지금의 젊은 세대랑 같이 할 수 있는 ‘끈’ 같은 거 말이죠. 아버지와 우리 세대를 연결해주는 공동적 체험이 극장에서 이뤄지잖아요. 음악 같은 것은 화해가 잘 안되는데, 영화는 그 연결, 공동기억, 공동 체험이, 은근히 그 끈이 연결될 수 있어요.

아트시네마에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들죠. 과거의 고전영화를 보다보면 나보다 더 앞선 세대에 대한 묘한 존경심들이 생겨요. 다른 영역을 보면 그런 생각이 안 드는데...사회. 정치 이런 걸 보면 불만. 반항만이 생기잖아요. 영화뿐 아니라 예술, 문화 영역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고민을 하고 질문하고 그러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영화를 통해서만 유일하게 전 세대에 대한 존경심이 생겨요. 예를 들어 이두용 감독님을 만나 뵀을 때도 그랬고... 거의 유일한 영역이라고 생각하는데.(웃음) 안정적인 상영공간이 확보된다면, 과거 현재 미래가 묘하게 공존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백: 얘기하신대로, 다양성 복합 상영관이 생긴다면 그 안에 어떤 시설이 구축되는 거죠?

김: 필름 상영 공간, 필름 보관소, 교육적 공간인 세미나 실, 자료실 등이 생기겠죠. 자료실이라는 것은 영상자료, 도서자료를 볼 수 있는 공간이 되겠고요. 영화를 보고 자료실에 가서 그에 관련한 자료를 보고, 한 편의 영화를 그렇게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특별전이나 회고전을 할 때, 영화를 필름으로 상영하는 것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사회. 역사적인 맥락에서, 영화를 소개하고, 관객 입장에서는 다층적으로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는 라이브러리 같은 공간이 보완의 형식으로 말이죠. 다시 말해 다양하게 영화를 접근해나갔으면 하는.... 영화라는 게 문맥이 있잖아요. 그 영화들이 처해있었던 문맥들. 영화 상영뿐 아니라 자료, 전시, 교육 활성. 그래서 공간이 다양화될 필요성이 있는 거 같아요. 공간이 다양하게 되면, 영화를 보는 것 뿐 아니라 이야기, 디스커션, 이런 것이 하나의 상영 안에 포함되는 그런 하나의 다층적인 체험의 경로가 만들어지겠죠.


백: 좋은 평자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이라는 말씀을 좀 전에 하셨는데요. 이전 세대들, 그러니까 문화학교 서울이나 외국문화원을 다녔던 70, 80년대 세대들이 지금 영화계에서 감독, 평론가, 제작자가 되었지요. 반면 요즘은 시네마테크에서 봤던 영화들에 대한 충분한 담론이 없는 거 같아서 아쉬웠는데, 그런 점에서 계획 중인 다양성 복합 상영관이 담론의 갈증을 해소시켜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하네요. 블로그에다 기록을 남기는 것도 의미 있겠지만, 함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좀 다른 얘기인데, 아트시네마에 오는 사람들의 얼굴이 바뀌는 거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전체 숫자는 크게 변동이 없는 거 같은데요. 실제로 관객들의 인원 변동은 있나요?


김: 정확한 계산은 안 해봤는데요. 예년이랑 비슷한 거 같아요.


백: 이름 있는 사람의 회고전에는 많이 모이고, 이름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가의 상영회 때는 좀 한산하고 그런 것 같기도 한데요. 프로그래머로서 계속 히치콕만 틀 수 있는 것도 아니고(웃음). 라인업을 결정할 때 제일 중점을 두는 점이 있다면요?

김: 멜빌 같은 경우만 해도 처음 영화를 틀었을 때는 [암흑가의 세 사람]이나 [사무라이]나 [형사] 같은 좀 잘 알려진 영화 위주로 사람들이 모였다고 하는데. 다시 할 때는 [그림자 군단] 같은 영화에, 이번에는 [레옹 모래 신부]를 재밌게 본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처음에는 가능한 알려진 작품을 보게 되고, 그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덜 중요한 영화들을 좋게 평가하기도 하고. 올해 개봉한 영화들을 보고 베스트를 꼽을 때, 5년 뒤라고 그 리스트가 똑같은 건 아니잖아요. 몇 년이 지나고 나서 재상영이 되고, 또 다른 평가가 가능하다는 건데.
지금은 그런 기회들이 조금씩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많이 알려진 작품에 다수가 몰리는 게 현실적이지만, 다른 영화에서 새로운 평가를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건 상영의 문제라기보다 리뷰어들의 문제인 거 같아요. 또 다른 뭔가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느냐. 가치평가, 재평가. 이런 게 좀 솔직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는 거 같아요. 외국 평자들의 글에서 좀 솔직한 글들을 읽는 경우가 많은데요. 예전에는 좀 엉망이라 느꼈던 영화를 지금 보니 완전히 잘못 보았더라. 이런 식의 솔직한 고백이죠. 그래서 새로운 평가를 하기도 하고. 물론 처음 영화 볼 때 직관이 대단히 뛰어난 사람이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영화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달라진다는 거죠. 이번에 멜빌 영화를 상영할 때도 예전보다 관객이 크게 많은 것 같진 않았는데, 그래도 관객들이 참여도나 반응하는 게 전보다 좀 강렬한 게 있었어요.

라인업과 관련된 것은 고전적인 것과 관련된 것을 찾는 거죠. 영화가 얼마나 뛰어나냐. 보다 영화의 즐거움 측면에서 고려하고 있고요. 영화가 주는 매혹, 즐거움에 움직여가면서 이런 것도 있는데 저런 것도 있구나. 관심의 영역을 넓혀가는 거잖아요. 오히려 예술의 영역은 크게 변하지 않아요. 일단 한번 평가 내려지면 쉽게 바뀌지 않죠. 오히려 개인적인 매혹의 정도 여부가 재평가의 영역에서 많이 넓어지죠. 어떤 영화가 자신을 매혹시키고 즐거움을 주게 되었는가. 하는 것 말이죠. 그래서 분석, 비평의 방법도 바뀌어 나가고...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누벨바그처럼 너무 잘 알려진 영화들 보다는 조금 덜 소개된 자크 따띠나 멜빌 같은 작가, 혹은 아메리칸 뉴 시네마나, 멕시코. 브라질 영화들. 6,70년대의 새로운 경향들, 혹은 새로운 영화의 창조성들에서 느낄 수 있는 기운을 찾아나가려 하면서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어요.


차: 외국 시네마테크의 라인업이 좀 궁금한데요. 프랑스 같은 곳은 자국영화도 많이 틀 거 같은데요.

김: 프랑스 같은 곳은 두 달 이상, 거의 전작전을 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 여유가 있죠. 우리의 경우는 파졸리니, 파스빈더가 좀 길었고... 전작까지 가기는 좀 어렵죠. 불가피하게 셀렉션을 하게 되죠. 자국영화 같은 경우는... 옛날 한국영화 중에 저작권이 불투명한 경우가 많아서요. [최후의 증인] 역시 저작권이 불투명해서, 그동안 상영을 못했고요. 이번에 저작권 공탁을 세달 동안 해서. 그러니까 저작권자를 찾는다는 공고를 내서, 상당히 어렵게 상영을 하게 되었어요. 영상자료원에서 관내상영은 자유롭게 되는데, 바깥에서 상영이 문제죠. 또 일부의 한국의 저작권자들이 상영에 동의를 안 해주는 경우가 많아요. 이유는 정확히 얘기를 안 해주고요(웃음) 이만희나 임권택 감독 영화 도 그런 이유로 상영하기 힘든 조건이 있어요. 아까 말씀드린 문화적 연대가 필요한 이유도 이런 것과 무관치 않거든요. 수입이 목적이 아니라, 문화적인 목적으로, 지금의 젊은 세대가 과거의 한국영화를 보면서 그 당시의 역사와 태도를 이해할 수 있는 건데 말이죠. 시네마테크의 영화 상영은, 문화적인 영역인데, 제작사나 이런데서 그런 부분을 이해해준다면 다양한 한국영화를 틀 수 있겠죠.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잘 이해가 안가요.


백: 2008년부터 매년 다섯 편씩 필름을 계속 구입해서 라이브러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 있고, 이미 2007년에 세르지오 레오네의 작품 4편을 사서, 내년 여름부터 상영하려한다는 말도 들었고요. 최종적으로는 100편 정도를 갖추겠다는 계획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형태로, 어떤 감독들 위주로, 그리고 왜 하필 첫 번째로 레오네를 선택했는지, 등등 라이브러리에 대한 것을 듣고 싶어요.

김: 일단 세르지오 레오네는 6,70년대 가장 많이 알려진 감독 중 하나이기도 하고... 나중에나 DVD나 비디오로 일부만 소개되었잖아요. 장르영화의 테두리에서 작가적 측면에서 폄하되었던 감독이나 작품이 꽤 많죠. 종종 오해하는 게 사람들이 시네마테크가 예술영화관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진 않죠. 과거의 고전영화는 대중영화였잖아요. 오히려 그 때문에 예술성을 폄하 받았던 작품이 많았는데, 그런 영화들의 가치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는 의미가 크지요. 예술영화 컬렉션을 가지고 가보자. 그런 의미가 아니고요. 그런 것들이 결합되어서 세르지오 레오네를 첫 번째 작가로 선정하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원스 어폰 타임 웨스트]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오리지널로 제대로 튼 적이 없잖아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같은 영화는 개봉 때 마구 잘라 2시간 이하 버전으로 개봉되기도 하고(웃음) 그런 특성들이 있기도 하죠. 2008년에는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서 컬렉션들을 계획하고 있어요. 지역 상영을 염두에 두고 있으니까 작가위주로 작가 당 4~6편정도로 구성하게 될 것 같아요.


백: 좀 전에 예술영화, 고전영화 해서 생각이 나는 건데.. 얼마 전에 사람들이랑 얘기를 하다가 아트시네마에서 홍콩느와르, 주윤발, 오우삼 얘기를 할 때도 되지 않았나.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이제는 70년대를 고전이라 부르고 있는데, 점점 고전의 개념이 가까워지는 경향이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지금의 한국영화가 과연 후에 고전의 클래시컬함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음악 같은 경우는 클래식이라 하면 문외한이든 전문가든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나 그 이후에는 바그너, 쇼스타코비치 정도까지는 클래식이라 하는데, 그 이후의 작곡가들에 대한 인식은 거의 없단 말이에요. 그렇게 보자면 영화에서 고전영화라는 개념을 어디까지 해야 하나. 제 경우는 70년대부터는 고전영화라는 느낌이 잘 안 생겨요. 어떤 느낌으로 고전영화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김: 7,80년대 영화들을 편의적으로 모던클래식....그렇게 불러도 될 것 같아요. 불과 10년 전의 영화만 해도 옛날 영화 취급하는 경향이 있긴 해요. 고전이란 게 정확하게 정의내리기는 어려운데요. 이미 극장에서 상영주기를 끝낸 영화가 너무 많은데, 다시 상영되는 경우가 거의 없잖아요. 사실은 모던 클래식이라고 부르고 싶은 그때의 영화들은 오히려 더 빨리 잊혀지고 상영이 잘 안 되다는 거죠. 오히려 그 이전의 5,60년대 작품들은 여러 군데에서 잘 상영이 되는데. 이시기의 작품들은 상영기회조차도 없는, 근데 또 그게 굉장히 가까운 시기의 작품이거든요. 이런 면에서 볼 때 이미 클래식의 상태에 빠져있다고 생각해요 .


백: 친구들 영화제가 얼마 안 남아서, 바쁘실 텐데요. 이런 영화를 보는 게 영화애호가들에게 어떤 의미, 필요성이 있는지 마지막으로 말씀 부탁드릴게요.

김: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거 같고요 (웃음) 일단 보고나서 의미를 찾아야 할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상영하는 입장이지만, 일차적으로 관객의 입장에서 상영이 되는 건데요. 아까 예전 영화 얘기를 하면 말씀드렸지만, 영화를 보게 되면서 뭔가를 배우게 되는 과정이 있었던 거 같아요. 영화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기억이 굉장히 많은데요.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들은 왜 내가 이렇게 영화를 보나. 그런 질문을 하게 되는 순간이 오잖아요. 어떨 때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낄 때도 있고, 그 아무것도 아닌 거에서 또 다른 것을 배우기도 하고 말이죠. 영화를 굉장히 의식적으로 볼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또, 자신의 개인적인 주관에 따라 영화를 재단해 나가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거 같아요.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 나는 굉장히 수동적인 입장이 되잖아요. 영화가 프로젝션되면서 무엇을 얻게 되는 순간에,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거 같아요. 친구들 영화제는 그런 자리를 만들어 놓을 테니, 그 안에서 영화를 보면서 무언가가 발생하는 순간, 그런 거를 즐겨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거죠.

2008년의 시네마테크에 대해 말하자면, 계속 얘기하지만 문화적 연대 같은 것을 생각하자는 거죠. 각자의 영역 내에서 해야 할 것들. 그게 필요한 거 같아요. 개인의 블로그에서 시작해서 굉장히 큰 영역까지... 공동적 영역에서 함께 고민해야할 필요가 있어요. 서울아트시네마는 저희들끼리는 B급 시네마 공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자신이 처한 경제적, 물리적 조건을 감안에서 최선을 진행해 나가는 거죠. 그런 조건 내에서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가는 거. 예를 들어 영화를 만드는 사람, 글을 쓰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일 꺼 같아요. 왜 국제 영화제를 하는지, 왜 잡지를 하는지, 왜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지. 각자의 조건, 역할에서 전체적으로 고민을 해야 할 거 같아요.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A 급들을 보며 저들은 뭘 하는지 유심히 관찰하고 ,우리는 무엇을 하는지, 혹은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거죠. 거꾸로 다른 곳은 시네마테크는 무엇을 하는지 염두에 두는 게 필요하다는 거죠. 단지 만나서 “연대하자.” 이런 식으로 얘기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예를 들어 올해 에드워드 양이 타계하고 나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에드워드 양 특별전을 했는데. 진정한 의미에서의 추모라면 영화제에서만 틀었다고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거든요. 아무도 그렇게 생각안하거든요. 좀 더 많은 사람이 에드워드 양을 기억하고, 추모하려면 영화가 더 많이 상영되어야 하는데요.

A 급은 A급대로, B급은 B급대로 각자의 영역에서 힘을 써야 한다는 거죠. 아까 얘기했던 각자의 조건에서 발걸음 할 때, 전체 관객이 늘어가고, 영화를 사고하고 좀 넓게 생각할 수 있을 텐데, 5년 정도 아트시네마 일을 해왔는데 그런 부분이 잘 안 되는 거 같아요. 외국의 어느 좋은 예를 들자면, 어디서 회고전, 특별전 하면, TV, DVD, 잡지. 다 하나가 되거든요. 각자의 영역에서 말이죠. 그래서 그게 이슈가 되고, 영화를 모르는 사람도 그렇게 극장을 찾게 되는, 구조가 생기거든요. 탁자에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 각자가 게릴라적인 위치에서 힘을 다했을 때 의미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김성욱 프로그래머는 물론 이번 친구들 영화제에 대해서도 성의 있는 답변을 해주었지만, 무엇보다도 2008년의 시네마테크, 혹은 영화를 둘러싼 문화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연대’ ‘우호’ 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이제는 “영화 애호보다 영화 우호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겠느냐.” 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그는 서울시나 행정당국의 문화의식 수준에, 일부 제작사의 이기적인 태도에 유감을 표명했다. 관객 입장에서 애호가 가능하려면 먼저 우호가 있어야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있어야 영화를 애호할 수 있다는 너무도 상식적인 깨달음. 인터뷰에서도 이미 밝혔지만 아트시네마는 2008년에 여러 계획이 있는 반면 전용관 문제 등 아직 많은 문제가 산재해 있었다. 상처로 힘들어하는 친구를 보면 가슴이 아픈 것처럼, 빠른 시일 안에 이 문제들이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후원회원 등 여러 가지로 시네마테크의 사랑에 보답할 방법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능력으로는 그곳에 영화를 보러 가는 게 유일한 반응의 길이다. 3회 친구들 영화제는 1월 8일부터 2월 3일까지 낙원상가에 자리 잡은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move, m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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